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여대학사업 연계 ‘필수 선택과목 폐지’ 요구
[베리타스알파=신현지 기자] 가천대가 올해 처음으로 2025대입전형 기본계획(이하 2025전형계획)을 공개했다. 통상 대학의 전형계획 공개시점인 4월 말과 비교해 빠른 일정이다. 눈에 띄는 점은 전형 변화다. 가천대는 2025대입부터 수능 선택과목별 가산점을 폐지한다. 문이과 유불리가 뚜렷한 상황에서 문과생의 입학을 더 어렵게 하진 않겠다는 취지다. 김일태 입학팀장은 “통합형 수능에서 ‘이과 침공’ 등 문이과 유불리가 뚜렷하지 않았냐”면서 “수학에서 확률과통계 1등급이 거의 없다. 1등급이 미적분/기하로 쏠려 있는 와중에 가산점까지 주면 문과생에 대한 문이 아예 닫혀버리는 셈이다. 이를 방지하고자 가산점을 폐지했다”고 전했다. 다만 고교교육 기여대학 지원사업(이하 기여대학사업) 때문에 전형을 수정한 것은 아니라는 설명이다. 김 팀장은 “우리대학은 사업 대상이 아니다. 이과가 너무 많아지는 상황 속에서 학생 입장에서 전형을 고려한 것”이라 전했다.
가천대는 2024대입까지 자연계에 대해 미/기 과탐 선택 시 3%의 가산점을 부여해왔지만 2025대입부터 가산점을 폐지한다. 특히 가천대를 시작으로 서울 상위 대학을 비롯한 타 대학 역시 수능 필수 선택과목 폐지와 가산점 폐지 등을 이뤄갈 것으로 보인다. 교육부가 기여대학사업과 연계해 정시 필수 선택과목 폐지를 요구했기 때문이다. 수도권 대부분의 대학은 정시에서 자연계 학과 지원 시 수학은 미/기, 탐구는 과학을 응시하도록 운영해왔다. 하지만 교육부가 지난 2월 기여대학사업계획을 발표하면서 ‘2015 개정 교육과정 취지에 맞는 전형 운영’에 10점을 배정했다. 사실상 이과 침공 등 통합수능의 문제점을 대학에 해결토록 한 셈이다.
결국 대학은 2025전형계획 확정을 앞두고 수능 필수 선택과목 폐지 또는 선택과목별 가산점 폐지 카드를 고민하게 됐다. 예산과 연계된 사업이기 때문이다. 한 서울 상위 대학 입학사정관은 “실제로는 돈으로 대학을 협박하고 있는 현실이다. 대학 입장에서도 통합수능의 개선책이 없다는 것을 뻔히 알면서도 교육부의 요구를 따를 수밖에 없다. 등록금이 십수 년간 안 올랐는데 어떡하냐”고 토로했다.

<정시 선택과목별 가산점 폐지.. 한의예 포함 ‘예산 연계 교육부 주문 탓’>
가천대는 2024학년까지 자연계 전체 모집단위(의예 약학 제외)와 자전 한의예에 대해 정시 수능 선택과목별 가산점을 적용해왔다. 수학에서 미/기, 탐구에서 과학 선택 시 3%의 가산점을 부여했지만 2025대입부터 이를 폐지한다. 특히 수시 전형의 수능최저에서도 미/기 선택 시 1등급 상향해 적용하던 것을 폐지한다. 이는 교육부가 요구하는 ‘문이과 통합에 맞는 전형운영’과 일맥상통하는 부분이다. 다만 가천대는 기여대학사업 대상이 아니므로 이를 고려한 처사는 아니라는 설명이다. 이미 미/기 선택자가 유리한 상황에 가산점까지 부여하지는 않겠다는 것이다.
앞서 대학들은 2025전형계획 확정을 앞두고 고민이 깊었다. 기여대학사업을 고리로 통합수능의 문제점을 해결하라는 교육부의 주문 때문이다. 문제는 문이과 유불리나 이과 침공의 해결책이 현실적으로 없다는 데 있다. 겉으로는 확통에 응시한 학생도 대학에 입학할 수 있는 것처럼 선택과목 지정을 폐지하고 문호를 개방했지만 지난 2년간 미/기 선택자의 표점이 확통 선택자보다 높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심지어 문과에서도 이과 수학을 택하겠다는 학생이 15.9%에 달하며 이미 미/기 쏠림은 심화했다. 과목별 유불리는 개선되지 않은 상태에서 문호만 개방하라는 얘기에 불과한 것이다.
하지만 지난 3월, 대교협과 입학사정관들의 경기도 모임에서 교육부의 주문은 구체화됐다. 대교협은 사정관들에게 ‘통합수능 취지에 맞게 전형을 운영하라’고 전하며 수능 필수 선택과목 폐지를 요구했다. 교육부의 사업 취지 설명까지 대리해가면서 대학에 전형 수정을 요구한 셈이다. 결국 3월31일 전형계획 제출을 앞두고 대학은 골머리를 썩혀가며 전형계획 수정에 전념할 수밖에 없었다.
<가천대 2025전형계획 공개 ‘최초’.. 주요 변화 ‘주목’>
가천대는 3월31일 대학 중 최초로 2025전형계획을 공개했다. 3월31일이 대교협에 전형계획을 제출해야 하는 날짜임을 고려하면 제출과 동시에 수요자에게 공개한 셈이다. 덕분에 현 고2 학생은 자신이 진행하게 될 전형을 미리 알고 대비할 수 있게 됐다.
