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S 연계 체감도 상향 조정’

[베리타스알파=김하연 기자] 11월16일 실시되는 2024학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은 문이과 계열구분 없이 치르는 3년 차 통합형 수능으로 지난해와 동일한 방식을 유지한다. 국어와 수학은 공통+선택과목 구조, 탐구는 사과탐 17개 과목 중 최대 2개 과목 선택, 영어는 100% 간접연계와 EBS 연계 50% 수준 유지, 제2외/한문은 절대평가인 점 모두 지난해와 같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평가원)은 28일 이러한 내용을 담은 ‘2024학년도 수능 시행 기본계획’을 발표했다. 올해 달라진 점은 EBS 연계 체감도를 높이기로 한 점이다. EBS 교재 연계율을 50%로 유지하되, 교재에 포함된 도표 그림 지문 등 자료를 활용하거나 변형을 줄이는 방식으로 체감 연계율을 높여 출제하겠다고 밝혔다.

올해 수능은 유불리 문제 개선 없이 2022수능 2023수능과 동일한 통합수능으로 치러지면서 학습 효과로 인한 수능의 폐해가 가중될 전망이다. 문이과 유불리 격차는 통합수능 자체를 폐지하지 않는 이상 개선이 불가능한 구조라는 점에서 대입 생태계는 이과생에게 기울어진 운동장이 더 기울어질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이주호 교육부 장관도 통합수능의 ‘이과 침공’ 폐해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해결책을 모색한다고 밝혔지만, 대학들의 전형을 고치는 미세변화 말고는 뾰족한 수는 없어 우려가 더해진다. 여기에 지난 문재인 정부의 정시 확대 부작용이 겹치면서 N수생 확대, 의약 쏠림의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당장 통합수능을 폐지할 수 없다고 해도 수능 점수 산출 체계나 선택과목 응시집단별 세부 통계라도 공개해야 하는데, 올해도 비공개한다고 밝혀 ‘깜깜이’ 수능을 예고했다. 이날 브리핑에서 이규민 평가원장은 “점수 산출 방식을 바꾸지 않을 것이며, 선택과목 응시집단별 세부 통계도 공개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평가원은 적정 난도의 시험을 위해 ‘킬러 문항(초고난도 문항)’은 내지 않고, 국어/수학 영역 간이나 탐구 선택과목 간 표준점수 최고점 차이도 줄인다는 방침을 밝혔다. 이에 대해 평가원 문영주 수능본부장은 “킬러 문항 내지는 초고난도 문항을 내지 않는 전제에서 수능 시험 결과가 대입전형 자료로 기능할 수 있는 변별력을 어느 정도 갖추도록 하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수능이 국어보다 수학의 표점 최고점이 11점이나 높아 선택과목 유불리가 극대화되고 ‘물국어’ ‘불수학’ 논란이 불거진 것에 대해 문 본부장은 “그 부분은 인지하고 있고 (점수 차가) 너무 확대된 것이 아닌가 정도의 생각을 갖고 있다”며 “간극을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평가원의 카드는 지난해 사용한 공통과목 난도 조절에 불과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실효성은 크지 않을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한 교육전문가는 “점수 보정 체계에 따라 상위권 학생이 많이 선택한 선택과목 점수가 높아질 수밖에 없어 결국 구조적인 문제를 바꾸지 않는 이상 아무리 문제 난이도를 조정하려 한들 문이과 유불리 논란은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일각에서는 평가원의 비공개 방침 자체를 수험생 혼란을 빌미로 제도적 결함을 감추려는 의도라고 보고 있다. 한 교육전문가는 “6월 9월 모평을 제대로 된 세부 통계를 제공하지 않는 상황에서는 현재 자신이 어느 위치에 놓여있는지에 대한 정확한 판단이 불가능하다. 비공개 방침을 고집하는 상황에서 자신의 위치가 어느 정도인지 가늠할 수 없어 ‘깜깜이’ 입시에 내몰린 수요자는 결국 사교육 시장을 찾게 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개선 없는 통합수능과 정시 확대가 겹친 상황이 3년 연속 이어지면서 올해도 역대급 사교육비가 예상된다. 교육부와 통계청이 최근 밝힌 ‘2022년 초중고 사교육비 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사교육비 총액은 26조원으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저출산 기조 속에 전년 대비 학생 수가 4만명 줄었지만 오히려 사교육비는 10.8%p 상승했다. 지난해 물가 상승률(5.1%)과 비교해도 사교육비는 2배 수준으로 치솟았다. 초중고 1인당 사교육비 평균은 41만원으로 역대 최고, 사교육 참여율 역시 78.3%로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 교육계 한 전문가는 “사교육 참여율은 코로나19가 발생하기 전이었던 2007년부터 지속적으로 하락하는 추세였으나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2017년부터 지속적으로 상승해 임기 말인 2022년까지 매년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2017년 문 정부 취임 이후 반복된 입시 정책 뒤집기로 수요자의 불안감을 증폭시켰고, 정책을 번복할 때마다 적응 기간이 필요한 공교육의 경쟁력은 약화, 학생들은 학원가로 몰렸다. 당시 논란이 됐던 특목/자사고 폐지 발언도 공교육 경쟁력을 약화시킨 요소다. 지난해 5월 윤석열 정부가 들어선 이후에도 장기간 교육부 수장 공백으로 개선 없는 교육 정책이 이어지면서 사교육비 폭등은 예견된 결과였다. 올해도 이주호 교육부 장관이 정시40% 룰을 당분간 고수하고, 통합수능도 구조적 개선 없이 그대로 이어가겠다 밝힌 것이 사교육 시장을 더욱 확대시키는 계기가 될 전망이다”라고 말했다.

