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킬러문항 배제, 변별력 저하는 있지만 큰 혼란 없을 것”
[베리타스알파=김하연 기자] 전국 4년제 대학 총장들 절반 이상이 2028대입개편에서 수능을 자격 고사화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봤다. 교육부 출입기자단이 9일 한국대학교육협의회 하계 총장 세미나에 참석한 4년제 대학 총장 80여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응답자의 51.8%가 교육부의 ‘2028대입개편안’ 마련과 관련해 ‘새 대입 제도에서 수능을 자격고사화 해야 한다’고 봤다. 지난 1월 설문 결과와 비교하면 42.6%에서 9.2%p더 높아진 결과다.

반면 ‘수능 현행 유지’는 24.1%에 불과했다. ‘서/논술형 도입’은 15.7%, ‘수능 폐지’는 8.4%로 나타났다. 대학 유형별로 보면 수능 자격고사화를 원하는 수도권 대학 총장이 53.3%로, 비수도권 51%보다 소폭 높았다. 국공립대 총장(64.7%)이 사립(49.2%)보다 수능 자격고사화를 더 원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격고사는 일정 점수를 넘기면 대학에 입학할 자격을 주는 시험으로 프랑스 바칼로레아와 같이 수능을 절대평가 하자는 것이다. 2025학년 전면 도입되는 고교학점제와 ‘한줄 세우기’ 식 현 수능체제가 맞지 않는다는 비판과 함께, 최근 정부가 킬러문항을 사교육비 원흉으로 지목하며 논란이 증폭된 점, N수생 증가, 의대열풍, 수능 전형으로 입학한 재학생들의 낮은 성취도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2025학년 고교현장에 전면 도입되는 고교학점제는 대입 전형 중 수능 위주의 정시와는 상충되는 성격을 가져 이들이 대학에 진학하는 2028학년엔 수능 위주로 돌아가는 정시 대입제도 개편이 불가피하다. 수능 비중이 높아지면, 학생들이 수강하는 과목은 진로/적성을 위한 선택과목이 아닌 수능 과목을 위주로 돌아가게 되면서, 고교학점제의 ‘다양한 과목 선택’이라는 취지와는 멀어질 수밖에 없어 현 수능 체제 개편 목소리에 힘이 실리고 있다.
다만 교육부의 2028대입개편안 발표는 8월초까지 미뤄졌다. 대입4년예고제에 따라 6월 말까지 발표 예정이었지만 거듭된 수능 킬러문항 논란으로 마감시한을 넘긴 것이다. 추후 발표되는 2028대입개편에선 현행 수능위주 정시보다 학종중심 수시 비중을 높일 가능성이 크다. 앞서 이주호 장관이 6월 말 한 언론사 인터뷰를 통해 “2028학년부터는 고교학점제로 공부한 학생들이 치르는 시험이기에 거기에 부합하는 입시 체제가 필요하다”고 밝히며 취임 이후 첫 ‘현행유지’가 아닌 대입제도를 전면 ‘개편’할 것을 시사하면서 전문가들의 이목이 쏠렸다. 대입전형 중 수시 학종이 고교학점제와 궁합이 가장 잘 맞는다고 평가되는 만큼 학종 확대 가능성을 내비친 셈이다.
최근 정부의 수능 킬러문항 배제 방침과 관련해서는 킬러문항 배제로 인한 대입혼란은 없을 것이라면서도 변별력 저하는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했다. 대학 총장들 45.8%가 ‘변별력은 떨어지지만, 대입 혼란은 없을 것’으로 전망했다. 이어 ‘변별력 저하도, 대입 혼란도 없을 것’ 32.5%, ‘변별력 저하로 인한 대입 혼란이 우려된다’ 21.7% 순이었다.
가장 시급한 대학규제 개혁으로는 ‘등록금’을 꼽은 대학 총장이 전체의 50.6%였다. 이어 대학 재정 지원 41.0%, 정원 3.6%, 학사 관리 및 운영 2.4%, 유학생 유치 관련 2.4% 순이었다. 15년째 등록금 동결과 학생수 감소, 고물가까지 겹치며 한계에 다다랐다며 인상을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등록금 인상 계획에 대해서는 41.7%가 ‘내년 등록금을 인상할 것’이라고 답했다. 2025학년이라고 답한 비율도 28.6%였다. 앞으로 2년 안에 70% 이상의 대학교가 등록금 인상 가능성을 내비친 셈이다. 특히 수도권 주요 대학일수록 등록금을 인상하겠다는 응답이 많았다. 수도권 대학은 53.3%가 내년에 등록금을 올리겠다고 응답했다. 반면 비수도권 대학은 인상 비중이 34.6%였다.
글로컬대학30 예비 지정 결과에 대해 ‘대체로 만족하지만 부족한 대학도 포함됐다’는 응답이 71.6%로 가장 높았다. 이어 ‘대체로 부족한 대학이 선정됐다’는 17.3%, '합리적인 결과'는 11.1%로 나타났다.
올해 글로컬대학30 예비 지정에 탈락한 대학들에 대해 내년 재도전 의향을 묻는 질문에는 80.4%가 ‘내년에 다시 지원하겠다’고 답했다. 글로컬대학 30은 윤석열 정부의 대표적 지방대 살리기 정책의 일환으로 ‘과감한 혁신’을 꾀한 지역 소재 대학 30여 개교에 5년간 1000억원을 지원하는 사업이다.
글로컬 대학 평가 방식 중 개선해야 할 것으로는 ‘설립 주체(국공립, 사립) 및 지역 안배’가 68%로 가장 높았고, ‘평가지표(혁신성, 성과관리, 지역적 특성)의 구성 및 배점’이 23.1%였다. 지난20일 교육부가 발표한 ‘2023년 글로컬대학 예비지정 평가 결과’에서 선정된 15개교 중 국공립대 8개교, 사립대 7개교로 국공립대에 치우침이 있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