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례적 '사전예고'.. '갈 길은 멀어'

[베리타스알파=김해찬 기자] 한국과학영재학교(이하 한국영재)가 2025학년 장영실전형의 정원을 24명 내외에서 30명 내외로 확대한다. 전년에는 장영실전형 지원자 중 최대 150명까지 일반전형 2단계 응시 기회를 부여했으나, 2025학년부터는 일반전형과 완전히 별도로 운영하는 변화도 있다. 한국영재는 최근 입학처 홈페이지에 이 같은 내용을 담은 ‘2025학년 신입생 선발 장영실전형 변경 예고’를 공지했다. 2024입시에서 사전 공지 없이 장영실전형을 대폭 변경한 것과 달리 미리 전형의 변경사항을 고시했다. 

장영실전형은 일종의 특기자전형으로 2023학년 지원방식으로 운영하다가 2024학년 학교장추천방식으로 전환됐다. 교사의 관찰을 통해 영재를 상시 발굴하겠다는 의도다. 변화의 취지는 긍정적이나 원서접수를 전년보다 약 2개월 앞당기고 모집 방식을 바꾸는 등 주요 변화를 미리 공지하지 않아 수요자를 혼란에 빠뜨렸다. 수요자는 변경 사항을 원서접수 한달 전 확인할 수 있어 학교장추천과 서류 준비를 급하게 마무리해야 했기 때문이다. 

폐쇄적인 태도로 비난을 쌓아온 한국영재가 이례적인 공지를 해 눈길을 끌었지만 전반적으로 타 영재학교와는 비교하기 어려울 만큼 역부족이라는 평가다. 한 입시전문가는 "한국영재는 수요자에게 있어 가장 기초적인 정보인 경쟁률조차 비공개하는 것은 예사고,  입학 실적도 밝히지 않는 등 수요자 비친화적인 태도로 일관해왔다. 전형에 큰 변경사항이 있다면 미리 공지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2025 사전 예고는 그나마 개선된 부분이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 수요자에게 있어 가장 기초적인 정보인 경쟁률부터 투명하게 공개하는 것이 급선무다"고  전했다. 

한국영재가 2025학년 장영실전형의 전형 변화를 예고했다. /사진=베리타스알파 DB
한국영재가 2025학년 장영실전형의 전형 변화를 예고했다. /사진=베리타스알파 DB

<2025 장영실전형 '별도 운영' .. 정원 30명 내외로 확대, 모집분야 5개 축소>
한국영재가 2025학년 장영실전형의 변화를 입학처 홈페이지에 공지했다. 우선 정원을 2025학년 24명 내외에서 30명 내외로 확대한다. 전체 모집인원 120명 중 전년 20%에서 25%로의 확대다. 동시에 일반전형 정원은 96명에서 90명으로 줄어든다. 한국영재는 9월25일 개교 20주년을 맞아 실시한 ‘비전2040 선포식’에서 장영실전형의 선발 비율을 40%까지 순차적으로 확대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특기자 모집분야는 수학 물리 화학 생물 정보 기타 등 6개 분야에서 정보를 제외한 5개 분야로 축소했다. 경기과고, 대전과고 등 다른 영재학교가 2025학년부터 정보분야 인재를 특화해 모집하자 한국영재는 자연과학 분야 인재 양성에 방점을 두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2025학년부터 경기과고는 추천관찰전형을 통해 SW/AI분야 영재를 선발하고, 대전과고는 SW/AI 관련 평가과제 신설을 예고한 바 있다. 한국영재 입학처 관계자는 “정보 분야 영재 선발을 배재하는 것은 아니다. 여전히 기타 분야를 통해 지원이 가능하다”고 전했다.

마지막 변화는 일반전형과의 분리다. 전년에는 장영실전형 지원자 중 최대 150명까지 일반 2단계 전형인 창의적 문제해결력 평가에 응시를 허용했으나, 2025학년부터는 완전히 분리해 운영한다. 입학처 관계자는 “장영실전형은 2023학년 신설 이후 취지나 선발하려는 인재상이 충분히 홍보되지 않은 상태였다. 지난해 전형을 일부 혼합해서 운형한 이유는 전형 선택에 따라 지원자의 유불리가 크게 나지 않도록 취한 조치다. 2025학년부터는 장영실전형이 모집 3년차를 맞이하기도 했고, 충분한 홍보를 통해 지원자가 적합한 전형을 선택할 수 있을것이라 판단해 전형을 분리해서 운영한다”고 설명했다.

부산과고가 전신인 한국영재는 2003년 '국내 1호' 영재학교로 1기를 모집했다. 올해 경쟁률은 비공개 방침을 밝혔으나, 지난해에는 정원내 기준 7.07대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130명 모집에 848명이 지원한 결과다. KAIST 부설 특성상 KAIST를 중심으로 꾸준히 높은 이공계특성화대 실적을 기록하고 있다. 2023학년 대입에서 서울대 KAIST 포스텍 지스트 DGIST UNIST 6개 대학, 이른바 ‘설카포지디유’ 등록자가 가장 많은 곳도 한국영재다. 서울대 28명, KAIST 59명, 포스텍 2명, 지스트 1명, DGIST 5명, UNIST 5명으로 총 100명이 설카포지디유에 진학했다. 한 해 졸업생이 130명 내외라는 점을 고려하면 10명 중 7명 이상이 이공계특성화대에 진학한 것으로 파악됐다. ‘영재학교 효시’ 답게 이공계 진학의 설립 취지를 가장 바람직하게 구현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한국영재 폐쇄성 여전히 비난의 대상  '아직 갈 길 멀어'>
한국영재가 전형 변화를 사전 예고했지만, 영재학교의 입시 구조는 해결돼야할 부분이 많이 남았다는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올해도 영재학교의 입학요강은 원서접수를 약 한달 앞둔 시점인 4월 초부터 공개됐다. 수요자들은 원서접수 한 달 전까지도 정확한 입학정보를 확인할 수 없는 셈이다. 이렇게 된다면 수요자들은 결국 사교육에서 흘러오는 정보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전문가들은 영재학교 입시의 틀 자체가 문제라고 지적한다. 입시 안정성을 유지하기 위해 ‘4년 예고제’를 시행하고 있는 대입과 비교하면 전체적으로 수요자 배려의 개념 자체가 아예 없다는 얘기다. 영재학교들은 시도교육청이 매년 3월 말 발표하는 ‘고입 전형 기본계획’에서도 빠진 채 공고되고 있고, 과고 외고 국제고 등이 수요자를 배려해 자발적으로 공개하는 학교별 당해 연도 전형 기본계획도 공지하지 않는다. 원서접수 한 달 전 이뤄지는 모집요강 공개 전까지 수요자들이 오로지 사교육에만 의존해 입시를 준비하도록 방치하고 있는 형국이다.

특히 한국영재의 경우 2022학년에 이어 2024학년 경쟁률도 밝히지 않았다. 전문가들은 비공개 방침을 이어오는 한국영재를 두고 입시 주체로서 책임감이 결여됐다고 비판한다. 음지에서 떠도는 불확실한 정보, 이로 인한 수요자들의 혼란, 고착화되는 입시 오해는 한국영재가 나서서 바로잡아야 할 의무가 있다는 것이다. 더군다나 경쟁률은 원서를 접수한 수요자들이 앞으로의 전형 추이를 가늠해볼 수 있는 가장 기본적인 지표인 만큼 궁금해할 수밖에 없다는 시각이 대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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