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위15개대 지난해 1학기 A학점 비율 ‘12개교 하락’.. ‘코로나 학점 인플레 축소’

[베리타스알파=신현지 기자] 지난해 졸업생 졸업 성적 분포를 살펴본 결과 상위15개대(건국대 경희대 고려대 동국대 서강대 서울대 서울시립대 성균관대 숙명여대 연세대 이화여대 인하대 중앙대 한국외대 한양대) 가운데 학점 인플레가 가장 적었던 곳은 인하대로 나타났다. A학점이라 여겨지는 백분율 점수 90점 이상의 비율이 53.4%다. 전년보다 2.6%p 상승했지만 타 대학의 상승폭이 커 대학 중 A학점 비율이 가장 낮다. 이어 중대(안성) 54.8%, 성대 58.5%, 중대 58.6%, 한대 59% 순으로 톱5다. 전년의 경우 중대(안성)이 47.8%로 가장 낮았으며 인하대가 50.8%로 뒤를 이었지만 지난해 순위가 뒤바뀌었다. 전년에는 두 대학에 이어 경희대 52.5%, 동대 53.3%, 성대 53.4% 순으로 톱5였다. 지난해 졸업생의 학점 인플레가 전반적으로 전년 대비 심화한 모습이다.

2022년 8월과 2023년 2월 졸업생 기준, 상위15개대 중 한대 외대 2개교를 제외하면 모두 전년 대비 A학점 비율이 상승했다. 코로나19로 인한 비대면 수업이 늘어나자 대학에서 절대평가를 실시, 졸업을 앞둔 재학생들이 재수강 등으로 이른바 ‘학점 세탁’을 시도한 영향으로 분석된다. 반면 2022년 1학기 전공과목 성적만 살펴보았을 땐 한대 시립대 성대를 제외한 12개교가 모두 전년 대비 A학점 비율이 낮아졌다. 2021년 1학기의 경우 절대평가를 실시해 학점 인플레가 심화했지만 지난해의 경우 코로나 안정세로 상대평가가 늘어나면서 다시 높은 학점을 획득하기 어려워진 것으로 보인다.

대학별로 학점 체계가 다르기 때문에 졸업생의 졸업학점을 있는 그대로 비교하긴 어렵다. 경희대 서강대 서울대 숙대 연대 이대의 경우 4.3점, 건대 고대 동대 시립대 성대 인하대 중대 외대 한대의 경우 4.5점 만점의 학점 체계를 운영한다. 이공계특성화대도 학점 체계가 다르다. KAIST 포스텍 DGIST UNIST는 4.3점, 지스트는 4.5점을 만점으로 한다. 통상 4.5점 만점 체계에서는 A+ 4.5점, A 4.0점, B+ 3.5점, B 3.0점 등이며, 4.3점 만점 체계에서는 A+ 4.3점, A 4.0점, A- 3.7점, B+ 3.3점, B 3.0점, B- 2.7점 등이 되기 때문에 학점이나 A B C와 같은 점수체계로는 직접 비교가 불가능하다. 만점 기준이 동일한 대학이라도 학점 표기법이 다른 경우도 있고, 상대평가의 경우 학점 구간별 비율도 다르기 때문에 학점 인플레 현상을 비교하는 것은 더욱 어려워진다.

학점은 동일한 비교지표가 될 수 없기 때문에 대학알리미 공시자료는 백분율 점수 95~100점, 90~94점, 85~89점 등 5점 급간의 구간을 나눠 학점 분포를 공개한다. 백분율 90점이면 통상적으로 4.5점 만점 체계에서는 B+와 A의 사이 점수이며, 4.3점 만점 체계에서는 B+와 A- 사이에 위치한다. 백분율 점수 95점 이상을 A학점으로 보는 것도 가능하지만, 95점 이상 표본은 매우 적기 때문에 90점 이상에 해당하는 95~100점, 90~94점의 2개 구간을 통상의 A학점으로 보고 대학별 학점 인플레이션 현황을 집계했다. 백분율 점수 90점부터 100점까지의 인원이 통상 A학점을 받은 인원이 되는 방식이다.

