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계약학과 수시이월 축소, 정시 경쟁률 상승.. ‘인기 상승세 입증’

[베리타스알파=조혜연 기자] 2023대입 수시가 끝난 직후 반도체 계약학과의 수시 이탈이 심각하다는 보도들이 쏟아졌다. ‘반도체학과 이탈에 추가합격 6차까지 뽑기도’ ‘반도체학과 합격자 69% 등록포기...”의대 가려고”’ ‘尹정부서 육성한다는데…반도체학과 추가합격 6차까지 돌았다’ 등이다. 추가합격(이하 추합)이 대거 발생한 것으로 보아 “반도체 계약학과가 의대에 밀렸다”는 얘기다. 유력 일간지에서 시작해 통신까지 받으며 확산되면서 2023정시를 앞두고 입시판에 불어닥친 반도체 계약학과 위기론이 확산됐다. 범정부 차원에서 육성하는 반도체 계약학과가 의대 열풍에 밀려 벼랑 끝에 밀렸다는 기사는 과연 사실일까.

전문가들은 반도체 계약학과 위기론의 효시가 된 C일간지 기사 이후 쏟아진 다른 기사들 역시 수시 추합에 대한 몰상식으로 계약학과 전반에 대한 수요자 인식을 위기로 몰아간 해프닝으로 본다. 업계 한 전문가는 “C일보 기사가 반도체 계약학과가 추합 6차까지 돌았다는 사실을 근거로 반도체 계약학과의 인기가 떨어졌다고 몰아갔지만 추합의 성격에 대한 이해 부족이다. 수시 추합은 현재 수시 6장 체제가 가진 불가피한 상황으로 봐야 한다. 최상위 모집단위 서울대 의대를 제외하고는 모조리 추합이 발생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기사가 반도체 계약학과 이탈의 원인으로 지적한 의대는 물론 SKY조차 수시 추합은 발생할 수밖에 없다. 산업부 출입기자가 모를 수도 있지만 수요자에게 반도체 계약학과가 의대에 밀려 매력적 선택지가 아니라고 오도하는 분위기를 만든 잘못을 저질렀다”고 비판했다.

6회까지 중복지원이 가능한 대입 체제에서 추합 발생은 자리를 잡아가는 당연한 과정이다. 추합이 많이 발생한다고 수험생의 인기가 낮다고 볼 수도 없다. 수험생 사이에서 ‘최고’ 선호 학과라고 주장하는 의대 역시 추합은 매년 발생하기 때문이다. 올해 수시에서 고려대 의대는 모집 67명 가운데 42명(62.75%)이, 연세대 의예는 모집 63명 가운데 26명(41.3%)이, 가톨릭대는 모집 56명 중 17명(30.4%)이 추합으로 충원됐다. 올해 최상위 대학인 SKY는 수시등록 마감 전날까지의 추합까지만 집계해보더라도 모집 6699명 중 4015명(59.9%)의 추합이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도체 계약학과의 수시 모집을 진행한 7개교의 경우 모두 수험생 사이에서 선호도가 비슷한 상위권 학교라는 점을 고려하면 학교 간 중복지원이 많았을 확률도 높다. 1명의 학생이 수시에 지원한 6개의 학교에 모두 합격했다고 가정하면 5명의 추합이 발생하게 되는 셈이다. 수시 지원 횟수에 제한이 없는 과기원에 합격, 등록을 결정했다면 6명의 추합까지 발생하게 된다.

오히려 선호도의 추세를 살피려 했다면 수시 추합보다 수시이월과 정시 경쟁률의 추이를 살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수시 추합이 6장 체제로 인해 중복합격을 선택하고 제자리를 찾아가는 과정이라면 더이상 추합으로도 채울 수 없는 상황에서 발생하는 것이 수시이월이기 때문이다. 올해 포스텍을 제외한 6개 반도체 계약학과는 수시이월이 2명 발생했다. 지난해 23명보다 대폭 감소했다. 포스텍은 수시에서만 모집해 수시이월이 발생하지 않는다. 39개 의대 역시 올해 수시이월은 12명으로 지난해 63명보다 대폭 감소했다. 수시이월 규모로 보면 반도체 계약학과나 의대 모두 선호도가 만만치 않음을 알 수 있다.

