영재학교 입시 '이제 개선할 때 됐다'..'깜깜이 입시로 사교육의존과 의대진학 이슈 자초'
상태바
영재학교 입시 '이제 개선할 때 됐다'..'깜깜이 입시로 사교육의존과 의대진학 이슈 자초'
  • 강태연 기자
  • 승인 2020.02.14 16:5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전형 한달전 요강공개' 18년째 .. '설립근거에 맞춘 대대적 수술 필요'

[베리타스알파=강태연 기자] 매년 반복되어온 영재학교 '깜깜이 입시'가 이제는 개선되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영재학교 입시는 지필고사 실시, 개별면담/면접, 학교별 영재성캠프 등으로 복잡한 전형구조에도 불구하고 학교당국이 전형의 세부적인 내용을 공개하지 않는다. 대부분 특목자사고가 내신중심의 자기주도학습전형으로 바뀐데다 일반고전환의 압박을 받고 있는 올해조차도 특차성격으로 우수인력을 선점하는 영재학교 입시가 출범 18년째 깜깜이로 치뤄진다는 점은 영재학교의 설립취지를 인정하는 전문가들에게도 의아한 상황이다. 대입의 대학별 고사까지 매년 사교육영향평가 보고서를 통해 문제를 공개하고 교과과정내 출제인지를 검증받는 상황이고 보면 이제 영재학교입시도 개선할 때가 됐다는 데 대부분 전문가들도 동의하는 분위기다.  

가장 큰 문제는 사교육의 영향이다. 영재학교가 문제를 공개하지 않는 상황이 수요자들의 불안감을 증폭시키고 사교육기관의 도움없이 영재학교 입시준비가 불가능한 상황을 만든다. 사교육 기관들은 매년 전형 직후 수강생들을 통해 문제를 복기해 유형학습을 제공하고 있어서, 수요자 입장에선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사교육 현장에 뛰어들 수밖에 없다. 실제로 사교육의 영향력도 막강한 것으로 보인다. 2019입시에서 영재학교에 입학한 서울/경기 학생들 중 49.5%가 사교육 영향이 막강한 지역 출신인 점을 보면 사교육 과열을 짐작할 수 있다.

영재학교 운영의 최대 약점으로 꼽히는 의대진학 이슈역시 영재학교가 자초한 측면이 있다. 입시정보를 비공개함으로써 수요자들을 사교육으로 몰아가고, 영재학교 입시에서 사교육영향권 내에 놓였던 학생들은 역시 영재학교진학이후에도 사교육을 통해 의대진학을 준비하고 있기 때문이다. 2019대입에서 역대 최다 의대진학자를 31명을 배출한 서울과고의 경우 2019학년 전체 입학생 128명 가운데 48.8%인 62명이 강남 대치동의 특정학원 출신으로 알려져 영재학교 입시부터 시작된 사교육의 영향이 의대진학에도 불가피한 상관관계를 지녔음을 보여준다. 

영재학교의 모집요강공개도 심각한 수준이다. 매년 '원서접수 한 달 전 공개'가 18년째 관행으로 굳어져온데다 대입마저 사교육영향평가를 하는 상황에서 조차 문제의 심각성 역시 전혀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 아무리 영재학교의 입시의 전반적인 틀은 변하지 않는다지만 입시에 변수로 작용하는 우선선발이나 전형별 선별인원의 변화는 수요자 입장에서는 예민한 정보일 수밖에 없다. 

교육당국의 방관역시 문제다. 영재학교에게만 다른 잣대를 적용한 채 상황이 심각해지도록 방치하고 있는 느낌이다. 선발권이 있는 타 고교유형은 사교육을 유발한다는 이유로 지필고사를 치룰 수 없고, 자기주도학습전형을 운영하는 것도 모자라 일반고전환을 하겠다고 입시판을 뒤집은 상황이다. 영재학교 입시는 특차성격으로 우수한 학생들을 가장 우선적으로 선발할 수 있는 환경임에도 사교육 억제를 위한 별도의 장치가 거의 없는 상황이다. 전형요강 공개도 차별적이다. 대부분 고교유형은 수요자 배려를 위해 늦어도 원서접수 3개월 전까지는 요강을 공개하고 있다. 교육당국과 학교 모두 영재교육진흥법의 규정을 준수하고 있다는 것만으로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전형계획공고와 관련된 사항을 다룬 시행령 12조 4항의 경우 2002년 이후 2006년 문구개정만 이었을 뿐 요강 공개시기를 ‘한 달전’이라고 표기된 지 무려 18년째가 된다. 전문가들은 문제해결을 위해선 교육당국의 인식변화를 토대로 설립취지에 맞는 운영을 위한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고 진단한다. 