2023년 졸업생 중 백분율 90점 이상의 비율이 가장 적었던 대학은 인하대다. 학점이 가장 짠 대학인 셈이다. /사진=인하대 제공
2023년 졸업생 중 백분율 90점 이상의 비율이 가장 적었던 대학은 인하대다. 학점이 가장 짠 대학인 셈이다. /사진=인하대 제공

 

<졸업생 기준.. 백분율 90점 이상 ‘최저’ 중대(안성) 인하대 경희대 동대 성대 순>
졸업생 졸업 성적 분포를 기준으로 상위15개대의 졸업학점을 분석한 결과 백분율 90점 이상 비율이 가장 낮았던 곳은 인하대다. 졸업생 3979명 중 백분율 90점 이상이 2125명으로 53.4%다. 중대(안성) 54.8%(백분율 90점 이상 589명/졸업생 수 1075명), 성대 58.5%(2365명/4045명), 중대 58.6%(2429명/4144명), 한대 59%(2114명/3584명)까지 톱5다. 중대는 통합캠이지만 분리 공시돼 캠퍼스별로 순위를 산정했다. 중대(안성)은 2015년부터 지난해 공시까지 상위15개대 중 백분율 90점 이상의 졸업자가 매년 가장 낮았지만 올해 공시에서 8년 만에 순위가 바뀌었다. 안성캠은 실기 과목이 많은 예술대학이 주를 이루고 있어 서울캠과 차이가 있던 것으로 보인다.

톱5에 이어 서강대 59.4%(1121명/1886명), 건대 60%(2048명/3412명), 외대 61.5%(2393명/3889명), 동대 61.6%(2147명/3487명), 경희대 62.9%(3932명/6247명), 숙대 63.5%(1384명/2180명), 시립대 64.3%(1255명/1951명), 고대 74%(3248명/4391명), 서울대 74.2%(2309명/3113명), 이대 76.8%(2612명/3403명), 연대 77.4%(3121명/4030명) 순이다.

지난해의 경우 상위15개대 모두 졸업생 중 백분율 90점 이상인 학생이 전년 대비 늘어났다. 올해 역시 15개대 중 2개교를 제외한 13개교의 졸업 성적이 상승했다. 이는 코로나19로 인해 학점 인플레가 심화한 영향이다. 졸업생은 대개 취업 준비와 학업을 병행하기 위해 졸업 직전 학기를 넉넉하게 구성하는 특징이 있다. 코로나19로 절대평가가 도입되면서 높은 학점을 받을 확률이 늘어나며 이른바 ‘학점 세탁’을 시도한 학생이 늘어난 것으로 분석된다. 재수강을 하거나 학점을 초과해서 들으며 학점 평균을 높이는 등이다. 기존에 재수강 엄두가 안 났던 수업도 절대평가라는 이점으로 시도해 볼 수 있던 셈이다.

<상위15개대 1학기 전공 A학점 이상 비율 47.5% ‘완화’.. ‘A학점 최소’ 서강대 외대 경희대 인하대 숙대 순>
2022년 1학기 전공과목 성적의 경우 학점 인플레 현상이 크게 완화했다. 상위15개대 기준 2021년 1학기 A학점 이상의 비율은 평균 56.6%였지만 2022년 1학기는 47.5%로 9.1%p 하락했다. 이는 코로나19 안정세로 다시 상대평가를 실시한 대학이 늘어난 영향으로 보인다.

대학별로 살펴보면 서강대의 비율이 31.4%로 가장 낮다. 2만2265명 중 6991명만이 A학점 이상이었다. 전년 대비 15.4%p 감소했다. 이어 외대 36.3%(A학점 이상 2만4002명/전체 학생 수 6만6042명), 경희대 40%(4만4160명/11만280명), 인하대 40.9%(1만8673명/4만5644명), 숙대 42.4%(1만5622명/3만6867명) 순으로 학점이 짰다.

톱5에 이어 서울대 46.4%(1만8294명/3만9430명), 한대 47%(2만5696명/5만4669명), 건대 48.5%(2만1455명/4만4244명), 중대 48.8%(3만8901명/7만9715명), 연대 49.8%(2만8173명/5만6521명), 시립대 50.9%(1만3927명/2만7346명), 이대 52.4%(3만753명/5만8725명), 중대(안성) 54.5%(1만2177명/2만2324명), 성대 56.2%(2만8931명/5만1522명), 고대 58%(2만9056명/5만95명), 동대 64.7%(2만4844명/3만8398명) 순으로 낮은 A학점 비율을 보였다.

<전국 순위.. ‘학점 짠 대학’ 인천가톨릭대 용인대 대구교대 톱3>
전국 대학 193개교를 기준으로 살펴보면 학점 인플레가 소폭 상승했다. 교육부가 발표한 ‘2023년 4월 대학정보공시 분석 결과 발표’에 따르면 2021년 백분율 80점 이상 취득 학생 비율은 93.6%였지만 2022년의 경우 94.4%까지 상승했다. 재수강 등으로 절대평가를 활용한 졸업생이 늘어난 영향이다. 올해 백분율 90% 이상의 비율은 평균 48.1%다. 설립 기준으로 살펴보면 90점 이상 비율이 국공립대가 51.1%, 사립대가 47.2%로 국립대가 사립대보다 비교적 학점이 후했다. 소재지별로 살펴보면 수도권이 55.2%, 비수도권이 42.9%로 수도권보다 비수도권에서 비교적 학점이 짰다. 일반대가 48.1%, 교대가 52.6%로 교대의 학점이 일반대보다 조금 더 후했던 것으로 분석된다.

