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교학점제와 정시확대 엇박자’

[베리타스알파=신현지 기자] 전국 4년제 대학 총장 10명 중 6명은 고교학점제 도입 시 학생부종합전형(학종)을 확대해야 한다고 보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정시 수능위주전형(수능전형)의 선발비율은 20~30% 정도가 적당하다고 봤다. 전 정부부터 정시 30% 이상을 강제하면서 서울 16개 대학에 ‘수능전형 40% 이상’을 밀어붙였지만 대학 총장들은 이와 반대되는 입장을 지닌 것이다.

고교학점제는 대입 전형의 정시와는 상충되는 성격을 갖는다. 수능 비중이 높아지면, 학생들이 수강하는 과목은 진로/적성을 위한 선택과목이 아닌 수능 과목을 위주로 돌아가게 되면서, 고교학점제의 ‘다양한 과목 선택’이라는 취지와는 멀어질 수밖에 없다. 대학 총장들은 고교학점제에 맞는 대입 전형으로 학종이 가장 적합하다고 봤다. 수업을 골라 듣는 고교학점제는 학생부를 살펴 평가하는 게 적합하기 때문이다. 교육부 출입기자단이 6월23일부터 이틀간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 하계세미나에 참석한 대학 총장 133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 응답자(90명)의 60.5%(52명)가 고교학점제 도입 시 학종을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고교학점제 도입 시 적당한 수능전형 선발비율을 묻는 질문에는 27.2%(22명)가 ‘20% 이상~30% 미만’이 적당하다고 응답했다. 수능전형 ‘30% 이상’이 적당하다는 응답은 16%에 그쳤다. 교육부는 2025년 고교학점제 전면 도입을 앞두고 2024년 2월까지 2028학년 대입제도 개편안을 확정할 예정이다.

6월23일부터 이틀간 대구에서 열린 2022 대교협 하계 세미나에 참석한 대학 총장 133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 조사 결과, 60%가 고교학점제 도입 시 학종을 확대할 것이라고 밝혔다. /사진=베리타스알파DB
6월23일부터 이틀간 대구에서 열린 2022 대교협 하계 세미나에 참석한 대학 총장 133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 조사 결과, 60%가 고교학점제 도입 시 학종을 확대할 것이라고 밝혔다. /사진=베리타스알파DB

<대학 총장 60% ‘고교학점제 도입 시 학종 확대’> 
교육부 출입기자단이 대교협 하계세미나에 참석한 대학 총장 133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 ‘고교학점제 도입 후 대입에서 어떤 전형을 확대할 것인지’를 묻는 문항에 응답자(90명)의 60.5%(52명)가 고교학점제 도입 시 학종을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수도권에서는 70.4%(27명 중 19명)가, 비수도권에서는 60%(55명 중 33명)가 학종을 택했다. 이어 22.1%(19명)가 학생부교과전형(교과전형)을 택했으며 수능전형을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힌 총장은 15.1%(13명)였다.

고교학점제와 정시확대가 상충된다는 것은 이미 교육계에서 계속 논란이 되어 왔던 문제다. 수도권의 한 대학 총장은 “학생 선택권을 보장하는 고교학점제는 수능전형을 통한 획일적 평가보다 다양성을 볼 수 있는 학종이 더 어울리는 제도”라며 “고교학점제와 수능 위주의 정시 확대는 양립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고 했다.

고교학점제 도입 시 적당한 수능전형 선발비율을 묻는 질문에는 27.2%(22명)가 ‘20% 이상~30% 미만’이 적당하다고 응답했다. 이어 ‘10% 미만’ 17.3%(14명), ‘30% 이상~40% 미만’ 16%(13명), ‘10% 이상~ 20% 미만’ 14.8%(12명) 순이다. 수능전형 ‘30% 이상’이 적당하다는 응답은 16%에 그쳤다. 현재 고교교육 기여대학 지원사업비를 받기 위해 수도권 대학은 수능전형으로 30% 이상의 신입생을 선발해야 한다.

앞서 교육부는 고교교육 기여대학 지원사업(기여대학사업)을 2014년부터 추진해왔다. 전형운영의 공정성과 투명성을 확보해 대입에 대한 신뢰를 회복하고, 고교교육과정과 대입전형 간 연계성을 제고해 수험생의 대입 준비 부담을 완화하는 목적에서 시작한 사업이다. 하지만 도입 초기 학종 중심의 수시 확대를 장려하던 데서, 대통령의 말 한 마디로 2020년부터는 돌연 정시 확대와 연계하면서 사업 방향이 정반대로 바뀌어 논란을 불러왔다. 수요자를 비롯한 교육현장은 혼란을 겪었고, 대학들은 정시를 확대하는 방향으로 선회할 수밖에 없었다.