한 교육전문가는 “영재학교는 국가에서 이공계배출을 위해 운영한다는 이유로 교육당국의 간섭을 덜 받는다. 자사고 외고 국제고는 사교육 유발을 이유로 전형을 축소시켰고, 이제는 고교서열화를 유발한다며 2025년부터 일괄폐지까지 예정됐다. 영재학교 입시는 고입 일정에서도 가장 먼저 진행된다. 우수한 학생들을 미리 선발할 수 있는 특권이 이미 존재하는 상황에 요강을 늦게 공개하고 입시정보 공개 자체를 제한하는 것은 수요자들을 사교육 현장으로 내모는 무책임한 상황이다. 전형별 기출문제를 대학별고사도 매년 공개하고 교과과정내 인지여부를 전문가가 검증한다. 학교별 전형내용의 비공개가 오히려 사교육을 위한 장치가 아닌가 의구심이 가는 대목이다. 8개교 가운데 유일하게 서울과고만 4년 연속 입시 전 전년도 기출문제 일부를 공개하고 있지만 수요자 눈높이에 미치지 못하는 것은 마찬가지”라며 “요강과 관련해서는 20년이 가까운 세월동안 대입은 3년예고제가 도입됐고 고입도 외고/과고 중심에서 특목자사고체제를 거쳐 고입동시실시 단계까지 이르렀음에도 영재학교만이 설립당시 근거규정이 개정되지 않았다는 것이 놀랍다. 가깝게는 다른 고교유형의 고입부터 대입까지 18년 동안 정권이 수차례 바뀌고 담당부서인 교육부와 과기부 명칭과 정책의 거버넌스가 바뀌어온 많은 변화가 무색하다. 이제 영재학교 설립취지를 위한 새로운 입시체제와 전형운영방식이 마련되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2021영재학교 입시가 두 달도 남지 않았지만 모집요강을 공개한 학교는 경기과고뿐이다. 영재학교의 '깜깜이 입시'가 올해도 반복되는 셈이다. 수요자를 배려한 영재교육진흥법 개정과 제한적인 정보공개에 대한 개선이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 /사진=베리타스알파DB
2021영재학교 입시가 두 달도 남지 않았지만 모집요강을 공개한 학교는 경기과고뿐이다. 영재학교의 '깜깜이 입시'가 올해도 반복되는 셈이다. 수요자를 배려한 영재교육진흥법 개정과 제한적인 정보공개에 대한 개선이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 /사진=베리타스알파DB

<전년도 전형요강 통한 입시준비.. 제한적 정보공개, 사교육 활성화 불가피>
수요자들은 매년 전년도 요강을 통해서 영재학교 입시를 준비해 왔다. 당해 입시에서 어떻게 변경될지도 모르는 불확실한 정보를 토대로 입시를 준비하도록 교육당국이 방치한 셈이다. 전형계획에서의 작은 변화도 입시에서는 변수로 작용할 수 있어 수요자들이 사전에 대비할 수 있도록 미리 공지하고 충분히 준비할 수 있는 시간을 줘야 합당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예측이 어려워진다면 작은 변화에도 입시를 준비했던 수험생들에게 피해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제한적인 정보제공도 개선될 필요가 있다. 영재학교의 입시정보 자체가 부족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불확실한 정보는 수요자들에게 불안감을 조성해 사교육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상황을 만든 것으로 보인다. 2019학년 영재학교에 입학한 70.1%가 수도권에 몰려있고, 서울/경기 합격자 중 49.5%가 사교육의 영향이 막강한 지역 출신으로 나타났다. 상당수 입학생들이 사교육 지원을 받았을 것으로 추정되는 대목이다. 실제 대표적인 영재학교 입시학원 세 곳에서 무려 400명이 넘는 합격실적을 기록한 사실도 드러났다. 영재학교가 사교육 배제를 위해 매년 유형 출제위원/문항수/활용교과목 등을 유동적으로 바꾸는 상황과도 상반되는 결과인 셈이다. 게다가 사교육의 활성화는 의대진학과도 연결될 가능성이 있어 문제의 심각성이 크다고 볼 수 있다. 

