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학원가 긴급 설명회 흐름.. ‘N수생 확대’ ‘사교육비 급증’ ‘이공계 이탈’ 삼각파도 불가피

[베리타스알파=김하연 기자] 정부가 의대 정원 확대 계획을 연내 발표하기로 19일 밝힌 가운데, 의대 정원 확대가 현실화하면 가장 먼저 직격탄을 맞는 건 교육 분야일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된다. 2028대입 개편안의 ‘40% 정시 유지’와 ‘킬러 문항 배제’에다 ‘의대 확대’까지 겹쳐지면 의대 쏠림을 부추겨 ‘사교육비 증가’ ‘N수생 확대’ ‘이공계 이탈’ 등의 의대 확대로 인한 부작용이 교육계에서부터 가장 먼저 돌출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사교육 시장은 벌써부터 반응이 나타나고 있다. 정부의 의대 정원 확대 계획이 발표되자마자 강남 대치동 학원가는 발 디딜 틈 없이 북적이며 문전성시를 이루고 있다. 발 빠른 학원들은 2025학년부터 의대 정원이 확대될 것에 대비해 고2 학생을 대상으로 예비 고3 수학 관련 설명회를 여는가 하면 의대 진학을 목표로 한 자연계 최상위 학생을 대상으로 입시 설명회를 여는 등 마케팅에 열을 올리고 있다. 학부모들의 초등 의대반 문의 전화도 빗발치고 있다. 이날 대치동 유명 수학 학원에 자녀를 보내기 위해 학원가를 찾은 한 초등학생 학부모도 “초등 의대반 학원 입학 시험을 위해 다른 학원 선행 수업을 통해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의대나 치대를 보내려면 수학 조기/선행 교육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의대 열풍이 초중고 아래에 확산된 건 오래 전 얘기이지만, 가장 문제인 건 위로도 퍼져 N수생과 직장인도 동참할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사실이다. 실제 이날 대치동 재수 종합 학원에서 나온 한 재수생도 “2025 의대 정원 확대를 기대하고 있다. 의대 정원이 파격적으로 증가하면 3수까지 고려해 볼 의향이 있다”고 말했다. 오르비 수만휘 등 수험생 커뮤니티에서도 의대 확대에 대한 게시 글로 가득하다. 오르비에서 한 대학생은 ‘한양대 공대 고민 들어주실 분’이란 제목으로 “재수 후 현재 한양대 공대 1학년에 재학 중인 평범한 학생인데 메디컬 계열에 도전을 해야 할지 그냥 학교를 다닐지 고민이 된다. 제가 의대를 쉽게 보는 것이 아닌 그저 성공 여부를 떠나 어떤 선택이 나을지 고민이 되어 의학계열이나 공학계열에 계신 분들의 말을 들어보고자 한다. 요즘 의대 열풍이라 괜히 더 생각이 들기도 하고…”라고 올렸다. 심지어 직장인 커뮤니티인 블라인드에서도 한 직장인이 ‘대기업 퇴사 후 수능’이라는 제목으로 “지금 7년 차인데 수능 쳐서 의치한(약) 가고 싶은데 기회 비용을 자꾸 따지게 되네요… 6년을 더 학교를 다녀야 하는데 6년이면 5억 이상 벌 수 있는 걸 버리는 건데 레지까지 하면 30대 후반~40대 초반인데 현실적인 조언 부탁드려요”라는 게시 글을 올렸다.

