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지이해하지만 현실감 없어'..'대학자율성 침해 논란’

[베리타스알파=손수람 기자] 지난해 11월 교육부가 ‘대입 공정성 강화방안’을 통해 사회통합전형을 도입하겠다고 밝혔지만, 지방대를 중심으로 불만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29일 교육계에 따르면 상당수 지방의 주요대학 관계자들이 사회통합전형의 취지에 공감하면서도 현실적인 부작용을 걱정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수도권 소재 대학들을 겨냥해 사회적배려대상자전형과 지역균형선발전형을 확대시키겠다는 정부의 계획이 지방대의 신입생 선발을 위축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크기 때문이다. 특히 수도권대학의 지역균형선발은 대체적으로 지방대와 지원자풀이 겹친다. 지역균형 선발 확대로 지역 할생들이 수도권으로 쏠린다면 학령인구 감소와 등록금 동결의 ‘이중고’를 겪는 지방대들이 폐교위기로 내몰릴 수 있는 셈이다.

교육당국이 충분히 현장의 상황을 고려해 정책을 발표했는지에 대한 의구심도 상당하다. 사회배려자전형과 지역균형선발전형을 포함하는 의미로 사회통합전형의 도입하겠다고 밝힌 교육부 관계자의 설명이 모호한 측면이 많기 때문이다. 사회적배려대상자의 정확한 범위와 ‘10%이상’으로 언급된 기준의 정원내외 포함 여부 등이 여전히 논란이다. 대학의 여건상 정부의 계획이 실현되기 어렵다는 시각도 나온다. 실제 수도권대학 사이에선 지역균형선발을 늘리는 것에 대한 부담감이 작지 않다고 전해진다. 등록금 수입 감소로 재정이 악화된 상태에서 지원자가 한정된 학교장추천 방식의 지역균형선발을 늘릴 경우 학생미달에 따른 위험이 커진다. 현재 고입에서 다수의 자사고와 외고가 직면한 것과 마찬가지로 대학들도 재정난이 더욱 심각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사회통합전형 선발을 ‘법제화’하겠다는 것에 대한 근본적인 비판도 있다. 그동안 대학들이 사회적 약자 선발에 소극적이었다고 보기 어렵기 때문이다. 실제 사회적 약자 대상의 고른기회전형 선발비율은 매년 증가해왔다. 정원내외를 합산한 기준 수도권대학은 8.9%, 지방대는 12.6%의 비율로 파악된다. 현행대로 자율적 방식을 채택해도 충분히 10%이상을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한 교육전문가는 “교육부가 지난해 ‘대입 공정성 강화방안’을 통해 정시확대와 사회통합전형 도입을 함께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그렇지만 대입전형 규모는 대통령이나 교육당국이 임의대로 정할 사안이 아니다. 현재 제도 내에서는 대교협을 통해 대학들이 자율적으로 결정할 수 있도록 되어 있다. 대학 자율성을 형식적으로 보장해 대입의 일관성을 유지하고 수요자들의 피해를 막기 위해서다”라며 “실제 사회적 약자 배려와 지역균형선발 등 사회통합전형 도입의 취지 자체는 지지하는 여론이 높다. 그럼에도 대입개편이 대통령의 일방적인 독단으로부터 시작되면서 대학자율성을 크게 훼손된 상태다. 긍정적으로 비쳐지는 정책에 대한 우려까지 커지게 된 배경”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11월 교육부가 ‘대입 공정성 강화방안’을 통해 사회통합전형을 도입하겠다고 밝혔지만, 지방대를 중심으로 불만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29일 교육계에 따르면 상당수 지방의 주요대학 관계자들이 사회통합전형의 취지에 공감하면서도 현실적인 부작용을 걱정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사진=교육부 제공
지난해 11월 교육부가 ‘대입 공정성 강화방안’을 통해 사회통합전형을 도입하겠다고 밝혔지만, 지방대를 중심으로 불만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29일 교육계에 따르면 상당수 지방의 주요대학 관계자들이 사회통합전형의 취지에 공감하면서도 현실적인 부작용을 걱정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사진=교육부 제공

