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영 6년차 홈피 새단장 무색.. '정부 3.0의 현주소'

[베리타스알파=박대호 기자] 고입정보포털이 운영 6년차를 맞은 올해에도 여전히 ‘유명무실’한 모습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홈페이지 첫 화면은 새 단장을 했지만, 부실한 운영은 그대로였다. 이미 원서접수를 받기 시작한 과고 모집요강(이하 요강)은 일부 누락된 상태며, 2개교를 제외하고 전부 요강을 발표한 전국단위 자사고의 요강역시 하나도 탑재되지 않았다. 지난해 지적됐던 요강 누락과 늦은 요강탑재가 고스란히 되풀이된 셈이다. 수요자들에게 제대로 된 고입정보 제공을 위해서는 신속한 요강탑재가 필요한 상황. 고입의 기본인 요강조차 늦게 탑재하는 고입정보포털에서 제대로 된 고입정보 제공을 기대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고입정보포털은 2011년 1월 처음 문을 열었다. 선발권을 지닌 영재학교 과고 국제고 외고 자사고 등의 홈페이지를 일일이 찾아 요강을 검색해야 하는 불편함을 개선하려는 목적이 컸다. 고교별 요강을 한 자리에서 원스톱으로 얻을 수 있는 것만으로도 사이트 제작의 당위성은 충분했다. 당시 고입에서 자리잡기 시작한 자기주도학습전형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는 게시판도 고입정보포털의 필요성에 힘을 더했다. 고입정보를 원스톱으로 얻을 수 있으리란 수요자들의 기대도 컸다.

문제는 좋은 취지에도 불구하고 제대로 된 운영을 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모집요강 탑재는 늦어지는 경우가 태반이었다. 심지어 원서접수가 마감된 이후에 요강을 올리는 경우도 있었다. 통상 요강 활용이 원서접수 이전까지라는 점을 고려하면, 탑재시기를 완전히 놓친 셈이다. 고입정보포털 측은 요강을 제공받는 과정에서 불필요한 절차들이 산적해 있다고 항변하지만 이후로도 요강 탑재시기를 개선하진 않았다. 더하여 그렇게 시기를 놓쳐 탑재된 요강마저 일부 학교를 누락하거나, 학교 유형을 혼동하는 등 정상적인 운영과는 거리가 멀었다. 올해도 같은 모습이 되풀이되고 있어 유명무실한 운영이라는 비난은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단순 요강만을 모아놓은 사이트에 정부가 예산을 쏟는 것이 낭비라는 지적도 개선되지 않기는 마찬가지였다. 고교별 전형의 특징/차이점 등에 대한 설명도 없어 수요자가 요강을 하나하나 다운받아 직접 비교해야 하는 데다 전년도 경쟁률 등도 제공되기 요원해 보인다. 정부가 기껏 예산을 들여 만든 홈페이지가 사교육업체들이 구축한 홈페이지에 비해 하등 나을 것도 없는데다 정보 제공 방식도 학교가 발표한 요강을 그대로 올리는 식이어서 수요자의 눈높이와는 거리가 멀다는 평가다. 정부의 의미없는 예산낭비라는 지적이 나오는 지점이다. 형식적인 '정부 3.0'의 구호를 외치기보다는 수요자 눈높이에 맞는 실질적인 정보제공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은 당연했다. 

2014년 교육부는 개점휴업상태던 고입정보포털을 전면 개편, 운영에 나서면서 “그동안 학생을 선발하는 학교들의 입학정보가 체계적으로 제공되지 않아 학생과 학부모가 진학하고자 하는 학교에 대한 정보를 일일이 찾아야 하는 불편함이 있었고, 일부 사교육업체들은 입시제도 설명회를 통해 학교 정보를 알려준다며 자사 학원을 홍보하기도 했다. 고입정보포털 사이트를 통하면 원스톱으로 고교의 유형별 특징과 입학정보를 볼 수 있으므로 사교육에 의존하지 않고 학생과 학부모가 원하는 학교를 선택하는 데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으나, 실제 운영은 담당자들의 주장을 무색케 했다. 

한 업계 전문가는 “고입정보포털은 현재처럼 운영돼서는 수요자 눈높이에 맞는 입시정보 제공이란 목적이 무색하다. 마지 못해 요강을 올리는 수준이면 왜 운영하는지 도통 알수가 없다. 이미 입시가 끝난 시점에 요강을 올리는 것은 중2 학생들에게야 도움이 되겠지만, 가장 입시정보의 필요성이 큰 중3학생들에게는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한다. 사교육업체들은 홈페이지를 통해 전년도 경쟁률, 전형별 특징, 고교별 전형차이 등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하고 있지만, 정부가 만든 고입정보포털은 단순 요강만을 올리는 데 급급한 수준이다. 수요자들의 눈높이와도 거리가 멀다. 고입정보포털이 교과부(현 교육부)가 직접 만든 사이트로 사교육업체들에 비해 더 상세한 정보제공이 가능했던 사이트라는 점을 생각하면 아쉬움이 크다. 졸속운영을 거듭하는 데는 교육부의 관리책임 소흘도 한 몫 하는 것으로 보인다. 지금이라도 제대로 된 운영체제를 정비하고, 교육수요자들이 가장 궁금해 하는 전년도 경쟁률, 실제 면접 기출문제 등 실질적인 정보를 취합/제공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 고입정보포털이 운영 6년차를 맞은 올해에도 여전히 ‘유명무실’한 모습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홈페이지 첫 화면은 새 단장을 했지만, 파행운영은 그대로였다. /사진=고입정보포털 캡처