- 제한적 입시 정보공개, 사교육 활성화 불가피.. 의대진학과도 연결
영재학교의 제한적 입시정보 공개는 사교육을 활성화하는 것으로 보인다. 영재학교 입시가 기본적으로 정보가 부족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매년 학령인구 감소로 지원자풀이 줄어들고 이중지원을 감안하더라도 2015학년부터 매년 14대1이상의 경쟁률을 기록한다는 점에서 최상위권 학생들의 높은 선호도를 확인할 수 있지만, 수요자들이 알 수 있는 정보들은 제한적이다. 다른 고교유형과 달리 지필고사를 실시하고 서류평가 과정에서 개별면담/면접이 가능한데다 학교별로 영재성캠프에 조금씩 차이가 있지만 전형에 대한 세부적인 내용이 자세히 알려져 있지 않아 수요자들의 불안감이 클 수밖에 없는 구조다. 정보를 확보하지 못하는 수요자의 불안은 사교육 시장으로 연결되는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지난해 10월10일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신경민(더불어민주) 의원과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이하 사걱세)은 2019학년 영재학교 입학생의 70.1%가 수도권 출신으로 쏠림현상이 심각하다고 밝혔다. 자료에는 영재학교에 입학한 서울/경기 학생들 중 49.5%가 사교육의 영향이 막강한 지역 출신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상황에 전문가들은 사교육 과열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의대진학 문제와도 연결된다고 지적한다. 사교육을 통해 영재학교를 입학한 학생들의 경우 영재학교 교육과정을 제대로 따라가지 못하고 상대적으로 창의적이지도 않은 학생들이 의대진학을 선택하는 편이 많다는 이유에서다.

물론 모든 영재학교가 정보를 공개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서울과고는 4년 연속으로 전년도 2,3단계 전형의 기출문제를 공개하고 있다. 지난해의 경우 원서접수가 4월16일부터 19일까지고 2019학년 기출문항 공개 시점이 4월1일이었던 점을 봤을 때, 수험생들이 전에 참고할 수 있었던 셈이다. 다른 영재학교들이 사교육 성행을 우려해 기출문제 공개를 꺼리고 있지만, 서울과고만이 과감하게 기출문제 공개해 수험생들의 편의를 도왔다는 점에서 의미가 남다르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영재학교 중 유일하게 정보를 공개한다는 점에서 수요자들이 얻을 수 있는 정보에 한계가 있다는 것은 변함없다.

대부분의 영재학교는 매년 유형 출제위원/문항수/활용교과목 등을 유동적으로 바꾸고 제한적인 정보공개를 통해 사교육을 배제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문제는 제한적 정보공개가 오히려 사교육을 부추기고 있다는 것이다. 사교육 기관에서는 전형을 응시한 학생들을 통해 전형 직후 복기로 문제를 복원해 유형학습을 제공한다. 사교육을 배제하기 위한 조치가 오히려 사교육에게만 자료를 주는 상황인 셈이다. 실제로 영재학교에 입학하는 많은 인원이 사교육의 도움을 받는 것으로 보인다. 신 의원과 사걱세의 자료에 의하면 영재학교에 입학한 서울/경기 학생들 중 49.5%가 사교육의 영향이 막강한 지역 출신으로 나타났다. 입학생들의 출신학교가 위치한 시/구를 파악한 결과 수도권 상위 10개지역 입학생은 전체 입학생의 49.5%인 413명이었다. 서울에선 강남구 양천구 노원구 서초구 송파구의 5곳이 전체 서울 입학생의 69.9%였다. 319명 가운데 233명이 5개지역 출신이었다. 경기에서도 고양시 성남시 용인시 안양시 수원시로 입학생이 집중됐다. 전체 경기 입학생 266명 가운데 190명이 몰려 71.4%나 됐다. 입시 사교육기관의 영향력도 막강했던 것으로 보인다. 사걱세가 대표적인 입시학원 세 곳의 2019학년 영재학교 입학생 실적 홍보물과 자료를 비교 조사해 본 결과 A학원 출신 266명, B학원 출신 80명, C학원 출신 74명으로 확인됐다. 세 학원에서 420명의 합격생이 나온 것이다. 특히 서울과고의 경우 전체 입학생 128명 가운데 48.8%인 62명이 강남 대치동의 특정학원 출신이었다.

