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현재 성대 ‘유일’ 공개.. 지난해 상위15개대 2680페이지 분량

[베리타스알파=권수진 기자] 2015학년 시작해 올해로 시행 8년 차를 맞이한 선행학습 영향평가 보고서(이하 선행학습 보고서)의 공개 마감일이 사흘 앞으로 다가왔다. 이달 말을 기점으로 모든 대학의 선행학습 보고서가 입학 홈페이지에 탑재된다. 28일 현재 상위대학 가운데 선행학습 보고서를 공개한 대학은 성균관대가 유일하다.

선행학습 보고서는 대학이 논술 등 필답고사, 면접/구술고사, 실기/시험고사, 교직적인성검사 등 대학별고사를 실시한 경우 출제내용과 평가기준이 고교 교육과정의 범위와 수준을 벗어났는지 분석하는 평가다. 수험생에게 선행학습 보고서가 중요한 이유는 지난해 대학별고사의 기출문제집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특히 논술의 경우 단순히 문항만을 제시하는 것이 아니라 출제의도 출제근거 문항해설 채점기준 예시답안 등이 상세히 담겨있어 사실상 ‘가이드북’의 역할까지 하고 있다. 별도의 논술가이드북을 발간하지 않는 대학이라도 선행학습 보고서를 통해 문제와 풀이를 확인할 수 있다. 

선행학습 보고서의 발간 목적 자체는 대학의 교육과정 위반 여부를 분석하기 위한 것인 만큼, 대학들은 위법판정을 피하기 위해 촉각을 곤두세울 수밖에 없다. 지난해의 경우 별도의 행정처분까지 받은 대학은 없었고, 시정명령 대상인 대학만 있어 위반 대학의 명단을 따로 공개하지 않았다. 행정처분은 2년 연속으로 위반한 경우 내려지는 모집정지 처분을 의미한다. 올해 역시 행정처분이 없을 경우엔 명단을 따로 공개하지 않을 방침이다.

올해 선행학습 영향평가 보고서 공지 마감기한이 사흘 앞으로 다가왔다. /사진=건국대 제공
올해 선행학습 영향평가 보고서 공지 마감기한이 사흘 앞으로 다가왔다. /사진=건국대 제공

<논술/면접 문항 공개.. 2021학년 상위15개대 2680페이지 분량>
선행학습 보고서는 논술을 준비 중인 수험생이 활용 가능한, 일종의 ‘기출문제집’이다. 전년 논술 기출문제와 출제의도, 예시답안 등을 안내하고 있기 때문이다. 출제주체인 대학이 직접 내놓는 자료라는 점에서 출제자의 의도를 가장 정확히 파악할 수 있는 자료다. 대학의 기출을 복원해 각기 다른 분석을 내놓는 사교육 교재와는 비교할 수 없는 신뢰도를 지닌다. 

도입 초기에는 논술만을 분석했지만 2017학년부터는 면접/구술고사에서 실시하는 교과 관련 질문 문항에 대한 분석도 실시하기 시작하면서 논술/면접을 아우르는 대학별고사 기출 확인 통로로 자리잡았다. 단 문제풀이식 면접이 아닌, 제출 서류의 진위 여부만을 확인하는 인성면접인 경우 선행학습 영향평가를 간소화할 수 있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 선행교육예방연구센터가 제공한 ‘공교육정상화법 매뉴얼’은 “교과지식과 관련 없는 인성 면접, 학생부/자소서 확인 면접 등의 경우 논술/면접/구술고사와 달리 간소화해 실시할 수 있다. 인성이나 학생부/자소서 기재 사항을 확인하는 면접이라는 점을 명시하고 면접 활용 문항을 예시로 제시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다만 교과지식을 직접 묻는 면접은 아니더라도 교과지식과 관련된 사항을 예시문으로 활용하거나 교과지식과 관련된 사항에 대한 문제 해결 과정을 측정하는 면접은 논술 등과 마찬가지로 선행학습 영향평가를 실시해야 한다.

개별면접인 경우 학생마다 학생부/자소서가 달라 질문도 차이가 있다. 다만 선행학습 보고서를 통해 지원자가 제출한 학생부/자소서 내용을 토대로 어떤 식으로 검증하는지 확인할 수 있어 수험생들은 본인의 서류를 기반으로 예상문제를 만들어 보는 식으로 활용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동국대는 2021학년 학생부종합 면접에서 공통질문/예시문 없이 교과지식과 관련이 없는 인성면접, 학생부/자소서 기재 내용 확인으로 진행했지만 수험생별 개별질문을 어떤 식으로 진행했는지 2021 선행학습 보고서를 통해 소개했다.

