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만6000명 ‘취업도 진학도 안 해’.. ‘실질적 취업 대책 절실’
[베리타스알파=김하연 기자] 2023년 직업계고를 졸업한 학생 중 취업자는 10명 중 3명에 불과한 것으로 드러났다. 31일 교육부와 한국교육개발원이 발표한 2023년 직업계고 졸업자 취업 통계 조사 결과에 따르면, 2023년 2월 마이스터고 특성화고 일반고직업반 등 3개 직업계고를 졸업한 7만1591명 중 취업자는 1만9526명으로 27.3%에 그쳤다. 반면 졸업자 중 진학을 선택한 학생은 총 3만3621명(47%)으로 취업자 수를 크게 웃돌았다. 취업과 기능인 양성이라는 당초 직업계고 교육방향과 달리, 취업보다 진학을 선택하는 학생이 더 많은 상황이다. 1년 동안 취업 상태를 유지하는 유지 취업률도 66.4%에 그치는 것으로 조사되면서 고졸 채용 일자리의 질적 수준에 대한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직업계고 학생에게 양질의 일자리를 연계할 수 있는 실질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졸업생 중 취업자 비율이 2020년 27.7%, 2021년 28.6%, 2022년 29.6%로 상승하다가 2023년 27.3%로 다시 하락세로 돌아선 만큼 이 기세를 꺾을 수 있는 파격적인 정책을 제시해야 한다는 것이다. 취업을 하더라도 중간에 일자리를 그만두는 경우도 속출하고 있다. 지난해 직업계고 취업자의 반년 뒤 유지 취업률은 82.2%, 1년 뒤는 66.4%를 기록했다. 반년 사이 10명 중 2명, 1년 내로는 10명 중 3~4명꼴로 직장을 그만둔 셈이 다. 한 교육 전문가는 “그간 제조업에 기반을 두던 직업계고가 최근에는 4차 산업 혁명에 대비해 첨단 산업으로 교육 시스템을 전환하는 추세다. 제조업에서는 실습 중 사고의 우려가 많아 현장 학습이 제한됐다면, 이제는 현장과의 적극적인 연계로 실무를 늘릴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말했다.
통상 졸업자 중 취업자의 비중을 의미하는 ‘취업 비율’과 ‘취업률’을 혼동하는 경향이 있지만 다른 개념이다. 통계청의 국가 표준 지표에 따라 취업률은 졸업자에서 대학 진학자와 입대자, 장기 입원 등으로 취업이 불가능한 자를 제외하고 경제 활동이 가능한 인구만을 대상으로 산출한다. 직업계고 취업률 또한 대학 취업률과 국가 실업률 등 취업 관련 유사 통계와 동일한 산출 기준을 적용한다는 게 한국교육개발원의 설명이다. 교육부가 발표한 2023년 직업계고 졸업자 취업률은 국가 기본 통계 취업률 표준 산식에 따라 55.7%로 집계되지만, 졸업자 중 취업자의 비중을 계산한 실질 취업 비율은 27.3%에 불과한 배경이다.

<직업계고 실질 취업 비율 ‘27.3%’.. 진학률 ‘상승’>
2022년 직업계고 졸업자 취업 통계 조사 결과 올해 졸업자 7만1591명 중 취업자는 1만9526명으로 27.3%에 머물렀다. 이는 교육부가 발표한 취업률 55.7%와는 다른 산출 기준을 적용한 수치다. 취업률은 졸업생 중 대학 진학 입대 등을 뺀 경제 활동 희망자만을 대상으로 하며, 27.3%는 대학 진학과 입대 등을 모두 포함한 전체 졸업자를 대상으로 한 실질 취업 비율을 나타낸다. 같은 방식으로 산출한 실질 취업 비율을 살펴보면 2020년 27.7%, 2021년 28.6%, 2022년 29.6%로 상승하다가 2023년 27.3%로 다시 꺾이면서 여전히 30%를 하회하는 수준이다.
반면 직업계고 졸업자 중 진학을 선택한 학생은 3만3621명으로 취업자 1만9526명보다 1만명 이상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직업계고 진학률을 살펴보면 2020년 42.5%, 2021년 45%, 2022년 45.2%, 2023년 47%로 매년 상승했다. 졸업 후 취업이 쉽지 않자 진학을 선택하는 학생이 여전히 다수인 것으로 해석된다. ‘고졸 취업 활성화’라는 당초 특성화고 설립 목적과 반대로 가고 있는 모습이다.
올해 기준으로 취업도, 진학도 하지 않은 미취업자는 1만5533명, 21.7%로 조사됐다. 지난해 1만6550명보다 줄었다. 다만 전체 졸업자 중 진학자, 입대자 등을 제외한 인원으로 산정하면 44.3%가 취업도, 진학도 하지 않은 셈이다. 이에 대해 교육부 관계자는 “졸업 후 1년까지 학교에서 양질의 취업처 정보를 제공하고, 원하는 진로에 갈 수 있도록 역량 개발도 지원하는 ‘브릿지 학년’을 운영해 미취업자도 취업할 수 있도록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일자리의 질적 수준을 따져볼 수 있는 유지 취업률도 심각하다. 유지 취업률은 졸업생이 취업 상태를 유지하고 있는지 조사하는 통계 자료로, 6개월 기간을 두며 집계한다. 교육부와 한국교육개발원 자료를 살펴보면 지난해 직업계고 취업자의 반년 뒤 유지 취업률은 82.2%, 1년 뒤는 66.4%를 기록했다. 반년 사이 10명 중 2명, 1년 내로는 10명 중 3~4명꼴로 직장을 그만둔 셈이다.
