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체 탄생 180주년
[베리타스알파=김하연 기자] 비루한 삶을 극복하고 주권자 개인으로서 창조적 삶을 권유했던 철학자. 기존의 도덕과 질서를 파괴하고자 했으며 스스로를 다이너마이트로 칭한 철학자. 지금 이 순간 그리고 자기 자신을 먼저 사랑하라고 외쳤던 철학자. ‘망치를 든’ 철학자 니체가 탄생한 지 올해로 180주년이 되었다. 이에 맞춰 출간된 책 ‘니체 읽기의 혁명’은 니체 철학의 혁명적 읽기를 제안한다. 저자는 그 혁명의 목적이 영원회귀 우주론을 기반으로 ‘주권적 개인이 창조적으로 살아가는 시대’를 열망한 니체의 진실을 드러내는 데 있다고 말한다.
이 책은 니체 철학을 오늘의 삶과 현실로 소환해 독창적 재해석을 감행한다. 동시에 니체의 삶과 철학의 성장 배경 전반을 알기 쉽게 담고 있다. 이는 니체의 진실에 다가가기 위해 반드시 거쳐 가야 하는 일종의 우회로인 셈인데, 그 서사 또한 흥미롭게 전개된다. 개인적 자존감이나 고독을 노래한 철학자로 한정하는 시선을 넘어서서, 그의 철학을 반민주주의나 귀족주의로 폄하하는 흐름을 넘어서서 니체가 내린 시대 진단과 삶의 문제의식을 제대로 짚어내는 책이다.
철학적 배경과 성장 과정에서 출발해 ‘신의 죽음’을 거쳐서 ‘힘에의 의지’와 ‘영원회귀’, ‘위버멘쉬(극복인)’, ‘운명애’, 공동체와 주권적 개인의 창조적 삶에 이르기까지 저자는 니체의 철학을 하나의 생명체로 되살린다. 니체를 있는 그대로 되살려내면서도 그의 철학을 우주론과 인생론, 사회철학, 실천론으로 나눠 체계적으로 재구성함으로써 19세기의 시대 질환을 진단한 철학자를 21세기에 다시금 불러들이고 있다. 19세기 제국주의로 치닫던 자본주의적 민주주의 사회와 과학기술의 발전으로 야기된 허무주의의 병폐는 니체 탄생 이후 180년이 흐른 지금의 모습과 닮아 있거나 변함없이 지속되었다. 이 책은 니체에게로 다가가기 위한 지도임과 동시에 우리가 살아가는 현시대를 탐험하기 위한 베이스캠프라고 할 수 있다.
니체의 매혹은 그의 철학이 시적 언어로 담겨서만도 아니고, 그의 삶이 고독과 광기로 이어져서만도 아니다. 저자는 주권자로서 우리의 삶을 창조적으로 열어가라는 그의 권고가 장엄한 우주론에 근거하고 있다는 점이야말로 니체의 매혹이라고 강조한다. 이러한 영원회귀 우주론을 이해할 때 삶과 세상을 다르게 바라볼 수 있기 때문이다. 니체가 바람직한 인간상으로 제시한 ‘극복인’이나 ‘주권적 개인’도 이러한 우주론에 근거하고 있다고 저자는 힘주어 말한다. 이러한 해석은 이 책을 다른 니체 관련 저작들 가운데서 독창성을 부여하는 요소이다.
영원회귀, 곧 ‘같은 것의 영원한 회귀’는 인간적 관점에 한해서는 허무주의를 낳지만 우주적 관점에서는 ‘생성의 영원한 회귀’이다. 저자는 니체에게 같은 것의 회귀는 단순한 반복의 문제가 아니라, ‘죽은 채로 사는 삶을 되풀이하겠느냐’는 물음을 통해 그런 삶을 살아서는 안 된다는 ‘충격 요법’이라고 말한다. 모든 것이 생성이고 영원히 회귀한다면 그만큼 삶의 모든 순간이 중요해지기 때문이다. 저자는 현대 우주과학의 최첨단 가설들이 영원회귀의 철학적 사유와 친화적이라며, 그에 따라 ‘모든 것이 영원히 되돌아오더라도 너는 생을 사랑할 것인가’라는 철학적 물음은 한층 새로운 의미를 지니게 된다면서 니체의 현재성을 부여한다. (손석춘, 철수와영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