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직자 자녀 '일반자녀' 분류.. '전국모집 가능토록 개선해야'

[베리타스알파=조혜연 기자] 공교육의 롤모델로 손꼽히는 일반고 한민고가 2일 10기 입학식을 진행한 가운데 순직 군인의 자녀인 '호국명문장학생'이 입학해 눈길을 끌었다. 올해 입학한 호국명문장학생은 2008년 2월20일 뇌출혈로 쓰러진 병사를 성남 국군병원에서 헬기로 긴급후송하고 돌아오던 중 용문산에서 추락해 순직한 故선효선 소령의 딸 A양이다. 당직근무도 아니었던 선 소령은 자원해서 운동복 차림으로 헬기에 탑승했던 영웅이었다. 당시 생후 6개월이던 A양은 15년이 흘러 2023년 한민고에 입학하게 됐다. 

경기도 파주시에 위치한 한민고는 2014년 군인들의 자녀교육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김태영 전 국방부장관의 주도로 설립됐다. 평균 전학 횟수가 5.6회에 달할 정도로 이동이 빈번한 군인자녀들을 위해 기숙형학교 체제에서 교육을 책임지겠다는 목적이다. 사교육 없는 학교를 지향하는 한민고는 후기 모집을 진행하는 일반고임에도 특목고나 자사고 못지않은 대입실적으로 신흥 명문고로 각광받고 있다. 가장 최근인 2023 대입에서는 수시로만 12명의 서울대 등록자를 배출해 눈길을 끌었다. 공교육의 힘만으로 이뤄냈다는 데 더욱 의미가 있다. 

공교육의 롤모델로 손꼽히는 일반고 한민고가 오늘(2일) 10기 입학식을 진행한 가운데 순직 군인의 자녀인 '호국명문장학생'이 입학해 눈길을 끌었다. /사진=한민고 제공

'나라를 사랑하고 함께 나누며'로 시작하는 교훈에 따라 한민고는 개교하면서부터 정원 외로 순직 군인경찰관들의 자녀를 적극적으로 입학시키고 있다. 개교 첫 해에 천안함 전사자의 자녀가 입학했고, 이후 군인자녀교육진흥원에서 학비 기숙사비 등 교육비 일체를 후원했다. 멘토교사의 배정까지 정성을 다해 교육했다는 설명이다. 한민고의 교육과정을 설계한 홍두승 한민학원 이사장(서울대 명예교수)은 순직자 자녀를 국가가 마땅히 챙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온 국민이 이들을 잊으며 안 된다는 신념 하에 장학금도 적극적으로 마련하고 있다. 현재 한민고 2학년과 3학년에도 순직한 공군조종사의 자녀들이 다니고 있다. 호국명문장학생으로 졸업한 학생들은 서울대 철학과, 서울과기대 컴퓨터공학과 등 우수 대학에 진학하는 성과도 이어가고 있다. 

아쉬운 건 경기도 지역 외에 거주하고 있는 순직군인 자녀를 입학시킬 수 없다는 점이다. 한민고의 입학전형은 군인자녀전형과 일반전형 두 가지로 나뉜다. 군인자녀전형은 전국단위로 모집한다. 입학 예정일 기준 현역 군인의 자녀만 지원할 수 있고, 입학 예정일 이전 전역 군인이거나 전역 예정인 군인의 자녀는 지원할 수 없다. 반면 일반자녀전형은 경기도 내 광역단위로 모집한다. 군 자녀가 아니더라도 입학할 수 있으나 경기도 내 중학교 졸업 예정자이거나, 중학교 졸업자로서 경기도 내에 거주하고 있는 학생만 지원할 수 있다. 현 법령상 순직자의 자녀는 군인의 자녀가 아닌 일반자녀로 분류된다. 군인의 자녀는 전국에서 모집할 수 있으나 순직자의 자녀는 경기도 지역에 거주할 시에만 한민고로 진학할 수 있는 셈이다. 군인자녀교육진흥원 측은 이러한 한계에 대해 국회와 정부에도 여러번 호소했으나 큰 관심을 갖지 않았다고 밝혔다. 

군인자녀교육진흥원 이재봉 사무국장은 "세계역사를 돌이켜 볼 때 어느 나라나 전쟁과 천재지변, 경제위기 등을 반드시 겪게 된다. 위기 중에서도 국가의 존망과 국민의 생사를 결정짓는 가장 무섭고 잔인한 것은 외적의 침입, 즉 전쟁이다. 이런 위기를 극복한 나라는 공통적으로 온 국민의 단합과 이를 이끌어 낼 수 있는 지도자. 나라를 위해서 목숨을 바치는 소수의 영웅이 있었다. 이런 영웅이 나오기 위해서는 미국 등 선진국과 같이 나라를 위해서 희생한 사람은 국가와 사회가 그들을 영웅시하고 그들의 가족을 자기 가족 이상으로 보살피는 문화가 필요하다. 이들의 자녀가 자긍심을 갖고 커서 우리 사회의 주류로 들어가는 것을 볼 때 제복을 입은 현직 MIU(군인경찰소방관)는 물론 미래의 주역인 청소년들의 가치관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본 기사는 교육신문 베리타스알파의 고유 콘텐츠입니다.
일부 게재 시 출처를 밝히거나 링크를 달아주시고 사진 도표 기사전문 게재 시 본사와 협의 바랍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베리타스알파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