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69.2% 교육특구 출신.. ‘입학전형 개선방안 실효성 없어’

[베리타스알파=조혜연 기자] 영재학교의 수도권 쏠림 현상이 여전히 심각한 것으로 드러났다. 강득구(더불어민주) 의원과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이하 사걱세)가 교육부로부터 받은 ‘2023학년 영재학교 합격예정자 현황’ 자료에 따르면 올해 영재학교 합격예정자 838명 중 서울/경기/인천 수도권 출신은 557명으로 전체의 66.5%에 해당한다. 비수도권 출신은 33.5%에 불과하다. 교육부가 발표한 ‘영재학교 입학전형 개선방안’이 적용된 지 2년 차에 접어들었지만 지난해 67.1%와 큰 차이가 나타나지 않는다. 정부 정책의 실효성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수도권 중에서도 사교육 밀집 지역인 ‘교육특구’ 출신의 비중이 압도적이다. 영재학교 합격예정자 출신중학교의 시/구를 분석한 결과, 서울/경기 출신 483명의 69.2%에 해당하는 334명이 수도권 사교육 밀집 지역 10곳(서울강남 양천 송파 서초 노원, 경기성남 고양 수원 용인 안양) 출신이다. 영재학교 전체 합격예정자 838명의 과반수인 57.6%에 해당하는 인원이다. 고액의 사교육비를 지출하는 비중도 높다. 영재학교를 희망하는 중3 학생 중 월평균 100만원 이상의 사교육비를 지출하는 비율은 62.5%이며, 이 중 300만원 이상의 사교육비를 지출하는 비율은 25%에 이른다. 일반고를 희망하는 중3 학생 중 14.8%만이 100만원 이상의 사교육을 받는 것에 비해 4배 이상 높은 수치다. 강득구 의원은 “고액 사교육비 지출의 원인은 지필고사로 치러지는 영재학교의 입학시험에 있다”며 “사교육을 통해 정답을 요구하는 유형화된 문제풀이 과정은 타고난 영재성을 발굴해 이공계 인재로 양성한다는 영재교육의 취지를 오염시키고 있다”고 비판했다. 

문제는 최대 사교육 유발 전형을 통과한 영재학교 학생들이 입학 이후로도 사교육 관습을 버리지 못한다는 데 있다. 실제로 100만원 이상 고액 사교육비를 지출하는 영재학교 재학생의 비중은 55.8%로 고교 유형 중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하는 상황이다. 영재학교 학생들의 익숙해진 사교육 관성은 의대 진학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수학 한 줄 세우기’ 식 통합형 수능 체제에서 수학 과학 최우수 인재로 구분되는 영재학교 학생들은 최대 선발효과를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첫 실시한 통합형 수능에서 자연계 재수생이 유리하다는 정황이 확인되면서 올해부터는 본격적으로 영재학교 출신 N수생이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영재학교의 수도권 쏠림 현상이 여전히 심각한 것으로 드러났다. 올해 영재학교 합격예정자 838명 중 수도권 출신은 557명으로 전체의 66.5%인 것으로 조사됐다. /사진=세종영재 제공
영재학교의 수도권 쏠림 현상이 여전히 심각한 것으로 드러났다. 올해 영재학교 합격예정자 838명 중 수도권 출신은 557명으로 전체의 66.5%인 것으로 조사됐다. /사진=세종영재 제공

<2023영재학교 합격예정자 66.5% 서울/경기/인천 출신>
2023학년 전국 8개 영재학교 합격예정자 838명 중 수도권 중학교 출신은 557명으로 전체의 66.5%를 차지한다. 2020학년 72.3%, 2021학년 72.8%, 2022학년 67.1%에 이어 2023학년 66.5%까지 최근 4년간 70% 내외 수준에서 큰 변동이 없다.

수도권 쏠림 현상의 심각성은 경기과고와 서울과고 등 수도권 영재학교뿐 아니라 비수도권의 영재학교조차 입학생의 과반수가 서울/경기 출신이라는 데서 여실히 드러난다. 특히 세종영재는 서울/경기 출신이 47명(52.8%)으로 세종 출신 15명(16.9%)보다 3.1배가량 많아 지역인재 선발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영재도 서울/경기 출신이 지역인재보다 2.4배, 대전과고는 1.53배, 대구과고는 1.46배가량 많다. 수도권에 위치한 경기과고와 서울과고는 각 92.5% 85.3%가 서울/경기 출신으로 압도적인 비중을 차지한다.

