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률은 오히려 전체 고교보다 떨어져’
[베리타스알파=김해찬 기자] ‘[단독] 영재高 삼킨 ‘의대 블랙홀’.. 중도이탈 3배 급증’ ‘영재학교 중도이탈 급증.. “의대 규제 원인일 듯”’ ‘”의대 가고 싶어요”.. 영재학교 중도이탈 3배 늘었다’ 등 종로학원 보도자료 바탕으로 의대 규제로 인해 영재학교의 중도이탈이 늘었다는 보도가 4일 쏟아졌다. 의대에 진학하는 영재학교 학생의 장학금 교육비 등 지원금을 환수하는 불이익을 피하기 위해 학교를 나왔다는 주장은 과연 사실일까.
전문가들은 전제와 결론 모두 근거 없는 주장이라고 비판했다. 한 전문가는 “최근 영재학교의 의대 진학률은 10%를 넘어설 만큼 급증하는 추세인데 의대 진학에 유리한 상황에서 의대 제재 때문에 이탈률이 늘고 있다는 게 말이 되느냐”고 반문한다. “최근 영재학교 학생 10명 중 1명이 의대를 가는 상황에서 의대 제재로 중도이탈이 심각하다는 주장은 터무니없는 소리”라며 “최근 의약계열 진학 문제가 심각한 것은 사실이지만, 주장을 위한 필수적인 요소도 고려하지 않고 보도자료를 낸 종로학원이나, 이를 따져보지 않고 보도한 기자나 무책임하기는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현재 한국영재를 제외(학교 알리미 미공개로 종로 보도자료 미포함)한 7개 영재학교 의대 진학률은 2018학년 6.35%에서 2023학년 10.63%로 상승 추세. 종로학원이 늘었다고 주장한 인원을 비율로 바꾸어 추정한 영재학교의 중도이탈률은 2018학년 0.86% 수준. 숫자로는 전체적인 규모를 가늠하기 어렵지만 비율로 바꾸고 흐름을 따지면 명백해진다. 학교알리미 최근 자료 기준으로 보면 2021학년 영재학교 이탈률은 0.68%로 오히려 하락하는 추세다.
종로학원이 영재학교 중도이탈이 증가했다고 본 이유는 무엇일까. 비율로 접근하지 않고 단순 학생 수만 비교했기 때문이다. 종로학원은 중도이탈 인원이 2014~2017학년 23명에서 2018~2021학년 69명으로 3배 늘어난 것을 문제로 삼았다. 단순 인원을 비율로 바꾼 이탈률로 계산하면 사안은 너무 명백해진다. 8년간 영재학교 평균 중도이탈률은 0.54%. 지난해 교육부에서 밝힌 2021년 전체 고교 학업중단율 1.5%보다 훨씬 낮은 수준이다. 학업중단율은 학교를 그만둔 학생만 집계하는 반면 중도이탈률은 전학생까지 포함하는 개념이다. 중도이탈이 학업중단보다 많다는 것을 고려하면 영재학교 중단율은 전체 고교보다 훨씬 낮은 수준이라고 봐야 한다.
임의적인 기간 설정도 문제다. 각 학년의 이탈률을 계산하는 대신 2014~2017학년과 2018~2021학년으로 4년간 나눈 방식도 의구심이 든다. 8개 영재학교가 의약계열 진학 희망자의 장학금을 환수하고 진학지도와 학교시설 지원을 중지하는 등의 제재를 실시하겠다고 밝힌 시점은 2022학년부터다. 2021년 ‘영재학교 의학계열 진학 제재방안’을 발표를 통해 공식화했다. 바꾸어 말하면 2022학년 이전 의대 제재는 학교별로 수위와 시점이 다른 자율적 형태의 제재였다는 얘기다. 게다가 8개 영재학교가 모두 개교해 730명대로 모집인원이 정상화된 시점이 2016학년임을 감안하면 2018학년부터 나눈 구분 역시 이해가 가지 않는 대목이다.
일반적으로 영재학교 중도이탈의 주된 사유로는 수학 중심의 강도 높은 학습과정으로 인한 학교생활 부적응이 꼽힌다. 전체 이탈 인원 92명 중 신입생 이탈이 54명으로 과반을 차지하는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한 교육전문가는 “인천영재 세종영재 등의 개교로 영재학교 정원은 늘어난 반면 저출산 기조로 인해 고교 진학자 수는 줄어들었다”며 “상대적으로 덜한 경쟁을 거친 뒤 영재학교에 입학한 학생들이 대학 과정 등을 이수하는 영재학교 교육과정에 적응하지 못하고 1학년에 이탈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의대 제재로 중도이탈이 심각하다고?.. 상승세인 영재학교 의대 진학률로 의대 제재의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게 명백한데>
종로학원은 한국영재를 제외(학교 알리미 자료 미공개)한 7개 영재학교의 2014~2021학년 중도이탈 학생 수를 최근 공개했다. 다수 보도는 중도이탈 학생이 2014~2017학년 23명에서 2018~2021학년 69명으로 증가한 원인을 의대 제재라고 분석했다. 장학금 환수, 진학 지원 중단 등의 제재를 피해 전학을 가거나 자퇴했다는 설명이다.
전문가들은 ‘의대 제재로 인해 중도이탈이 늘었다’는 주장의 전제와 결론이 모두 실제와는 다르다고 지적한다. 영재학교의 최근 의대 진학률은 상승세다. 의대 진학률이 상승세라는 얘기는 영재학교별 자율적으로 실시되던 의대 제재가 거의 실효성이 없었다는 의미여서 의대 제재로 중도이탈이 늘었다는 주장과는 배치된다는 얘기다. 영재학교의 의대 진학률은 지속적으로 상승해 2023학년 10%를 넘어선 상태다.
