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 조사 착수.. ‘선임병 부탁으로 2020수능 응시’

[베리타스알파=손수람 기자] 15년 만에 수능 대리시험이 다시 발생한 것으로 확인되면서 공정성에 대한 논란이 번질 조짐이다. 9일 군 당국에 의하면 공군 모 부대 소속 A병사가 지난해 11월14일 서울 한 사립고교에서 당시 선임병 B씨를 대신해 수능시험을 봤던 것으로 파악됐다. A병사는 지난해 8월19일 부대로 전입했으며, B병사는 올해 3월12일 전역한 상태다. 수능 당일 A병사의 수험표에는 B씨의 사진이 붙어 있었지만 고사장의 본인확인 절차에 적발되지 않았다. A병사는 군 경찰 조사에서 대리시험을 치른 사실을 시인했다. 다만 금품 등은 전혀 받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미 전역한 B씨에 대해선 조사 일정을 조율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2월11일 국민신문고의 공익제보가 국민권익위원회에 접수되면서 올해 수능 대리시험이 처음 인지됐다. 제보에는 A병사와 B병사의 실명과 소속 군부대가 모두 나와 있었다. 수능 당일 두 병사가 휴가를 함께 사용했다는 사실과 대리시험을 치른 서울 사립고교의 고사장에 대한 정보 등 구체적인 정황도 포함됐던 것으로 전해진다. 대리시험으로 받은 성적으로 B병사가 실제 지원한 대학 3곳과 학과명까지 모두 제보내용에 있었다.

15년 만에 수능 대리시험이 다시 발생한 것으로 확인되면서 공정성에 대한 논란이 번질 조짐이다. 9일 군 당국에 의하면 공군 모 부대 소속 A병사가 지난해 11월14일 서울 한 사립고교에서 당시 선임병 B씨를 대신해 수능시험을 봤던 것으로 파악됐다. /사진=베리타스알파DB
15년 만에 수능 대리시험이 다시 발생한 것으로 확인되면서 공정성에 대한 논란이 번질 조짐이다. 9일 군 당국에 의하면 공군 모 부대 소속 A병사가 지난해 11월14일 서울 한 사립고교에서 당시 선임병 B씨를 대신해 수능시험을 봤던 것으로 파악됐다. /사진=베리타스알파DB

그동안 서울교육청은 권익위로부터 자료를 넘겨받아 40여 일 동안 1차조사를 진행해왔다. 조사결과 신빙성이 높다고 판단되면서 3일 군 경찰에 수사를 의뢰한 상황이다. 군 경찰이 확보한 자료에 의하면 대학교에 재학 중인 두 병사는 반수를 하는 것으로 밝혀 수능 당일 외출할 수 있었다. A병사는 서울 소재 상위대학, B병사는 지방 소재 대학을 각각 재학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B병사가 수능을 통해 학교를 옮기기 위해 대리시험을 계획했다고 여겨지는 대목이다. 실제 B병사는 A병사에게 대학 한 곳의 2차전형인 면접까지 대신 봐달라는 부탁을 했으나 거절당한 정황도 포착됐다. B병사가 스스로 면접을 응시했지만 결국 불합격한 것으로 전해진다. B병사는 합격권에 들었던 다른 대학은 최종등록을 하지 않았다고 알려졌다.

수능 대리시험이 적발된 것은 2005수능이 치러졌던 2004년 이후 15년 만이다. 당시엔 조적적인 대리응시 범행이 발생했다. 특정 과목을 잘하는 ‘선수’가 휴대전화를 소지한 채 시험을 응시해 정답 번호만큼 휴대전화 숫자로 표기해 외부의 ‘도우미’에게 내용을 전송했다. 도우미들이 다른 부정응시자들에게 정답을 보내는 방식으로 대리시험이 이뤄졌다.

교육당국은 이후 대리시험에 대한 관리감독을 대폭 강화했다. 모든 전자기기 반입이 금지되고, 샤프 등 필기도구도 고사장에서 지급하는 것으로 방침이 변경됐다. 수능을 주관하는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의 지침에 따라 감독관은 매 교시 본인여부를 확인하고 있다. 수험생의 응시원서 수험표 신분증를 모두 대조한다. 1교시 국어영역과 3교시 영어영역 때도 시험 시작 전 별도로 ‘필적확인란’을 통해 응시자의 본인여부를 검증한다. 

현장에선 대리시험 논란이 수능의 공정성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시각이 나온다. 대리시험 등의 부정행위를 제대로 막지 못할 경우 공정한 시험운영 자체가 불가능해지기 때문이다. 한 교육전문가는 “이번 사안이 수험생과 학부모들에게 미칠 영향력은 생각보다 클 수 있다. 수능이 가장 기본적인 검증만으로 걸러낼 수 있는 부정행위를 놓쳤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실제 관련자들 사이에선 두 병사의 외모가 크게 다른데도 본인확인 절차를 넘겼다는 것에 의문이 제기되는 상황”이라며  “게다가 현 정부는 '조국사태' 이후 수시에서 대입 부정이 발생한다는 시각을 드러냈다. 대신 일부 여론에 부응하며 수능위주인 정시를 확대해 대입 공정성을 확보하겠다는 설명도 여러차례 내놨다. 그렇지만 대리시험은 수능 공정성의 근간을 흔드는 사안이다. 정량평가가 실질적인 공정성 확대와는 거리가 있다는 교육계의 회의론도 끊이지 않고 있었다. 여기에 부정행위에 대한 우려까지 더해진다면 수능 공정성 시비로 확대될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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