전문가들도 영재학교의 입시자료의 비공개가 불확실성을 가중시켜 사교육을 유발하는 원인으로 꼽았다. 한 교육전문가는 “제한된 정보공개가 사교육 배제논리가 맞다면 사전예고제와 사교육영향평가 같은 수요자중심의 대입정책의 사례들이 모두 사교육에 도움이 되는 조치라는 얘기가 되기 때문이다. 서울대까지 구술면접문제를 사교육영향평가 보고서에 과목별로 공개하는 상황이다. 영재학교들 역시 2단계 영재성검사를 통일한 변화가 수요자들의 예측가능성을 높이면서 소모적인 입시경쟁을 방지한 효과가 있었던 점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게다가 문제공개의 경우 매년 다른 문제를 출제한다면 공개를 못할 이유도 없다”며 “영재학교 입시에서 요강을 1개월 전에 발표하는 상황과 더불어 입시정보를 공개하지 않는 것이 반복되면 지원자 입장에서는 학교선택을 고민하는 시간이 촉박해지면서 사교육이 입시를 좌지우지하던 과거 과고 전성기의 폐해를 답습할 가능성이 높아질 뿐이다. 특기자전형과 영어절대평가로 영어학원이 사교육에서 약화된 반면 영재학교/과고 입시를 중심으로 수학과학사교육은 상대적으로 여전한 사교육 영역이다. 수험생과 학부모의 정보부족과 이로 인한 불안감 증폭은 오히려 사교육을 돕는 요인일 수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더욱 큰 문제로 사교육 과열의 영향력이 영재학교 입학에서 그치지 않고 의대진학까지 연결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꼽았다. 학원을 통해 영재학교 입시를 통과해 교육과정을 제대로 따라가지 못하고 상대적으로 창의적이지도 않은 학생들이 주로 의대진학을 선택하는 편이 많다는 이유에서다. 영재학교 한 관계자는 "학교가 아무리 말려도 의대행을 고집하는 경우가 있는데, 보통 상위권은 아니고 하위권 중에서 과기원 진학이 어려운 학생들이 정시 수능으로 의대를 가는 경우가 많다. 이런 경우 학교운영에 대한 학부모의 참견도 유난하다"며 "어릴 때부터 사교육을 받고, 사교육시장에서 우등생으로 살아온 경험이 사교육이면 다 되는 걸로 착각한 데서 발생하는 현상 같다"고 전했다.