게다가 실제로 따져본 영재학교 이탈률은 통상적인 고교 중단율과 비교해 보면 낮을 뿐 아니라 최근 들어 하락세를 기록 중이다. 8년간 영재학교 평균 중도이탈률은 0.54%로 2021년 전체 고교 학업중단율 1.5%의 3분의1 수준이다. 종로가 공개한 중도이탈 학생 수를 각 학년 이탈률로 바꾸면 사안은 더욱 명백해진다. 최근 4년간의 중도이탈률은 2018학년 0.86%에서 2021학년 0.68%로 하락했다.
임의적인 기간 설정도 문제다. 종로 자료는 2014~2017학년과 2018~2021학년을 기준으로 중도이탈 인원을 비교했으나, 무엇을 기준으로 4년씩 나누었는지 알 수 없다는 지적이다. 세종영재는 2015학년, 인천영재는 2016학년에 개교해 현재 영재학교 8개교의 730명대 정원을 채운 시점과도 일치하지 않는 대목이다. 게다가 8개 영재학교가 2022학년부터 ‘영재학교 의학계열 진학 제재방안’을 실시한 것을 고려하면 의대 제재가 중도이탈을 유발했다는 주장 역시 납득하기 힘들다. 2022학년 이전에도 영재학교 개별로 의대 진학을 막기 위한 다양한 수준의 자율적 제재방안이 있었지만, 실효성이 없다는 분석이 많았다. 개별 학교마다 제재를 가하는 방법이나 수준도 달랐고, 대부분 추천서 작성 금지 등 일부 전형만 제한하는 학칙 수준에 그쳤기 때문이다. 제재의 실효성이 없었다는 점은 영재학교의 의대 진학률 급등으로 명백하다. 한국영재를 제외한 7개 영재학교의 의대 진학률은 2018학년 6.35%에서 2023학년 10.63%로 급등했다.
<그나마 중도이탈 원인을 따진다면.. 넓어진 문호로 교육과정 부적응 많아져>
일반고보다 떨어지는 영재학교 중도이탈률의 배경 역시 의대 제재와는 무관하다. 영재학교 한 관계자는 높은 강도의 커리큘럼으로 인한 학교생활 부적응이 영재학교 중도 이탈의 가장 큰 이유라고 봤다. 영재학교는 1학년부터 대학 수준 수업이 이뤄지고, 졸업을 위해 논문 작성, 공인영어 어학시험 성적 등 다양한 요건을 충족해야 한다. 한 영재학교 관계자는 “일부 학생이 수학 과학에 방점을 둔 영재학교 프로그램을 따라가지 못해 이탈하는 일은 더러 있는 일”이라며 “일반고에서 상위권을 차지하기 위해 전학을 가는 경우는 많지만, 의대 진학이 가능할 정도의 우수한 학생이 제재 때문에 이탈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설명했다.
이탈 학생이 많아진 이유는 영재학교의 넓어진 문호로 다양한 학생이 들어올 수 있게 된 배경이 꼽힌다. 8개 영재학교 정원은 2012학년 513명에서 2024학년 862명으로 약 1.6배 늘었다. 반면 해당 학년의 전체 고교 입학생은 64만5268명에서 42만7758명으로 3분의1 넘게 줄었다. 상대적으로 덜한 경쟁을 거치고 입학한 학생들이 영재학교에 적응하지 못하고 일반고로의 전학을 선택하는 것이다. 한 교육전문가는 “영재학교 입학은 정원이 늘고 학생 수가 줄어든 관계로 이전에 비해 쉬워진 것이 사실”이라며 “입학하는 모든 학생이 커리큘럼을 따라올 수 있도록 선발 시스템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영재학교 의대 진학.. 개선 시급>
중도이탈과는 별개로 영재학교의 의대 진학 문제는 공공연한 사실이다. 2023학년 영재학교 졸업자 734명 중 의대 진학자는 78명이다. 이공계 인재를 육성해야 할 영재학교에서 10명 중 1명이 의대에 진학하는 것이다. 의대 열풍의 원인으로는 통합형 수능과 정시40% 확대가 지목된다. 통합수능의 도입은 수학에서 큰 강점을 보이는 영재학교 학생에게 발판이 됐다. 이어 반복학습이 유리한 정시까지 문호가 넓어지자 많은 학생이 N수를 거쳐서라도 의대 입학에 올인하는 것이다. 최근 강득구(더불어민주) 의원 분석결과에 따르면 최근 4년간 의대 정시에서 최초 합격한 N수생은 77.4%다.
3월 교육부는 영재교육진흥종합계획을 통해 의대 쏠림 대책을 내놓았지만 이마저 미봉책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대세다. 골자는 의약계열에 진학할 시 학생부 평가에 불이익을 준다는 기존 접근방식의 재탕이 대부분이었기 때문이다. 업계 한 전문가는 “교육부의 의대 쏠림 대책은 한마디로 수시 대책의 일부에 불과하다. 정시 중심으로 커지고 있는 영재학교 의대 쏠림을 막기에는 역부족일 수밖에 없다. 수학 중심의 통합수능과 정시40% 유지 방침의 근본적 개편 없이는 어떤 대책을 내놓더라도 지금의 영재학교 과고의 의대 쏠림 현상을 막을 수 없다”고 주장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