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의대 정시 다군 충원율 평균 379%.. ‘높은 충원율 위기의 근거는 아니다’

[베리타스알파=김하연 기자] 2023정시가 끝난 직후 반도체 계약학과의 등록포기가 심각하다는 보도들이 쏟아졌다. ‘명문대 반도체학과 ‘무더기 등록 포기’ 쇼크’ ‘대기업 취업에도 ‘반도체 계약학과’ 등록포기, 모집인원의 1.5배’ ‘정원 47명인데, 73명이 이탈…반도체학과 취업 보장에도 등록 포기 속출’ ‘취업 보장에도…주요대 반도체학과 합격자 대다수가 등록 포기’ 등이다. 이는 연세대 고려대 서강대 한양대 등 서울 상위대의 반도체 계약학과 모집인원 47명 중 73명이 등록을 포기하면서 등록포기율(이하 충원율)이 155.3%로 나타났다는 종로학원의 보도자료가 나오고 난 뒤부터다. 자료를 토대로 반도체 계약학과 충원율 155.3%와 SKY(서울대 고려대 연세대)의 전체 자연계 충원율인 33%와 비교해 크게 웃도는 수치라는 점을 강조하며 증폭된 반도체 계약학과 위기론은 사실일까.

2023정시에서 서울 상위대의 반도체 계약학과 충원율이 155.3%로 의대에 밀렸다며 반도체 계약학과 위기론으로 몰고간 보도는 사실일까. /사진=베리타스알파DB
2023정시에서 서울 상위대의 반도체 계약학과 충원율이 155.3%로 의대에 밀렸다며 반도체 계약학과 위기론으로 몰고간 보도는 사실일까. /사진=베리타스알파DB

 

<지난해 의대 다군 8개교 충원율 평균 379%.. 반도체는 지난해 187.2% ‘하락’>
종로학원에 따르면 2023정시에서 연대 고대 서강대 한대 등 서울 4개 반도체 계약학과 추가합격 현황을 살펴본 결과 모집인원 47명 중 73명이 등록을 포기한 것으로 나타났다. 모집인원 대비 충원율은 155.3%다. 이들 상당수가 의약치한수 등 의약계열 진학을 위해 등록을 포기한 것으로 해석했다. 세부적으로는 SK하이닉스와 연계된 한대 반도체공은 모집인원(16명)의 3배 가까운 인원인 44명(275%)이 등록을 포기했다. 삼성전자와 연계된 연대 시스템반도체공은 10명 모집에 13명이 등록을 포기했다. 최초합격자 전원과 추가합격자 3명이 등록을 포기한 셈이다. 서강대 시스템반도체공은 10명 정원에 8명(80%)이, SK하이닉스와 연계된 고대 반도체공은 11명 정원에 8명(72.7%)이 등록을 하지 않았다. 종로학원 임성호 대표는 “정부 육성 정책, 대기업 연계에도 불구하고 의/약계열에 밀리는 구도로 보인다”며 “대기업과 연계되지 않은 일반대학 반도체 관련학과의 선호도 상승이 불투명하다. 보다 구체적인 정책이 요구된다”고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종로학원의 분석 자체가 너무 나갔고 이를 토대로 한 언론들의 보도는 지나친 과장이라는 평가가 대부분이었다. 반도체 계약학과가 2023정시 충원율 155.3%로 유독 반도체학과만 부각해 대기업보다 의대선호 현상이 크기 때문에 무더기 등록포기가 일어나고 우수학생이 의대로 쏠려 위기론으로 몰고간 보도는 ‘확대 해석’이라는 지적이다.

위기론의 근거로 내세운 충원율에 대한 이해 부족이 가장 큰 원인으로 보인다. 4개의 반도체 계약학과 모집인원 47명 가운데 73명이 등록을 포기하면서 충원이 한 바퀴 반 정도에서 멈췄다는 얘기다. 업계 한 전문가는 “통상 등록포기율로도 해석할 수 있는 추가등록 충원율은 수시 6장, 정시 3장으로 진행하는 현 대입 체제에서 불가피하다. 종로학원이 반도체 인원이 빠져나갔을 것으로 추정하는 의대 약대에서조차 충원율은 높을 수 있다. 정시 다군의 의대는 10바퀴 이상 도는 1000%이상의 충원율도 가능하다. 실제 지난해 정시에서 경쟁률(29.92대1)이 가장 높았던 인하대는 12명 모집에 등록포기가 134명으로, 충원율은 1117%였다. 10바퀴 이상 돌았다는 얘기다. 그렇다고 아무도 의대 인기가 낮아졌다거나 위기론으로 해석하지 않는다”라고 지적했다.