2019학년 의대진학실적이 가장 많은 곳은 서울과고였다. 31명으로 영재학교에서 2019학년 영재학교에서 의대를 진학한 인원 61명 중 절반을 차지했다. 서 의원과 사걱세 조사 자료에서도 서울과고 학생들의 상당수가 사교육을 경험한 것으로 조사된 만큼 의대선호도가 유독 높은 점과 관련이 있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한 교육전문가는 "서울과고에서 의대 진학자가 많이 발생하는 이유로는 선호도나 지역 등의 문제를 흔히 거론한다. 서울지역에 위치한 특성 상 상대적으로 우수한 학생들이 몰리고 그로 인해 의대 진학자도 많이 발생할 수밖에 없단 논리다. 그렇지만 실상은 한국영재 등 강력한 제재조치가 있는 학교와 달리 의대 진학에 뜻이 있는 학생들에게 ‘가봄직한’ 학교로 여겨지는 것이 주된 원인으로 보인다. 실제 서울권 과고인 세종과고가 한성과고의 의대진학자가 많은 것도 마찬가지의 이유라고 여겨진다. 언뜻 지역 때문으로 생각하기 쉽지만, 결국 영재학교/과고입시와 의대입시의 공통점은 사교육으로 충분히 대비가 가능하다는 사실이 결정적인 공통점이다. 사교육으로 성공한 경험을 따라 대입에서도 사교육으로 받칠 수 있는 의대입시준비를 자연스레 생각하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 전년도 전형요강 통한 입시준비.. 수요자 배려 인식 필요
영재학교의 입시는 기본적인 틀에서의 변화가 크진 않은 것은 사실이지만 변수로 적용될만한 변화는 발생해왔다. ‘우선선발’의 변화가 대표적이다. 우선선발의 경우 다음 단계 전형을 면제 받는 형식으로 영재학교 입시에 영향을 주는 큰 요인 중 하나다. 2019학년까지는 8개교 중 6개교만 우선선발을 실시했지만, 지난해에는 인천영재가 2단계에서 우선선발을 실시하는 변화가 있었다. 1단계 우선선발을 실시한 광주과고 대구과고 세종영재의 경우만 보더라도 광주과고는 2019학년부터 우선선발을 실시했다. 우선선발을 폐지한 학교도 있었다. 경기과고의 경우 2018학년까지 1단계에서 우선선발을 실시했지만 2019학년부터 폐지했다. 이 같은 학교별 변화의 양상이 다르다는 사실을 수요자들은 요강이 공개됐던 원서접수 한 달 전에야 알 수 있었던 것이다.

12월 원서접수를 시작하는 후기모집 특목자사고만 보더라도 늦어도 9월에는 모든 학교의 모집요강을 비교분석할 수 있다. 고교유형, 지역, 학교별로 차이는 있지만 12월 입시가 시작된다는 점을 봤을 때 적어도 3개월 전부터는 수요자들에게 요강을 제공한다는 것이다. 수요자 배려 인식이 강화된 사례도 확인할 수 있다. 지난해 9월 서울교육청이 추가모집계획을 요강에 넣지 않은 서울 광역자사고들의 요강승인을 늦추자, 학생들의 고입 선택에 피해가 있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후기모집에는 여러 유형의 고교가 모집을 실시한다는 점에서 전기모집을 실시하는 영재학교와는 상황이 다르다고 볼 수 있지만, 원서접수 3개월 전 요강공개가 늦춰진 상황에서 수요자 피해를 우려하는 지적이 나온 셈이다. 이공계영재를 육성한다는 이유로 선발권이 있는 다른 고교유형에 비해 교육당국의 간섭이 비교적 적기도 하고, 수요자들의 높은 선호도는 매년 유지돼 18년째 수요자를 위한 변화가 없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올해의 경우 경기과고가 2021모집요강을 다른 영재학교보다 이른 시점인 2월 초 공개했다. 다른 영재학교들은 아직 2021요강이 공개되지 않은 상태로 비교적 수요자를 배려한 처사라 볼 수도 있지만, 여전히 다른 고교유형과 비교하면 늦은 공개라 할 수 있다.