<‘수도권대학 겨냥’ 사회통합전형 도입.. ‘지방대 신입생 모집 어려워져’>
대입에서 사회통합전형을 도입하겠다는 정부의 계획으로 오히려 지방대의 신입생 모집이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주장이 현장에서 나온다. 상당수 수험생들이 지방대 대신 수도권대학 진학을 적극 검토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교육부는 지난해 11월 ‘대입공정성 강화방안’에 사회통합전형을 도입해 법제화한다는 내용까지 포함시켰다. 사회적배려대상자 선발을 10%이상으로 의무화하고, 지역균형선발도 교과전형 위주로 수도권대학에서 10%이상 늘리도록 권고하겠다는 것이 골자다. 교육부 관계자는 “사회적 약자들의 고등교육기회를 확대하고 지역균형발전을 도모하기 위한 취지”라며 “사회통합전형 운영 근거를 법에 명시하고, 이 중 고른기회 특별전형은 정원내외 합산 10%이상 선발을 의무화할 예정이다. 지역균형선발은 수도권대학 대상으로 10%이상 선발을 권고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당장 수도권대학들의 학생선발에 변화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교육부가 밝힌 내용에 의하면 2019학년 정원내외 고른기회 선발비율은 수도권대학 8.9%, 지방대 12.6%로 각각 나타났다. 사회적배려대상자 선발비율인 10%이상을 맞추기 위해선 지방대보다는 수도권대학들이 모집인원을 늘려야하는 상황이다. 지역균형선발 관련 전형도 마찬가지다. 교육부는 수도권대학들에게 10%이상 교과위주의 지역균형으로 선발하도록 권고하겠다는 방침이다. 이미 10%이상 선발해온 대학들에게는 20%이상 상향을 유도한다는 목표치도 제시했다. 결과적으로 수도권대학들은 사회배려자와 지역균형 모집인원을 함께 확대해야 하는 처지가 되는 것이다.

그렇지만 대학가에선 수도권대학 중심으로 사회통합전형 운영을 강화하는 것의 부작용을 우려하는 시각이 많다. 교육기회 확대나 지역균형발전 등 교육부가 강조하는 긍정적인 취지와 달리 ‘지방대 죽이기’로 이어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교육계 한 관계자는 “수도권대학의 사회배려자전형과 지역균형전형 모집인원이 늘어나면 지방대의 신입생 선발이 위축될 가능성이 크다. 학령인구 절벽이 본격화된 상황에서 수도권대학이 선발해야 하는 지방 학생들의 수가 늘어나는 것이기 때문이다. 실제 수험생 입장에서도 수도권대학 진학이 쉬워진다. 지방 학생들 사이에서 거주지 인근의 대학보다 수도권대학을 선호하는 분위기가 형성될 것”이라며 “수도권대학의 보다 다양한 학생선발이 가능해질 수는 있어도, 상당수 경쟁력 있는 지방대까지 폐교위기에 내몰리게 될 것으로 본다. 학생들의 선호도가 다르다는 점을 감안해 정책을 설계하는 단계에서부터 신중하게 접근했어야 했다”고 말했다.

<‘혼란 키운’ 10%이상 선발기준.. ‘정원내외 포함여부 불확실’>
도입을 예고한 ‘사회통합전형’의 개념 자체에 대한 혼동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높다. 교육부의 설명에 의하면 사회통합전형은 사회배려자전형과 지역균형선발전형을 포괄하는 의미에 가깝다. 그렇지만 사회배려자의 정확한 범위에 대해선 확정하지 않은 상태다. 장애인, 기초수급자, 농어촌 학생 등의 사례만 제시했을 뿐이다. ‘10%이상’으로 정한 선발비율의 기준이 되는 정원내외 모집여부에 대한 설명도 모호하다. 대학의 자체 정원을 쪼개야 하는 정원내모집과 별도의 추가정원으로 볼 수 있는 정원외모집에 따라 비율의 의미가 달라질 수 있다. 그럼에도 교육당국이 뚜렷한 설명을 제시하지 않으며 안일하게 대응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기본적으로 대입 선발방식은 일반전형과 특별전형으로 나뉜다. 일반전형은 특정한 자격요건을 부여하지 않는 특징이다. 반면 특별전형은 대학교육의 본질이 훼손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차등적 보상의 원칙'을 적용할 수 있다. 학생의 특별한 경력이나 소질을 전형기준으로 설정할 수 있는 것이다. 사회적 약자 선발과 관련해선 대입전형 기본사항을 통해 정원외 특별전형으로 전체 모집정원의 11%까지 선발하도록 규정되어 있다. 이 가운데 농어촌학생 특성화고교졸업자 특성화고등을졸업한재직자 기초생활수급자/차상위계층/한부모가족지원대상자 장애인 등의 지원자격을 두고 선발하는 것을 통상 고른기회(기회균형)전형으로 분류한다. 농어촌학생은 정원의 4%, 특성화고졸업자는 1.5%까지 각 선발할 수 있다. 여기에 농어촌과 특성화졸에 기초생활수급 차상위 한부모까지 더하면 5.5%까지, 특성화고졸재직자까지 하면 11%까지 대학별로 여건에 맞춰 정원외로 선발이 가능하다. 다만 2014년 고교교육기여대학지원사업 시행이후 교육부가 각 대학에 정원내 선발을 권고했다. 상당수 대학들이 고른기회전형으로 정원내외 모집을 동시에 실시하고 있는 배경이다.

