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 약대 이탈 심화 예상

[베리타스알파=신현지 기자] 정부가 의대 증원과 동시에 의대 지역인재 60%까지 추진하면서 의대를 넘어 ‘치한약’ 입시 지형이 술렁이고 있다. 치대/한의대/약대 입시를 준비하던 수험생부터 이미 의약계열에 재학 중인 반수생까지 대거 의대 입시에 뛰어들 전망이기 때문이다. 자연계 최상위권의 최고 선호 모집단위인 의대 문호가 대폭 확대되면서 치대 한의대 약대에서 의대로 이탈하는 규모가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상대적인 지원자 감소로 입결 하락이 예상될 뿐 아니라 중도이탈자가 늘어날 가능성도 커 다른 의약계열은 ‘비상’이 걸린 상태다.

의대부터 내려오는 연쇄적인 이동으로 자연계 최상위권 입시에서 대대적인 지각변동이 예고됐다. 그간 의대에 지원하지 못해 치한약수 등 여타 의약계열에 지원했던 수험생들이 의대로 빠지게 되면 지원자 폭 자체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입결(합격선) 하락부터 경쟁률 하락이 불가피하다고 본다. 특히 중도이탈자도 크게 늘어날 것이라 분석된다. 이미 높아진 의대 선호도로 치한약수 중도탈락 요인이 의대 재도전으로 드러난 가운데 교과전형과 수능전형 합격생을 중심으로 반수생 규모가 크게 확대될 것이라는 시각이다.

전문가들은 특히 지방 약대가 가장 큰 타격을 입을 것이라고 분석한다. 규모가 의대 다음으로 클 뿐 아니라 지역인재 규모도 상당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2024대입에서 전국 37개 약대 중 20개교는 지역인재로 441명을 모집했다. 전체 모집인원인 879명의 50.2%에 해당하는 규모다. 비수도권에서 지역인재 자격을 충족하고 약대 입시를 준비했던 수험생도 성적이 의대 합격선에 들어가게 되면 약대가 아닌 의대에 지원하는 식이다. 지역인재로 약대에 입학한 재학생 역시 같은 지역 의대 반수를 준비할 수 있는 셈이다. 의대 지역인재가 60%까지 확대될 뿐 아니라 증원분 역시 지역인재 규모에 따라 배분될 것으로 보이면서 이 같은 지방 약대생의 이탈은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지역인재 확대가 의대뿐 아닌 의약계열 전반으로 번질 가능성도 염두에 둬야 한다. 그간 정부가 교육발전특구 추진계획 등 지역소멸 대책으로 지역인재 확대를 꾸준히 강조해왔기 때문이다. 지난해 11월 교육부는 지역 인재들이 지역에 남을 수 있도록 의대를 포함한 지역인재전형 확대를 지원한다는 방침을 밝혔다. 현재까지 발표된 내용에 따르면 복지부는 ‘비수도권 의대 지역인재 60% 이상 충원’을 추진할 계획이지만 교육부와 협의를 거쳐 대학별 지역인재 규모가 확정될 것으로 보인다. 일반전형과 지역인재전형 간 성적격차가 더욱 벌어지고 지방 거주 학생들의 학생부가 의약계열로 획일화할 것이라 분석된다.

올해 지역인재를 운영하는 약대는 전국 37개교 중 20개교다. 모집인원은 240명(50.1%)이다. /사진=베리타스알파DB
올해 지역인재를 운영하는 약대는 전국 37개교 중 20개교다. 모집인원은 240명(50.1%)이다. /사진=베리타스알파DB

<‘치한약수’ 의약계열.. ‘합격선 하락과 중도탈락자 급증’>
의대 증원으로부터 비롯되는 대격변이 의약계열 전반에 번질 것으로 보인다. 의대서부터 내려오는 합격선이 치대 한의대 약대 수의대 입시까지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의치한약수 중 이번 증원대상인 의대와, 결이 다른 수의대 입시를 제외하면 치대/한의대/약대 입시에서 큰 타격이 예상된다. 대학 입장에서 가장 경계되는 부분은 중도이탈자 폭증이다. 김한은 가톨릭대 입학사정관은 “아무래도 약대 학생들도 반수에 참여하지 않을까 싶다. 특히 교과전형이나 수능전형으로 온 친구들이 영향을 받을 것 같다”고 전했다. 남윤곤 메가스터디교육 입시전략연구소장은 “약대가 새로 생겼을 때도 반수생이 많이 늘었다. 의대 정원이 확대되면서 반수생과 재수생이 크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실제로 2022학년 약대가 학부선발에 돌입했을 때 의약계열 중도탈락자는 폭증했다. 2020년 의치한수 중도탈락자는 총 382명이었지만 2021년의 경우 457명까지 크게 늘어났다. 2022대입에서 첫 학부 모집을 실시한 약대로 관심이 집중되며 이탈자 또한 폭증한 것이다. 다만 학부 선발 첫해라는 효과가 사라진 이후인 2022년의 경우 다시 388명으로 가라앉았다.

특히 의대 지역인재가 늘어날 것으로 예고된 가운데 지역인재 요건을 충족한 학생들을 중심으로 이탈자가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지방에서 거주하면서 지역인재 조건을 취득했을 때, 합격선이 낮아진 의대 지역인재를 노려볼 수 있기 때문이다. 한 대형학원 팀장 이 씨는 “지역인재로 진학 후에도 한 번 더 원서를 써보려는 학생들이 늘어날 것이다. 지역인재의 입학성적이 낮기 때문”이라며 “더 나아가 학과의 이탈율이 늘어나면 편입으로 뽑아야 하는 인원이 증가해 편입시장으로 사교육이 흘러갈 수 있다”고 전했다.