하지만 올해 정시 경쟁률과 경쟁률 추이에서 선호도는 갈렸다. 올해 신설된 한양대 반도체공과 서강대 시스템반도체공은 각 11.88대1 11.2대1로 예체능계열을 제외한 각 대학의 일반전형 모집단위 중 가장 높은 경쟁률을 보였고, 지난해 정시 모집을 실시한 고려대 연세대 성균관대 3개교는 올해 3개 학과의 신설로 지원인원이 분산됐음에도 불구하고 경쟁률이 상승했다. 학과별 경쟁률을 공개하지 않은 KAIST와 정시를 선발하지 않은 포스텍을 제외하고 5개 반도체 계약학과의 올해 정시 경쟁률은 7.12대1로 지난해보다 상승했다. 상위대는 물론 의약치한수 이공특 교대 대부분 분야별 2023정시가 하락세로 마무리된 가운데 유일한 상승세다. 반면 전국 39개 의대 평균 경쟁률은 정원내 6.67대1로 지난해 7.19대1보다 하락했다.

결국 추합에 대한 몰상식을 배제하더라도 수시이월과 정시 경쟁률로 본 올해 반도체 계약학과의 선호도는 상승하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의대에 밀린 반도체 계약학과 위기론은 산업부 담당기자의 입시 체제에 대한 몰상식에 따른 억지 프레임인 셈이다.

반도체 계약학과의 수시 이탈은 올해 오히려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정시 모집을 실시하는 6개 반도체 계약학과 중 수시 미충원으로 이월된 인원은 총 2명으로 지난해 23명보다 대폭 감소했다. /사진=베리타스알파DB
반도체 계약학과의 수시 이탈은 올해 오히려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정시 모집을 실시하는 6개 반도체 계약학과 중 수시 미충원으로 이월된 인원은 총 2명으로 지난해 23명보다 대폭 감소했다. /사진=베리타스알파DB

 

<‘의대에 밀린’ 반도체 계약학과?.. 추합에 대한 잘못된 이해>
2023수시 등록기간이 끝난 직후 반도체 계약학과의 추합으로 위기라는 보도가 쏟아졌다. 반도체 계약학과의 다양한 혜택에도 불구하고 합격자들이 중복합격한 의대로 떠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는 것이다. 그 근거는 최초 합격자 중 절반 이상이 등록하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연대 시스템반도체공은 40명 모집에 29명(72.5%), 한대 반도체공은 24명 모집에 17명(70.8%), 고대 반도체공은 20명 모집에 12명(60%)이 추합했다고 밝혔다. 서강대 시스템반도체공의 경우 정원 20명에 추합이 47명이나 됐고, 1차 추합 발표에서도 정원을 채우지 못해 6차까지 추합을 돌렸다는 점도 문제시했다. 추합이 대거 발생한 것으로 보아 반도체 업계에 대한 기피 현상이 심각해 ‘찬밥 신세’라고도 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추합에 대한 잘못된 이해에서 비롯된 주장이라고 비판했다. 6장까지 중복합격이 가능한 대입 체제에서 추합은 ‘무조건’ 발생하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신입생 충원율이나 경쟁률처럼 동등 선상에서 비교할 수 있는 자료가 아니라는 게 핵심이다. 특히 이공계열 진학을 희망하는 수험생의 경우 KAIST를 비롯한 과기원에도 대거 지원하는데, 과기원은 수시 지원 횟수에 제한이 없어 1명당 최대 6명 이상의 추합을 만들 수도 있다. 입시 업계에서는 소위 ‘톱’으로 꼽히는 서울대 의대를 제외하곤 전 학과에서 추합이 나온다는 말이 있을 정도다.

추합이 많이 발생하는 학과는 수험생 사이에서 인기가 낮다는 논리도 타당하지 않다. 수험생의 최고 선호 학과라고 주장하는 의예 역시 추합이 발생한다. 연대 의예가 올해 수시에서 모집한 정원 63명 중 26명(41.3%)은 추합된 인원이고, 고대는 모집인원 67명 중 최초 합격 42명(62.75%)이 등록을 포기하면서 추가 합격자로 충원했다. 서울대 연대와 함께 빅5 의대로 꼽히는 가톨릭대도 마찬가지로 56명 중 17명(30.4%)은 추가 합격자다. 추가 합격률로 보면 연대 의예는 모집 63명에 추합 총 35명으로 55.6%, 고대 의대는 67명 모집에 추합 72명으로 107.5%, 가톨릭대는 56명 모집에 추합 30명으로 53.6%다. 최상위 대학인 SKY에도 추합은 대거 발생한다. 올해 SKY의 수시 마감 전날까지 충원한 인원은 총 4015명으로 모집인원 6699명의 59.9%나 된다.

