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경쟁률 비공개 이력.. 영재학교 중 ‘유일’

[베리타스알파=조혜연 기자] 한국과학영재학교(이하 한국영재)가 지난 7일 2024학년 신입학 전형 중 일부인 장영실전형의 원서접수를 마무리했음에도 경쟁률을 공개하지 않아 수요자 사이에서 비판이 터져 나오고 있다. 장영실전형은 전체 모집인원의 20%를 선발하는 일종의 특기자전형으로, 올해 갑작스럽게 사전예고 없이 학교장추천전형으로 바꾼 데다 원서접수 일정까지 대폭 앞당기면서 수요자에게 혼란을 일으켰었다. 결국 갑자기 예고도 없이 장영실전형의 지원자격과 방식 일정까지 바꾼 가운데 접수 이후 전형의 추이를 가늠할 수 없는 기본적인 정보인 경쟁률마저 공개하지 않은 셈이다. 수험생과 학부모는 “학교 마음대로 전형을 바꾸고 원서마감 이후 경쟁률이 얼마인지도 알리지 않는다는 게 말이 되느냐” “수요자 알기를 얼마나 우습게 아는지 모르겠다” “행정편의주의의 끝판왕이다” 등 원성이 자자한 상황이다.

한국영재 관계자는 “장영실과 같은 특기자전형의 경우 특기 유형별 정원이 정해져 있지 않고, 일부 정원은 일반전형 2단계로 넘어가는 경우도 있어 단순 경쟁률은 의미가 없다. 해당 경쟁률이 오히려 수요자를 헷갈리게 할 수 있어 비공개했다”고 말했지만 현장에서는 납득할 수 없다는 분위기다. 유형별 정원이 정해져 있지 않았다면 오히려 수요자들에게 의미 있는 자료는 전체 지원자 수이기 때문이다. 경계가 없는 만큼 유형별로 지원자 수를 구분해 살펴볼 필요가 없다는 의미다. 한 교육전문가는 “특기자전형인 점을 감안하더라도 경쟁률 자체를 공개하지 않는 것은 수요자를 무시하는 행보다. 장영실전형 지원자는 한국영재를 포함해 다른 영재학교에 중복지원할 수 없는 구조인데, 경쟁률조차 확인하지 못한다면 아무런 정보가 없는 셈이 된다”고 지적했다. 

한국영재가 경쟁률을 비공개하며 수요자 무시행보를 보인 것은 올해가 처음도 아니다. 재작년인 2022입시에서도 이미 경쟁률 비공개한 이력이 있기 때문이다. 2021년 4월 과기부 관료 출신 최종배 교장이 부임한 뒤로부터 ‘깜깜이 입시’의 양상은 심화됐다. 2022학년은 영재학교 간 중복지원 금지, 지역인재 선발, 의대 진학 제재방안 강화 등의 조치가 처음 시행돼 ‘실질 성적표’인 경쟁률 공개를 두고 부담이 있는 상황이었다. 한국영재를 제외한 7개교는 이와 같은 리스크를 감수하고도 경쟁률을 공개했지만, 한국영재만 명확한 이유를 밝히지 않은 채 비공개 방침을 전했다. 당시 2022입시를 치르는 수요자는 물론 이후 입시를 치를 수요자를 무시한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았다. 종로학원이 ‘상위1%까페’ 출처 자료를 통해 접수자 기준, 한국영재 경쟁률을 추정한 결과 정원내 120명 모집에 1080명이 지원해 9대1을 기록했을 것이란 비공식 자료만 있을 뿐이다.

한국영재가 7일 2024학년 장영실전형의 원서접수를 마무리했음에도 경쟁률을 공개하지 않아 수요자 사이에서 비판이 터져 나오고 있다. /사진=한국영재 제공
한국영재가 7일 2024학년 장영실전형의 원서접수를 마무리했음에도 경쟁률을 공개하지 않아 수요자 사이에서 비판이 터져 나오고 있다. /사진=한국영재 제공

 