다만 정부는 의대 정원 확대 계획을 당장 발표하지 않고 적어도 연말까지 의료계와 논의를 이어갈 전망이다. 의사 단체의 반발을 염두에 둔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의사 단체와 합의점을 찾지 못해도 의대 정원 확대 발표는 유력하다고 전해진다. 윤석열 대통령은 19일 열린 필수 의료 혁신 전략 회의에서 초미의 관심사였던 구체적인 의대 정원 확대 규모 등을 못박지 않았지만 무너진 지역 의료 서비스의 공급과 이용 체계를 바로 세우겠다며 ‘지방 중심 확대’ 방침은 분명히 했다. 이주호 교육부 장관도 최근 한 언론사와의 인터뷰에서 자율전공학부로 대학에 입학한 학생들도 3학년이 되면 의과 대학으로 진학하는 것을 허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이에 대해 한 교육 전문가는 “대학에 다니는 이공계 재학생들의 의대 정원 확대에 대한 심상치 않은 이탈 기류를 의식하고 한 발언인 것 같다. 자율전공으로 입학한 학생이 의대로 전과하면 또 다른 불평등을 초래할 수 있다. 가뜩이나 지금도 의대 정원이 넉넉치 않은데 자율전공 학생의 전과까지 허용해 주면 모자란 의대 정원은 어떻게 충당할 것인가. 비현실적인 얘기”라고 지적하며 실효성 있는 대책 마련을 강력히 요구했다. 

정부가 의대 정원 확대 계획을 발표한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사교육 시장은 의대 확대 기대 심리로 과열 조짐을 보이고 있다. /사진=베리타스알파DB
정부가 의대 정원 확대 계획을 발표한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사교육 시장은 의대 확대 기대 심리로 과열 조짐을 보이고 있다. /사진=베리타스알파DB

<초등학생부터 직장인까지 의대 열풍.. ‘의대 블랙홀’ 교육계 뒤덮나>
전문가들은 ‘정시 40% 유지’ ‘킬러 문항 배제’에다 ‘의대 정원 확대’까지 겹치면 지금도 심각한 의대 열풍을 가속화하며 사교육비 증가, N수 확대, 이공계 이탈 등을 부추기고, 커질 대로 커진 ‘의대 블랙홀’이 교육 전반을 뒤덮어 이는 심각한 사회 문제로 퍼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한 교육 전문가는 “대치동 학원가 풍경만 봐도 벌써부터 올해 사교육비 증가는 기정사실화됐고, 고3 학생뿐 아니라 메디컬 입시를 준비하는 N수생도 의대 입시에 매달려 있다. 뿐만 아니라 대학에 다니는 이공계 대학생, 대기업에 다니는 직장인까지 의대 정원 확대가 결정되면 대입 재도전에 대한 긍정적인 의사를 내비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는 상황. 의대 정원 확대가 발표되면 가장 먼저 직격탄을 맞는 건 교육 분야가 아닐까 한다”라고 말했다. 

