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면허 우회통로' 헝가리 의대 등 ‘각광’

[베리타스알파=김하연 기자] 사회 전반에서 의대열풍이 심화되는 가운데, 보건복지부가 해외 의대 진학 후 국내에서 의사 국가시험을 볼 수 있는 자격을 인정한 해외 38개국 159개 의과대학의 구체적 명단이 공개돼 관심이 쏠린다. 6월 현재 복지부 장관이 인정한 외국 의대가 가장 많은 국가는 미국으로 26개 의대에 달했다. 이어 필리핀 18개, 독일 15개, 일본 15개 순으로 많다. 

보건복지부 장관이 인정한 외국 의대 졸업생은 국내 의사 국가고시에 응시할 수 있는 자격이 주어지기 때문에 해외 의대 유학이 우회로로 각광받고 있다. 이들은 국가고시와는 별개의 예비시험을 통과한 후 국내 의대생들과 함께 응시하는 본고사를 치를 수 있다. 지금까지 구체적 명단은 베일에 가려져 있었는데, 이번에 전체 명단이 공개된 것이다. 그동안 복지부 장관이 인정하는 해외 의대 리스트는 정보공개를 청구한 민원인에만 일부 공개됐다. 이처럼 정확한 정보가 공개되지 않다보니 의료계 종사자만 구체적인 내용을 알고 있을 뿐, 일반인들은 이런 제도를 활용하지 못해 정보 불균형을 초래할 소지가 있다는 지적이 있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정춘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같은 내용의 보건복지부와 한국보건의료인국가시험원에서 받은 '보건복지부 장관이 인정하는 외국 의대 현황 자료' 및 '보건복지부 인정 외국의대 졸업자의 국내 의사 국시 응시 현황(2019∼2023년)' 자료를 10일 공개했다. 

보건복지부가 해외 의대 진학 후 국내에서 의사 국가시험을 볼 수 있는 자격을 인정한 해외 38개국 159개 의과대학의 구체적 명단을 10일 공개했다/사진=경희대 제공 
보건복지부가 해외 의대 진학 후 국내에서 의사 국가시험을 볼 수 있는 자격을 인정한 해외 38개국 159개 의과대학의 구체적 명단을 10일 공개했다/사진=경희대 제공 

 

<복지부장관 인정 외국 의대.. 미국 26개교 ‘최다’>
자료에 따르면, 복지부 장관이 인정한 외국 의대가 가장 많은 국가는 미국으로 26개 의대에 달했다. 이어 필리핀 18개, 독일 15개, 일본 15개, 영국 14개, 러시아 11개, 호주 6개, 아르헨티나 4개, 우즈베키스탄 4개, 헝가리 4개, 남아프리카공화국 3개, 폴란드 3개, 프랑스 3개, 뉴질랜드 2개, 아일랜드 2개, 카자흐스탄 2개, 캐나다 2개, 파라과이 2개, 그레나다 1개, 네덜란드 1개, 노르웨이 1개, 니카라과 1개, 도미니카 1개, 르완다 1개, 몽골 1개, 미얀마 1개, 벨라루스 1개, 볼리비아 1개, 브라질 1개, 스위스 1개, 스페인 1개, 에티오피아 1개, 오스트리아 1개, 우크라이나 1개, 이탈리아 1개, 체코 1개, 키르기스스탄 1개 등이었다.

정부가 인정한 외국 의대가 가장 많은 국가는 미국이지만, 최근 5년간 국내 의사 국가고시에 가장 많이 합격한 외국 의대는 헝가리 의대인 것으로 나타났다. 외국 의대를 졸업해 해당 국가의 의사면허를 취득한 한국인 중 2019∼2023년 최근 5년간 국내 의사 국시에 가장 많이 합격해 한국 의사면허를 받은 사람들은 헝가리 의대 출신들이다. 같은 기간 헝가리 의대를 졸업하고 헝가리의 의사면허를 얻은 사람 중에서 총 86명이 국내 의사 국시를 보고 73명이 합격해 전원 국내 의사면허를 발급받은 것으로 알려졌으며 합격률은 85%를 보였다. 

이처럼 헝가리 의대 출신의 국내 의사면허 취득 가능성이 높다 보니 2015년 1명에 불과했던 헝가리 의대 출신 응시자는 2016년 8명, 2017년 7명 등에 이어 2018년 17명, 2019년 13명, 2020년 16명, 2021년 20명, 2022년 19명, 2023년 18명 등 두 자릿수로 크게 늘었다.

이처럼 까다로운 국내 의대진학보다 헝가리 등 의대로 진학한 뒤 국내 의사면허를 취득하는 우회통로가 인기를 끌면서 일각에선 ‘편법’ 비판이 제기된다. 한국 의대 입시보다 상대적으로 입학이 쉽다고 평가받는 헝가리 의대에 진학했는데 똑같이 의사 면허증이 주어지는 것은 불공정하다는 지적이다.

국내 의사단체 등도 견제의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 3월 '공정한 사회를 바라는 의사들의 모임'(공의모)이란 의사단체가 헝가리 소재 4개 의과대학 졸업생이 국내 의사 국가시험에 응시할 수 있는 자격을 인정하지 않아야 한다며 보건복지부를 상대로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공의모는 이들 대학이 입학 자격, 입학 정원, 졸업 요건 등에 대한 학칙을 갖추지 않고 있고 모든 정규 과목의 수업을 헝가리어가 아닌 영어로 진행하고 있다며 인정 기준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공의모는 나아가 헝가리가 한국 유학생에게 자국 내 의료행위를 금지하는 조건으로 의사 면허를 발급하고 있다는 점도 지적하며 “국내 의대를 졸업한 의사들이 수련과 전공 선택의 기회를 침해당하고 취업에서도 불이익을 받고 있다”고 주장했다.

다만 이에대해 서울행정법원 행정2부(신명희 부장판사)는 최근 “행정청의 처분 등을 원인으로 하는 법률관계에 관한 소송이 아니다”며 소송 요건 자체가 충족되지 않는다고 보고 각하 결정을 내렸다.

국내 의사 예비시험 자격요건은 의료법 개정으로 강화됐다. 1994년 7월 7일 이후에는 복지부 장관이 인정하는 외국 의대를 졸업하고 해당 국가의 의사면허를 취득한 사람만이 국내 의사 국시를 치를 수 있다. 기존에는 복지부 장관이 인정하는 외국 의대를 졸업하면 국내 의사면허 시험을 바로 볼 수 있었다.

 

 

 
Copyright © 베리타스알파 무단전재, 재배포 및 이용(AI학습 포함)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