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 대신 과탐 중심’ 이과 정의 ‘눈길’.. 성대 23.37% ‘눈길’

[베리타스알파=신현지 기자] 통합수능 2년 차인 2023학년 정시에서 이과생의 문과 교차지원, 이른바 ‘이과 침공’이 전년보다 심화됐다. 진학사가 지난 2년간 수험생이 진학사 홈페이지에 입력한 지원 대학 정보를 분석한 결과 2023학년 ‘이과 침공’ 비율은 27.04%였다. 2022학년 25.88%와 비교해 1.16%p 늘어났다. 통합수능 이전인 2021학년 0.8%와 비교하면 압도적인 증가폭이다.

진학사는 과탐 응시자를 자연계로 분류하고 전체 인문계 지원자 중 자연계의 비율을 산출했다. 그 결과 2022학년 인문계 지원 9만3455건 중 2만4183건(25.88%)이 과탐을 택한 자연계였다면 2023학년엔 9만147건 중 2만4379건(27.04%)이 자연계였다. 통합수능의 영향으로 자연계 수험생이 선택과목에 따른 표준점수 우위를 점하면서 인문계 모집단위로 교차지원한 경우가 예년에 비해 크게 증가한 것이다. 특히 2023수능은 국어가 상대적으로 쉽게 출제되면서 수학에서 변별력이 판가름난 가운데, 수학에 강점을 가진 자연계의 교차지원이 지난해보다 수월해진 점도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대학별로 살펴보면 정시에서 지정 선택과목과 가산점을 두지 않은 서강대의 ‘이과 침공’ 비율이 압도적이다. 서강대는 2022학년과 2023학년 모두 유일한 70%를 기록했다. 반면 성균관대는 2년간 20%대를 유지하고 있다. 이는 성대가 변표에 사탐을 더 높게 책정한 영향이다. 이과생이 굳이 문과를 침공할 이유가 없는 셈이다.

대학은 2025시행계획 발표를 앞두고 선택과목 폐지부터 선택과목별 가산점 등을 고려하고 나섰다. 교육부가 재정지원 사업인 ‘고교교육 기여대학 사업’에서 ‘이과 침공’ 해결책을 주문했기 때문이다. 사업 기본계획에 명시된 개선안은 필수 응시과목 폐지, 탐구 변환표준점수 통합 산출 등이다. 하지만 이미 통합수능 자체에서 유불리가 발생하면 아무리 대학 전형계획을 손봐도 부작용은 나타날 수밖에 없다. 선택과목을 폐지하면 문이과 통합이라는 취지에 따라 이과생의 문과 교차지원은 더욱 쉬워지는 셈이다. 꾸준히 교차지원생의 중도이탈률이 높다는 분석이 나오는 와중에 되려 교차지원을 장려하는 꼴이다. 통합수능 자체를 개선하지 않는 한 기울어진 운동장에 대학은 변표 설정에만 힘쓸 수밖에 없는 구조다.

통상 교차지원을 분석할 때 수학에서 ‘미적분/기하’를 택한 학생을 ‘이과’로 칭하고 ‘확률과통계’를 택한 학생을 ‘문과’로 칭하는 경우가 대다수다. 하지만 미적/기하에서 높은 표준점수 획득이 가능해 선택과목 간 유불리가 발생한다는 것은 이미 알려진 사실이다. 때문에 고득점을 위해 인문계 수험생들 사이에서도 미적/기하를 택하는 학생이 늘었을 뿐 아니라 사교육 업체에서도 ‘미적/기하+사탐’반을 개설해 운영하고 있는 현실이다. 시대인재 김용욱 데이터룸 실장은 “지난해부터 미적+사탐 재종반을 따로 운영해왔는데 올해 지원자가 4배 이상 늘어났다”며 문과생 역시 미적/기하로 옮겨가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더 이상 교차지원 분석 시 미적/기하를 택한 학생만을 ‘이과’라고 칭하기 어렵다는 의견이 나오는 가운데 진학사가 과탐 응시자를 ‘이과’로 분리한 것은 의미를 갖는다. 진학사 역시 ‘통합수능 이후 수학 선택과목에 따른 표점 차이로 인해 인문계이지만 전략적으로 미적이나 기하를 응시하는 수험생이 적지 않다’며 ‘그런데 과탐을 응시하는 수험생이라면 그 학생은 자연계라고 분류해도 무리가 없다’고 설명한다.

