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인문계 유지충원율까지 ‘비상’

[베리타스알파=김하연 기자] 통합형 수능으로 교차지원에 성공한 대학생의 55.9%가 반수를 고려하고 있다는 설문조사 결과가 나왔다. 지난해 통합형 수능의 유불리 현상을 활용해 인문계 교차지원으로 대학 간판을 높이는 데 성공한 이과생 2명 중 1명이 올해 또다시 반수에 나설 수 있다는 얘기다. 수능 출제기관인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은 2년 차 통합형 수능도 유불리 개선 없이 지난해와 동일 기조를 유지한다고 밝힌 상황이어서 교차지원에 성공한 이과생들의 반수 참여 가능성은 2023대입 전반에서 N수생 증가 흐름을 더욱 키울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이만기 유웨이 교육평가연구소장은 “2023학년에도 반수생 증가를 예상할 수 있고 대학의 중도이탈 학생 증가도 예상된다”며 “(교차지원에 성공해 올해 인문계 모집단위로 입학한) 자연계 수험생들이 반수에 나서면 인문계 학과의 고사는 물론 대학 전체의 유지충원율에도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유불리 개선이 없는 통합형 수능의 고수는 이미 정시 확대 기조에 의약계열 선발 증가만으로도 커지고 있던 자연계의 반수를 포함한 N수 증가에 불을 붙일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첫 통합형 수능의 구조적 유불리 문제로 수학에서 ‘미적분’ 또는 ‘기하’를 택한 이과생이 ‘확률과 통계’를 택한 문과생보다 상대적으로 유리한 고지를 점하면서 교차지원이 두드러졌다. 최상위권 대학의 경우 지난해 자연계에서 인문계로 교차지원해 합격한 비율이 50% 전후, 중상위권 대학의 경우도 30~40%대인 것으로 나타났다. 수도권 대학 80개교의 정시 탈락자가 전년보다 6만9089명이나 늘어난 상태라는 통계 역시 N수/반수의 증가 가능성을 뒷받침한다.

유웨이가 운영하는 입시정보포털 유웨이닷컴이 지난해 입시에서 인문계 모집단위로 지원한 이과생 454명을 대상으로 1일부터 3일까지 조사한 결과를 6일 발표했다. 응답자의 분포를 보면 성적대는 1등급대 8.1%, 2등급대 15.4%, 3등급대 32.2%, 4등급대 26.9%, 5등급대 12.1%, 6등급 이하 4.8%다. 재학생과 졸업생 비율은 각각 56.2%와 40.7%이고 미응답자는 3.1%다. 모든 설문 문항에서 재학생과 졸업생 사이에 유의미한 차이는 없었다.

지난해 입시에서 통합형 수능의 유불리 현상을 활용해 인문계 교차지원에 성공한 이과생의 55.9%가 올해 반수를 고려하고 있다는 설문조사 결과가 나왔다. /사진=베리타스알파DB
지난해 입시에서 통합형 수능의 유불리 현상을 활용해 인문계 교차지원에 성공한 이과생의 55.9%가 올해 반수를 고려하고 있다는 설문조사 결과가 나왔다. /사진=베리타스알파DB

<’교차지원 성공’ 이과생 2명 중 1명 ”반수 염두”>
지난해 2022대입은 문이과 통합형 수능을 바탕으로 계열별 유불리가 극심했던 입시였다. 이른바 ‘이과생의 문과 침공’이라고 불리는 이과생들의 인문계 모집 단위 지원으로 인해 인문계 수험생에겐 수능최저 미충족에 더해 불리함을 가중시킨 결과로 나타났다. 하지만 더 큰 문제는 2023대입에도 문이과 통합형 수능이 그대로 실시되면서 이와 같은 유불리 현상이 올해도 재현될 것이라는 점이다.

설문조사 결과를 살펴보면 교차지원을 통해 대학에 입학한 학생 중 절반은 재수생이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대입에 응시할 당시 졸업생이었다는 응답 비율이 40.7%다. 재학생이었다고 응답한 비율은 56.2%다. 학습효과로 인해 올해 재수/반수생이 더욱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는 대목이다.

지난해 통합형 수능의 유불리로 상당수 이과생이 교차지원을 통해 대학 간판을 높이는 데 성공했지만 2명 중 1명은 올해 또다시 반수를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인문계 교차지원을 통해 입학한 이과생에게 2023학년 재수 의향을 묻자 ‘현재 반수 의향이 있다’는 응답이 27.5%로 나타났다. 이와 함께 ‘현재는 반수에 대한 생각이 없지만 추후 상황에 따라 재도전할 수도 있다’는 28.4%로 반수의 가능성을 보이는 학생이 절반을 넘긴 55.9%다. ‘잘 모르겠다’는 응답도 16.1%로 나타났다. 향후 여러 변수에 의해 반수를 택하는 수험생이 더 증가할 수 있다는 의미다.

교차지원 이유로는 많은 입시기관이 분석한 것과 같이 ‘대학 간판을 올리기 위해서’가 40%로 가장 많다. 또다시 반수를 결심하게 된 이유를 묻는 질문에도 40% 가까운 학생이 ‘대학의 레벨을 올리기 위해’라고 동일한 답변을 했다. 대학을 선택하는 과정에 있어 대학의 간판을 매우 중시한다는 방증이다. 이어 ‘평소 가고 싶어 하던 학과를 가기 위해’ 28%, ‘현재 대학이나 학과가 마음에 안 들어서’ 18.1%, ‘인문계 공부를 해서는 경쟁력이 없을 듯해서’ 11.7% 순이다.

