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년간 222명.. '인재 유출 방지 방안 절실'

[베리타스알파=권수진 기자] 경찰대학 출신의 로스쿨 진학이 다시 도마에 올랐다. 곽상도(미래통합) 의원과 사범시험준비생모임에 의하면 올해 로스쿨 신입생 중 57명이 경찰대학 출신으로 나타났다. 경찰대 한해 정원이 100명임을 감안하면 57명 로스쿨 진학은 졸업생의 절반이 넘긴 수준인 셈이다. 2016년 17명, 2017명 13명, 2018년 25명, 2019년 27명, 2020년 57명 순으로 올해 껑충 뛰었다. 2017년 홍철호(당시 새누리) 의원이 교육부로부터 받아 공개한 자료에 의하면 2012년 7명, 2013년 15명, 2014년 30명, 2015년 31명 순으로 그 이전부터 꾸준하게 로스쿨 진학자가 발생하고 있다. 2012년부터 지금까지 9년간 총 222명에 달한다. 

현역 경찰들이 로스쿨 진학으로 눈을 돌리는 이유는, 경찰대학 졸업 후 기대와 다른 현실, 승진에 대한 고민에서 비롯된 문제라는 분석이 나온다. 경찰내 간부의 구성원은 경찰대학출신 간부후보생 고시출신 순경출신 등 4가닥으로 구성된다. 1985년부터 졸업생을 배출한 경찰대학 출신만해도 3500명수준. 물론 의무복무연한을 채우고 그만둔 인원도 있지만 경찰간부 적체 현상은 심화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승진에 대한 고민이 깊어지다보니 다른 진로로 눈을 돌리는 경우가 늘어날수 있다는 얘기다. 

물론 로스쿨 진학이 능사는 아니다. 변시 합격률은 올해 53.32%로 지난해 50.78%에 비해서는 소폭 증가했지만 응시자 절반은 떨어진 셈이다. 한 교육 전문가는 “아무리 쉬운 보직으로 이동한다 하더라도 현직을 유지하면서 근무와 학업을 병행하는 것이 쉬운 것은 아니다. 단순히 ‘현역 메리트’를 노리고 로스쿨 진학을 고민하는 것은 신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현역 경찰의 로스쿨 진학을 두고 경찰대학에 화살을 돌리기도 한다. 경찰대학 설립 취지에 맞지 않다는 점을 들어 경찰대학을 폐지해야 한다는 강경한 주장도 나오지만, 설립취지에 맞지 않은 운영은 시정해야 할 사안이지 폐지주장은 무리하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오히려 경찰대학보다는 경찰청 차원에서 해결해야 할 문제라는 지적도 나온다. 교육계 한 전문가는 “경찰대학 신설 당시보다 경찰 인력의 수준이 상향됐다고는 하지만, 경찰대학을 대체할만한 우수인력양성기관 마련은 쉽지 않다. 이탈자 발생을 문제로 폐지해야 한다면 의대 진학이 있다고 영재학교를 폐지하자는 얘기도 가능하다. 폐지를 주장하기보다는 개선방안을 만들기 위한 노력을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지적했다.

경찰대학 출신의 로스쿨 진학이 도마에 올랐다. 경찰대학 차원의 대안 마련에 한계가 있는 만큼, 경찰청 차원의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진=베리타스알파DB
경찰대학 출신의 로스쿨 진학이 도마에 올랐다. 경찰대학 차원의 대안 마련에 한계가 있는 만큼, 경찰청 차원의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진=베리타스알파DB

<단순한 변심보단 승진 등 고민>
현역 경찰들이 로스쿨로 눈을 돌리는 현상 이면에는 다양한 고민이 자리하고 있다. 승진에 대한 고민이 그 중 하나로 꼽힌다. 경찰대학을 졸업하면 경위에 임관되며 경찰간부로 출발한다. 경찰간부는 경위이후 경감 경정 총경 경무관 치안감 치안정감 치안총감순으로 계급이 높아진다. 총경은 경찰서장, 경찰청 지방청 과장급으로 근무하는 계급으로, '경찰의 꽃'으로 불린다. 세간에서 '출세했다'고 인정받는 기준점이 총경이다. '경찰의 별'이라고 불리는 경무관 바로 아래 계급이다.