통합수능에서 우위를 점한 이과생이 인문계에 교차지원하는 ‘이과 침공’이 심화됐다. 진학사는 자사 홈페이지에 입력한 수험생 정보를 바탕으로 최근 2년간 교차지원 현황을 분석했다. 통상 수험생이 자신의 성적을 진학사에 입력하는 경우가 많아 이번 분석에 시선이 집중된다. /사진=진학사 제공
통합수능에서 우위를 점한 이과생이 인문계에 교차지원하는 ‘이과 침공’이 심화됐다. 진학사는 자사 홈페이지에 입력한 수험생 정보를 바탕으로 최근 2년간 교차지원 현황을 분석했다. 통상 수험생이 자신의 성적을 진학사에 입력하는 경우가 많아 이번 분석에 시선이 집중된다. /사진=진학사 제공

 

<전국 교차지원, 통합수능 이전 2021학년 0.8%→2023학년 27.04%>
진학사가 지난 2년간 수험생이 진학사 홈페이지에 입력한 대입 지원 정보를 분석한 결과 2022학년 25.88%였던 이과생의 문과 교차지원, 이른바 ‘이과 침공’ 비율은 2023학년 27.04%까지 늘어났다. 이과생이 높은 표점을 바탕으로 인문계에 교차지원하는 ‘이과 침공’ 현상이 전년보다 심화한 것이다. ‘이과 침공’은 과탐 선택자가 인문계 모집단위에 교차지원한 것을 의미한다. 2022학년 과탐 응시자가 인문계에 지원한 건수는 2만4183건으로 전체 인문계 지원 9만3455건의 25.88%다. 하지만 2023학년의 경우 ‘이과 침공’은 2만4379건으로 전체 9만147건의 27.04%로 상승했다.

대학별로 살펴보면 서울대의 경우 인문계 중 53.75%가 탐구에서 과탐을 택한 자연계였다. 이는 2022학년 44.75%보다 9%p 증가한 수치다. 서울대가 이번 정시에서 교과평가를 도입하고 평가 항목에 ‘과목 이수 내용’을 두고 ‘진로/적성에 따른 선택 과목 이수 내용’을 평가하면서 교차지원이 줄어들 것이라는 예상도 있었다. 사회 교과 이수단위가 상대적으로 적은 자연계 학생이 교과 이수 현황의 불리함을 안고 인문계 모집단위에 지원하기에는 부담스러울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진학사는 이러한 예상이 빗나간 결과가 나왔다고 설명했다. 연세대 역시 인문계 지원자 중 과탐 선택자의 비율이 2022학년 52.26%에서 2023학년 67.42%로 크게 뛰었다. 반면 고려대는 50.4%에서 46.77%로 감소했다.

<서강대 74.63% vs 성대 23.37% ‘눈길’.. 대학별 ‘지정선택과목, 선택과목 가산점’ 큰 영향>
SKY 외 진학사가 공개한 서강대 성균관대 한양대의 ‘이과 침공’ 비율을 살펴보면 영역별 비율, 과탐Ⅱ 가산점 유무에 따라 교차지원 비율이 나뉘는 모습이다. 한대는 2022학년 67.87%에서 2023학년 61.46%로 무려 6.41%p 하락했다. 이는 한대가 2023정시에서 과탐Ⅱ 가산점 3%를 적용한 데 따라 과탐 응시생이 굳이 인문계 지원 필요성을 못 느낀데 따른 결과로 보인다. 하지만 2024대입에서 한대는 과탐 가산점을 폐지할 것으로 밝혀 달라진 결과를 낳을 수 있어 보인다.

