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100% 정시 교과 등 정량평가 문호 확대’

[베리타스알파=신현지 기자] 국가수사본부장 임명 하루 만에 낙마한 정순신 변호사의 아들이 학교폭력으로 ‘강제전학’이라는 징계를 받았음에도 서울대에 입학한 사실이 알려지며 공분이 확대되고 있다. 현행 대입 체제에서 학생부 정성평가를 진행하는 수시 학종을 제외하면 학폭을 반영할 수 있는 전형은 ‘제로’다. 게다가 2019년 11월 발표한 ‘대입제도 공정성 강화 방안’ 덕에 정시는 40%까지 늘어났고 수시조차 교과전형이 늘어나면서 정량평가 중심의 대입 체제로 바뀌었다. 학폭을 막을 수 있는 유일한 학종은 학생부 기재가 제한되고 자기소개서마저 폐지되면서 입지가 줄어든 상태다. ‘대입 공정성 강화 방안이 학폭 가해자를 서울대 보낸 주범’이라는 지적까지 나오는 배경인 셈이다.

‘대입 공정성 강화 방안’은 학종의 공정성과 투명성 제고를 내세웠지만 핵심 골자는 ‘정시40%’ ‘수시의 교과전형 확대’ 등 정량평가의 대폭 확대다. 결과적으로 학생부 반영 없이 교과 내신과 수능 성적 등 정량평가만으로 대학 입학이 가능하게 만든 셈이다. 이번 ‘학폭’ 서울대 입학 파문 역시 공정성 강화방안이 주범이라는 게 대입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입학사정관들은 “학종 외에는 학생부 열람이 어렵다. 학종 역시 3학년2학기 내역은 넘어오지 않기 때문에 확인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날 장상윤 교육부 차관은 학폭 처분의 정시 반영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미봉책 말고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이번 사태는 결국 정시 확대 등 정량평가 중심의 대입 체제 부작용이라는 점에서 대입 공정성 강화 방안 폐기가 정답이라는 입장이다.

학폭 근절 방안 마련을 요구한 윤석열 대통령의 지시 이후 이주호 교육부 장관 정시40% 고수 방침의 향배에도 관심이 쏠린다. 한 교육전문가는 “학폭 근절을 위한 대책은 대입을 통한 접근이 가장 실효성이 높은 접근이다. 당연히 정시 축소 학종 확대의 지형변화가 불가피해 보인다. 인사 낙마에 인사 검증 부실, 자녀 학력 문제까지 겹쳐 파문이 커지는 상황에서 대통령이 나서 상당한 강도로 학폭 근절을 지시한 흐름이어서 이 장관이 정시40% 유지 입장을 지킬 가능성은 없다고 본다. 대통령실에 맞서는 모양새이기 때문”이라고 전망했다.

2019년 대입 공정성 강화 방안 이후 정시는 40%까지 강제됐고 정시 수능전형, 수시 교과전형 등 정량평가 전형이 늘어나면서 학폭 가해자들의 대입 문호를 확대시켰다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사진=베리타스알파DB
2019년 대입 공정성 강화 방안 이후 정시는 40%까지 강제됐고 정시 수능전형, 수시 교과전형 등 정량평가 전형이 늘어나면서 학폭 가해자들의 대입 문호를 확대시켰다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사진=베리타스알파DB

이날 윤석열 대통령은 “일방적이고 지속적이고 집단적인 폭력은 교육 현장에서 철저히 근절해야 한다”며 사건을 직접 언급했다. 대통령이 나선 상황 속 이주호 장관은 “종합 대책을 마련해 보고드리겠다"고 답했다. 그간 이 장관은 정시40%를 고수할 것이라는 입장을 내비쳤지만 이번 사태 속 정시40% 고수는 어려워 보인다. 근본적 원인인 공정성 강화 방안과 그 상징인 정시 확대 폐지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이번 파문 역시 정량평가를 확대한 공정성 강화 방안이 주범이라는 게 대입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이날 장 차관은 “정시에도 (학교폭력 조치사항을) 꼭 반영해야 한다는 의견을 잘 듣겠다”며 “현장에서 어떻게 하면 실효적으로 적용될 수 있을지 고민해 보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또 다시 현장의 의견을 수렴하고 대입제도 반영까지 기다리는 것보다 정시 확대 철회가 더 유의미해 보인다. 학 폭처분의 정시 반영 정도가 아니라 원인인 대입 공정성 방안의 전면적 폐기가 필요하다는 얘기다. 한 교육전문가는 “대입 공정성 강화 방안으로 정시가 확대되며 입시가 이같이 바뀌었다. 교과전형과 정시 등 정량평가 규모가 늘어나면서 학교생활을 살펴볼 수 있는 유일한 전형인 학종이 줄었다”며 “정량평가 대입 문호를 넓히고 가해자를 서울대에 보낸 셈”이라고 꼬집었다.

수도권 대부분의 정시 전형은 수능100%로 운영한다. 학생부를 반영하지 않을 뿐 아니라 학생부 제출 요구조차 하지 않아 사실상 학폭 전력을 확인할 수 없다. 면접 등 최소한의 인성 확인 요소도 없다. 정 변호사의 아들이 입학한 2020년 서울대 역시 수능100%로 전형을 운영했다. 서울대의 경우 학폭 조치가 감점으로 반영되어도 수능 성적이 높았다면 가해자라도 충분히 입학할 수 있는 셈이다. 최소한의 학교 생활과 인성조차 확인이 어려운 ‘한 줄 세우기’ 정시가 결국 학폭 가해자의 대학 입학을 도왔다는 비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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