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한 N수 증가’ 함께 교육특구 싹쓸이 가능성

[베리타스알파=조혜연 기자] 의대 증원 이후 고입 판도는 어떻게 바뀔까. 입시 전문가들은 여전히 사교육이 발달된 교육특구로의 쏠림이 심화할 것이라고 보고 있다. 정시40%가 유지된 대입 체제에서 의대에 진학하기 위해서는 수능 준비에 몰입하는 것이 유리하기 때문이다. 특히 교과평가가 5등급 체제로 바뀌는 2028대입에선 내신의 변별력이 약화되는 만큼 결국 수능에서 누가 더 고득점을 받는지에 따라 의대 합격의 당락이 좌우될 것이라 전망된다. 

현재 의대 입시에서는 이미 교육특구 고교들이 ‘초강세’를 보이면서 사교육의 영향력이 입증된 상황이다. 베리타스알파가 조사한 2024서울대 의대 합격 현황을 살펴보면 3명 이상의 합격자를 배출한 7개교 중 강남 소재 4개교, 서초 1개교, 대구 수성 1개교로 대부분이 국내 대표적인 교육특구에 위치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파악된 서울대 의대 정시 합격생 18명 중에는 9명이 서울 강남 소재 고교 출신으로 집계됐다. 교육 전문가들은 “사교육의 영향과 재수 이상을 할 수 있는 경제적 우월함이 작용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지역인재 확대로 수도권 외 비수도권까지 의대 광풍이 거세지면서 지방에서도 대구 수성 등 의대 진학률이 높은 교육특구로 고입 수요가 몰릴 것으로 보인다. 혹은 정시에 강세를 보이는 전국자사고나 전국자율학교 등의 선호도가 상승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역인재를 활용해 해당 지역의 의대로의 진학이 가능하면서 수도권 교육특구 못지 않은 진학실적을 내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2028대입부터는 지역인재 지원자격이 ‘해당 지역 고교 졸업자’에서 ‘비수도권 중고교 졸업과 거주학생’으로 강화되는 만큼 지역인재를 통한 진학을 노리고 수도권 중학교에서 지방의 자사고/자율학교로 진학하는 사례는 오히려 전보다 줄어들 수 있다. 

일각에선 확대되는 지역인재를 겨냥해 ‘지방 유학’이 늘어날 것이란 분석을 내놓고 있지만, 규모는 그다지 크지 않을 수 있다. 의대 중도탈락의 약 70%가 지방의대 출신이기 때문이다. 수도권에서는 의대 중에서도 빅5 등 메이저 의대만을 고집하는 경향이 짙기도 하다. 지방 의대를 아예 선택지에서 배제하는 학생이 늘고 있다는 얘기다. 서울 소재 고교의 진학부장은 “수도권 소재 의대가 아니면 아예 지원조차 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지방 의대로 진학하더라도 대부분이 다시 서울권 의대 진학을 위해 N수에 돌입한다”고 말했다. 결국 수도권 최상위권은 지방 의대 문호가 넓어진 것과 무관하게 서울권 의대 진학을 위해 N수까지 염두에 두고 강남 서초 등의 교육특구로 계속해서 쏠릴 수 있다고 분석된다.

의대 증원 이후 고입 판도는 어떻게 바뀔까. 입시 전문가들은 여전히 사교육이 발달된 교육특구로의 쏠림이 심화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 /사진=베리타스알파DB
의대 증원 이후 고입 판도는 어떻게 바뀔까. 입시 전문가들은 여전히 사교육이 발달된 교육특구로의 쏠림이 심화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 /사진=베리타스알파DB

