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사회/통합과학 절대평가' '심화수학 신설 폐기'
[베리타스알파=권수진 기자] 최근 발표된 2028대입개편으로 현장이 혼란에 빠진 가운데, 전국 진학교사들이 전면 재검토를 촉구하고 나섰다. 전국진로진학상담교사협의회(진진협)와 전국진학지도협의회(전진협)는 25일 입장문을 통해 “2028대입개편 시안은 2025학년부터 시행될 2022개정교육과정, 고교학점제 시행을 무력화하고, 입시경쟁으로 인한 학생들의 고통 해소와 고교교육의 정상화를 고려하지 않은 내용”이라며 문제점을 수정/보완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진학지도 최전선에 있는 교사들이 목소리를 냈다는 것은 그만큼 2028대입개편이 고교현장에 불러온 파장이 컸다는 방증으로 읽힌다. 전진협은 현직 고교교사들이 자발적으로 모여 2008년 창립한 진학전문가 협의회로, 대학 입시 전반에 대한 정보 습득과 교류를 통해 건전한 진학지도에 기여하고, 대학과의 입시 정보 교류 및 협력체 구축으로 고등학교 교육의 정상화에 일조한다는 취지로 설립됐다. 진진협은 2009 개정 교육과정에 따른 진로 관련 과목 개설, 입학사정관제의 올바른 운영, 다양한 고교입시제도 전형에 따라 학교 급별로 학습 및 진로 설계를 체계적으로 지원하는 전문인력의 필요에 의해 교육부 지원 아래 시작된 단체다.
이번 대입개편에서는 상대평가 등급이 병기됨에 따라 실제 대입에서 학생의 성취 수준을 고려하기보단 상대평가로 산출되는 등급만으로 선발할 가능성이 높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두 단체는 “5등급이라고 하지만 2025학년부터 고교학점제가 전면 적용되면 학기제로 운영되므로 학생들은 학습하는 과목 수가 많아져 내신 부담은 커지게 되며, 진로와 적성에 맞는 과목을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등급이 잘 나올 수 있는 과목만 선택하게 되어 고교학점제의 정상적인 운영이 불가능해질 가능성이 높다. 이런 점 때문에 다양한 과목 개설보다는 많은 학생이 수강하는 과목만 개설하게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최소한 진로선택과목과 융합선택과목은 성취평가제에 기반한 절대평가로 전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내신 상대평가 방침은 고교학점제 도입에 따라 자연스러운 수순으로 여겨지던 절대평가를 뒤집는 조치라는 점에서 고교 현장을 혼란에 빠뜨린 주범으로 꼽힌다. 2015개정 교육과정 이후 진로 선택 과목의 경우 대부분 활동 기반의 수업으로 운영되면서, 결과보다는 과정 중심의 평가가 이뤄지고 있다. 갑자기 상대평가가 적용되면서 억지로 등수를 매겨야 할 상황에 놓였다. (관련기사: [2028개편이후] 진로/융합 선택 과목 ‘상대 평가’ 논란.. ‘교육 과정 전면 부정’ 자가당착 빠진 교육부)
진진협/전진협은 수능 사회/과학에서 통합사회/통합과학으로 출제범위를 한정한 것도 문제가 있다고 봤다. 출제범위 이상의 다양한 교과목 학습이 이뤄지기 어려울 것이라는 우려다. 두 단체는 “2,3학년에서 다양하게 이뤄져야 할 사회/과학 교육은 수능을 준비한다는 명목으로 통합사회/통합과학 범주에서 벗어나지 못해 깊이 있는 학습이나 다양한 경험은 불가능해지고 결국 교육과정은 정상적인 운영이 어렵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통합사회/통합과학으로 변별력이 가능할지, 지속해서 상대평가가 가능한 문항을 출제할 수 있을지도 미지수라 봤다. 상대평가가 아닌 절대평가로 바꿔야 한다는 주장이다.
통합사회/통합과학은 모든 학생이 배우는 공통 과목으로, 고1 수준, 심지어 중학교 과정이 섞인 다소 쉬운 개념으로 구성된 과목이다. 너무 낮은 수준의 문제로 반복학습을 해야 하는 상황이 벌어지지 않겠느냐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사회/과학 현상 이해라는 과목 취지에도 비춰봤을 때 이를 억지로 상대평가하는 것도 무리가 있다는 지적이다. (관련 기사: [2028개편이후] ‘고1 수준’ 통합사회 통합과학 수능 평가 논란.. “상대 평가 부적절”)
진진협/전진협은 검토 항목으로 남겨둔 ‘심화수학’의 경우 신설을 반대했다. 미적분Ⅱ+기하로 구성된 심화수학이 선택과목으로 신설될 경우 서울 상위대나 의약학계열, 이공계열 학과는 이를 가산점이나 지원자격 등으로 활용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는 판단 때문이다. 두 단체는 “심화수학을 선택하게 되면 학생과 학부모들이 느끼는 수학 학습에 대한 부담이 늘어나면서 사교육비가 증가할 것”이라며 “수능에 포함되는 국어 일반선택과목(화법과언어 독서와작문 문학)과 수학 일반선택과목(대수 미적분Ⅰ 확률과통계)은 사실상 필수과목이 될 수밖에 없을 것이며, 거기에다 수능에서 심화수학(미적분 기하)이 신설된다면 그 결과 학생들의 진로와 적성이 맞게 과목 선택을 보장하는 고교학점제와 2022 개정 교육과정은 학교 현장에서 실현되지 못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관련 기사: [2028개편이후] ‘심화수학’ 의대/상위대 사실상 ‘칸막이’ 부상하나)
두 단체는 중장기적으로 수능을 자격고사화해야 한다며 시급한 문제인 학령인구 감소와 지역 소멸의 문제를 고려한 미래 교육을 위한 정책 제시를 촉구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