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의신청 자문 학회명 공개.. 출제기간/검토인원 확대

[베리타스알파=권수진 기자] 지난해 치른 2022수능에서 생명과학Ⅱ 출제오류 사태가 발생한 것과 관련, 교육부가 수능 출제기간을 확대하고 검토위원을 늘린다. 이의신청과 관련해 자문받은 학회명과 자문 내용도 공개할 방침이다. 교육부는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수능출제 및 이의심사 제도 개선방안 시안’을 발표하고 내달 2일까지 일주일간 대국민 의견수렴을 실시한다고 23일 밝혔다. 

2022수능에서는 출제오류 논란에 휩싸인 생명과학Ⅱ 20번 문제의 이의신청 검토 과정에서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평가원 간부가 소속된 학회에 자문을 구한 것으로 확인되면서 공정성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당시 결론을 내놓으면서 “관련 분야 학회들과 다수의 외부 전문가들에게 자문 의견을 구했다”고만 밝히고 어떤 학회에 자문을 구했는지는 밝히지 않으면서 투명한 공개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이번 개선방안에는 전문성/대표성/전국성의 기준에 따라 사전에 자문을 의뢰할 학회의 명단을 준비하고 중대사안이 발생할 경우 명단을 활용해 3개 이상의 학회에 자문을 요청하되, 관련 내용학회를 중심으로 의뢰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이의심사위원회의 독립성과 객관성을 강화하기 위해 이의심사위원회 위원장을 외부인사로 위촉하고 외부위원도 확대할 방침이다. 최소한의 책임성 담보를 위해 출제위원장과 검토위원장이 참여하되, 현장교사와 학부모, 법조인, 다른 국가시험 관계자 등 현장성과 전문성을 갖춘 외부위원을 추가 위촉한다. 이로 인해 외부위원 비중이 기존 55.6%(9명 중 5명)에서 81.8%(11명 중 9명)로 증가한다.

이의심사기간은 12일에서 13일로 확대한다. 올해 수능 정답 확정/발표일은 기존 11월28일에서 11월29일로 변경된다. 성적통지일과 이후 일정은 변동이 없다.

교육부가 2022수능에서 출제오류 사태가 발생한 데 대한 대책으로 수능 출제기간 확대, 검토위원 확충 등의 방안을 내놨다. /사진=베리타스알파DB
교육부가 2022수능에서 출제오류 사태가 발생한 데 대한 대책으로 수능 출제기간 확대, 검토위원 확충 등의 방안을 내놨다. /사진=베리타스알파DB

<고난도 문항 검토단계 신설>
검토자문위원은 기존 8명에서 12명으로 4명 늘어난다. 과학에서는 물리 1명, 화학 1명, 생명과학 2명, 지구과학 2명, 사회에서는 사회문화 1명, 윤리 1명, 지리 1명, 역사 1명, 경제 1명, 정치와법 1명이다. 전공영역이 분화된 생명과학 지구과학 경제 정치와법의 검토자문위원이 추가됐다. 

전체 출제기간은 기존 36일에서 38일로 2일 확대한다. 인쇄기간을 제외한 총 출제기간은 국어/수학/영어의 경우 기존 21일에서 23일로, 탐구의 경우 기존 18일에서 20일로 늘어난다. 

영역/과목별 고난도 문항 검토단계도 신설한다. 영역/과목별 기획위원, 평가위원, 검토자문위원 등으로 구성되는 별도 검토단에서 다수의 조건이 활용되거나 다양한 풀이 방식이 존재할 수 있는 고난도 문항을 집중 검토해 문항의 완결성을 높이겠단 취지다. 

교육부는 “출제/검토과정에서 풀이에 필요 없는 조건을 찾아내기 위한 다각적 검토가 부족했고, 이의 심사과정에서 외부 전문가와 학회 자문 절차를 진행했지만 소수의견을 객관적으로 처리하기 위한 절차와 기준이 미흡했다”고 분석했다. 

<역대급 혼란 일으킨 생명과학Ⅱ 출제오류 논란>
2022수능에서 논란이 된 생명과학Ⅱ 20번 출제오류 사태는 소송전까지 이어지면서 역대 출제오류 논란 중 가장 큰 파장을 일으켰다. 평가원이 출제오류를 처음부터 인정하지 않고 ‘출제오류 없음’으로 결론내면서 혼란이 커졌다. 결국 생Ⅱ 응시자 92명은 평가원을 상대로 생Ⅱ 20번 정답결정처분 취소소송과 정답결정처분 집행정지 가처분소송을 서울행정법원에 접수하며 소송전으로까지 치달았다.