<깜깜이 입시, 법적 기준상 문제 없다>
영재학교가 모집요강을 한 달 전에 공개하는 것은 문제가 없는 것일까. 실제 영재교육진흥법시행령 제12조 4항에 따르면 ‘영재교육기관의 장은 선정기준을 영재교육대상자 선정신청접수일 1월전까지 공고해야 한다’고 명시됐다. 교육부 관계자와 영재학교 입학담당자들은 법적 기준을 통해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입장이지만, 수요자를 배려하지 않고 깜깜이 입시가 지속된다는 점에서 문제가 있다고 볼 수 있다. 영재학교 한 관계자는 "법이 규정하고 있는대로 1개월 전 공고하고 있다. 영재학교 입시의 포맷이 일정한 편이고 학생들에게 좋은 방향으로 세부사항이 바뀌는 정도다. 매년 큰 변화가 없이 입시가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교육부 관계자 역시 법에 따라 영재학교의 입시가 운영되고 있는 만큼 큰 문제는 없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교육 전문가들은 2002년부터 시행돼 한 번도 개정이 이뤄지지 않은 영재교육진흥법의 관련 조항과 18년째 관행대로 진행해 수요자입장을 고려하지 않는 교육당국의 인식과 자세가 깜깜이 입시의 원인이라고 지적한다.
영재교육진흥법은 2000년 제정돼 2002년부터 시행된 영재학교 설립의 근거가 되는 법률이다. 요강공개와 관련된 내용을 규정한 시행령도 역시 2002년부터 시행됐다. 영재교육대상자 선정기준을 신청접수일 1개월 전까지 알리도록 규정한 조항은 애초 '추천기준'이 2006년 입시상황에 맞게 '선정기준'으로 문구만 바뀌었을 뿐이다. 1개월 전에 대한 내용변화는 전혀 없었다. 결국 2003년 처음으로 한국영재가 영재학교로 전환해 입시를 개시한 이래  18년째 '입시 한달전 요강공고'의 관행은 '법대로' 이어져 온 셈이다.
문제는 18년이라는 시간 동안 교육환경, 입시제도, 수요자들의 인식이 모두 바뀌었다는 것이다. 대입의 경우 영재학교진흥법 제정 시에는 없었던 사전예고제를 도입해 행정편의적인 방향에서 벗어나 수요자 배려를 위한 노력이 강조되기 시작했다. 고교교육정상화 기여사업과 별개로 대학들에겐 수요자로부터 ‘착한 대학’ 이미지가 입시운영에 바람직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된 것이다. 교육부 관할이 아니어서 법적으로 따르지 않아도 되는 이공계 특성화대학이나 특수대학들까지 수요자 친화 행보에 동참하는 배경이다. 한 교육전문가는 “특차성격으로 진행되고 최상위 학생들의 높은 선호도를 보이는 영재학교 입시가 18년째 원서접수 1개월 전에 요강을 공개한다는 점은 그 동안의 교육환경, 수요자배려 인식 등의 변화를 고려하지 않는다고 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교육당국과 학교, ‘법적 기준상 문제없다’는 인식개선 필요>
현재 영재학교 체제는 학교들의 자율성을 최대한 보장하는 방향으로 운영되고 있다. 한국영재만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소속이고 나머지 7개영재학교는 교육부 관할이지만 교육과정의 편성과 전형계획 등의 수립에 있어 정부기관의 영향력은 크지 않다. 특히 교육부 소속인 영재학교 7곳은 전형계획을 시/도교육청으로부터 승인받지만 한국영재의 경우 자체적으로 공고를 확정하고 있다. 한국영재 입학처 관계자는 “교육부 소속인 다른 영재학교들은 교육청의 승인 후 요강을 공고하지만 한국영재는 자체적으로 마련하고 있다. 과기정통부에 보고는 하지만 별도의 승인절차는 없다. 그렇지만 영재학교 교장단이 결정한 사항 내에서 전형을 운영하고 교육부 관계자와도 충분히 소통해 일관된 입시가 이뤄지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전했다. 반대로 7개의 영재학교를 관할하는 교육부의 역할은 소극적이다. 교육과정과 학교의 운영은 물론 입시의 틀에 있어서도 영재학교들의 결정을 수용해 방향이 세워지고 있기 때문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영재학교들의 관할이 과기정통부와 교육부로 나눠진 상황에서도 고입에 큰 혼선이 없이 운영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영재학교들은 영재교육진흥법에 따라 자율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현재의 3단계 전형의 입시 역시 초기에 영재학교들이 제시한 사항을 그대로 받아들여 확정한 내용이다. 교육부는 모집요강에 영재학교 학생들의 의치한 진학은 적합하지 않다는 내용을 포함하는 정도의 권고만 하고 있다”고 말했다.

<수요자 중심 입시정책 구축.. 정보공개 통한 사교육 배제> 
전문가들은 늦은 요강공개, 제한적 정보공개 등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교육당국의 인식의 변화가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고입도 대입과 동일하게 입시임을 인정하고 수요자 중심의 투명한 입시정책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영재학교의 경우 전국모집에 특차성격으로 최상위권 수험생들의 선호도가 높고 과고입시와 함께 이공계 인재양성의 보루라는 특별한 의미가 있기 때문이다.