입시 업계에선 정부의 의대 정원 확대가 발표되면 의대 블랙홀이 자연계 대입을 흡수하며 2025학년 입시 판도가 급변할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된다. 정부가 기존 의대 정원의 30%에 달하는 1000명을 늘릴 경우, 자연계 상위권이 모두 의대로 쏠려 의대를 제외한 자연계열 합격선이 하락할 것으로 예상되고, 의대를 향한 높은 열망으로 이과생이 많아지면서 이과 경쟁이 치열해짐과 동시에, 이공계 등 다른 자연계열 학과의 중도 이탈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라는 우려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1000명 이상을 증원하면 SKY급의 최상위권 대학이 하나 더 생기는 수준”이라며 “최근 의대 정시 경쟁률이 6~7대1 수준임을 감안하면, 의대 지망생은 증원 규모보다 6~7배 많아진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2024학년 기준 서울대 연세대 고려대 등의 인문계열 정원은 1100명~1900명, 자연계열 정원은 1700~2100명이다. 이과생은 물론 문과생까지 이과 쏠림 현상이 가속화할 것이란 전망도 나왔다. 이만기 유웨이 부사장은 “이번 의대 증원을 적용받는 고2의 경우 문과생 중에서도 남은 1년간 수능 수학 미적분을 공부해 의대로 지원하려는 케이스가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정시 40%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의대 정원 확대까지 더해지면 N수생 규모는 역대급으로 불어나 정점을 찍을 것이라고 우려한다. 올해 수능 N수생 비율은 1996학년 이후 최고치인 35.3%를 기록했는데, 앞으로 더 늘어날 것이란 관측이다. 의대 열풍이 N수 확대를 부추긴다는 점은 최근 3년간 정시로 의대에 합격한 학생 10명 중 8명이 N수생인 것으로 나타난 점도 이를 뒷받침한다. 민형배(더불어민주) 의원이 교육부를 통해 확보한 ‘2020~2022학년 의대 정시 합격자 현황’을 보면, 최근 3년간 의대 정시 합격자 중 N수생 비율은 78.7%였다. 자료를 제출한 18개교 기준 전체 합격생 1879명 가운데 N수생이 1478명, 재학생은 380명(20.2%)에 그쳤다. 이에 대해 한 전문가는 “정시 확대로 인한 N수생 증가, ‘의대 열풍’으로 인한 자연계 최상위권의 반수 등 여러 요인이 함께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반복 학습이 유리한 수능 특성상 정시는 ‘재수생의 무대’로 불린다. 전 정부가 강제한 정시 40%와 수시 이월 규모를 합하면 사실상 정시는 절반 규모다. 이후 의대의 학부 전환으로 의대 문호가 대폭 확대되고 여기에 수학에서 이점을 얻는 통합 수능까지 도입, ‘의대 재도전’의 최적의 조건이 마련됐다. 수학에 자신 있는 자연계 최상위권이라면 부담 없이 반수를 노려볼 수 있는 셈이다”라고 설명했다. 

‘의대 블랙홀’로 인한 이공계 우수인재 이탈도 점쳐진다. 실제 최근 의대로 진학하기 위해 서울대를 비롯해 연세대와 고려대 등 상위 대학을 이탈하는 자연계 학생이 속출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SKY(서울대 고려대 연세대)를 다니다 중도 포기한 학생이 2131명으로 전년 대비 160명 늘어났다. 재적학생 7만5322명의 2.83%에 해당하는 비율로 전년 대비 0.23%p 확대됐다. SKY 중도 포기 학생 비율도 최근 5년째 확대되고 있다. 2017년 1.6%(1196명), 2018년 1.78%(1340명), 2019년 1.9%(1415명), 2020년 2.15%(1624명), 2021년 2.6%(1971명), 2022년 2.83%(2131명)의 추이다. 대학에서 학적 포기는 반수를 위한 통로로 인식된다. 고대와 연대의 경우 최고 선호 대학인 서울대로 진학하려는 인원도 일부 포함된다. 다만 서울대에서도 발생하는 중도 포기는 의대 도전을 위한 선택으로 보는 시각이 일반적이다.