<여전한 고입정보포털.. 과고 요강 누락>
현재 전국 과고는 20개교 체제다. 20개교 모두 공립이며, 시/도 내 중학생들이 지원 가능한 광역단위 입시를 치르는 과고의 특성 상 전국 17개 시/도 곳곳에 과고가 포진해있다. 서울(세종과고 한성과고) 인천(인천과고 인천진산과고) 부산(부산과고 부산일과고) 경북(경북과고 경산과고) 경남(경남과고 창원과고) 등은 복수 과고체제인 지역이며, 나머지 지역에는 과고가 1개씩 설치돼있다. 경기북과고(경기) 강원과고(강원) 대구일과고(대구) 대전동신과고(대전) 울산과고(울산) 전남과고(전남) 전북과고(전북) 제주과고(제주)충남과고(충남) 충북과고(충북) 등이다. 세종시와 광주광역시의 경우 타 지역 과고 중 입학을 허용하는 곳이 있어 과고가 없는 맹점을 메울 수 있다.

고입정보포털은 현재 과고 요강을 탑재했으나, 문제는 탑재된 요강이 19개교에 불과하다는 점이다. 서울 소재 과고인 한성과고의 요강은 탑재되지 않고 누락됐다. 한성과고가 요강파일을 따로 제공하지 않고 있긴 하나 정부가 만든 고입정보포털이라면 고교에 파일을 요구할 수도 있으며, PDF 등으로 요강을 제공하는 것이 가능하다. 결국, 이미 과고 입시가 시작한 상황이란 점을 고려하면 지난해 지적된 늦은 요강 게시가 올해도 되풀이된 셈이다. 과고 입시는 18일부터 19일까지 충북과고가 원서접수를 마감하며 시작을 알렸고, 8월 중 18개과고가 원서접수를 진행한다. 9월5일부터 7일까지 원서접수를 실시하는 제주과고를 끝으로 과고 원서접수는 막을 내린다. 이미 충북과고의 원서접수가 끝나고 나머지 과고들이 본격 원서접수를 앞둔 상황에서 요강조차 탑재되지 않았다는 것은 지적의 대상이 될 수밖에 없다.

누락된 서울 소재 한성과고의 원서접수는 동일지역 소재 과고인 세종과고와 마찬가지로 8월8일부터 31일까지다. 과고입시가 초입에 들어섰기 때문에 아직 요강 탑재의 기회는 남아있다는 이야기다. 한 업계 전문가는 “지금이라도 한성과고의 요강을 탑재해 한 곳에서 고교 요강을 볼 수 있게 하겠다는 소기의 목적이나마 달성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전국단위 자사고 요강 탑재 언제쯤? 이미 8개교 발표>
고입정보포털의 요강 탑재 관련 늦장대응은 과고 뿐만이 아니었다. 전국단위 자사고도 요강이 늦게 탑재되긴 마찬가지였다. 현재 전기고 가운데 요강을 내놓은 고교유형이 영재학교/과고/전국단위 자사고 정도뿐이란 배경까지 고려하면, 영재학교를 제외한 나머지 고교들의 요강은 늦장대응으로 일관되고 있는 셈이다.

현재 전국단위 자사고 10개교 중 하나고와 외대부고를 제외한 김천고 광양제철고 민사고 북일고 상산고 인천하늘고 포항제철고 현대청운고 등 8개교가 요강을 발표했지만 고입정보포털에는 단 1개교의 요강도 탑재되지 않았다. 이미 수요자들이 고교 홈페이지를 방문 요강을 확인한 이후에야 요강을 탑재하는 행태가 여전히 되풀이되고 있는 셈이다.

현재까지 요강을 발표한 8개 전국단위 자사고 중 가장 이른 원서접수 시작 고교는 민사고로 9월1일 접수를 시작한다. 때문에 한달 가량 여유가 있다고 생각할 수도 있으나, 상산고의 사회통합전형/정원외전형 지원자격 심사는 7월30일로 코앞에 다가왔다. 통상적인 일반전형 전형일정은 아니긴 하나, 이미 전국단위 자사고 입시가 시작되려는 형국임에도 홈페이지에 발표된 요강들을 취합조차 못하고 있다는 것은 고입정보포털의 파행운영을 잘 드러내는 대표적인 사례다. 민사고의 요강이 6월말 경 나온 것을 고려하면 고입정보포털은 전국단위 자사고 요강 관련 1달 가까이 아무런 대응도 하지 않고 있다.

