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까지 세부 방안 마련.. 초등 입학연령 1년 하향 ‘논란’

[베리타스알파=김하연 기자] 정부가 자사고는 존치를 확정하고 외고와 국제고는 폐지하거나 일반고 전환을 추진한다. 박순애 교육부장관은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새 정부 교육부 업무계획’을 지난달 29일 윤석열 대통령에게 보고했다. 교육부는 자사고 유지에 대해 “미래 사회 변화에 대응하고 학교 교육을 다양화해 학생들의 교육 선택권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자사고가 필요하다는 판단”이라고 밝혔다. 교육의 다양성과 학생의 선택권을 보장하기 위해 자사고 제도 존치를 포함한 고교체제 개편 세부방안을 연말까지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개편 내용은 현재 중학교 1학년 학생이 고교에 입학하는 2025년에 적용될 전망이다.

앞서 문재인 정부는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개정을 통해 2025년부터 자사고 외고 국제고를 일반고로 일괄 전환하는 고교체제 개편 정책을 추진했다. 지난 대선공약에서 예고된 대로 윤석열 정부가 자사고 폐지를 무효화한 셈이다. 하지만 모든 자사고가 부활하는 것은 아니다. 신입생 충원이 안 되거나 일반고와 교육과정 차별화가 안 되는 곳들은 평가를 통해 정리하기로 했다. 2023학년 신입생을 모집하는 전국/광역단위 자사고는 전국단위 자사 10개교, 서울 광역단위 자사 16개교, 비서울 광역단위 자사 7개교로 33개교 체제다. 올해 일반고로의 전환을 신청한 서울 광역단위 자사고인 장훈고와 비서울 광역단위 자사고인 대구 대건고를 제외한 수치다.

반면 외고는 폐지 또는 일반고로 전환될 가능성이 높아 교육계의 거센 반발이 예고된다. 현재 전국에서 운영 중인 외고는 30개교다. 교육부는 “외고를 존치하기보다는 전환/폐지에 초점을 두고 있다”며 “외고에서 가르치는 특수 교과목을 일반고에서도 자율적으로 운영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외고 측은 강력 반발하며 이번 주 입장 발표를 통해 정부에 철회를 요구할 방침이라고 알려졌다. 교육의 다양성을 부여하기 위해 자사고는 살고, 외고는 폐지하는 것에 대해 형평성도 맞지 않고 모순이라는 반응이다.

국제고는 추가 논의가 필요하다고 봤다. 현재 국제고는 8개교가 운영 중이다. 교육부는 “국제고도 미래 사회 변화에 맞춰 육성할 분야가 맞는지에 대한 종합적 검토를 거칠 것”이라고 설명했다. 외고와 국제고를 자사고로 전환하는 방안 등도 열어놓고 검토할 계획이다. 

이날 보고에선 초등학교 입학연령을 만 6세에서 만 5세로 1년 앞당기는 방안을 추진한다고도 밝혔다. 현재 거론되고 있는 방안은 2025학년부터 한 학년을 15개월 출생 단위로 끊어 4년에 걸쳐 만 5~6세를 통합하는 것이 가장 유력하다. 이렇게 되면 현재 2019년생인 아이들 가운데 일부가 1년 일찍 초등학교에 입학하게 된다. 초등학교 6년, 중학교 3년, 고등학교 3년의 ‘6-3-3제’는 그대로 유지한다.

2개 학년에 해당하는 학생들이 한꺼번에 몰릴 수 있어 대입이나 취업 등 불이익을 얻을 수 있다는 지적에는 4년간 25%씩 입학 연도를 당기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교육부는 “한번에 시행하는 것이 효과적이지만 공간과 교원 문제가 있어서 25%씩, 1~3월생, 4~6월생, 7~9월생, 10~12월생, 이렇게 순차적으로 4년에 걸쳐 학제를 개편하려고 한다. 4단계가 될지, 2단계가 될지는 논의 과정에서 바뀔 수 있다”고 밝혔다.

정부가 자사고는 존치를 확정하고 외고와 국제고는 폐지하거나 일반고 전환을 추진한다. /사진=베리타스알파DB
정부가 자사고는 존치를 확정하고 외고와 국제고는 폐지하거나 일반고 전환을 추진한다. /사진=베리타스알파DB

<자사고 존치, 외고 폐지 ‘반발’>
교육부는 이날 교육개혁을 실현하기 위한 △교육부 전면 혁신 △출발선 단계의 국가책임 강화 △수요자 중심의 교육체제 실현 △첨단 분야 인재양성 △고등교육 혁신 등의 핵심 추진과제를 보고했다. 