군 조직이 그러하듯, 경찰 조직 역시 승진하지 못하고 후배 기수에서 승진이 먼저 이뤄질 경우 사실상 옷을 벗게 되는 문화다. 한 경찰 관계자는 "총경 정원이 500명 내외인데, 경찰대학 기수별 졸업인원이 100명이다. 총경계급정년이 11년이라는 점을 고려해 단순 계산하면 1년에 40~50명 정도가 승진가능하다는 계산이 나온다. 한 해 졸업하는 경찰대학 졸업생만해도 그것보다 훨씬 많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경찰대학 출신이라고 모두 총경을 달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경찰 간부의 구성원은 경찰대학 출신 말고도 간부후보생 고시출신 로스쿨특채출신 순경출신 등으로 나뉜다. 간부후보생과 경찰대학 졸업생은 모두 경위부터 시작한다. 지금은 사시가 폐지되면서 고시특채는 거의 사라졌지만, 사법고시 행정고시 등 고시 출신은 경정특채로 임용됐고 여전히 고위간부로 남아있는 상태다. 현재 로스쿨출신 특채는 경감으로 임용된다. 경찰대학 졸업생이 승진하려면 총경 아래 직위에서부터 치열하게 경쟁하는 구조다. 관계자는 "40~50명 중에서도 쿼터를 나눈다. 경찰대학 출신은 경찰대학 출신끼리 경쟁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총경을 달지 못하고 밀려나게 되면 향후 진로를 고민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런 목소리를 경찰대학 출신들이 내기 어렵다. ‘경찰대학 출신은 모두 총경을 달아야 하느냐'는 비판이 나올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런 내부적인 고민을 입 밖에 내진 못하지만 ’내가 총경을, 혹은 경정이라도 달 수 있을까‘하는 고민을 모두 안고 있다. 이런 고민의 결과가 로스쿨 진학으로 나타나는 것“이라고 말했다. 

경찰대학에서 품은 꿈과 현실 간 괴리도 무시할 수 없다. 한 관계자는 "경찰대학에 진학한 사람들은 기본적으로 공부를 잘한다는 소리를 들으면서 열심히 했던 사람이다. 경찰대학에서 배울때도 경찰조직을 이끌어가는 핵심엘리트라는 교육을 받고 생활한다. 하지만 막상 입직하고보면 배우고 들은 것과 다른 현실을 맞닥뜨린다. '현장도 모르고 책상에 앉아 보고서만 쓴다'는 다른 직원들의 냉소를 겪어야하고 향후 미래에 대한 비전도 불투명해진다"고 말했다.

결국 묵묵히 일만 한다고 해서 원하는 승진/자아실현이 가능하느냐는 스스로의 물음에 대한 해답을 로스쿨에서 찾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하지만 로스쿨을 진학하는 것이 결코 만만한 선택지는 아니다. 올해 제9회 변호사시험(변시)에 응시한 3316명 중 1768명이 합격해 합격률은 53.32%를 기록했다. 지난해 50.78%에 비해서는 소폭 늘었지만 절반에 가까운 인원이 탈락한 셈이다. 변시 합격률은 1회 87.15%, 2회 75.17%, 3회 67.63%, 4회 61.11%, 5회 55.2%, 6회 51.46%, 7회 49.35% 순으로 계속해서 하락하다가 8회 50.78%, 9회 53.32% 순으로 반등한 상태다. 

변시에 떨어지는 인원이 해마다 누적되면서 매년 하락하는 변시 합격률로 인해 ‘변시 낭인’이라는 용어도 나올 정도다. 로스쿨협의회에서는 응시자 대비 합격률을 60%이상으로 보장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지만 주장이 받아들여질지는 미지수다. 