합격선 하락도 예견된 결과다. 이미 의대 사이에서도 서열에 따라 지방의대를 중심으로 합격선 하락이 예고된 가운데 치한약수 등 여타 의약계열 역시 입결 하락에서 벗어날 수 없다고 분석된다. 특히 의대 선호가 여전한 이상 상대적으로 치한약수 입결이 떨어질 것이라고 현장은 설명한다. 이만기 유웨이 교육평가연구소장은 “만약 수도권 의대가 증원되면 수도권 치의예 한의예 약대 지원자들이 의대로 빠지고 그 자리를 SKY 자연계열 상위권 지원자들이 채울 것으로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가톨릭대 김 입학사정관 역시 “약대의 경우 엄청난 하락까진 아니더라도 살짝 낮아질 수 있겠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약대가 가장 타격이 클 것이라고 분석한다. 모집규모가 의대 다음으로 클 뿐 아니라 지역인재 규모 역시 크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해 대입에서 전국 약대 37개교 중 20개교는 지역인재로 441명을 모집했다. 전체 모집인원의 50.2%에 해당하는 규모다. 이 50.2%가 의대 지역인재로 흘러갈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때문에 의대 증원은 지방 약대를 노린 수험생에게 매력적인 선택지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임 대표는 “지방 약대 재학생이 제일 솔깃할 것이다. 의대 갈 성적이 안 되는 학생들일 텐데 재도전해 볼 수 있는 기회가 생긴 셈”이라고 전했다.

<‘지역인재 60%’ 의약계열 전반으로 번질까.. 교육부 “60% 강제 아냐”>
수요자들의 또 다른 관심사 중 하나는 바로 지역인재전형의 확대 범위다. 복지부의 공식 보도자료에 따르면 정부는 다른 의약계열에 대한 언급 없이 의대에 대해 지역인재 60%를 추진할 계획이다. 하지만 지방대 살리기 정책 중 하나로 다른 의약계열에도 지역인재 확대가 번질 수 있어 관심이 집중된다. 실제로 교육부는 지난해 11월 ‘교육발전특구 추진계획’을 발표하면서 지역 인재들이 이른바 서울권 대학 대신 지방대로 진학할 수 있게 의대를 포함한 지역인재 확대를 지원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이날 우동기 지방시대위원장은 “의약계열 졸업생의 지방 정주율은 다른 계열보다 훨씬 높고, 부족한 의료 인력을 확보하는 장점도 있다”고 말했다. 다만 교육계에서는 당장 의대 외 다른 의약계열에 적용하기에는 대외적 명분도 부족할 뿐 아니라 시기도 촉박하다고 분석한다. 만약 증원을 하더라도 계약학과 증원을 마무리하고 의대 증원으로 넘어온 것처럼 의대 증원을 마무리하고 타 의약계열까지 확대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정부가 내놓은 60% 비율에 대해 교육부는 “아직 확정은 아니”라면서 조심스러운 입장이다. 7일 교육부는 대학별 의대 정원 배정일정 관련 백브리핑에서 “지방시대위원회에서 다양한 협의를 진행하면서 각 대학이 자발적으로 목표치 60% 이상으로 달성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전하면서 지역인재 60%가 강제하는 사항은 아니라고 밝혔다. 특히 증원분 배정에서도 지역인재 60%를 포함할지에 대해서도 정해지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 지역인재 치한수까지 늘어나면? ‘일반과 격차 심화, 학생부 획일화, 지방 유학’
만일 지역인재 확대가 치한수까지 번지게 되면 일반과 지역인재 간 격차는 더욱 심화할 것으로 보인다. 지역인재의 입결이 일반에 비해 낮을 뿐 아니라 모집인원이 의약계열 전체에서 늘어나게 되면 합격선이 크게 낮아질 것이라는 분석이다. 실제로 종로학원이 2023학년 의대 최종 등록자 70%컷을 분석한 결과 교과전형 기준 서울권의 평균 내신 등급은 1.06등급, 지방(전국선발)은 1.19등급, 지방(지역인재)는 1.27등급이었다. 같은 지방 내에서도 지역인재냐 전국 선발이냐에 따라 등급에서 차이가 발생한 것이다. 특히 최저 등급으로만 살펴보면 지방 전국선발은 1.37등급인데 반해 지방 지역인재는 1.51등급까지 나타났다.

입시를 넘어 또 다른 사회적인 변화 역시 예고됐다. 지방 고교 자연계 상위권 학생들의 학생부는 의약계열 위주로 획일화할 가능성이 높으며 늘어난 지역인재 문호에 따라 지방 유학 역시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이다. 한 대형학원 이 팀장은 “타 의약계열 정원을 그대로 둔 채 지역인재 비율을 의대에 맞춰 60%까지 올린다면 지방 고교 학생들의 학생부가 처음부터 의약계열 위주로 처음부터 쓰일 가능성이 매우 높아진다”고 분석했다.

특히 지방 유학 역시 심화할 것이라 분석된다. 의대뿐 아니라 의약계열 전반에서 지역인재가 늘어나게 되면 신입학으로나, 반수로나 지방 지역인재를 노리는 것이 유리해 지방 유학을 부추긴다는 것이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이미 학부모들의 문의가 구체화되기 시작했다. 초등학교 애들이 내려가는 것이 낫냐는 질문도 들어오고 심지어 중학교 땐 어떻게 하는 게 좋을지 관련 법령을 찾아보기 시작하는 게 변화의 신호다”라고 전했다.

 
관련기사
Copyright © 베리타스알파 무단전재, 재배포 및 이용(AI학습 포함)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