<왜 고입정보포털은 늦장대응으로 일관하나>
고입정보포털의 위탁운영을 맡고 있는 한국교육개발원 관계자에 따르면 고입정보포털이 유명무실하게 운영되는 것은 불필요한 절차를 밟아야 하기 때문으로 보인다. 통상 요강은 고교에서 작성, 교육청의 승인을 얻어 고교별 홈페이지에 게시하는 절차를 따른다. 고교별 홈페이지에 게시하는 순간부터 수요자들은 요강을 볼 수 있다.

고입정보포털에 요강이 게시되기 위해서는 고교별 홈페이지에 게시된 요강을 일일이 교육청에 승인을 얻어 넘겨받아 게시하는 절차가 추가된다. 때문에 요강 게시는 늦어질 수밖에 없으며, 수요자들에게 아무런 도움을 주지 못하는 수순으로 이어진다. 고교별 홈페이지를 돌며 요강을 다운로드 받기만 해도 고입정보포털이 제공하는 이상의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상황에서 고입정보포털을 굳이 방문해야 할 당위성은 사라진다.

문제는 여러 번 지적된 사항임에도 위탁운영을 맡고 있는 한국교육개발원과 위탁운영을 맡긴 교육부 중 어느 기관도 늦장대응을 개선하려는 의지를 보이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운영주체와 감시기관이 동시에 손을 놓고 있는 이상 고입정보포털의 정상적인 운영은 요원할 수밖에 없다. 고입정보포털의 파행 운영이 매년 계속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작년 파행운영 올해도 결국 되풀이되나?>
고입정보포털은 이미 지난해 파행운영을 선보인 바 있다. 지난해 영재학교와 과고, 특목고, 자사고 등 전기고 입시가 대부분 마무리된 시점에 고입정보포털은 요강 누락/중복탑재/오등록 등으로 빈축을 샀다.

고입정보포털은 지난해 자공고인 광주제일고를 자사고로 분류해 요강을 탑재해 학교유형조차 제대로 분류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였으며, 전국단위 자사고 중에서는 김천고의 요강을 2개를 중복 탑재해놓고, 정작 북일고 국제과정 요강은 누락시키는 행태를 보였다. 더하여 광역 자사고의 경우 대전대신고를 누락했으며, 예고의 경우 김천예고와 포항예고를 중복등록해놓고 국립국악고 국립전통예고 덕원예고 서울공연예고 서울예고 선화예고 인천예고 충북예고 등 8개교의 요강 등록을 입시가 끝나가는 시점까지 올리지 않기도 했다. 체고도 경북체고 요강은 중복등록하면서 서울체고 울산스포츠과학고 충북체고 요강은 끝내 누락했다. 43개 마이스터고 중에서도 제대로 요강이 등록된건 32개교 뿐이었으며, 과고는 대전동신과고와 제주과고, 외고는 경남외고, 영재학교는 인천과학예술영재학교이 요강이 각각 누락됐다. 이상없이 요강이 탑재된 학교유형은 전국 7개교 체제인 국제고가 유일했다. 전기고 입시가 전부 끝나고 지적이 있은 후에야 고입정보포털은 부랴부랴 잘못된 부분들을 수정하고 나섰다.

지난해 파행운영이 올해는 개선되지 않겠느냐는 기대의 목소리도 있었지만, 과고/영재학교 입시가 진행되고, 전국단위 자사고 입시가 코앞으로 다가온 상황에서 보이는 고입정보포털의 모습은 지난해와 별반 다르지 않다. 개선 없이 지금 모습을 유지한다면, 올해도 파행운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한 업계 관계자는 “고입정보포털이 요강조차 제대로 올리지 못하는 상황에서 도움이 될 만한 고입정보를 제공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그나마 가지고 있던 미덕인 요강 취합이라도 제 시기에 했으면 하는 바램이다”라며, “정부가 고입정보포털을 개설한 취지조차 흐릿해져 있는 것으로 보인다. 고입시장이 아무리 이전에 비해 줄어들었다고 하나 여전히 수요는 충분한 상태다. 이대로 파행운영이 계속된다면, 사교육을 통해 고입정보를 얻으라는 말밖에 되지 않는다. 지금이라도 전반적인 운영 실태를 점검해 예산 낭비를 막아야 할 것이다”라고 비판했다.

▲ 이미 과고 입시가 시작된 상황에서 고입정보포털에는 19개 과고의 요강만이 탑재돼있었다. 고입정보포털은 한성과고의 요강을 탑재하지 않고 누락했다./사진=고입정보포털 캡처

▲ 전국 10개 전국단위 자사고 가운데 8개교의 요강이 공개된 상황이지만, 고입정보포털에는 지난해 자사고 요강만이 탑재된 상태였다. 지난해 지적됐던 늦은 요강탑재는 올해도 되풀이되고 있었다./사진=고입정보포털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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