수요자들을 위한 배려 방안으로 단계적으로 고입전형 기본계획과 모집요강 등을 앞당겨 공개하는 방법도 생각해볼 수 있다. 다른 한 교육전문가는 “고입을 대비하는 학생과 학부모 입장에서 영재학교는 입학전형을 치르는 여타 학교와 다르게 인식되지 않는다. 선발권을 가진 다른 고교가 3개월 전 요강을 공고하고 있는 수준으로라도 공고 기간 조율이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 수요자들이 고입을 예측 가능하도록 해야 하기 때문이다”라며 “영재학교는 근거법이 영재교육진흥법으로  확대과정에서 과학기술정통부 교육부 교육청이 적절하게 역할분담을 했지만 자율성 보장이라는 판단자체가 관리의 사각지대에 놓이게 만들었다고 본다. 영재학교 교장단이 협의를 진행하지만 학교운영에 관한 사항을 논의하는 자리이지 수요자눈높이의 일관된 입시체제에 대한 논의를 진행하기는 어렵다. 문제는 수요자들이다. 대입이 3년예고제에 따라 수요자친화적으로 움직이면서 고입 수요자들 역시 눈을 뜰수 밖에 없다. 교육정책을 보는 평가기준역시 근거법이나 관할이 아니라 수요자 입장과 눈높이로 바뀌고 있기 때문이다. 대입에서 교육부와 관할이 다른 특수대학들의 변화가 단적인 예다. 육군사관학교 해군사관학교 공군사관학교 국군간호사관학교 등 4개사관학교와 경찰대학이 사전예고제를 비롯 선행학습영향평가보고서까지 발표하기 때문이다. 교육부가 아니라 국방부와 경찰청 관할이지만 대입이라는 큰틀에서 접근하는 수요자 입장에서 자발적으로 친화조치를 하나둘씩 늘려가고 있다"고 주장했다. 

늦은 요강공개뿐 아니라 제한된 영재학교 입시 정보로 인해 사교육이 활발해지는 상황에 대해서도 이 전문가는 “영재학교가 선발하고자 하는 대상이 사교육으로 만들어진 영재성이 아니기 위해서는 입시에 대한 정보공개가 불가피하다고 본다. 애초에 매년 새로운 유형과 문제를 출제한다는 점에서 공개를 못할 이유도 없다. 오히려 전형 직후 복기를 통해 문제를 복원하는 사교육 시장에만 정보가 공개된다고도 볼 수 있다. 서울과고의 경우 4년 연속으로 문제의 출제의도, 중학교 해당과정 등을 명시한 기출문제를 공개하고 있다. 중학교과정 내 범위 출제로, 사교육 없이 충분히 풀 수 있다는 근거로 공개를 하는 것이다”라며 “지난해 12월의 경우 2020학년 창의성/문제해결력 검사Ⅰ,Ⅱ 시험지와 3단계 전형 문제가 문제지 형태 그대로 올라왔다. 당시 사걱세 주장인 영재학교 대학수학과 올림피아드나 경시대회로 나오는 문제 유형이 있어 중학교 교육과정을 벗어났다는 지적을 반박하기 위한 자료로 보이지만, 수요자 입장에서는 영재학교를 준비할 수 있는 자료로 활용할 수 있게 됐다. 다른 영재학교도 사교육 배제를 위한 제한적인 정보공개보다는 누구나 정보를 얻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다. 영재학교 입장에서도 사교육이 배제된 상태의 이공계 영재를 선발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본 기사는 교육신문 베리타스알파의 고유 콘텐츠입니다.
일부 게재 시 출처를 밝히거나 링크를 달아주시고 사진 도표 기사전문 게재 시 본사와 협의 바랍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
  • [2020 QS 기술/공학분야] KAIST 세계16위.. 서울대 고대 성대 포스텍 톱5
  • [2020 QS 학과순위] 서울대 '국내최고’ 4개학과 ‘세계 50위 이내’ 35개..KAIST 기술공학 ‘국내 최고’
  • 2020 서울대 최종등록자 3341명.. ‘등록포기 100명’ 정시 N수생 쏠림(59.4%)심화
  • ‘4달 예고제된 4년 사전예고제’.. ‘학종블라인드 올해강행’
  • '12월3일' 2021수능.. '2015개정교육과정' 국어/수학 범위 변경
  • 초/중/고 개학 4월까지 연기되나.. 내주초 가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