‘어디가’에 전체 공개된 2022정시 의대 충원율(올해 정시 충원율은 대부분 비공개 상태)은 종로학원이 높다고 얘기한 155%가 어떤 수준인지 알 수 있게 해준다. 다군의 경우 인하대가 1117%(추합 134명/모집 12명)로 가장 높고 순천향대 647%(246명/38명), 단국대 350%(91명/26명), 대구가톨릭대 286%(60명/21명), 계명대 260%(78명/30명), 고신대 240%(60명/25명) 순이다. 결국 2022정시 의대(다군 8개교) 충원율 평균은 379%다. 다군 의대 8개교는 4바퀴 가까이 돌았다는 얘기다. 결국 의대라 할지라도 최상 모집단위인 서울대 의대를 제외하고 연대 의대부터 모조리 추합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구조적으로 3장을 쓰면서 중복합격자들을 순차적으로 정리해가는 과정이기 때문이다.

종로학원의 정시 충원율 155%가 반도체 위기의 근거가 되기 어려운 또다른 이유는 전년 대비 낮아지는 추세를 보이기 때문이다. 지난해 4개 대학 반도체 계약학과 충원율 평균은 171.4%였다. 업계 한 전문가는 “오히려 충원율은 지난해보다 낮아지는 상황에서 전년 대비도 하지 않은 이유부터 의구심이 든다. 종로학원은 올해 SKY의 전체 자연계 충원율인 33%라는 잣대로 반도체 학과 충원율 155%가 5배나 되는 심각한 상황이라고 보이도록 하는 장치로 썼다. 진실을 말하면 4개 반도체 계약학과는 전년 대비 충원율은 떨어졌고 지난해 다군 의대 충원율 평균 379%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충원율 155%로 위기상황을 얘기하는 것은 너무 나간 얘기인 셈이다”라고 지적했다.

의약계열에 지원하는 자연계 최상위권은 의약계열 다음으로 선호도가 높고 입결도 비슷한 반도체 계약학과 등에도 일종의 ‘보험’ 성격으로 지원했을 가능성이 크다. 여기에서 중복합격한 수험생들은 의약계열로 빠져나갈 가능성이 높고, 이는 반도체뿐 아니라 의대 등 인기 높은 자연계 학과, 심지어는 문과에서도 발생하는 일반적 현상으로 반도체 위기론으로 몰고갈 정도로 확대 해석할 건 아니라는 설명이다.

대학별로 상세히 살펴보면 한대가 충원율 275%로 가장 높고, 연대 130%, 서강대 80%, 고대 72.7%로 한대의 높은 충원율이 전체 평균을 끌어올린 것으로 보인다는 해석이다. 심지어는 지난해 반도체 계약학과 충원율과 비교해 보면 171.4%에서 오히려 줄어든 수준이다. 연대는 지난해 200%에서 올해 130%로 줄고, 고대는 145%에서 72.7%로 줄었다. 

등록포기 현상은 반도체 계약학과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통상 반도체 계약학과와 같이 선호도가 높은 자연계 학과에서도 비슷한 충원율을 나타낸다. 실제 한대는 반도체공이 최고 충원율을 기록하고, 이어 신소재공 245.2%(추합 103명/모집 42명), 미래자동차공 218.2%(48명/22명), 데이터사이언스 206.7%(62명/30명), 화공 203.7%(55명/27명) 등 5개 학과가 200%가 넘는 높은 충원율을 기록했다.

대기업과 협약을 통해 채용을 보장하는 다른 계약학과들의 충원율도 크게 다르지 않다. 유독 반도체 계약학과만 발생한 특별한 일이 아니라는 얘기다. 상위대가 운영하는 채용조건형 계약학과는 반도체를 제외하고도 고대 스마트모빌리티학부(현대자동차)/차세대통신학과(삼성전자), 연대 디스플레이융합공학과(LG디스플레이) 등이다. 대학별로 따져보면 고대 스마트모빌리티학부 충원율은 59.1%(22명/13명)로 자료에서 제시한 반도체공 72.7%(11명/8명)와 비슷한 수준이다. 차세대통신 역시 50%(12명/6명)로 큰 차이 없다. 연대의 경우 디스플레이융합공은 72.7%(11명/8명)로 시스템반도체공 130%(10명/13명)보다 낮지만 전체 모집단위 중 6번째로 높은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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