반도체 계약학과의 수시 전형 비중이 대부분 학종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합격자들이 의대로 빠져나갔을 것이라는 추정도 무력해진다. 2023수시에서 모집한 7개 반도체 계약학과 인원 279명 중 학종으로 선발된 인원은 258명(92.5%)이나 된다. 교과전형과 논술전형으로 선발한 인원은 각 8명(2.9%) 13명(4.7%)에 불과하다. 반도체 계약학과에서 올해 수시 92.5%를 차지하는 학종은 학생부와 자소서, 면접을 기반으로 전공적합성을 판단하는 전형이다. 전혀 다른 전공적합성을 지닌 의대와 중복합격은 아예 불가능해진다는 얘기다. 오히려 반도체 계약학과 7개교에 6장의 수시 지원 카드를 모두 집중했을 확률이 더 높다. 특히 반도체 계약학과의 경우 7개교가 모두 수험생의 선호도가 높은 상위권 대학이다. 학교 간 격차가 크지 않을뿐더러 협력관계를 맺은 기업이 겹치고 교육과정도 비슷하게 운영되는 만큼 어느 한 과로 수험생이 몰릴 이유는 적다. 한 교육 전문가는 “반도체 계약학과의 추합 발생은 의대 선호 현상에 기인한 게 아니라 너무 당연한 과정이다. 추합 인원이 등록을 하지 않고 의대로 갔다고 추정할 수도 없다. 올해 반도체 계약학과의 수시 전형은 전공적합성을 기반으로 한 학종이 92.5%나 되기 때문이다. 반도체학과 위기의 근거인 6차 추합도 어처구니없지만 의대로 이탈했으리라는 추정 역시 어불성설인 셈이다”라고 지적했다. 

<반도체 계약학과 수시이월 ‘단 2명’.. 미등록자 대폭 감소>
언론이 의대 열풍을 조장했다는 비판이 더욱 거세질 수밖에 없는 이유는 올해 수시에서 의대 선호 현상을 강조하는 근거로 수시이월이 강조됐기 때문이다. 반도체 계약학과와 마찬가지로 의대 역시 추합이 발생했음에도 불구하고 최종 미충원된 인원만을 부각했다. “서울과 수도권 소재 의대 수시 모집에서는 이월 인원이 1명도 나오지 않았다” “서울/수도권 의대 합격생들은 타 대학과 학과로 이탈 없이 전원 등록을 마쳤다”며 “급감한 의대 수시 미등록 인원은 취업난 등으로 거세진 의대 선호 현상을 보여준다”는 보도다.

수시이월의 동일한 잣대로 비교해 보면 반도체 계약학과의 선호도는 오히려 상승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피’ ‘찬밥 신세’라는 말이 무색해지는 부분이다. 올해 정시 모집을 실시하는 6개 반도체 계약학과의 수시이월은 2명에 불과하다. 반도체 계약학과를 모집하는 학교가 지난해 3개교에서 올해 3개교 더 늘었음에도 수시이월은 23명에서 2명으로 대폭 감소한 결과다. 이월비율로 비교해보면, 지난해는 수시 모집인원 105명 중 이월인원은 23명으로 이월비율이 21.9%였다. 반면 올해는 수시 모집인원이 239명으로 크게 늘었으나 이월된 인원은 단 2명으로 이월비율은 0.8%에 불과하다. SKY의 경우 수시이월이 줄긴 했지만, 요강상 수시 규모 자체가 축소됐다는 점에 반도체 계약학과와 차이가 있다.

반도체 계약학과의 수시이월은 2021학년 3개교 26명, 2022학년 3개교 23명, 2023학년 6개교 2명으로 최근 3년간 계속해서 감소하는 추세다. 학교별로 보면 연대 시스템반도체공은 2021학년 14명, 2022학년 12명으로 줄곧 10명 이상의 수시이월이 발생했지만, 올해는 0명으로 급감했다. 고대 반도체공 역시 2021학년 11명, 2022학년 5명에서 올해 1명으로 감소했다. 성대 반도체시스템공은 2021학년 1명에서 2022학년 6명으로 증가했다가 올해 다시 1명으로 감소했다. 올해 신설된 한대 반도체공과 서강대 시스템반도체공은 아예 수시이월이 발생하지 않았다.