- 대학 재정지원 평가와 등록금 ‘큰 문제’.. 차관 ‘등록금 인상 시사’
개선이 시급한 대학 관련 규제(중복응답)에 대해서는 대학 재정지원 평가(44.3%)와 등록금(40.51%) 문제가 압도적이었다. 이어 정원(5.06%), 학사관리/운영(3.80%), 유학생 유치(3.16%) 순이었다. 재정지원 평가는 교육부가 3년 주기로 실시하는 대학기본역량진단(대학진단)을 지칭하는 것으로 교육부는 진단 인증을 받은 대학에만 일반재정지원 예산을 나눠주고 있다. 올해 기준으로는 1조1870억원이다. 대학들은 그동안 교육부가 실시하는 각종 평가의 지표가 획일적이어서 대학별 특성화가 힘들고 평가 준비로 인해 많은 행/재정적 낭비가 발생한다며 개선을 요구해왔다.

등록금 인상 규제도 완화해야 한다는 의견이 40%를 넘었다. 대학들은 현행 고등교육법에 따라 최근 3년간 평균 소비자물가상승률의 1.5배까지 등록금을 올릴 수 있지만, 교육부의 간접규제로 등록금 인상을 결정하는 대학은 극소수에 불과하다. 올해 4월 교육부와 대교협이 4년제 일반대학과 교육대학 194개 학교를 대상으로 한 ‘2022년 4월 대학정보공시 분석 결과’ 자료에서 등록금을 동결한 곳이 180개교, 인하한 곳이 8개교로 전체의 96.9%(188개교)나 됐다. 대학이 등록금을 올리지 못하는 이유는 등록금 인상 시 국가장학금 지원액 일부(2100억원)를 차단하기 때문이다. 장상윤 교육부 차관은 이날 대교협 세미나에서 “이번 정부에서는 등록금 규제를 풀어야 한다는 데 정부 내 공감대가 형성돼 있어 이를 어떤 방식으로 풀지 논의 중”이라며 “이 문제는 1~2년 끌 것은 아니며 조만간 결론을 내겠다”고 규제 완화를 시사했다.

- 반도체 인재 양성 첨단분야 정원 확대.. 수도권 vs 비수도권 
반도체 등 첨단 분야 인력양성을 위한 수도권 대학 정원 규제 완화에 대해서는 수도권과 비수도권 대학 총장의 입장 차가 극명했다. 설문인원의 65.9%(58명)는 정원 규제에 반대한다고 답했다. ‘찬성’한다고 답한 총장은 30명(33.3%)에 그쳤다. 응답자 중 수도권(32.56%)보다 비수도권(67.44%) 총장이 많아서다. 비수도권 대학 총장의 92.9%는 규제 완화에 반대했으며 수도권 대학 총장의 85.7%는 규제 완화에 찬성했다. 지방대에선 수도권 대학으로 학생이 쏠리는 현상을 우려하는 것으로 보인다.

- 공직자 결격사유 1위 ‘자녀 입시공정성 논란’
교육 분야 고위공직자의 결격사유를 묻는 질문(중복응답)에는 38%(38명)가 자녀의 입시공정성 논란이라고 답했다. 이어 연구윤리 위반 23%, 성 비위 17%, 인사비리 전력 10%, 음주운전 6% 순이다.

- 비수도권대학 행/재정적 권한 지자체 위임 ‘각 50%’
비수도권 대학에 대한 행/재정 권한을 지방자치단체에 이양하는 방안에 대해서는 찬반 의견이 팽팽했다. 찬성은 50.56%, 반대는 49.44%였다. 수도권 대학은 찬성(71.43%), 비수도권 대학은 반대(59.65%) 의견이 많았다. 국공립대(82.35%)는 반대가 압도적으로 높았으며 사립대는 찬성(57.14%)이 많았다. 반대 이유로는 대학 정책에 대한 지자체의 전문성 부족(65.91%), 지방 토호세력과 대학의 결탁 우려(15.91%) 등이다.

최근 지방교육재정교부금 중 일부를 대학에 지원에 활용하는 문제에 대해선 54%가 대학 규모에 따른 분배가 필요하다고 응답했다. 별도의 지역 협의체를 구성해 결정하자는 응답은 33.3%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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