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수생 사교육비 포함 시 폭증 불가피
[베리타스알파=조혜연 기자] 대규모 의대증원과 함께 사교육비 또한 사상 최대로 치닫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의약계열 진학을 희망하는 고교생의 사교육비가 이미 급격하게 상승하고 있는 가운데 의대증원이 촉진제 역할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불 난 집에 기름을 들이 붓는 셈이다.
의대 등 보건복지계열 진학을 겨냥한 사교육비는 전 계열 가운데 최근 가장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통계청 국가통계포털에 따르면 2022년 보건복지계열 진학을 희망하는 고교생의 월평균 사교육비는 52만9000원으로 2018년 32만3000원과 비교해 4년 만에 20만7000원이 상승했다. 최근 4년간 상승률이 63.8%로 11개 희망 계열 중 가장 높다. 전년인 2021년과 비교하면 46만9000원에서 1년새 12.8% 증가했다.
더군다나 N수생을 포함하면 의대를 노린 사교육비는 더욱 높을 것이란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분석이다. 현재 교육부와 통계청 주관의 국가 사교육비 통계는 초/중/고교생만을 대상으로 집계하고 있다. 의대 진학자 중 상당수를 차지하는 N수생이 조사에서 제외됐다는 의미다. 최근 4년간 의대 정시 최초합격자 중 N수생은 77.4%를 차지한다. 재수종합학원, 특히 기숙학원일 경우에는 사교육비가 연 3000만원 이상을 거뜬히 넘긴다는 점에서 실제 평균 사교육비는 훨씬 높을 것으로 추정된다.
의대 입시에서 사교육비가 증가할 수밖에 없는 근본적 원인으로는 정시 위주의 입시 구조가 꼽힌다. 반복 학습이 유리한 수능의 특성상 최상위권 정시에선 사교육의 영향력이 크게 작용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2022학년 전국 의대 정시 등록자 가운데 사교육 밀집 지역인 강남3구(강남 서초 송파) 출신 비중은 2022학년 기준 22.7%나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강남3구의 고교생 수는 전국의 3.2%에 불과한데 의대 정시에 등록한 인원은 이보다 7배 이상 많아 상당한 쏠림 현상을 보이고 있는 모습이다. 올해 3명 이상의 서울대 의대 합격생을 배출한 고교를 살펴봐도 6개교 중 강남 소재가 3개교, 서초 소재가 1개교, 대구 수성 소재가 1개교로 대부분 사교육이 발달된 교육특구 중심인 것으로 드러났다.

<의대 노린 사교육비 ‘가파른 증가’>
정부가 2025대입부터 의대 정원을 2000명 확대하겠다고 결정한 가운데 의대 진학을 노린 사교육비 역시 대폭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정시 40%의 대입 틀을 그대로 유지된 채 의대 문호만 늘어나면서 사교육비 확대 추세를 그대로 이어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실제로 사교육비는 매년 최대치를 경신하고 있다. 2022년 사교육비 총액은 26조원으로 전년 23조4000억원보다 10.8%p 폭증했다. 학생 수는 감소했지만(532만명→528만명) 사교육비는 역대 최대치를 기록한 것이다. 특히 고등학생은 전체 학생 기준 1인당 46만원으로 가장 많고 중학생 43만8000원, 초등학생 37만2000원으로 전년 대비 고 9.7%p, 중 11.8%p, 초 13.4%p 증가했다.
희망 진로별로 보면 의대가 포함된 보건복지계열의 상승세가 가장 가파르다. 통계청 국가통계포털에 공시된 ‘진학희망 대학 전공영역별 학생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에 따르면, 2022년 의대가 포함된 보건/복지계열 대학 진학을 희망하는 고교생의 월평균 사교육비는 52만9000원을 기록했다. 전년인 2021년 46만9000원과 비교해 12.8%가 증가한 수치다. 통계 집계가 시작된 2018년 32만3000원과 비교하면 4년새 20만6000원, 63.8%가 올랐다. 전 계열 가운데 증가율이 가장 높다. 보건복지계열에는 의대 약대 한의대 간호대 보육 복지 상담학 등이 포함된다.