대입 공정성 강화방안을 발표할 당시 교육부는 사회통합전형을 도입하며 사회적배려 대상자 10%이상 선발을 의무화하겠다고만 밝혔다. 대학 관계자들 사이에선 사회배려자의 범위가 불분명하고, 선발비율을 따지는 기준에 대한 정부의 설명도 없다는 비판이 나온다. 한 교육전문가는 “정부는 ‘사회배적배려대상자’라는 용어로 현장의 혼란을 불러오고 있다. 교육부 관계자가 예시로 든 장애인, 기초생활수급자, 농어촌 학생의 경우 대입의 관점에서 동일하게 분류할 수 없다. 장애인은 정원내 특별전형으로만 선발 가능하지만, 기초생활수급자와 농어촌 학생은 정원내외로 모두 모집할 수 있다. 고른기회전형을 실시하지만 ‘선취업 후진학’을 위해 운영하는 특성화고등을졸업한재직자의 포함 여부도 불분명하다”며 “10%이상으로 정한 기준에 대한 설명도 부족하다. 정원내인지, 정원외인지 밝히지 않았기 때문이다. 두 경우에 따라 실질적으로 대학이 늘려야하는 인원수가 달리지는 부분인데도 교육부가 소홀히 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법제화’ 굳이 필요할까.. ‘대학자율성 훼손 사례’>
법제화를 통해 일방적으로 추진하는 도입방식에 대한 비판도 제기된다. 그동안 대학들이 자체적으로 고른기회 선발비율을 확대해왔기 때문이다. 실제 교육부의 권고에 따라 자발적으로 수도권대학들도 10%에 가까운 수준까지 고른기회전형으로 선발하고 있는 상황이다. 굳이 사회통합전형을 도입해도 눈에 띄는 효과를 보기 어렵다는 게 현장의 시각이다. 학생들의 선발비율을 정부가 강제하는 것에 대한 반감도 상당하다. 대학의 자율성을 침해하는 조치로 비쳐진다는 이유에서다.

이미 대학들이 자발적으로 고른기회 선발을 늘리고 있는 시점인 만큼 법제화를 통한 접근이 불필요해 보이는 것이 사실이다. 실제 교육부는 고교교육기여대학지원사업를 통해 2014년부터 고른기회전형 확대를 유도해왔다. 평가지표에 고른기회전형 규모의 적절성 등을 포함시키는 방식이었다. 별도로 선발비율을 지정하지는 않고, 전년대비 선발인원의 증감을 고려해 평가해 재정지원 규모에 반영한 것이다. 결과적으로 2014학년 6.8%수준이었던 전국 대학의 고른기회 신입생 비중이 2015학년부터 해마다 상승하며 2019학년엔 11.6%까지 늘었다. 대입 공정성 강화방안 발표 당시 교육부의 분석에서도 지방대는 정부가 제시한 10%의 비중을 이미 달성했고, 수도권대학 역시 8.9%로 목표치에 크게 근접한 상황이다. 굳이 정부가 나서지 않아도 충분히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려조치가 확대될 것으로 보이는 대목이다.