이외에도 교차지원에 성공한 학생들이 주로 선택한 인문계 모집단위는 경영경제 회계로 인문계에서도 취업 전망이 높은 학과를 선택하는 경향이 강한 것으로 보인다. 응답 결과 ‘경영경제 및 회계’가 35.7%로 가장 높다. 이어 ‘언어 문학’ 18.7%, ‘인문학(철학 역사 등)’ 15.6%, ‘법학 및 사회과학’ 15%, ‘교육’ 14.5% 순이다.

교차지원이 가져올 폐해로 예상되는 것 중의 하나는 인문계 모집단위로 지원해 합격한 이과생의 반수 가능성이다. 이들이 전과를 하거나 반수를 결심해 인문계 학과에서 이탈을 하게 되면 인문계 학과의 고사는 물론 대학 전체의 유지충원율에도 영향을 미치게 된다. 유지충원율은 대학 평가에 중요한 평가 요소다.

대학들은 신입생의 중도 이탈을 막고 유지충원율을 확보하기 위해 비상이 걸렸다. 특히 자연계에서 인문계로 교차지원한 학생이 50% 전후로 높은 상위권 대학의 경우 자연계에서 인문계로 교차지원한 학생들을 예의 주시하는 상황이다. 일부 대학의 경우 이미 인문계 모집단위 교수들을 중심으로 신입생 상담을 통해 철저히 관리하거나 지원동기 등을 설문 조사하는 등 대응책을 세우는 것으로 알려졌다.

<재수/반수 증가세.. ”재학생 수시 전형 적극 공략”>
통합형 수능의 구조적 허점이 드러났음에도 수능 출제기관인 평가원이 올해 11월17일 실시하는 2023학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을 유불리 개선 없이 지난해와 동일한 통합형 수능으로 시행한다고 밝히면서 수요자의 혼란이 가중될 전망이다. 평가원은 3월 “점수 산출 방식은 지난해와 동일하며 선택과목 응시집단별 세부 통계도 ‘비공개’ 방침을 유지하겠다”고 밝혔고, 전문가들은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지난해 수능에서 성적을 받고도 자신의 위치를 파악할 수 없는 ‘깜깜이 입시’와 이과생의 교차지원을 통한 ‘문과 침공’ 사태 등 문제점이 확연히 드러났음에도 평가원은 개선 없이 올해도 그대로 진행한다고 밝히면서 수험생을 입시 혼란에 방치한 셈이기 때문이다.

세부통계 비공개로 ‘깜깜이 대입’이 반복되는 만큼 사교육비가 더욱 증가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교육부와 통계청이 밝힌 ‘2021년 초중고 사교육비 조사 결과’에서 급격한 학령인구 감소에도 불구하고 사교육비가 지난해 23조4158억원을 기록하면서 전년 19조3532억원 대비 21% 폭증했다. 교육계 한 전문가는 “‘역대급 깜깜이 수능’으로 불린 지난해 수능은 수요자의 불안감을 증폭시키며 사교육비는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하지만 통합형 수능의 구조적 문제에 대한 개선 없이 강행한다는 방침으로 인해 정시 확대와 함께 사교육 시장 확대를 더욱 조장하는 계기로 작용할 전망이다”라고 지적했다.

지난해 입시결과를 열어보면 교차지원을 통한 상위권 대학의 인문계는 이과생이 ‘싹쓸이’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경희 의원(국민의힘)이 서울대로부터 받은 ‘2022학년도 정시모집 일반전형 모집단위 중 문/이과 교차 지원이 가능한 인문/사회/예체능 계열 최초합격자’를 보면 2022정시에서 서울대 인문사회계에 최초 합격한 이과생이 44.44%나 된다. 합격자 486명 중 216명은 수학에서 미적 또는 기하를 선택한 이과생이다. 서울대가 정시 지원 시 제2외국어/한문 필수 응시 조건을 붙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더욱 놀랍다. 특히 이과생 비율이 가장 높은 학과는 자유전공학부로 94.59%다. 합격자 대부분을 이과생이 ‘싹쓸이’한 셈이다.

지난해 학습효과로 인해 이미 상당수의 문과 수험생이 수학을 미적 또는 기하로 갈아탔다는 분석결과도 나왔다. 서울중등진학지도연구회가 올해 3월학평에 응시한 81개 고교 1만9471명의 가채점 성적을 분석한 결과 3월학평에서 이과생이 주로 응시하는 수학 미적을 선택한 학생이 51.74%로 절반을 넘어선 것으로 조사됐다. 문이과 통합형으로 치르기 시작한 지난해 3월학평 이래 미적 응시자가 확대하는 추세이긴 하지만 절반을 넘긴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인문계 입지가 줄어들면서 미적 또는 기하로의 과목 변경 시 추가적인 학습 리스크가 발생할 것을 감안하고도 이 같은 선택을 내린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가채점 분석 결과 수학에서 선택과목별 표준점수 격차가 5점까지 벌어지며, 올해도 문과생에겐 수시에서 수능최저 미충족 사태와 정시에서 이과생의 ‘문과 침공’ 사태가 재현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우려한다.

이 소장은 “선택과목을 바꾸는 경우 추가적인 학습량이 크게 늘 수 있다는 점 등을 고려해 신중하게 판단해야 한다. 자신이 선택한 과목에서 좋은 점수를 받도록 최대한 노력을 해야 하고 특히 수학Ⅰ 수학Ⅱ 등 공통과목에서 고득점을 노리는 것이 현실적으로 나은 전략이다”라고 전했다. 이어 “2023대입에서 상위대학의 정시 비율이 40%로 확대되긴 해도 재학생은 수시모집을 적극 공략할 필요가 있다”며 “일반적으로 최상위권 대학을 노리는 반수생은 수시 논술전형, 정시 수능전형에서 강세를 보이기 때문이다. 재학생은 이를 고려해 수시 학종이나 교과전형에 적극적으로 임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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