로스쿨 3년과정 동안 학업에만 매진하는 경우에도 어려운 시험인데 근무 중 로스쿨을 병행하면서 좋은 성적을 내기가 더욱 쉽지 않다. 한 교육 전문가는 “경찰 출신 변호사에 대한 수요가 있다 보니 ‘현역 메리트’가 있다는 점을 부인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그것만을 좇아서 로스쿨로 진학한다고 다 되는 것은 아니다. 경찰대학을 준비중인 수험생이라면 ‘경찰대학에 진학해서 로스쿨로 빠져야지’하는 안일한 생각으로 진학해서는 안 될 것”이라고 말했다. 

<불법 아니지만 근무태만 등 우려>
공부량이 많기로 알려진 로스쿨 수업을 현역 경찰이 따라갈 수 있는 방법은, 보다 ‘수월한’ 부서로 이동하는 것이다. 현직 자리를 유지하면서 로스쿨 공부를 마친 후, 주요 보직으로 자리를 옮겨 이후 법조계로 이동하는 수순이다.

물론 변호사 자격증을 취득하고도 경찰에 남아있는 경우도 있지만 그 수가 많다고 보기는 어렵다. 로스쿨특채로 들어오게 되면 경감으로 임용되긴 하지만, 그렇다고 로스쿨에 진학하는 경찰대학 출신이 특채를 노린다고 보긴 어렵다. 경위에서 승진시험 한 번이면 경감이 될 수 있는데 승진을 노리고 로스쿨에 진학하는 것은 비효율적이기 때문이다.  학업과 현직을 병행하는 것이 불법은 아니지만, 로스쿨 진학 후 현직에 그대로 남는 것이 아니라 변호사 등으로 빠져나가는 경우가 많다는 점을 고려하면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경찰대학의 경우 4년동안 기숙사 생활을 하면서 학비 식비 등을 국가예산으로 지원받는다. 2016년 박주민(더불어민주) 의원이 경찰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세입세출, 기금결산 사업 설명'자료에 따르면 경찰대학의 2015년 예산은 103억 8500만원, 2016년 예산은 116억4700만원이었다. 전체 재학생수를 기준으로 판단하면 재학생 1인이 졸업 때까지 약 1억원 가량을 지원받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다만 경찰청은 당시 "예산 전체를 학생 수로 나누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다"며, "경찰대학 예산 중 학생에 직접 투자되는 교육비 비중은 33.5% 수준이다. 기숙사 비용 등을 포함한다 하더라도 4년간 1인당 4915만원의 예산이 투입된다고 봐야 한다"고 해명했다. 실질적인 투입예산을 따져보기 위해서는 전체 운영예산을 학생 수로 나누는 계산방법보다는 교육비 비중을 따져봐야 한다는 점에서 경찰대학의 해명에 무게가 실린다. 하지만 1억에 미치지 않을 뿐, 1인당 4915만원의 예산 역시 적다고 볼 수 없다. 

경찰대학 출신의 로스쿨 진학은 경찰대학 폐지론으로도 이어진다. 하지만 현역 경찰관의 이탈 문제는 경찰대학이 아닌 경찰청 차원에서 해결해야 할 문제라는 지적도 나온다. 경찰대학도 중도이탈자들을 방지하기 위한 대비책인 학비상환 제도를 통해 관련 문제에 대해 적극 대응해 왔다. 경찰대학 졸업 후 6년(72개월) 간 이행해야 하는 의무복무를 마치지 않은 중도이탈자는 학비상환 기준금액 가운데 남아있는 의무복무 개월 수만큼의 비율을 상환해야 한다. 

하지만 문제는 6년간의 의무복무를 마친 이후다. 현 법체계 하에서는 의무복무를 마치고 로스쿨 등 여타 직종으로 이탈하는 것까지 방지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한 교육 전문가는 "의무복무를 마친 졸업생들의 진로까지 일괄적으로 제한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법조인 양성체계가 로스쿨로 일원화될 것이 분명해지는 시점에서 로스쿨 진학을 금지시키는 것은 법조인 진출을 불허하는 것이나 다름없기 때문에 직업선택의 자유 문제로 흘러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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