이날 브리핑에서 “학생 학부모를 교육의 중심에 두고, 수요자의 의견을 반영한 고교체제와 교육과정, 대입제도 등 미래형 교육체제를 만들어 나갈 계획”이라며 특히 “학교교육의 다양성과 학생의 교육선택권을 보장하기 위해 자사고 제도 존치를 포함한 고교체제 개편 세부방안을 올해 12월까지 마련한다”고 밝혔다. 학생 1만명, 학부모 1만명을 대상으로 대국민 수요조사를 실시하고 그 결과는 12월 발표되는 ‘2022개정 교육과정’과 2024년 2월 발표되는 ‘2028대입제도 개편안’에 반영할 계획이다.

세부적으로 자사고는 유지하고 외고와 국제고는 폐지하거나 일반고로 전환하는 방안을 검토한다. 앞서 전 문재인 정부는 자사고 외고 국제고를 2025년부터 일반고로 전환하기로 했지만 새 정부가 들어서면서 자사고 폐지 선언을 뒤집은 것이다. 교육부는 “미래 사회 변화에 대응하고 학교 교육을 다양화해 학생들의 교육 선택권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자사고가 필요하다는 판단”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외고는 예정대로 2025년 일반고로 전환될 예정이다. 교육부는 “외고는 존치하기보다 폐지 또는 일반고로 전환해 외국어뿐만 아니라 다양한 분야의 교과 과정으로 전환하는 방식을 생각하고 있다”며 “현재 일반고를 외국어특성화학교 과학특성화학교 등 교과특성화학교로 지정해 특성화된 교육과정을 운영하는 게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국제고에 대해서는 아직 추가 논의가 필요하다고 봤다. “국제고의 일반고 전환 여부는 검토 중”이라며 “국제고도 미래 사회 변화에 맞춰 육성할 분야가 맞는지에 대한 종합적 검토를 거칠 것”이라고 설명했다.

자사고 역시 전체 다 살아나는 것은 아니다. 신입생 충원이 안 되거나 일반고와 교육과정에서 차별화가 안 되고 국영수 수업 위주로 돌아가는 자사고도 평가를 통해 정리한다. 국제고와 외고에 대해서는 자사고로 전환하는 방향도 열어놓고 검토할 계획이라고 알려졌다. 교육부 관계자는 “미래사회 변화에 맞춰 집중 육성할 분야에 대해 종합적으로 판단해야 한다. 연말에 고교체제 개편 방안을 만들 때 포함될 것”이라고 밝혔다.

급작스럽게 폐지 추진이라는 통보를 받은 외고 측에서는 당황스러운 기색이다. 새 정부의 정책이 ‘전 정권 지우기’에 방점이 찍힌 만큼 자사고를 비롯해 외고 역시 동일한 기준을 적용해 존치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입장이다. 국제고는 청심국제고를 제외한 7곳이 공립이어서 정부 방침에 따라 별 무리없이 일반고 전환이 이뤄질 수 있으나 외고의 경우 30곳 중 절반인 15곳이 사립이기 때문에 학교는 물론 학생 학부모 동문들의 거센 반발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한 교육관계자는 “자사고는 존치하면서 외고만 폐지하려는 것은 형평성에도 맞지 않고 합리적인 근거도 없어 이해되지 않는다. 지난 문재인 정부는 자사고 외고 국제고가 고교서열화와 경쟁을 부추긴다며 폐지하기로 했다. 새 정부에서 다양한 고교선택권을 부여한다는 명목으로 자사고를 살린다면 외고도 함께 살아남아야 하는 것 아니냐”라고 지적했다.  