전문가들은 고졸 채용 정책이 방치된 결과라고 입을 모았다. 전 정부는 직업계고 실습생 대상 업무 현장 사고가 반복되자 2017년 12월 ‘조기 취업형 현장실습 전면 폐지’를 결정한 이력이 있다. 해당 조치가 취업 문을 더 좁게 만든다는 학교 재학생 학부모들의 반발이 있자 2018년 2월 ‘학습중심 현장 실습의 안정적 정착 방안’을 통해 안전 등 일정 기준을 충족한 ‘선도 기업’에 한해 학기 중 취업이 가능하도록 입장을 바꿨다. 2019년 1월엔 ‘직업계고 현장 실습 보완 방안’을 발표해 선도 기업에 선정되지 않은 기업도 ‘참여 기업’으로 현장 실습생을 둘 수 있게 규제를 완화했다. 2021년 10월에는 여수의 참여 기업에서 현장 실습생 사고가 발생하자 참여 기업에 대한 현장 실사와 근로 감독을 강화하고 채용 부담을 덜기 위해 현장 실습비 지원을 30%에서 60%로 늘린다는 방안을 내놨다. 5년 동안 터지는 사고 수습 차원에 대증요법을 들이댔을 뿐 취업률 제고를 통한 직업계고 전반에 대한 실질적 지원 방안은 전무했다는 것이다.
한 교육 전문가는 “이명박 정부 당시 직업계고 졸업생 채용 기업에 1명당 최소 1500만원의 세제 혜택을 지원한 것처럼 획기적인 지원 정책이 필요하다. 현재 고졸 취업 선도 기업에 은행 금리 우대나 중소기업 지원 사업 우대 등의 지원이 일부 이뤄지고 있지만 민간 부문에서 고졸 채용 활성화를 이끌어 내기엔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홍보와 충원에 목매는 대신 교육 커리큘럼을 현장 실무에 도움이 되도록 재구성하는 한편 정부의 강력한 지원 정책을 토대로 양질의 일자리 보장 노력이 뒷받침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마이스터고 졸업생 대비 취업자 비율 61.7%.. 지역별 경북 41.4% ‘최고’>
직업계고 중 졸업생 대비 취업자 비율이 가장 높은 고교 유형은 마이스터고다. 특성화고와 일반고직업반과는 다르게 마이스터고는 전국 단위로 모집하는 차이가 있다. 바이오 반도체 자동차 전자 등 유망 분야의 특화한 산업 수요와 연계해 교육을 운영하는 만큼 지원율이 타 직업계고에 비해 높고, 내신을 기반으로 전기 모집을 시행하는 만큼 우수 인재들을 선점하는 측면도 있다. 마이스터고의 2023년 졸업자 5929명 중 3660명이 취업에 성공해 실질 취업자의 비율은 61.7%다. 졸업생 중 대학 진학, 입대 등을 모두 뺀 순수 경제 활동 희망자 기준 올해 취업률을 살펴보더라도 마이스터고는 73.7%로 가장 높은 취업 실적을 기록했다. 마이스터고의 진학률은 2020년 5.2%, 2021년 6.6%, 2022년 6%, 2023년 7.2%로 10% 내에 머물며 직업계고 중 유일하게 설립 취지에 부합하는 진로 실적을 보이고 있다는 평이 나온다.
반면 특성화고와 일반고직업반의 경우 취업률이 저조하고 진학률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2023년 특성화고 졸업자 중 취업자 비율은 24.7%에 그쳤고 진학자는 50%에 달했다. 졸업생 6만2853명 중 1만5496명만이 취업을, 3만1456명이 진학을 선택한 결과다. 일반고직업반의 경우 2023년 졸업자 중 13.2%만 취업을 선택했고 61.8%는 진학한 것으로 조사됐다. 전체 졸업생 2809명 중 취업자는 370명, 진학자는 1736명이다. 두 고교 유형 모두 취업자보다 진학자 수가 압도적으로 많은 상황이다.
지역별로 살펴보면 올해 직업계고 졸업자 대비 취업자 비율이 가장 높은 곳은 41.4%를 기록한 경북이다. 졸업자 4273명 중 1769명이 취업에 성공했다. 전국에서 유일하게 40%를 넘긴 지역이다. 경북에 이어 충남 30.6%, 대전 30.2%, 울산 29.9%, 경남 28.5%, 서울 28%, 대구 27.3%, 강원 27.3%, 세종 26.3%, 광주 25.9%, 인천 25.8%, 충북 25.7%, 경기 25%, 전북 24.8%, 전남 24%, 부산 23.8%, 제주 19% 순으로 취업자 비율이 높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