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리타스알파=권수진 기자] 과학 선택과목을 모두 없애고 통합과학만으로 평가한다는 내용을 담은 2028대입개편을 두고 과학교육 관련 학술단체가 전면 재검토를 요구하고 나섰다. 한국과학교육학회 등 7개 과학교육 관련 학술단체연합은 25일 성명서를 통해 “학생들의 대학수학능력 저하와 과학기술 국가 경쟁력 약화로 직결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앞서 수학계에서 반발한 데 이어 과학계에서도 우려를 표하며 학계 반발이 이어지는 모양새다. 앞서 16일 대한수학회에서는 수능 수학 출제 범위에 미적분Ⅱ와 기하가 빠지고 기존 문과 수학 범위로 축소된 점을 두고 이과 대학교육의 기반을 붕괴시키는 조치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과학계에선 과학 수능 출제범위를 ‘통합과학’으로 한정한 점을 가장 큰 문제로 꼽았다. 10일 발표된 2028대입개편에 따르면 과학의 경우 물리Ⅰ 물리Ⅱ 화학Ⅰ 화학Ⅱ 생명과학Ⅰ 생명과학Ⅱ 지구과학Ⅰ 지구과학Ⅱ의 8개 선택과목 체제를 폐지하고 모든 수험생이 동일하게 통합과학만으로 시험을 치른다. 통합과학은 고1 때 학습하는 내용으로, ‘자연 현상을 통합적으로 이해하고 과학 기술의 발달에 따른 사회 문제에 대한 합리적 판단 능력 등 과학적 소양 함양을 위한 과목’이다. 

통합과학만으로 시험을 치르게 되면 상대적으로 난이도가 높은 이공계 진로 과목 이수율이 줄어들고 통합과학 수준의 수업 내용이 반복적으로 이뤄질 수 밖에 없다고 봤다. 이에 따라 과학지식 수준이 저하되고 이공계로 진학하는 학생들의 대학수학능력 수준까지 저하될 것이라는 우려다. 과학교육계 단체는 “입시 위주의 고교 교육 풍토에서 학생들은 통합과학 이수 후 진로에 맞는 과목을 선택하기보다는 내신 성적 취득이 수월한 과목 위주로 선택할 가능성이 높다”며 “학교에서 다양한 선택과목을 운영하더라도 입시를 목표로 통합과학 수준의 수업 내용이 반복적으로 다루어지고 진로에 적절한 수준의 교육이 이루어지지 않을 것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다양한 선택 기회를 줄이는 데다 통합형/융합형 인재 양성과도 멀어진다고 봤다. 물리학 화학 생명과학 지구과학 등 다양한 과학 학습 경험이 감소하면서 과학 분야의 진로를 탐색하는 기회를 상실하게 된다는 지적이다. 통합형/융합형 인재를 양성하려면 통합과학, 통합사회 같은 기초과목 학습 이후 진로와 적성에 맞는 다양한 과목을 깊이 있게 수학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과학교육계 단체는 “이번 대입개편안으로 통합형/융합형 인재로 성장할 수 있는 토대가 부실해질 뿐만 아니라 특정 분야의 과학 과목조차도 선택하지 않게 됨으로써 자신이 어떤 진로로 나아갈지에 대한 방향성을 찾기 어려울 것”이라고 비판했다.

고교 3년 동안의 학습 내용을 통합과학 기초과목 하나로 평가한다는 것은 ‘나무 한 그루로 숲 전체를 판단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공정성 확보라는 미명하에 과학교육의 질을 하락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러한 선발 방식은 과학기술 국가경쟁력 하락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봤다.

내신평가 방식도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번 개편에서는 5등급 상대평가 등급을 A~E 절대평가와 병기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과학교육계 단체는 “절대평가 방식에서 학교의 점수 부풀리기를 걱정해 다시 상대평가 체제로 회귀한다는 것은 구더기 무서워 장 못 담그는 것과 유사하다”며 “상대평가 석차등급 병기는 오히려 과목 선택에 따른 유불리를 가중해 공정성 훼손으로 나타날 것이 자명하다”고 말했다. 결국 좋은 점수를 얻기 위한 과목 선택과 쉬운 과목 선택이라는 문제를 야기해 과목 선택 유불리에 따른 또 다른 형태의 공정성 훼손 문제가 나타날 것이라는 지적이다. 

이들 단체는 통합과학을 수능 기초과목으로 지정하고 학생의 학습권과 선택을 존중해 진로에 맞게 일반선택과목에 해당하는 일반과학을 추가시행할 것을 요구했다. 내신은 고교학점제 취지에 맞게 절대평가로만 실시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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