<‘추천 방식’ 장영실전형.. 영재 상시 발굴 체제 구축>
장영실전형은 지필평가인 창의적문제해결력검사가 아닌 자신의 독창적이고 지속적인 탐구 분야가 있어 해당 분야의 지식과 탐구 역량으로 평가받고자 하는 학생들을 위한 전형이다. 일반 수학과 과학에 고른 영재성을 보이는 학생보다는 특기탐구 분야에 우수한 탐구역량을 보이는 학생을 선발하는 데 더 의의를 갖는다. 일종의 특기자전형인 셈이다. 올해부터 장영실전형을 영재를 상시 발굴할 수 있는 통로로 운영하기 위해 지원 방식에서 학교장 추천 방식으로 전환했다. 탁월한 역량을 지속적으로 보여온 지원자를 교사의 관찰을 통해 선발하겠다는 취지다. 

장영실전형의 변화는 영재교육계에서 오래 전부터 얘기해오던 ‘정성평가’를 실현한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사교육을 통해 만들어진 영재가 아닌, 교사의 관찰을 토대로 진정한 영재를 선별, 발굴해낼 수 있어 이상적인 인재 양성의 흐름이 이뤄진다는 것이다. 변화된 선발방식은 교육전문가는 물론 학부모와 수험생 사이에서도 큰 공감을 얻고 있다. 특기를 나타내는 분야는 있으나 수학과 과학에 고른 역량을 요구하는 지필평가에 통과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었는데, 장영실전형이 이를 극복할 수 있는 돌파구가 된다는 입장이다. 교육부는 최근 제5차 영재교육진흥종합계획을 발표하며 “잠재력을 갖춘 인재를 다양한 추천 경로 및 정성적 평가를 통해 선발하는 장영실전형과 같은 사례를 확산하고자 한다”고 밝힌 바 있다. 

<올해 ‘갑자기’ 방식 바꾸더니 경쟁률까지 ‘비공개’.. 수요자 혼란 지속>
장영실전형의 변화 취지는 긍정적이나 문제는 이를 사전에 예고하지 않았다는 데 있다. 올해부터 지원 방식이 아닌 학교장 추천 방식으로 전환된다는 점, 개별 지원이 불가하고 학교장 추천을 받은 학생만 전형 대상이 된다는 점, 추천 가능한 인원은 학교별 최대 2명까지로 제한하겠다는 점, 제출서류에 학교장 공문이 포함된 대신 자소서는 제외한다는 점, 수학/과학 지도교사가 작성하는 추천서A의 분량이 최대 2장까지 늘어났다는 점 등 대대적인 변경사항은 원서접수를 고작 한 달 남겨둔 시점에서 공개됐다. 심지어는 지원시기가 지난해보다 두 달가량 앞당겨졌다는 점도 갑작스럽게 공개됐다.  

이러한 발표에 지난해 입학요강을 토대로 장영실전형을 준비하던 수험생은 당혹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자소서를 통해 본인의 탐구역량을 드러내고자 했던 학생이나, 탐구역량 증빙자료를 성실히 준비해왔지만 같은 학교 내 장영실전형을 준비하는 다른 경쟁자가 있어 학교장 추천을 받지 못하는 학생은 입시를 코 앞에 두고 본인의 계획이 무산돼 버린 셈이다. 무엇보다 지난해보다 두 달가량 원서접수가 앞당겨진 만큼 모든 지원자는 한 달 안에 서둘러 서류준비를 마무리해야 하는 상황에 ‘갑자기’ 놓였다. 올해 사전예고도 없이 갑자기 바뀌어버린 전형에 의해 내년 입시를 준비하는 수요자 또한 정확한 요강이 발표될 때까지 불안에 떨 수밖에 없게 됐다. 갑자기 전형을 바꾸는 한국영재의 행보에 입시의 안정성이 완전히 무너졌기 때문이다. 