각 대학은 홈페이지를 통해 매년 3월31일까지 공개하고 있기 때문에 누구나 자료를 활용할 수 있다. 시행 첫해에는 학교마다 양식도 제각각인 등 비교적 부실한 편이었지만 이후 발전을 거쳐 교육 소외지역 일반고 학생도 활용할 수 있을 만한 수준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대학별 양식이 통일된 이후 보고서는 분량이 대폭 확대됐다. 

상위15개대(건국대 경희대 고려대 동국대 서강대 서울대 서울시립대 성균관대 숙명여대 연세대 이화여대 인하대 중앙대 한국외대 한양대)를 기준으로 살펴보면 2015학년 1021페이지에서 시작해 2016학년 1854페이지, 2017학년 2512페이지 순으로 분량이 크게 확대된 이후 2018학년 2537페이지, 2019학년 2503페이지, 2020학년 2239페이지, 2021학년 2680페이지 순으로 비슷한 분량을 유지하고 있다. 

<부록에 담긴 기출.. 출제의도 예시답안 ‘주목’>
수험생이 주로 참고하는 기출문항은 부록에 담긴 경우가 많다. ‘문항카드’ 형식으로 일반정보(전형명 계열 문항번호 출제범위 예상소요시간), 문항/자료, 출제의도, 출제근거, 문항해설, 채점기준, 예시답안 등을 기재하고 있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 역시 상위15개대 가운데 가장 먼저 선행학습 보고서를 공개한 성균관대의 논술우수전형 기준으로 문항 공개형식을 살펴보면 인문계 1교시 문제1 ‘일반정보’ 파트에서는 교육과정 과목명(통합사회, 정치와 법, 경제, 윤리와 사상)과 핵심개념/용어(자유주의, 공동체주의, 공동성, 자유와 권리, 사회적 책임)를 담고 있다.

제시문과 문항을 담고 있는 부분은 ‘문항/자료’ 파트다. 실제 시험에서 어떤 내용의 제시문 몇 개가 나왔고 이를 토대로 어떤 질문을 출제했는지 알 수 있다. ‘출제의도’에서는 문항을 통해 무엇을 평가하려고 한 것인지 설명한다. 예를 들면 “고등학교 교육과정을 정상적으로 이수한 학생들이 주어진 주제에 대해 논리적으로 분석, 사고하고 본인의 생각을 글로 논술하는 능력을 평가하기 위한 것”이라는 식이다. ‘출제 근거’는 교육과정 근거와 자료 출처로 크게 나뉜다. 교육과정 근거의 경우 고교 교육과정 중 어느 과목(사회 도덕 등)을 활용했는지, 관련 성취기준은 무엇인지 기술했다. 자료 출처는 활용한 도서명을 기록하고 있다. 교과서인 경우와 교과서 이외 다른 도서인 경우로 분류하고 있다. 해당 도서 쪽수까지 기입하고 있으며 재구성 여부도 밝히도록 했다. 

선행학습 보고서가 기출문제 자체만 다루고 있다면 활용도가 그리 높지 않겠지만, 수요자에게 풀이를 제공하는 문항해설/채점기준/예시답안 파트가 있어 실질적인 활용이 가능하다. ‘문항 해설’은 질문과 제시문 각각을 분석한 부분이다. 질문이 요구하는 답이 무엇인지, 어떤 방법으로 기술해야 하는지 설명한다. 예를 들면 “문제1은 고교 통합사회와 윤리와사상 교과과정에서 다루고 있는 ‘자유주의’와 ‘공동체주의’라는 두 가지 관점에 근거해 개인의 자유와 권리, 능력주의, 공동체적 가치, 공동선, 사회적 책임 등과 같은 다양한 개념들을 포괄하는 제시문들을 나열하고, 그것들을 두 가지 입장으로 분류, 요약하라는 문제이다”의 식이다.

대학별로 문제당 적게는 1개부터, 많게는 6개 이상까지 제시문이 있다. 각 제시문이 무엇을 말하는 내용인지 문항 해설을 통해 담아내고 있다. 예를 들면 “제시문1 내용에 의하면 존 밀턴의 ‘아레오파지티카’는 표현의 자유의 중요성을 피력했으며, 이를 통해 민주주의가 실현되고 사회가 안정적으로 발전해 나갈 수 있다”는 식이다.

‘채점기준’은 말 그대로 어떤 기준으로 답안을 평가하는지 설명한다. ‘자유주의와 공동체주의(공화주의)적 입장을 정확히 분류했는가’ ‘자유주의와 공동체주의(공화주의)적 입장을 정확하고 풍부하게 요약했는가’ ‘자유주의와 공동체주의(공화주의)적 입장을 통합적으로 요약했는가(제시문별로 요약하고, 통합적으로 요약하지 않은 경우 감점 요인)’ 등이다.

성대의 경우 제시문을 올바르게 분류하고 제시문의 차이점이나 관계까지 충분히 고려하면서 두 입장의 핵심 논지를 통합적으로 잘 분석해 기술한 답안인 경우(A)부터, 제시문 분류에도 실패하고 두 입장의 핵심 논지 서술도 제대로 안 된 답변(E)까지 나뉘며, E등급에도 미치지 못하는 답안은 F를 부여했다.