서강대는 2022학년 75.79%, 2023학년 74.63%로 진학사가 분석한 6개 대학 중 가장 높은 비율을 보이고 있다. 이는 서강대가 인문/자연 계열별로 과목별 비율을 지정해두지 않고 모두 국어1.1 수학1.3 사/과탐(2과목)0.6로 반영하기 때문이다. 특히 지정선택과목과 선택과목별 가산점도 없다. 서강대는 통합수능 취지에 맞춰 장벽을 없앴다고 강조한다. ‘이과 침공’ 등 교차지원도 원활한 구조인 셈이다.

성대의 경우 2022학년 27.04%, 2023학년 23.37%로 유일하게 2년간 20%를 기록, 가장 낮은 비율이다. 이는 성대가 2022학년부터 변표에 사탐을 더 높게 책정한 영향으로 보인다. 진학사 우연철 입시전략연구소장은 “성대가 자연계 학생의 교차지원을 줄이려고 노력해온 결과로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 선택과목 없앤다고 융합인재 기르나? ‘통합수능 자체 보완 필요’
대학은 2025시행계획 공개를 앞두고 ‘이과 침공’ 보완책을 고심하고 있다. 고교교육 기여대학 사업과 연관해 ‘2015 개정 교육과정 취지에 맞게 전형을 운영’하도록 관련 지표를 일부 조정하고 배점을 추가했기 때문이다. 고교교육 기여대학 사업 기본계획에 명시된 개선안은 필수 응시과목 폐지, 탐구 변환표준점수 통합 산출 등이다. 선택과목 폐지를 통해 인문계에서 자연계 모집단위에 지원할 수 있고, 자연계 모집단위에서도 인문계에 지원할 수 있는 ‘통합수능’ 취지를 살리겠다는 목표로 보인다.

하지만 선택과목별 유불리가 확실해진 현 상황에서 되려 부작용을 양산할 것이라는 우려도 존재한다. 자연계 학생들이 인문계 모집단위에 지원해두고 선호 대학의 이공계, 의대 등에 합격할 경우 이탈하는 문제는 꾸준히 제기돼 왔다. 특히 교차지원을 전면 허용한 서강대의 경우 최근 2023정시 충원율을 공개한 상위7개대학(고려대 동국대 서강대 서울대 연세대 이화여대 한양대) 중에서도 97%로 가장 높은 충원율을 기록했다.

되려 모집단위에 따라 권장 선택과목과 가산점은 주어져야 한다는 의견도 들려온다. 한 대학 입학사정관은 “대학 와서 수학할 만큼의 지식은 있는 학생을 선발하는 것이 당연하다. 적어도 수능에서 화학을 공부한 학생이 화학과를 택해야지 전혀 관계없는 생윤을 공부한 학생이 화학과에서 수학하는데 어려움이 있을 수 있다는 얘기다”라고 설명했다. 서울대 입학본부 관계자 역시 “실제로 이번 입시에서 물리학전공에 지원했지만 수능 선택과목은 화학을 택한 학생이 있었다. 단지 고득점을 위해서다”라며 “대학 입장에서는 중학교 수준의 물리학 지식만 있는 학생을 선발할 수 없다”고 전했다.

결론적으로 ‘이과 침공’ 등을 막고 통합수능의 문제점을 바로잡기 위해서는 대학에 책임을 떠넘기는 것이 아닌 통합수능 자체의 개선이 필요하다. 최근 이주호 교육부 장관이 과목간 유불리를 인정하고 이를 해결할 것이라고 밝혔지만 현재까지 구체적인 통합수능 개선안은 논의된 바 없고 되려 정시40% 확대를 못박아 둔 상황이다. 개선책을 마련해 적용한다고 해도 대입 4년 예고제에 따라 2027수능에서야 바꿀 수 있어 2024~2026대입 수험생은 혼란 속에 방치되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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