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험생 혼란 유발 우려’.. ‘엄격한 출제와 검증 필요’

[베리타스알파=손수람 기자] 2020학년 경찰대학 1차시험 문항의 제시문에서 오류가 있었다는 지적이 나왔다. 경찰대학/사관학교 영어 전문 강사인 Thomas샘에 의하면 지난해 경찰대학 영어 기출문항 지문에서 해석의 혼란을 유발할 수도 있었던 여러 오류들이 발견된 것이다. 실질적 문제풀이에 영향을 미칠 만한 내용은 아니었지만, 대표 특수대학으로 수험생의 관심을 집중적으로 받아온 만큼 출제와 검증에 무성의했다는 지적이다. 경찰대학이 보다 엄격한 출제와 검증 과정을 거쳐 시험문항의 완성도를 높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특히 시험 당시 큰 논란이 없었던 사소한 부분이라도 기출문항을 토대로 추후에 수험을 준비해야 하는 학생들에게 혼란을 일으킬 수 있다는 점이 우려된다. 한 교육전문가는 “발견된 지문 상의 오류는 수험생들이 정답을 찾는 데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못했을 것으로 보인다. 실제 영어 독해의 경우 전후 맥락에 따라 자연스럽게 읽히는 대로 문법적 오류를 넘길 수 있기 때문”이라면서도 “그렇지만 한 지문 내에서 여러 오류들이 나타난 사실 자체를 주목해야 한다. 경찰대학 입시의 경우 수요자가 스스로 대비할 수 있도록 기출문항을 공개하고 있다. 학생들이 공개된 문항을 토대로 학습하면서 오개념을 갖게 될 수도 있다는 얘기다. 시험 당시 논란이 없었더라도 오류 자체를 줄여아 하는 이유다. 무성의하다는 비판은 달게 수용해야한다”라고 말했다.

2020학년 경찰대학 1차시험 문항의 제시문에서 오류가 있었다는 지적이 나왔다. 실질적인 문제풀이에 영향을 미칠 만한 내용은 아니었지만, 경찰대학이 보다 엄격한 검증 과정을 거쳐 문제의 완성도를 높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사진=경찰대학 제공
2020학년 경찰대학 1차시험 문항의 제시문에서 오류가 있었다는 지적이 나왔다. 실질적인 문제풀이에 영향을 미칠 만한 내용은 아니었지만, 경찰대학이 보다 엄격한 검증 과정을 거쳐 문제의 완성도를 높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사진=경찰대학 제공

출제 오류가 지적된 지문은 2020학년 영어 기출 31번 문항이었다. 정답을 찾는 것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지만 해석 상 오류를 야기할 수 있는 내용이다. 함무라비 법전에 대한 설명인 ‘Its 282 decrees, collectively termed the Code of Hammurabi, were inscribed on stone stelae or columns and erected in many places’라는 문장이 대표적이다. 인용된 원문에서 ‘stelae, or columns,’라고 표기됐던 부분의 콤마 표시가 빠졌다. ‘or’이 선택이 아닌 동격의 기능을 수행할 경우 앞뒤로 콤마가 있어야 의미가 분명해진다. 문장에서도 ‘즉’ 혹은 ‘달리 말해’ 등으로 해석되는 것이다. 그렇지만 경찰대학 기출문항에서는 콤마가 누락되면서 의미가 불분명해질 수 있는 셈이다.

특히 출제 시 표기에 관한 원칙을 제대로 지키지 않안 수험생들이 혼란을 겪을 수 있었다는 게 전문가의 지적이다. 통상 전문용어가 지문에 포함될 경우 해석의 편의를 위해 이탤릭체 혹은 볼드체로 표기한다. 지나치게 어려운 용어일 경우엔 지문 하단에 별도로 단어의 의미를 밝히기도 한다. 그렇지만 31번 문항에선 일반적인 다른 단어와 전문용어의 구분이 없어 수험생들이 착각하기 쉬웠던 셈이다. Thomas샘 강사는 “문장의 구조는 ~ A, or B, ~라고 볼 수 있다. 이 경우 A나 B 중 하나가 전문용어라면 이탤릭체를 사용하거나 인용부호 안에 넣어 표현해야 한다. 그런데 원문에서도 이탤릭체로 표기된 내용이 기출문제에선 적용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31번 문항을 원문과 대조하는 과정에서 여러 문법적인 오류들도 확인됐다. 지문 중 ‘The code dealt primarily civil affairs such as marriage and inheritance, family relations, property rights, and business practices’라는 문장에선 원문과 달리 숙어처럼 활용되는 ‘deal with’의 ‘with’가 빠졌다. ‘다루다, 취급하다’로 해석되는 원문의 내용과 달리 혼돈이 발생할 수 있는 부분이다. 불분명한 시제의 사용도 눈에 띈다. ‘were’과 ‘caused’처럼 원문에서 과거시제였던 단어를 기출문항에선 현재시제로 표기한 내용들이다.

경찰대학 시험문항의 출제 오류를 최초로 제기한 입시전문가는 수험생들의 더 큰 피해를 막기 위한 취지였다고 전했다. Thomas샘 강사는 “2020학년 기출문제의 지문 상 오류는 해답에도 영향을 끼치지 않는 어쩌면 사소한 실수로 보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경찰대학을 지망하는 올해 고3 수험생과 N수생뿐 아니라, 앞으로 경찰대를 지망할 현재 고2 고1 중3 등 수만명이 시험대비의 일환으로 기출문제를 참고할 것을 생각해 오류를 알려야 한다고 생각했다”며 “경찰대학의 영어문항의 품질 자체는 의심하지 않는다. 정교한 사고력 측정이라는 관점에서 빼어나다고 여겨지는 문제들이다. 사소한 실수로 인해 생길 수도 있는 옥의 티도 없기를 바라기 때문에  이 같은 지적을 하게 됐다”고 전했다.

/사진=경찰대학 제공
2020학년 경찰대학 1차시험 영어 31번문항. /사진=경찰대학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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