<2025 대규모 의대증원.. ‘의대 강호’ 교육특구 쏠림 심화되나>
2025학년 의대 정원이 2000명 증원될 것으로 확정된 가운데 고입에도 영향이 미칠 것으로 보인다. 고입 판도는 대입에 따라 좌우되는 종속 변수이기 때문이다. 입시 전문가들은 의대 진학을 염두에 두고 고입을 선택하는 수요자가 많아지면서 교육특구로의 쏠림이 심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정시40% 체제에서 사교육과 밀접한 연관이 있는 교육특구의 의대 진학률이 두드러지게 높게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사교육의 영향과 재수 이상을 할 수 있는 경제적 우월함이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정시에서는 사교육 밀집 지역인 강남3구(강남 서초 송파) 출신 비중이 2022학년 기준 22.7%에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강남3구의 고교생 수는 전국의 3.2%에 불과한데 의대 정시에 등록한 인원은 이보다 7배 이상 많아 상당한 쏠림 현상을 보이고 있다. 강남3구 출신의 비율은 2019학년 20.8%, 2020학년 21.7%, 2021학년 22.3%, 2022학년 22.7%로 매년 상승하기까지 했다. 

전국 고3 학생 수 대비 지역별 고3 인원을 살펴보면 교육특구의 의대 쏠림 현상은 더욱 확연히 드러난다. 강득구 의원(더불어민주)이 지난해 발표한 ‘2020~2023학년 정시모집 의대 합격자 분석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전국 고3 학생 중 서울의 고3 비율은 16.7%에 불과한데, 2023학년 정시 합격 비율은 36.3%나 됐다. 2.2배가 더 많은 셈이다. 전국 학생 수 대비 비율보다 더 높은 비율의 합격자를 배출한 지역은 서울(2.2배) 전북(1.74배) 대구(1.68배) 울산(1.17배) 광주(1.09배) 부산(1.01배) 등이다. 이 중 서울과 대구는 강남과 수성 등 대표적인 교육특구가 포함된 지역으로 사교육의 영향이 크게 작용하는 곳이다. 사교육이 완비된 우수한 학군이 밀집된 대도시에서 매년 많은 의대 합격자가 나오는 모습이다. 울산과 전북은 이공계열에 강세를 보이는 전국단위 자사고인 현대청운고 상산고의 영향인 것으로 보인다.

중3이 치르는 2028대입에도 역시 정시 비율을 40%로 유지하겠다고 밝힌 만큼 교육특구의 ‘대입 독식’은 이어질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올해 교육부가 확정지은 2028대입개편안은 수능 9등급제를 그대로 두고 내신을 5등급제로 개편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내신 변별력 약화’와 ‘수능 영향력 강화’로 요약되는 셈이다. 전교조는 이에 대해 “수능에 유리한 서울 강남과 특목고 등 사회경제적 배경이 우수한 계층의 상위권 대학 독점을 더욱 강화하는 결과로 이어질 것”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지역인재 확대’ 지방도 교육특구 쏠림>
수도권은 물론 지방에서도 의대 진학률이 높은 교육특구로 쏠림이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지방에서도 의대 진학은 사교육이 발달된 교육특구 일반고나 정시에 강세를 보이는 자사고 등에서 집중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지난해 베리타스알파가 자체적으로 조사한 고교별 의약계열 합격실적을 분석한 결과, 비수도권에서 중복을 포함해 30명 이상의 의대 합격자를 배출한 곳은 전국단위 자사고인 전북 상산고(138명) 울산 현대청운고(29명) 경북 포항제철고(35명), 광역자사고인 부산 해운대고(53명), 이외 일반고 중에서는 대전 서구 소재 충남고(45명), 대구 수성구 소재 경신고(41명) 대륜고(36명) 능인고(30명) 3개교가 전부였다. 