반도체 계약학과 수시이월의 급감은 전액 장학금, 취업 연계 등의 다양한 특전이 제공되는 데다 정부가 반도체 인력양성 방안을 내놓으면서 선호도가 상승하고 있는 것이라 해석해야 한다. 한 전문가는 “언론에서 ‘의대에 밀린 반도체 계약학과’라는 프레임을 억지로 씌우고 있다. 이제 막 첫 발걸음을 뗀 반도체 계약학과에 찬물을 끼얹고 있어 우려된다”고 비판했다.

<반도체 계약학과 정시 경쟁률 7.12대1 ‘상승’.. 의대 6.67대1 ‘하락’>
수험생에게 외면을 받고 있다는 기우와는 다르게 반도체 계약학과는 2023정시에서 압도적인 경쟁률을 기록하며 인기를 입증했다. 올해 신설된 한대 반도체공과 서강대 시스템반도체공은 반도체 계약학과 중 가장 높은 톱2를 차지했다. 각 11.88대1(모집 16명/지원 190명) 11.2대1(10명/112명)로 예체능계열을 제외한 각 대학의 일반전형 모집단위 중 가장 높은 경쟁률이다. 지난해 정시 모집을 실시한 고대 연대 성대 3개교는 올해 3개 학과의 신설로 지원인원이 분산됐음에도 불구하고 경쟁률이 상승했다. 고대는 지난해 5.8대1(10명/58명)에서 올해 6.73대1(11명/74명)로, 연대는 6.18대1(22명/136명)에서 6.5대1(10명/65명)로, 성대는 3.39대1(36명/122명)에서 3.68대1(31명/114명)로 일제히 올랐다.

기존 성대 1개교 체제에 고대와 연대가 합류한 2021학년 이후, 반도체 계약학과의 정시 경쟁률은 3년 연속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2021학년 3개교 4.24대1(59명/250명), 2022학년 3개교 4.65대1(68명/316명), 2023학년 5개교(경쟁률 미발표 KAIST 제외) 7.12대1(78명/555명)의 추이다. 특히 올해는 서울대를 비롯해 연대 성대 서강대 한대 등 서울 주요 대학의 경쟁률이 대부분 지난해보다 하락했음에도 반도체 계약학과의 경쟁률은 건재했다는 평가다. 최상위 대학 SKY만 보더라도 서울대 2022학년 4.13대1(1037명/4285명)→2023학년 3.18대1(1345명/4282명), 연대 4.76대1(1659명/7890명)→3.72대1(1672명/6217명), 고대 3.72대1(1690명/6290명)→3.7대1(1643명/6078명)로 하락했다. 하지만 반도체 계약학과의 경우 수시이월을 반영한 전체 모집인원이 지난해 68명에서 올해 78명으로 10명 증가했으나, 지원자가 239명이나 증가하며 경쟁률이 상승했다. 지난해 정시 모집을 실시한 고대 연대 성대 3개교의 반도체 계약학과 경쟁률을 개별적으로 비교해 보더라도 모두 지난해보다 상승했다. 고대 반도체공 5.8대1→6.73대1, 연대 시스템반도체공 6.18대1→6.5대1, 성대 반도체시스템공 3.39대1→3.68대1의 변화다.

반면 전국 39개 의대 평균 경쟁률은 정원내 6.67대1로 지난해 7.19대1보다 하락했다. 지난해 7.19대1(1268명/9112명)과 비교하면 모집인원이 86명이나 줄었지만, 지원자도 1223명 줄면서 전반적으로 경쟁률이 하락했다. 수시이월 규모가 줄면서 의대 정시 모집인원도 줄었고 서울대 고대 연대의 다른 학과 경쟁률 역시 지난해보다 하락했는데도 의대 경쟁률이 낮아진 이례적인 모습이다. 이에 전문가들은 “자연계 최상위권이 취업이 보장된 반도체 관련 학과로 안정 지원하면서 의대 경쟁률이 지난해보다 낮아진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의대에 밀린 반도체 계약학과’의 프레임에 금이 갈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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