전국외국어고등학교장협의회는 1일 입장문을 내고 “교육부의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특수목적고인 외고를 폐지 검토하겠다는 발표를 접하고 시대착오적이고 반교육적인 정책에 놀라움을 금할 수 없다”면서 “윤석열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에서 외고 존치 정책을 표명했음에도 불구하고 백년지대계인 교육정책을 하루아침에 손바닥 뒤집듯 토론이나 공청회 한번 없이 일방적으로 발표한 교육부는 외고 폐지 검토 계획을 즉시 철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협의회는 이어 “당장 외고 폐지 정책을 철회하지 않으면 법률적 행위를 포함한 모든 수단을 강구해 적극적으로 대응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일반고 살리기가 아닌 자사고 살리기’>
지난 정부에서 자사고와 외고 국제고 폐지 선언에 가장 큰 희생양이 된 농어촌 자율학교에 대한 내용은 이번 업무 보고에 아예 언급조차 되지 않아 우려를 키운다. 앞서 문재인 정부는 2025년 자사고 외고 국제고 일반고 전환 발표 당시 전국모집을 실시하는 자사고와 일반고의 모집범위도 모두 축소한다고 밝혔다. 자사고와 함께 전국단위로 학생을 모집하는 일반고 49개교의 학생모집 범위를 일반고와 동일한 광역단위로 변경한다는 것이다. 학생 선발권도 박탈된다. 이들 학교는 전국단위 자사고와 마찬가지로 전국의 학생들이 지원 가능한 구조지만, 2025년 3월부터는 소재한 지역에 따라 일반고의 배정/선발방식을 따르게 된다. 당시 교육부 관계자는 “자사고와 특목고를 폐지해도 농어촌 자율학교의 학생선발권을 유지하면 또 다른 형태의 고교서열화가 나타날 수 있기 때문에 모집 특례를 폐지하려 한다”고 발표한 바 있다. 

여기에는 ‘공교육 롤모델’로 평가받는 농어촌 자율학교도 해당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벌어져 당시 교육계에서는 거센 지적이 이어졌다. 특히 언제는 공교육 롤모델이라고 치켜세워주더니, 마치 고교서열화를 유발하는 주체로 지목해 당황스럽다는 반응이었다. 현장에선 대부분 지방 소도시와 농어촌에 소재해 학생모집이 어려운 일반고들의 여건을 고려하지 않은 처사라고 비판했다. 전국모집을 실시하는 일반고들은 대부분 지방의 외진 곳에 자리한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광역모집으로 일괄 변경된다면 학생모집 자체가 불가능해져 학교의 문을 닫아야 할 수도 있다. 한 교육관계자는 “애초 농어촌 학교 살리기 차원에서 특례를 적용했는데 이를 특권이라며 폐지하는 것이 말이 되느냐”라고 말했다. 

자사고가 부활한다면, 앞서 자사고 폐지와 함께 발표된 전국단위 학생모집 특례 폐지에 대한 정책 수정도 함께 이뤄져야 한다는 주장이다. 현재 전국 농어촌 자율학교는 8개 시도에서 총 49개교가 운영 중이다. 대부분 지역적으로 불리한 곳에 있는 농어촌 자율학교는 특색 있는 교육과정을 운영하며 지역적 불리함을 극복하는 경우가 많은데 전국단위 모집이 폐지된다면 곧바로 폐교 위기를 맞게 된다. 

한 교육전문가는 “이번 발표에서 언급된 자사고의 개념이 어디까지인지 모르겠지만, 소외지역에 있어 일명 돈 없는 자율학교나 농어촌학교에 대한 대책은 나오지 않아 여전히 좌불안석인 상황”이라며 “대도시 지역에 인구가 집중된 상황에서 일반고의 모집 범위까지 무조건적으로 제한한다면 농어촌이나 소도시 학교들은 폐교를 피할 수 없다. 특히 우수성을 입증한 지방의 자율학교들의 교육의 질 하락이 우려된다. 지난 문 정부처럼 정책적으로 회생 자체를 막아 소멸이 뻔한 결과로 몰아가는 과오를 반복해선 안 된다”고 강하게 주장했다. 

특히 학생선발 시기도 중요하다고 봤다. 농어촌 자율학교의 전국단위 학생 선발권이 기존대로 유지된다면 모집시기도 자사고와 동일하게 맞춰야 한다는 것이다. 자사고와 자율학교의 선발시기가 전기/후기로 나뉠 경우 선발 시기도 동일하게 맞춰 공평한 기회를 부여해야 한다는 것. 한 교육관계자는 “예를 들어 자사고는 전기, 전국단위 자율학교는 후기로 각각 모집시기를 떨어뜨린다면, 전기에서 자사고에 지원하고 떨어진 학생들이 후기에 지원하라는 얘기와 같다. 고교 유형을 막론하고 동등한 교육기회를 부여해 일반 학교도 함께 성장해갈 수 있도록 제도가 열려야 한다”고 말했다. 