<‘영재학교 입학전형 개선방안’ 2년 차.. 실효성 ‘의문’>
영재학교의 2023입시는 교육부가 2022고입부터 적용한 ‘영재학교 입학전형 개선방안’의 2년 차 지표를 나타낸다. 정책의 실효성을 확인할 수 있는 실질적인 지표라고 볼 수 있다. 영재학교 입학전형 개선방안은 과도한 입학 경쟁 문제를 해소하고 사교육 의존도를 낮추기 위한 정부의 대책으로, 중복지원 금지와 입학전형에서 상위 교육과정 출제 금지 등의 내용을 주요 골자로 한다. 특히 수도권 쏠림 현상을 막기 위해 2단계 전형 통과자 중 학교 소재지, 영재학교 미소재 지역 등 학교가 정한 지역의 우수학생을 선발하는 지역인재전형을 확대하는 방향도 공개했다. 정원외 10% 내외로 지역인재 선발이 권장됐으며, 학교별 지역인재전형 운영규모/전형방법 등은 학교와 시도교육청의 협의를 통해 결정하게 된다.

다만 영재학교 출신의 이번 분석 결과 수도권 쏠림 현상이 여전하다고 밝혀지면서 개선방안의 실효성이 낮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주요 논점은 영재학교의 지역인재 선발 전형이 ‘권장’ 수준에 머무른다는 부분이다. 강 의원은 “교육부는 ‘입학생의 특정지역 편중 및 계층 불균형 심화’가 문제라고 하면서 지역인재 선발을 확대하는 방안을 내놓았지만 별도의 지역인재전형을 두지 않고 1,2단계 통과자 중 선발 인원과 우선선발 지역을 학교와 시도교육청이 결정하도록 했다. 그 결과 학교가 우선선발 지역을 광범위하게 정하거나 선발 비율을 낮게 정해 소재지 학생보다 수도권 학생 선발이 여전히 많은 결과를 낳을 수 있다. 영재학교를 소재지 중심의 선발로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수도권 69.2% 교육특구.. 높은 사교육 의존도>
사교육 문제도 심각한 것으로 드러났다. 조사결과 수도권 출신 영재학교 합격예정자 중에서도 사교육 밀집 지역인 ‘교육특구’ 출신 비중이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영재학교 합격예정자 출신중학교의 시/구를 분석한 결과 수도권 상위 10개 지역 출신 합격예정자 수는 334명으로 서울/경기 출신 합격예정자 483명의 69.2%다. 전체 838명을 기준으로 하면 57.6%에 해당한다. 서울의 경우 강남구(67명, 25%) 양천구(40명, 14.9%) 송파구(29명, 10.8%) 서초구(28명, 10.4%) 노원구(20명, 7.5%) 5개 구가 서울 출신 입학생(총 268명)의 68.7%를 차지하고, 경기의 경우 성남시(47명, 21.9%) 고양시(30명, 14%) 수원시(27명, 12.6%) 용인시(24명, 11.2%) 안양시(22명 10.2%)로 경기 출신 입학생(총 215명)의 69.8%가 5개 지역 출신이다.

강 의원과 사걱세는 영재학교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3개 프랜차이즈 학원 홍보물에서도 영재학교와 사교육의 연관성을 입증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영재학교 대비반을 운영하는 A학원에서는 2022학년 전국 영재학교 합격자가 293명이라고 밝혔고, B학원과 C학원에서도 각각 199명 75명의 합격자를 배출했다고 공개했다. 세 학원의 합격자 수만 계산해도 총 567명인데, 이는 2022학년 전체 영재학교 합격자 838명의 67.7%에 이른다. 

영재학교는 고액의 사교육비를 지출하는 학생 비중이 높다는 점에 관해서도 꾸준히 문제점이 제기돼 왔다. 사걱세와 신경민(더불어민주) 의원이 2020년 발표한 2019고교 유형별 사교육 실태조사에 따르면 영재학교를 희망하는 중3 학생 중 월평균 100만원 이상의 사교육비를 지출하는 비율은 62.5%다. 일반고를 희망하는 학생의 14.8%가 100만원 이상의 사교육을 받는 것에 비해 4배 이상 높은 수치다. 특히 300만원 이상의 사교육비를 지출하는 비율도 25%로 높은 편이다. 