서울행정법원 행정6부는 생Ⅱ 응시생 92명이 평가원을 상대로 낸 정답결정 취소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하며 수험생들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판결문을 통해 “소송을 낸 수험생들은 평가원이 의도한 풀이방법과 정확히 일치하지는 않지만 충분한 논리성/합리성을 가진 풀이방법을 수립해 문제 해결을 시도했고, 그 과정에서 문제 자체의 오류로 인해 정답을 선택할 수 없게 됐다”며 “이런 상황에서 수험생들에게 이 사건 문제의 정답을 5번으로 선택할 것을 요구하는 것은 이 사건 문제에 명시된 조건의 일부를 무시하거나, 생명과학 원리를 무시한 채 답항을 고르라는 것과 다름없어 부당하다”고 말했다.

향후 수험생들의 문제 풀이에 미칠 영향도 우려했다. “정답을 그대로 유지한다면 수험생들이 앞으로 과학원리에 어긋나는 오류를 발견하더라도 출제자의 실수인지 의도된 것인지 불필요한 고민을 할 수밖에 없다”며 “수능을 준비하며 사고력과 창의성을 발휘해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을 기르는 것에 초점을 두지 않고 출제자가 의도한 특정 풀이방법을 찾는 것에만 초점을 두게 될 우려도 있다”고 설명했다.

생Ⅱ 20번 문제를 두고 다수의 교육 전문가들은 제시문에 나온 ‘하디-바인베르크 평형’ 문제에서 개체 수가 음수로 나오는 오류가 있었다고 설명해왔다. 유전학 분야의 권위자로 꼽히는 조너선 프리차드 미국 스탠퍼드대 교수까지 오류가 있다는 의견을 내놨고, 이보다 앞서 김종일 서울대 유전체의학연구소장 겸 의대 교수도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해당 문항이 100% 오류가 맞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교육계 전반에서 해당 문항을 오류라고 본 이유는 주어진 조건을 모두 만족하는 집단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종로학원 김연섭 과학팀장은 “제시문 내용에서 집단 Ⅰ이 멘델 집단이라고 가정하면, 마지막 조건 ‘Ⅰ과 Ⅱ 각각에서 B의 빈도는 B의 빈도보다 크다’는 조건에 부합하지 않기 때문에 가정은 기각된다. 따라서 집단 Ⅱ가 멘델 집단일 수밖에 없다. 그러나 이를 통해 집단 Ⅰ의 개체 수를 구해보면 유전자형이 B*B*인 개체 수가 음수가 되기 때문에 이 또한 모순이 된다. 결국 문제의 설정 자체가 잘못된 것으로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2022수능은 첫 통합형 수능의 구조적인 한계로 인한 문이과 유불리 문제의 대책이 없었던 점, 난이도 조절 실패로 ‘역대급 불수능’이었던 상황에서 출제오류까지 더해지면서 수험생들은 ‘사상 초유의 수능’을 경험한 세대로 남게 됐다.

<역대 9건 출제오류 중 ‘5건 과탐’>
역대 수능에서 출제오류로 판정된 것은 수능 횟수로 일곱 번째, 건수로는 9건이다. 2015수능과 2017수능에서는 각 2개 영역에서 출제오류가 발생했다. 9건 가운데 과탐에서 발생한 경우는 올해 사례를 포함하면 총 5건이다. 2008수능 물리Ⅱ 11번(복수 정답), 2010수능 지구과학Ⅰ 19번(복수 정답), 2015수능 생명과학Ⅱ 8번(복수 정답), 2017수능 물리Ⅱ 9번(모두 정답)이다.

과탐에서 유독 수능 출제오류 문제가 집중된 양상이다. 종로학원 임성호 대표는 “문제 검수 및 문제 오류 제기 시 작동하는 시스템을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특히 과탐 영역이 전문적인 분야로서 문제 제기 시 적극적인 공론화 과정이 부족하고, 해결 시스템이 폐쇄적인 것이 문제일 수도 있다”며 “전문가/전문집단으로부터의 공론화와, 적극적 의견 개진 과정 통로를 열어줘야 한다”고 말했다.

과탐을 제외한 나머지 영역에서는 국어(언어) 세계지리 영어(외국어) 한국사 등에서 발생했다. 2004수능 언어 17번(복수 정답), 2014수능 세계지리 8번(모두 정답), 2015수능 외국어 25번(복수 정답), 2017수능 한국사 14번(복수 정답)이다.

출제오류는 평가원의 공신력에 타격을 주는 중대한 사안이다. 2022수능의 경우 해당 문제에 대한 이의신청을 검토했을 당시 문제의 조건이 완전하지 않다는 점까지는 인정했으면서도 결과적으로는 출제오류가 아니라는 입장을 내놓은 탓에 비난을 더 키운 측면이 있다는 지적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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