자율성을 지니고 선발방법을 결정할 수 있는 대학의 권리가 무시됐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현재 대입의 틀은 대입기본사항을 교육부가 설정할 뿐 대학총장협의체인 한국대학교육협의회가 자체적으로 대학별 전형계획을 취합해 전형계획을 공개하는 방식이다. 학생선발에 대해서는 각 대학의 자율성을 최대한 존중하는 구조인 셈이다. 그간 교육부가 고교교육기여대학지원사업에 연계해 고른기회 선발 확대를 유도해온 것도 대학자율성을 고려한 결과였다. 그렇지만 대통령의 말 한마디로 시작된 대입개편이 형식적 절차를 통해 대학 자율을 지키는 과정이 무너뜨렸다는 비판이 나온다. 한 교육전문가는 “사회통합전형 자체의 긍정적 취지에는 공감한다. 그렇지만 ‘법제화’라는 방식에는 문제의 소지가 있다. 의도가 좋다고 해도 학생선발까지 정부가 관여하는 것은 나쁜 선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지역균형 확대 ‘현실적으로 어려워’ .. ‘재정난 악화시킬 수 있어’>
대학들의 재정결손이 심각한 상황에서 수요에 대한 정확한 검토 없이 사회적 약자 선발을 늘리는 것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분석도 있다. 실제 사회통합전형을 운영하는 자사고와 외고의 사례가 대표적이다. 모집정원의 20%를 사회통합전형으로 선발해야 하지만 매년 대부분의 고교가 미달을 면치 못하고 있다. 학교 관계자들은 인근 지역에서 사회통합전형으로 지원할 만한 학생이 충분하지 않은데도 무리하게 선발비율을 확정한 것이 화근이라고 입을 모은다. 비슷한 맥락으로 대입에서도 지역균형전형을 수도권대학 전체로 확대할 경우 상당수가 정원을 채우지 못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학령인구 절벽과 등록금 동결로 위기를 겪는 대학들이 '미달사태'의 위험을 무릅쓰고 섣불리 지역균형을 확대하기 어려운 이유다.

이미 사회통합전형 선발이 강제된 고입에서도 매년 지원자 미달이 극심한 상태다. 현재 자사고와 외고는 사회통합전형으로 모집정원의 20%를 의무적으로 선발해야 한다. 그렇지만 지난해 서울지역 광역자사고 20개교는 모두 사회통합전형에서 정원을 채우지 못했다. 비서울지역 광역자사고 8개교 가운데선 대전대신고 충남삼성고 대성고(대전)의 3곳만 1대1을 넘겼다. 전국단위 자사고의 경우 사회통합모집을 실히하는 9개교 가운데 광양제철고 김천고 북일고 상산고 포항제철고의 5개교가 미달을 보였다. 전국 30개외고의 사회통합 평균 경쟁률 역시 최근 4년 동안 1대1을 넘기지 못했다. 사회통합전형에 지원할 만한 자원 자체가 부족해 선발 자체가 이뤄지지 않으면서 특목자사고들의 재정위기가 악화되고 있다.

특히 대학들의 경우 지역균형선발 확대에 대한 논란이 크다. 대학 입장에서 학교장추천 형태의 지역균형선발을 도입하는 것에 위험부담이 크기 때문이다. 학교마다 제한된 인원만 추천 가능한 만큼 전체 지원자수가 다른 전형에 비해 크게 줄어들 수밖에 없다. 결과적으로 정해진 인원을 모두 선발하지 못할 가능성도 상당하다. 실제 최고 선호대학인 서울대마저 지역균형전형에선 수시 추합기간의 이탈이나 수능최저 미충족 등의 사유로 매년 신입생 선발에 차질을 빚고 있다. 상대적으로 선호도가 낮은 다른 수도권대학들은 10%이상 지역균형전형을 운영해야 할 경우 미달을 빚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어야 하는 셈이다.

현장에선 수요에 대한 면밀한 검토 없이 나온 대입 공정성 강화방안이 대학교육의 질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학령인구 감소가 본격화된 시기인 만큼 자사고 외고와 마찬가지로 지역균형전형의 ‘미달사태’가 초래될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교육계 한 관계자는 “최근 한 연구결과에 따르면 4년제대학 한곳당 18억원 가까이 적자를 내고 있다고 분석됐다. 대학재정이 급속히 악화된 배경은 오랜 기간 등록금이 동결됐기 때문으로 보인다. 그런데도 지원자풀이 한정된 지역균형전형 확대를 정부가 강제한다면 재정결손은 더 심각해질 것이다. 교육의 질 하락이 불가피하며, 일부 대학은 문을 닫아야 할 수 도 있다”며 “고입의 자사고와 외고는 이미 과도한 사회통합 선발비율로 경영난을 겪고 있다. 학부모들이 부담하는 등록금수입을 기반으로 운영되는 자사고에게 교육당국이 수요에 대한 정확한 분석 없이 임의대로 정한 20%라는 선발비율을 일방적으로 밀어붙였기 때문이다. 교육부가 대입에서도 지역균형선발 확대에 따른 파급력을 충분히 검토했는지 의심스러운 상황”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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