문제는 이러한 고액 사교육비 소비 패턴이 입학 후에도 이어진다는 점이다. 실제로 영재학교 재학생의 100만원 이상 고액 사교육비 지출은 55.8%로 고교 유형 중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했다. 교육 전문가들은 학생들이 ‘최대 사교육 유발 전형’으로 손꼽히는 영재학교의 입시를 통과하면서 사교육에 익숙해져 버린 탓이라고 보고 있다. 자사고 외고 국제고가 서류평가와 서류 기반 면접의 자기주도학습전형을 운영하는 데 비해 영재학교의 입시는 지필고사와 창의력 캠프전형까지 포함하고 있다. 교육부 과기부 교육청의 관리 사각지대에서 수요자를 배려하지 않는 ‘깜깜이 입시’ 행태도 심각하다. 2020학년 이후 수요자의 학교선택 잣대로 가장 중요한 대입실적 비공개를 고수하고 있고, 지난해에는 한국영재가 원서마감 직후 신입학 경쟁률까지 비공개했다. 시도교육청이 매년 3월 말 발표하는 ‘고입 전형 기본계획’에서도 빠진 채 공고되고 있고, 과고 외고 국제고 등이 수요자를 배려해 자발적으로 공개하는 학교별 당해 연도 전형 기본계획도 공지하지 않는다. 원서접수 한 달 전 이뤄지는 모집요강 공개 전까지 수요자가 오로지 사교육에만 의존해 입시를 준비하도록 방치하고 있는 셈이다. 

<N수생 증가/의대 진학 확대.. 멀어지는 ‘이공계 인재 양성’>
입학 후에도 이어지는 영재학교 학생들의 사교육 관성은 의대 진학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통합형 수능 체제 등 대입 판도가 이공계열에 유리한 방향으로 흘러가면서 자연계 최상위권으로 구분되는 영재학교가 최대 선발효과를 갖게 됐기 때문이다. 이에 정시 확대 기조까지 맞물려 영재학교 학생들의 정시 유입은 더욱 수월해진 상황이다. 수학/과학 영재교육이 이뤄지는 영재학교 특성상 재학 중 입시준비가 어렵다는 점을 감안하면 영재학교 학생이 의대를 준비한다는 것은 곧 재수를 준비한다는 말과 일맥상통한다. 지난해 첫 실시한 통합형 수능의 학습효과가 반영된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영재학교 N수생이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는 이유다. 

영재학교는 과학자 양성을 조건으로 국비 지원을 받는 만큼 학교 차원에서 지원 단계부터 의대행을 저지하기 위해 강경 대응하고 있지만, 해마다 영재학교 출신의 의대행이 꾸준히 이어지는 실정이다. 김병욱(국민의힘) 의원실이 서울대와 지방거점국립대(지거국) 9개교의 의학계열/의대 합격자 자료를 요청해 분석한 ‘2022수시 의학계열 수시최초 합격자’ 자료를 보면 상당수의 영재학교 인원이 서울대 의대 등 의학계열에 합격한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대 의학계열과 지거국 9개교의 의대 합격자만 산정해도 서울과고 대전과고 대구과고는 각 3명의 수시최초 합격자가 나온 것으로 드러났다. 강득구(더불어민주) 의원의 ‘전국 영재학교/과학고 2022 수시 의약학계열 지원/합격/등록자 현황’ 자료에선 총 141명이 의약계열에 지원한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과고의 경우 고3 졸업생 123명 중 48명이 의대에, 1명의 치의대에 지원한 걸로 집계됐다. 현재 의대 진학을 준비하는 건 영재학교 출신 재수/N수생이 대부분이지만, 이대로라면 의대 진학 기조가 재학생 사이에서도 적극적으로 확산될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된다. 

<영재학교 선발 방식 전환해야.. 대대적인 개편 필요>
현행 영재학교 입시 전형이 지역 격차, 부모의 경제력에 의한 기회의 불평등과 같은 부작용을 초래하고 있는 가운데 전문가들은 대대적인 개편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원을 두고 시험을 치른 후 줄 세우기를 통해 선발하는 영재학교 입시 체계가 ‘영재교육’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강득구 의원은 “‘영재교육 진흥법 시행령’ 개정을 통해 전국단위 지원이 되지 않도록 만들어야 한다. 영재학교 입학생의 특정 지역 쏠림 현상을 방지하고, 지역 영재를 육성하기 위함이다. 고도의 사교육을 통해서만 대비 가능한 지필고사도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선발 방식의 전환도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시도교육청 산하 영재발굴센터를 운영해 영재의 잠재력을 바탕으로 선발해야 한다는 것이다. 영재전문가를 활용해 연중 수시로 영재성과 잠재력을 보이는 학생을 발굴하는 방식이다. 강 의원은 “교육당국은 영재학교 입학전형의 문제점과 심각성을 깨닫고, 영재교육을 정상화하기 위한 추가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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