서울대만 살펴봐도 정시 확대 영향으로 최상위권 인재들의 의대 진학이 쉬워진 만큼 이공계열 학생들의 의대 이탈을 부추길 수 있다는 우려에 근거를 더한다. 올해만 서울대에 입학한 신입생 3606명 중 225명(6.2%)이 1학년1학기에 휴학을 선택한 것으로 나타났다. 강의를 들어보지도 않고 휴학을 선택한 셈이다. 전문가들은 이들이 의대 진학을 노리고 반수를 선택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보험용’으로 서울대에 등록해둔 뒤 더 높은 수능 성적을 만들기 위해 재수 학원에 들어갔을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신입생 가운데 끝내 자퇴를 선택하는 인원도 계속해서 증가하는 추세다. 2019학년 97명이던 서울대의 신입 자퇴생은 2020학년 147명, 2021학년 197명, 2022학년 238명으로 증가했다. 실제 최근 4년간 의대 정시에서 최초 합격한 인원 중 N수생은 77.4%로 절대적인 강세를 보이고 있다. 종로 임 대표는 “이들이 그저 중도 탈락을 하진 않았을 것”이라면서 “의학계열 쪽으로 이동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심지어 치대 한의대 약대 수의대 등도 의대 열풍이 번지는 모양새다. 19일 서동용(더불어민주) 의원이 서울대로부터 받은 자료를 분석한 결과 지난해 서울대 합격 인원은 총 3310명이다. 이 가운데 최초 합격자 421명이 미등록했으며 이는 전체의 12.72%에 해당하는 비율이다. 최근 3년간 서울대에서는 평균 10.3%의 최초 합격자가 등록하지 않았다. 단과대별로 같은 기간 미등록자 비율이 가장 높은 곳은 치의학대학원(치의학과)으로 34.15%를 기록했다. 이어 △간호대학 26.78% △약학대학 20.18% △수의과대학 18.92% 순이다. 반면 단과대 중 의과대학에서만 유일하게 미등록자가 단 한 명도 발생하지 않았다. 이는 ‘치과의사/간호사/약사보다 의사가 낫다’는 인식이 서울대까지 퍼졌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서 의원은 “서울대 의약계열에 합격한 최상위권 학생들마저 의대로 이탈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현상”이라며 “결국 의대 쏠림 문제의 근본 해결책은 체계적인 인재 양성 계획에 있다. 국가 성장 동력을 확보할 수 있도록 균형 있는 인재 양성 정책을 수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의대 열풍은 중고교를 넘어 초등학교에도 확산된 지 오래다. 의대 정원이 확대되면 ‘불난 집에 기름 붓는 격’으로 의대 열풍이 커져버릴 가능성이 크다. 종로학원이 16일부터 17일까지 초등학생 학부모 676명과 중학생 학부모 719명을 대상으로 온라인 설문 조사를 진행한 결과 초등학생 학부모의 92.3%, 중학생 학부모의 84.4%가 자녀의 ‘이과’ 진로를 희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과 중 선호도는 의대가 44%로 가장 높다. 초등 44.7%, 중등 43.3%로 초등학생 학부모 사이에서 더 높게 나타났다. 특히 의대의 선호도는 서울대 이공계의 2배, 첨단 학과 및 계약 학과의 3배 수준이다. 서울대 이공계는 20.5%(초등 20.2%/중등 20.8%)다. 이공계특성화대는 18.8%(22.1%/15.3%)이며 정부에서 지원하는 SKY 대기업 연계 반도체 및 첨단 학과는 14.8%(11.5%/18.2%)로 의학계열에 한참 미치지 못했다. 윤 정부가 추진하는 반도체 등 첨단 학과 인재 양성이 ‘이공계 블랙홀’ 의대의 영향으로 발목이 잡힌 것이 여실히 드러난 셈이다. 심지어 온라인 커뮤니티에 퍼진 초등 의대반 시험 문제에 공대 열역학에서 나오는 내용이 담겨있어 충격을 안긴 데 이어 미적분을 가르치는 유치원 의대반까지 생겼다는 얘기가 돌면서 사태의 심각성을 더한다.  

최근 학원가에서는 초등학생은 물론 대학생 직장인도 의대를 준비하는 풍경으로 의대 열풍이 전방위적으로 커져 사회 문제로 확산될 가능성도 있다. 의대 정원 확대로 촉발된 의대 열풍으로 인해 ‘의대 낭인’이 대거 양산될 것이라는 예측이다. 실제 의대를 중심으로 한 의약치한수의 의약계열 인기가 높아지면서 직장인도 의대 열풍에 동참하더니 46세 22학번 의대생이라는 영상이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화제에 오르기도 했다. 그는 서울대에 1997년 입학해 졸업 후 17년간 다니던 대기업을 그만두고 3수 끝에 의대에 합격했다. 최근에는 1967년생 55세에 한의대에 합격한 남성의 사연도 눈길을 끌었다. 그는 1985년 고려대 법대에 입학해 졸업 후 증권사를 다니다 2년간의 준비 끝에 한의대에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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