이에 더해 올해는 경쟁률까지 비공개했다. 갑작스럽게 바뀐 입학전형으로 수요자들의 혼란이 가중된 데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입시의 가장 기본적인 정보인 지원현황까지 공개되지 않은 것이다. 수험생과 학부모는 “알 수 있는 게 없다”며 답답함이 한계치에 다다랐다는 반응이다. 이미 한국영재는 경쟁률을 비공개한 이력이 한 차례 더 있다. 2022학년 영재학교 입시는 처음으로 적용된 중복지원 금지로 인해 전체 학교 경쟁률이 모두 하락했는데, 한국영재는 전국 영재학교 8개교 중 유일하게 경쟁률 ‘비공개’ 방침을 밝혔다. 전문가들은 “한국영재의 경쟁률 비공개 결정은 수요자의 불안 심리만 가중시켰다”며 “경쟁률은 다음 년도 입시를 준비하는 지원자에게 있어 지원 전략을 수립하는 핵심 기준이 된다. 전년 경쟁률 없이 모집을 실시한다는 것은 1개만 주어지는 영재학교 지원 카드를 ‘운’에 맡기라는 것과 다름없어 이는 수요자를 기만하는 처사”라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그들만의 리그 20년’ 영재학교 입시 난맥상.. ‘깜깜이 입시’로 사교육 조장>
현재 한국영재를 비롯한 영재학교 입시는 전반적으로 수요자 배려 없는 ‘행정편의주의적’ 운영이라는 비판이 크다. 영재학교는 모집요강 공개일과 원서접수 시작일의 간격이 약 한 달밖에 되지 않는다. 공개일과 원서접수 기간의 간격이 짧은 탓에 지필평가, 개별면담, 학교별 영재성 캠프 등 복잡한 전형구조로 진행되는 영재학교 입시를 충분히 대비하기에 어려움이 있다. 영재학교 다음으로 전기고 입시를 시행하는 과고의 경우 5월 초 모집요강 공개를 시작으로 원서접수는 9월 초 시작한다. 교육관계자들은 “모든 고교유형 중 영재학교가 가장 먼저 고입을 시행하는 불리함을 감안하더라도 한 달이라는 준비기간은 너무 촉박하다. 예고제가 없는 고입은 1년 전, 최소 겨울방학에라도 전형계획을 발표해야 한다. 수요자들의 불안감이 커질수록 사교육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환경이 조성된다”는 의견이다.

교육부는 영재교육진흥법 시행령 제12조 영재교육대상자의 선정기준 등에 따라 영재학교 모두 원서접수 한 달 전까지 모집요강을 공개해야 하고, 이에 기반해 입시를 진행하고 있어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다만 입시 안정성을 유지하기 위해 전형의 틀을 4년 전부터 투명하게 공개하고 수요자들에게 알리는 대입과 비교하면 고입에 안일하게 접근하고 있다는 비판을 피할 수가 없다. 국방부가 관할하는 4개 사관학교와 경찰청 소속의 경찰대학 또한 법령과 무관하게 자발적으로 대입의 틀을 따라 사전예고제와 선행학습영향평가를 실시하고 있다. 입시를 준비하는 수요자에 대한 배려이자 책임 차원에서다. 

영재학교 영향평가도 개선해야 할 점이 많다. 지난해 기출문항 의무 공개로 기존 ‘깜깜이 입시’에선 벗어났지만 발표일정이 정해져 있지 않아 학교별로 공개시기가 들쭉날쭉한 데다 충분한 준비기간을 확보하기 어려웠다. 영재학교 영향평가 공개 시점은 애초 정해져 있지 않다. ‘내년 입학요강 발표 전까지’ 고교 자율로 정할 수 있도록 했기 때문이다. 올해만 보더라도 8개 영재학교의 2단계 기출문제 공개일정은 제각각이었다. 한국영재는 전국 8개 영재학교 중 유일하게 아직까지도 기출문항을 공개하지 않았다.

기출문제 공개를 통해 사교육을 경감시킬 수 없다는 점도 드러났다. 지난해 공개된 8개교의 기출문제를 살펴보면 출제근거, 범위 등을 수록한 곳은 대전과고뿐으로 7개교 모두 ‘문제만’ 공개했다. 정보가 부족한 수험생은 또다시 기출문항을 들고 사교육 시장으로 갈 수밖에 없는 이유다. 대학의 선행보고서가 기출문항과 해설, 가이드 라인, 출제의도 채점기준 모범답안 등 상세한 정보를 담아 교과과정 내 운영을 유도하고 수험생의 자기주도학습이 가능하도록 유도하고 있는 것과 현저하게 비교되는 부분이다. 대입에서는 영향평가가 시행된 이후 논술의 수준과 포맷도 공교육 정상화의 취지에 맞게 변화했다. 보고서 발표 기한도 정해져 있어 매년 3월31일까지 대학 홈페이지에 게재토록 시행령으로 강제하고 있다. 한 교육전문가는 “대학의 선행보고서는 수험생에게는 대학의 기출문제집으로 활용된다. 그간 ‘깜깜이’로 운영해 온 영재학교 전형의 기출문제를 공개한 데는 사교육 의존도 경감이 목적이었다. ‘공개하라니까 하는 격’의 행정편의주의적으로 접근하다 보면 사교육 의존도를 높이게 된다”고 말했다.