4년간 증가율이 높은 순으로 보면 보건복지계열에 이어 정보통신기술 63.7%(29만5000원→48만3000원), 기타 55.2%(16만5000원→25만6000원), 경영/행정/법 51.1%(32만3000원→48만8000원), 공학/제조/건설 47.6%(33만6000원→49만6000원), 교육 38.7%(32만3000원→44만8000원), 예술/인문학 37.6%(40만4000원→55만6000원), 농림어업/수의학 36.7%(27만5000원→37만6000원), 사회과학/언론/정보학 35.4%(39만8000원→53만9000원), 자연과학/수학/통계학 34.1%(45만8000원→61만4000원), 서비스 18.7%(25만7000원→30만5000원)다.
<‘N수생 포함’ 의대 진학 희망자 사교육비 폭증 전망>
N수생을 포함하면 의대 진학을 노린 사교육비의 증가세는 더욱 폭발적일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정부의 사교육비 통계에는 초중고교생만 포함, N수생의 사교육비는 제외됐기 때문이다. 의대를 포함한 의약계열 입시는 N수생의 비중이 높다는 특징이 있다. 고액 연봉과 국가 자격증을 바탕으로 한 직업의 안정성 등의 장점으로 나날이 인기가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정시가 40%로 유지된 현 대입 체제에서는 수능을 통한 입시 재도전이 쉽다는 점에서 대입을 앞둔 재학생뿐 아니라 타 전공으로 진학한 대학생이나 직장인들 사이에서도 의약계열 진학을 위한 수능으로 U턴하는 사례가 두드러지게 많은 상황이다.
정시를 통한 의대 합격은 N수생이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실정이다. 강득구 의원실이 발표한 ‘2020~2023학년 정시모집 의대 합격자 분석 결과’에 따르면, 최근 4년간 의대에 최초 합격한 인원 5144명 중 N수생은 3984명으로 77.4%나 된다. 재수생이 2171명(42.2%)으로 가장 많고, 3수생이 1123명(21.8%), 4수 이상이 690명(13.4%)이다. 고3 학생은 1096명으로 21.3%에 불과하다.
N수생 비율을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2020학년엔 재수 45.5%(586명), 3수 22.1%(285명), 4수 이상 10.7%(138명)로 합산 78.4%(1009명)다. 이어 2021학년엔 재수 43.1%(561명), 3수 23.7%(309명), 4수 이상 13.6%(177명) 등 합산 80.4%(1047명)로 최대치다. 2022학년엔 재수 36.6%(471명), 3수 23.5%(303명), 4수 이상 18.1%(233명)로 합산 78.2%(1007명)다. 2022학년에는 통합형 수능이 실시되면서 수학이 선택과목으로 변경, 학습량이 감소하면서 3수 이상의 비율이 확대된 특징이 있다. 전년과 비교하면 2022학년 4수 이상 인원이 4.5% 늘었다. 2023학년엔 재수 43.6%(533명), 3수 17.8%(226명), 4수 이상 142명(11.2%)으로 합산 72.7%(921명)다. 3수생이 5.7%p, 4수 이상이 6.9%p 줄면서 전체적인 N수 비율은 줄었으나 재수생은 전년보다 7%p 늘었다.
문제는 N수가 대규모 사교육비를 유발한다는 점이다. 재수생의 사교육비가 국가 통계에는 포함되지 않아 정확한 수치는 조사되지 않았지만, 학사나 기숙사를 기반으로 하는 재수 종합학원의 경우 월 수백만원이 드는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기본적으로 부모의 경제력이 뒷받침되어야 가능한 것이다. 실제로 매해 합격자는 서울에서 집중적으로 나왔다. 최근 4년간 서울 소재 고교 출신 합격 비율은 평균 36.7%로 가장 높다. 2위인 경기 19.1%, 3위인 대구 8.1%보다도 압도적으로 높다. 지난해 기준 전국 대비 서울의 고3 학생 비율이 16.7%라는 점을 고려하면 이보다도 2배 이상 많다. 사교육의 영향과 재수 이상을 할 수 있는 경제적 우월함이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