더군다나 이번 의대 증원이 비수도권 의대의 지역인재를 중심으로 이뤄지는 만큼 지방권의 의대 열풍이 더욱 심화할 전망이다. 지역인재는 지원자격에 제한이 있는 만큼 일반전형보다 경쟁이 덜하기 때문이다. 종로학원이 2023학년 지방권 의대의 수시 내신 합격선을 비교해본 결과, 교과전형 평균 합격선은 지역인재가 1.27등급으로 일반 1.19등급보다 낮았다. 학종의 내신 평균 합격선 역시 지역인재가 2.08등급으로 전국선발 1.39등급보다 크게 낮았다. 서울권의 내신 합격선이 교과전형 1.06등급, 학종 1.44등급인 것과 비교하면 지방권 의대에 지역인재로 입학하는 것이 훨씬 수월한 셈이다. 모집인원이 확대되면서 지방 의대 지역인재의 합격선이 대폭 하락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 지역인재 지원자격이 충족된다면 기존에 치대 약대 한의대 수의대 등 타 의약계열이나 상위 공대 진학을 고민했던 학생들까지 의대 진학으로 뛰어들 가능성이 높다. 

<‘지방 유학’ 늘어나나.. 최상위권 ‘수도권 교육특구’ 잔류 가능성>
지역인재를 통한 진학이 쉬워지면서 초등학생 사이에서는 지방으로 이주하는 ‘지방 유학’까지 발생할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지역인재는 2028학년에는 지원자격이 강화된다. 현재 ‘해당 지역 고교 졸업자’에서 ‘비수도권 중고교 졸업과 거주학생’으로 변경해 해당 지역에서 중고교에서 전 교육과정을 이수하고 졸업해야 지원자격을 충족할 수 있다. 의대 자체의 진학만을 목표로 둔다면 지역인재를 통하는 것이 확률적으로 유리하다는 판단에서다. 

다만 의대 중에서도 ‘수도권 의대’로의 쏠림이 심화되고 있는 만큼 최상위권 학생들은 지방 유학 보단 수도권 교육특구의 잔류를 택할 가능성이 크다. 넓어진 비수도권 의대 문호보단 소위 메이저 의대인 빅5를 겨냥해 철저한 수능 대비에 주력할 것이라 분석된다. 한 교육전문가는 “지역인재를 통한 의대 진학이 일반보다 훨씬 쉬운 건 사실이기 때문에 기존에 의대 진학 가능 여부가 불투명했던 학생들에게는 지방 유학이 메리트가 있을 것”이라면서 “다만 최상위권 학생들은 ‘지방 의대에 가느니 재수를 하겠다’는 기조가 짙어서 무한 N수에 돌입할지언정 지방 의대 진학을 위한 이사 리스크를 감수하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결국 최상위권과 상위권으로 의대 입시가 이원화될 것이라 전망된다. 

실제로 지방권 의대에서는 수도권 의대 진학을 위한 재도전 양상이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대학알리미 8월 공시 ‘중도탈락 학생 현황’을 분석한 결과 최근 3년(2020년~2022년)간 의대 중도탈락자는 555명이나 됐다. 그중에서도 지방권의 중도탈락률이 압도적이다. 75.1%(417명)가 지방권이다. 반면 서울은 18.9%(105명), 경기/인천은 5.9%(33명)에 불과했다. 특히 지난해 공시된 2022년의 경우 지방권이 77.7%(139명)나 됐다. 수능 고득점자 학생들이 지방 의대에 합격하더라도 재수/반수를 통해 서울권으로 다시 이탈하는 것이다. 

대학별 중도탈락 인원을 살펴보면 ‘빅5의대(가톨릭대 서울대 성균관대 연세대 울산대)’의 중도탈락자 수가 적었다. 특히 성대의 경우 최근 3년간 중도탈락자가 0명이었다. 가톨릭대와 울산대는 각 4명, 연대 5명, 서울대 6명 순이다. 동아대 역시 중도탈락자가 3명으로 적은 점이 눈에 띈다. 반대로 중도탈락자가 가장 많았던 곳은 조선대다. 최근 3년간 중도탈락자가 43명이다. 이어 한양대 36명, 원광대 35명, 전남대 32명 순으로 30명 이상이다. 한대를 제외하면 모두 지방 소재 대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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