<수요자 무시하는 한국영재의 행정편의주의.. 관리부처의 부재에서 온 난맥상>
업계 전문가들은 영재학교의 최대 문제는 ‘국가관리 체제의 부재’라고 진단한다. 설립취지를 거스르는 의대 진학자 확대가 문제 같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교육부를 비롯한 관계 부처의 관리감독 부재가 더 큰 문제라는 것이다. 영재학교는 과고 자사고 등 대부분의 학교유형이 적용을 받는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이 아닌 ‘영재교육진흥법’에 설립근거를 두고 있고, 모법이 동일한 영재학교 8개교 중에서도 한국영재는 과기부 소속, 7개 영재학교는 교육부 소속으로 관할부처가 다르다. 이 중 교육부 소속 7개 영재학교 마저도 각 시도교육청이 관할하면서 교육감 개인의 성향에 따라 영향을 받는 상황이다. 관리 사각지대에 놓인 영재학교는 결국 수요자를 무시하는 폐쇄적인 운영을 이어오게 됐다는 분석이다. 유일하게 교육부가 아닌 과기부 산하에 있는 한국영재는 특히 고압적인 행정편의주의적 태도가 심각하다는 반응이다. 모집요강 공개를 비롯 입학정보 공개에 가장 소극적이라는 입장이다. 한 입시전문가는 “한국영재는 교육계 출신이 아닌 과기부 관료 출신이 학교장에 자리한 특징이 있다. 교육계에 대해 잘 알지 못하니 ‘입시’에 대한 중요성 역시 간과하고 있는 게 아닌가 싶다”고 지적했다.  

한 교육전문가는 “가장 큰 문제는 교육부다. 교육부는 영재학교 입시를 입시로 여기지도 않는다. 당연히 수요자 친화적이지 않다. 4년 예고제나 사교육 영향평가가 자리잡은 대입과 비교할 때 영재학교 입시는 사교육을 하라고 방치하는 꼴이다. 의대 진학 역시 사교육 관성 때문에 발생하는 문제로 볼 수 있다. 영재학교 진학을 위해 받은 사교육의 관성을 통해 의대 진학으로 연결된다는 얘기다. 정시 확대와 통합형 수능 시행으로 시작된 의대 열풍은 사교육 관성을 가진 영재학교 재학생을 결코 붙들 수 없다. 국가적 관리 체제가 없이 방치하는 영재학교를 늘릴 경우 의대 열풍의 불쏘시개가 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영재학교 입시의 개편 방향은 명확하다. 관리부처의 정치적 이념이 아닌 수요자에게 친화적인 방향으로 개편돼야 한다. 대입과 비교하면 고입은 ‘수요자’의 개념에 대해 안일하게 접근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입시에 대한 부작용을 최소화하고 안정성을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국가 차원에서 획일적인 체계를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 수요자에게 최대한의 정보를 투명하고 공개하면서 예측 가능한 입시를 만들기 위해서다. 대입에서 4년 예고제를 실시하는 이유도 같은 맥락에서다. 국방부가 관할하는 4개 사관학교와 경찰청 소속의 경찰대학, 과기부 관할 이공계특성화대학 역시 마찬가지로 법령과 무관하게 자발적으로 대입의 틀을 따라 사전예고제를 실시한다. 반면 고입은 입시 전체를 총괄하는 틀 자체가 거의 없는 수준이다. 모법에 따라, 관리부처에 따라, 관할 교육청에 따라 중구난방으로 입학정보가 공개되며 수요자에 대한 배려가 한참 부족한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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