앞서 문 정부 1호 교육공약이었던 고교학점제의 경우도 마찬가지로 예정대로 2025학년 진행한다고 밝히면서 지방 고교들에게는 큰 부담이다. 상대적으로 교원이 부족한 읍면 단위나 농어촌 학교의 경우 한 명의 교사가 여러 과목을 맡게 되어 업무부담이 가중되고 학생 관리가 힘들어져 결국 학생들에게도 피해가 간다는 것이다. 실제로 한 고교 관계자는 “한 명의 교사가 기존에 한두 과목을 맡았다면 현재는 네 과목 정도를 담당하게 되어 업무 과중을 호소하고 있다”고 전했다. 고교학점제를 예정대로 2025학년에 시행한다면, 전국 고교에 일괄적인 기준을 적용하는 것보다, 수도권 비수도권으로 구분하는 등 현실성에 맞는 대안 마련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정부는 정말 학생들에게 도움을 주는 정책이 무엇인지 다시 한번 고민해 봐야 할 지점”이라고 말했다. 

<초등학교 입학연령 만 6세에서 5세로 하향>
이날 교육부는 자사고 존치와 함께 초등학교 입학 연령을 만 6세에서 만 5세로 낮추는 학제개편안을 발표하기도 했다. 사회적 합의 후 이르면 2025학년부터 초등학교 입학 연령을 1년 낮추는 학제 개편 방안을 추진한다는 것이다. 

구체적인 사항은 정해지지 않았지만 2025년부터 한 학년을 15개월 출생 단위로 끊어 4년에 걸쳐 만 5~6세를 통합하는 방안 등이 유력하다고 알려졌다. 2025년부터 25%씩 순차적으로 추진해 2025년에는 2018년 1월~2019년 3월생, 2026년에는 2019년 4월~2020년 6월생, 2027년에는 2020년 7월~2021년 9월생, 2028년에는 2021년 10월~2022년 12월생까지 입학하게 된다. 

박순애 교육부장관은 “사회적 약자도 빨리 공교육으로 들어와서 공부할 수 있도록 국가가 책임지겠다는 의지의 표명”이라며 “예전보다 아이들의 지적 능력이 높아지고 전달 기간도 빨라져 현재 12년간의 교육 내용이 10년 정도면 충분하다”고 설명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날 교육부 업무보고를 받고 “초중고 12학년제를 유지하되 취학연령을 1년 앞당기는 방안을 신속히 강구하라”고 지시하고, “학생 수 급감 추세를 감안해 지방교육 재정을 포함한 교육시스템을 전반적으로 재점검해 달라”고 당부했다. 이렇게 되면 1949년 ‘교육법’ 제정 후 76년 만에 처음으로 학제가 바뀌게 된다. 

취학연령 하향에 대한 주장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노무현 정부 때부터 초등학교 입학을 앞당겨 사회진출 시기가 빨라지면 저출산 고령화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 논의가 이뤄졌었지만, 사회적 파장이 큰 만큼 실제 추진된 적은 없었다.

교육계와 학부모 등 일각에서는 반대의 목소리가 커져가고 있다. 2018년부터 2022년에 태어나는 아이들은 만 5~6세가 섞여 수업을 받게 되는데 15개월 단위로 한 학년이 되는 것인 만큼 같은 해 대입을 준비하는 인원도 크게 증가하기 때문에 입시와 취업 등에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우려다. 이에 교육부는 “현재 학령인구는 감소 추세라 15개월씩 묶어도 동급생 규모가 크게 늘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종 시행은 국회에서 관련법이 통과돼야 가능할 것으로 보이지만, 교육계뿐 아니라 정치권 등 각계에서 반대가 거세 실제 시행까지는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는 “조기 입학은 출생 입시 입대 취업 등 인생의 시간표를 바꾸는 문제”라며 “재정 수요 확충, 교육 과정 변경 등 선결 과제가 많다”고 우려했다.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인 더불어민주당 강득구 의원도 “전 국민을 패싱한 정부의 일방적 결정”이라며 “영유아 발달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사회적 합의를 철저히 무시한 채 졸속으로 추진했다”는 우려를 내놓았다. 입시업체인 종로학원도 전망 자료를 내고 “조기 입학을 준비한 아이와 그렇지 못한 아이 간 학력양극화와 입학 전 선행 및 사교육 분위기 확산이 우려된다”며 “특히 지금도 대학생이 졸업 유예를 하는 상황에서 반수 재수 증가도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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