전국 대학(기술대 산업대 방통대 사이버/디지털대 제외, 4년제 일반대 기준)의 대학별 학점을 살펴보면 학점이 가장 짠 대학은 인천가톨릭대다. 90점 이상이 0명이고 85점 이상이 4명, 80점 이상 85점 미만이 6명 등이다. 이어 용인대가 1339명 중 174명이 백분율 90점 이상으로 13%를 기록, 대구교대가 376명 중 55명으로 14.6%, 가톨릭대(성신)이 39명 중 6명으로 15.4%, 한라대가 760명 중 137명으로 18% 등이다. 이들 대학은 ‘학점이 짠 대학’으로 분류되는 셈이다.

이어 20%를 넘기지 않는 대학은 경주대 18.4%(백분율 90점 이상 36명/졸업생 196명), 가야대(김해) 18.7%(98명/523명), 광주가톨릭대 18.8%(3명/16명), 광주여대 18.8%(176명/938명), 화성의과학대 19.3%(23명/119명) 등이다.

학점이 가장 후한 대학은 올해도 중앙승강대로 85%(34명/40명)다. 특수한 목적으로 설립된 대학인만큼 학점에 대한 규제가 엄격하진 않은 것으로 보인다. 이어 대신대 77.6%(76명/98명), 연대 77.4%(3121명/4030명), 청주교대 76.9%(216명/281명), 이대 76.8%(2612명/3403명), 한국교원대 76.5%(439명/574명), 포스텍 76.2%(195명/256명), 서울신학대 75.8%(376명/496명), 서울대 74.2%(2309명/3113명), 고대 74%(3248명/4391명) 순으로 학점 높은 대학 톱10이다. 상위15개대 중 연대 이대 서울대 고대와 이공계특성화대인 포스텍이 눈에 띈다.

<대학마다 다른 학점 환산식 ‘재학생 반발’>
최근 대학마다 학점 환산식이 달라 공정성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대학은 학점 백분위 환산점수로 GPA(Grade Point Average)를 활용한다. 특히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입시도 해당 체제를 채택하고 있어 중요도가 높다. 하지만 대학마다 성적 환산 방식이 달라 같은 학점임에도 최종 GPA 성적이 달라지는 경우가 있어 학생 사이에서 논란이 커지고 있다.

대학 입장에서는 취업률과도 직접적으로 연관되는 분야로, 취업률을 높이기 위해 학점을 후하게 주는 경우도 있다. 일부 대학은 자교 학생의 취업을 돕기 위해 환산식을 변경하면서 논란에 불을 지폈다. 지난해 9월 경희대는 GPA 환산 방식을 개정해 GPA 점수가 최대 1.83점 상승했다. 연대 역시 학생들이 서명운동을 추진하며 강하게 나서자 지난해 ‘GPA 환산 방식 변경사업’을 추진, 올해 1학기부터 평점 4.2 미만 학생의 GPA가 이전보다 1점 더 올랐다. 시립대 역시 2021년 4월 환산 방식을 개정한 바 있다. 이에 서울대뿐 아니라 타 대학 학생들은 “타 학교 학생과 비교했을 때 불이익이 크다”며 GPA 산정 기준 변경을 요구하고 있다.

취업난 역시 계속되며 취준생의 우려도 높아졌다. 학점 인플레가 심했던 2020학년과 2021학년에 수업을 들은 학생과 그렇지 않은 학생의 학점 차가 커졌기 때문이다. 취준생 김진수(28) 씨는 “난 이미 졸업했지만 졸업을 늦춘 동기들은 2021년에 재수강을 모두 마쳐 학점이 4점대까지 크게 높아졌다. 이들과 비교해 내 학점은 평균 이하로 비춰질까 두렵다”고 전했다.

결국 대학마다 동일한 기준이 나오지 않는 이상 유불리 논란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2014년 교육부 방침에 따라 재수강 여부 표시, 학점포기제도 폐지 등이 많은 대학에서 이뤄지긴 했지만, 효과가 크다고 보기 힘들다. 재수강 이후 학점을 산정하는 방식, 학점포기 가능한 강의 기준 등이 학교마다 달라 상대적으로 수혜를 받는 경우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대학별 GPA를 통합해 달라는 목소리도 나오지만, 현재 교육부에서는 GPA 환산 방식에 대한 논의가 이뤄지고 있지 않다. 교육부 관계자는 “성적 관련 운영은 대학 자율이며 교육부가 관여하거나 규정 가이드를 제시하긴 어렵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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