‘예시답안’은 해당 문항에서 요구하는 답변을 예로 들어 서술하고 있다. 일종의 모범답안인 셈이다. 수요자 입장에서는 본인이 기출문제를 토대로 문제를 풀어본 뒤에 예시답안과 비교해 보며 피드백해 볼 수 있다.

<선행학습 영향평가란>
선행학습 영향평가는 2014년 9월12일부터 시행된 ‘공교육정상화 촉진 및 선행교육 규제에 관한 특별법’(이하 공교육정상화법)에 근거한다. 공교육정상화법 제10조에 따르면 대학별고사(논술 등 필답고사, 면접/구술고사, 실기/실험고사, 교직적성/인성검사)를 실시하는 경우 고등학교 교육과정의 범위와 수준을 벗어난 내용을 출제 또는 평가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대학별고사를 실시한 경우 입학전형 영향평가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선행학습을 유발하는지에 대한 영향평가를 실시해 공고해야 한다.

선행학습 영향평가 대상은 고등교육법 제2조에 따른 학교와 그 밖에 다른 법률에 따른 고등교육기관을 말한다. 대학의 장은 대학별고사를 실시한 경우 반드시 자체적으로 선행학습 영향평가를 실시해야 한다. 선행학습 영향평가 실시 결과를 다음 연도 입학전형에 반영할 필요가 있는 경우 이를 위해 전형계획을 변경할 수 있다. 

2015학년 처음으로 발간되기 시작한 선행학습 영향평가 보고서는 대학별로 양식도 통일되지 않아 수요자가 활용하기 어려운 측면이 많았다. 그러나 다음해인 2016학년부터는 대학별 양식을 통일하고 서울 상위 15개대학의 경우 대학별고사 기출문제를 100% 공개하는 등 개선이 이뤄졌다. 개선된 보고서는 문항분석, 출제의도, 모범답안까지 제시해 논술 주교재로도 손색없다는 평가를 받았다. 특히 논술전형을 준비하는 수험생에게는 선행학습 영향평가 보고서가 ‘기출문제집’으로서 유용하게 활용된다. 

특히 2017학년부터는 논술뿐 아니라 면접/구술고사에서 실시하는 교과 관련 질문 문항에 대한 분석도 실시됐다. 면접의 교과지식 관련 문항에서도 교육과정 범위를 넘어갈 시 제재가 따르게 된 셈이다. 

문항분석뿐만 아니라 고교교육과정 내 출제를 위해 노력한 부분에 대한 정성평가도 실시됐다. 대학 입장에서는 고교교육과정 내에서 출제하기 위해 노력을 많이 했음에도 본의 아니게 문항을 하나 잘못 출제할 경우 치명적일 수 있기 때문이다. 문항 평가와는 별도로, 대학이 어떤 노력을 실시해왔는지도 보기 시작한다는 의미가 있다. 

고교 교육과정과의 연계성을 높이고 선행학습 영향평가에 대한 객관성을 확보하기 위해 입학전형영향평가위원회 구성에는 고교교사 및 교육과정 전문가를 반드시 포함해야 한다. 이에 따라 각 대학은 입학전형 영향평가를 실시한 후 그 결과와 다음 연도 입학전형에의 반영 계획을 매년 3월 31일까지 대학 홈페이지에 게재해 공개해야 한다. 

영향평가에 관한 사항은 교육부장관 소속 교육과정정상화심의위원회(이하 교육과정위원회)가 심사/의결한다. 심의 결과에 따른 시정이나 변경 명령을 이행하지 않을 경우 교원 징계뿐 아니라 재정지원 중단 또는 삭감, 학생정원 감축, 학급 또는 학과의 감축/폐지, 학생 모집 정지 조치 등을 할 수 있다. 

시행령안 제15조는 위반행위에 대한 행정처분 기준에 대해 상세히 설명하고 있다. 대학별고사를 실시할 때 고교 교육과정의 범위와 수준을 벗어난 내용을 출제/평가한 경우 총 입학정원의 10% 범위에서 모집정지 조치를 실시한다. 입학전형 영향평가를 실시하지 않거나 그 결과를 다음 연도 입학전형에 반영하지 않은 경우에는 총 입학정원의 5% 범위에서 모집정지 조치한다. 입학전형 영향평가 결과 및 다음 연도 입학전형에의 반영 계획을 인터넷 홈페이지에 게재해 공개하지 않은 경우에도 마찬가지로 총 입학정원의 5% 범위에서 모집정지 조치가 취해진다. 위반행위가 둘 이상인 경우, 각각 개별 처분기준을 합산해 처분하되 입학정원 모집정지는 최대 15%를 넘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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