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동성 큰 대입제도에 전문적 대응

[베리타스알파=권수진 기자] 서울대가 개정교육과정에 따른 대입정책 변화에 대비하는 대입정책팀을 입학본부에 신설한다고 7일 밝혔다. ‘학종 본산’으로 상위대학의 학종 확대를 이끌어온 데 더해 정책당국을 오히려 선도하는 모양새였던 서울대가 신설한 팀이라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정부 주도로 시작된 정시 확대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2025학년 전면 도입되는 고교학점제가 엇박자를 이루게 될 것이 명확하다 보니 서울대의 향후 행보에 대한 관심이 어느 때보다 높다. 업계 한 전문가는 “학종 본산이라 불리는 서울대가 대입 전반은 물론 고교를 비롯한 교육 현장에 미치는 영향력은 어떻게 보면 교육당국보다 강하다. 특히 학종이 현장에 안착하는 데 기울인 노력과 영향력에서부터 문재인 정부가 만들어온 정시 확대를 비롯한 정책 엇박자를 보정하는 역할까지, 정권이 바뀔 때마다 교육 현장을 뒤흔들었던 전정권 지우기나 엇박자들을 나름 보정하면서 대입 전반의 방향성과 안정성을 잡아왔다고 평가할 수 있다. 현재 교육위까지 정권초월과 무관하게 정치적으로 뒤바뀌는 구조이고, 4차산업 혁명으로 미래교육의 방향성이 절박한 시점이다. 교육 현장에 미치는 영향과 그 동안의 중심추 역할을 감안할 때 교육계 전반에서 신설 서울대 정책팀에 거는 기대가 남다른 이유다”라고 밝혔다. 

서울대가 대입정책 변화에 대비하고 장기적 안목의 대입정책을 주도적으로 수립하는 대입정책팀을 신설한다. /사진=서울대 제공
서울대가 대입정책 변화에 대비하고 장기적 안목의 대입정책을 주도적으로 수립하는 대입정책팀을 신설한다. /사진=서울대 제공

<‘학종 본산’.. 정책적 엇박자 보정해온 묘수풀이 행보>
서울대의 행보가 더욱 주목받는 이유는 그간 서울대가 걸어온 발자취를 보면 명확해진다. 서울대는 권오현 전 서울대 입학본부장의 주도로 수시 100% 학종으로 운영하면서 학종의 전범을 제시했다고 평가받는 대학이다. 최고 상위대학인 서울대의 변화는 자연스레 다른 상위대학의 변화를 이끌었다. ‘샤 포럼’ 등 학종 이해를 돕기 위한 다양한 시도를 통해 교사들을 중심으로 고교 현장을 바꾸었다. 지금의 학종이 자리잡기까지 서울대가 선봉에서 이끌어온 셈이다.

서울대가 2013학년 학종을 도입한 이후 2016년엔 일본이 대입제도 개선을 위한 조언을 얻기 위해 서울대를 방문하기도 했다. 일본의 교육제도를 벤치마킹해오던 데서 도리어 우리나라의 교육제도가 역수출되기에 이른 데는 서울대가 일찌감치 미래 교육을 고민해 온 결과라는 데 이견이 없다.

교육당국에서 비롯된 정책적인 엇박자를 서울대가 보정해오기도 했다. 학종을 중심으로 수시를 확대해오던 추세에서 급작스레 교육부가 2022학년부터 정시 비중을 30% 이상으로 확대하도록 압박해왔으나 서울대는 의예 정치외교학과 등 수험생 관심도가 높은 학과의 지역균형(지균) 모집인원을 오히려 늘리는 것으로 대응하면서, 서울 강북과 지방 일반고가 받을 충격을 최대한 완화하고자 한 ‘묘수풀이’가 대표적이다. 2022정시에 교과이수 가산점을 추가하면서 정시 확대에도 불구, 고교교육에 힘을 실어주고자 한 의도도 돋보였다.

2023대입에서는 정시 지균을 신설, 정시 확대로 인한 지역쏠림 현상을 완화하고자 하는 노력을 보여주기도 했다. 수능의 비중이 너무 커지는 것에 대한 제동장치라는 것이 교육계의 분석이다. 정시에서 학생의 교과이수 충실도와 교과성취도의 우수성을 평가요소로 활용하는 ‘교과평가’도 실시함으로써 고교 수업에서 비롯되는 내신의 위상을 더 강화하기도 했다.

<대입정책팀 대입제도 변동성 대응>
신설 대입정책팀은 장기적 안목의 대입정책을 주도적으로 수립하고 한국교육의 대안을 제시할 수 있는 대입정책 싱크탱크 역할을 하는 전문 연구 조직으로, 최근 들어 변동성이 큰 대입제도에 전문적으로 대응해 갈 예정이다. 서울대 입학전형 연구와 기획을 넘어 미래지향적인 고교-대학 연계 입학정책의 비전과 대입정책을 발굴/제안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대입정책팀은 교육부와 17개 시도교육청, 한국대학교육협의회, 교육전문가 집단과 긴밀한 업무협조 체제를 모색해 폭넓은 소통 체제를 구축하고 국내외 교육과 대입 정책 관련 공동 연구/세미나 등을 개최해 교육전문가로서 서울대 안팎의 소통 창구 역할을 수행할 계획이다.

오세정 총장은 “세계 각 나라는 미래사회의 ‘불확실성’에 대응하는 정책으로 지난 몇 년 사이 혁신적인 수준의 교육제도 개편을 이루었다. 특히 학습자상의 재정립에 중점을 두어 교육과정을 정비하고 대입제도를 개혁하고 있다. 한국의 교육도 단편적인 지식 습득에서 벗어나 학습자의 성장 중심 및 역량 중심으로 교육과정을 개정해 학교 교육에 변화를 이끌고 있으나 이에 부응하는 대입제도는 아직 충분히 마련되어 있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이에 서울대가 대입정책 연구에 리더십을 발휘하고자 하며 이번 신설하는 대입정책팀이 그 초석을 다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대입정책팀 신설의 배경을 밝혔다.

이영목 입학본부장은 “서울대는 학교 교육 중심의 입학전형을 운영하며 학교 교육을 통해 학생이 함양한 역량 그대로가 대입 평가에 반영될 수 있는 입시 환경을 만들고자 지속적으로 노력했다. 고교 교육에서 이루어지는 교수-학습활동에 중점을 두어 학생의 실질적인 학업 역량 함양을 이끌고, 학생 각자가 스스로 의미 있는 학습 경험을 만들어 갈 수 있도록 입학전형을 설계할 수 있는 방향성을 유지하고자 한다. 학령인구 급감, 교육과정 개정에 따른 학습활동의 변화 등 교육 현장이 실제 마주하고 있는 세부적인 사항에 대한 현장 연구를 중심으로 대입정책팀의 대내외 협력/연구를 통해 세부 방안을 마련해 갈 계획”이라고 대입정책팀의 운영 방안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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