2024대입과 달리 주요 변경사항이 많아 유심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정시 수능 선택과목별 가산점 폐지와 수시 수능최저 선택과목별 1등급 상향 적용 외에도 수시 전형에서 변화가 다수 존재한다. 진로선택과목 반영에서 전형별 차이에 주목해야 한다. 2024대입까지는 교과100%로 선발하는 학생부우수자에서 일반선택과목과 진로선택과목을 모두 반영하지만, 2025대입에서는 진로선택과목을 반영하지 않는다. 활용지표는 석차등급이다. 반대로 1단계에서 교과100%로 7배수를 선발한 뒤 2단계에서 1단계50%+면접50%로 최종 선발하는 지역균형에서는 진로선택과목만 반영한다. 활용지표는 성취도다. A는 1등급, B는 2등급, C는 5등급으로 반영한다. 전형별 차이가 뚜렷하기 때문에 수험생은 반드시 자신에게 유리한 전형을 살펴 지원해야 한다. 교과 성적 반영비율은 두 전형이 같다. 반영교과별 성적을 산출해 우수한 교과 순으로 40% 30% 20% 10%로 반영한다.
학종의 경우 1단계 선발 배수가 기존 4배수에서 5배수까지 확대된다. 1단계에서 서류100%로 5배수를 선발한 뒤 2단계에서 1단계 성적과 면접을 각 50%의 비율로 적용한다. 논술전형의 경우 그간 교과 성적을 20% 반영했지만, 2025대입에선 교과 반영 없이 논술100%로 전형을 운영한다.
- 2025학년 4642명 모집 ‘116명 축소’
가천대는 2025대입에서 전형계획상 4642명을 모집한다. 2024전형계획상 4758명에서 116명 감소한 규모다. 수시 3227명(69.5%) 정시 1415명(30.5%)이다. 전형별로는 교과전형에서 학생부우수자 455명(9.8%), 지역균형 374명(8.1%), 농어촌(교과) 89명(1.9%)으로 918명(19.8%), 학종에서 가천바람개비 444명(9.6%), 가천의약학 39명(0.8%), 가천AI/SW 40명(0.9%), 기회균형 91명(2%), 농어촌(종합) 55명(1.2%), 특성화고교 54명(1.2%), 교육기회균형 3명(0.1%), 특성화고졸재직자 180명(3.9%)으로 906명(19.5%), 논술전형 930명(20%), 실기전형 233명(5%), 조기취업형계약 240명(5.2%) 등이다. 정시에서는 가군 일반 490명(10.6%)과 실기 12명(0.3%), 나군 일반 328명(7.1%), 다군 일반 565명(12.2%)과 실기 20명(0.4%) 규모다.
교과전형에서는 학생부우수자와 농어촌(교과)의 경우 교과100%로 선발하지만 지역균형은 2단계에서 면접을 50% 반영한다. 수능최저의 경우 학생부우수자는 인문/자연이 국수영탐(1과목) 중 2개합 6이내다. 의약계열은 국수(미/기)영탐(과,2과목) 중 의예가 3개 각 1등급, 한의예가 2개 각 1등급, 약학이 3개합 5이내다. 농어촌(교과)에서는 의약계열에만 수능최저를 적용한다. 국수(미/기)영탐(과,2과목) 중 의예가 3개합 4이내, 한의예가 2개 각 1등급, 약학이 3개합 6이내다.
교과 성적은 학생부우수자 농어촌(교과) 실기우수자의 경우 계열별로 국어 수학 영어 사회 과학 등 반영교과 전 과목 석차등급을 반영한다. 단 진로선택과목은 반영하지 않는다. 등급별 환산점수는 1등급 100점, 2등급 99.5점, 3등급 99점, 4등급 98.5점, 5등급 98점, 6등급 97.5점, 7등급 85점, 8등급 60점, 9등급 30점이다. 지역균형은 진로선택과목반 반영하는 특징이 있다. 성취도 A는 1등급, B는 2등급, C는 5등급으로 환산한다.
학종은 서류100%로 일괄합산하는 특성화고졸재직자를 제외하면 모두 단계별 전형으로 운영한다. 1단계에서 서류100%로 5배수를 선발한 뒤 2단계에서 1단계와 면접을 각 50% 비율로 반영한다. 수능최저는 가천의약 교육기회균형(약학)을 제외하면 모두 적용하지 않는다. 가천의약 수능최저는 교과 학생부우수자와 같다. 교육기회균형(약학) 수능최저는 농어촌(교과) 약학 수능최저와 같다.
논술전형은 교과 반영을 폐지하고 논술100%로 선발한다. 수능최저는 계열 구분 없이 국수영탐(1과목) 중 1개 3등급 이내로 비교적 부담이 적은 편이다.
실기우수자의 경우 연기예술을 제외하면 모두 실기70%+교과30%로 반영한다. 연기예술은 1단계에서 실기100%로 10배수를 선발한 뒤 2단계에서 실기70%+교과30%로 최종 선발한다. 실기실적위주의 조기취업형계약의 경우 1단계에서 서류100%로 5배수를 선발한 뒤 2단계에서 1단계와 면접을 각 50% 비율로 반영한다.
정시에서는 수능 선택과목별 가산점을 폐지한 것 외에는 변화가 없다. 일반 기준 인문과 자연(의예 약학 한의예 제외) 전체 모집단위는 국어와 수학 중 우수한 영역 순으로 35% 25%를 반영하며 영어는 20%, 탐구(1과목)는 20%로 반영한다. 의약계열은 국25%+수(미/기)30%+영20%+탐(과,2과목)25%의 비율이다. 단 의예와 약학은 수학에서 미/기, 탐구에서 과학을 택해야 한다. 한의예는 필수 선택과목 지정이 없다. 예체능의 경우 국어와 영어를 각 50% 비율로 반영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