올해 11월16일 실시되는 2024수능은 문이과 계열구분 없이 치르는 3년 차 통합형 수능으로 지난해와 동일한 방식을 유지한다. /사진=교육부 제공
올해 11월16일 실시되는 2024수능은 문이과 계열구분 없이 치르는 3년 차 통합형 수능으로 지난해와 동일한 방식을 유지한다. /사진=교육부 제공

<개선 없는 3년 차 통합수능.. ‘이과 침공/깜깜이 입시’ 학습 효과 증폭>
2022, 2023수능에 이어 2024수능도 마찬가지로 ‘문이과 통합형’으로 치러진다. 통합수능의 구조적 문제인 선택과목별 유불리 논란과, 이과생의 교차지원 현상 등 이미 통합수능의 부작용이 적나라하게 드러난 상황에서 평가원은 올해도 문이과 유불리에 대한 해결책 없이 점수 산출 방식을 그대로 유지하고 선택과목 응시집단별 세부 통계도 밝히지 않겠다고 하면서 3년 연속 ‘깜깜이’ 수능을 예고했다. 

평가원은 2024수능 기본계획 브리핑에서 “점수산출 방식은 지난해와 동일하며, 선택과목별 세부 통계도 비공개 방침을 유지한다”고 밝혔다. 지난해 수능에서 선택과목에 따라 표점 격차가 두드러지게 나타나며 ‘이과생의 문과 침공’ 등이 극심해진 가운데, 평가원과 교육당국은 이를 알고서도 개선에 대한 의지 없이 2024수험생을 또다시 ‘깜깜이’로 방치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지난해 국어 수학의 영역별, 선택과목별 점수 차가 2년 연속 이어진 것에 대한 질문에는 “국어와 수학 만점 차이가 너무 확대되어 있는 것 아닌가라는 생각은 갖고 있다”며 “6월 9월 모평을 거치면서 학생 수준에 맞춰 출제하면 자연스럽게 간격이 좁혀질 것으로 예상하고 점수 차를 최소화하기 위해 최대한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교육전문가들은 출제 난도를 하향 조정하는 것만으로는 통합수능의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입을 모은다. 

통합수능 체제가 첫 도입된 2022학년 3월학평부터 선택과목별 유불리가 현실화하며 수학 미적분 기하 선택 비중이 점차 증가하더니 2023수능에서는 이과생 비율이 50%에 육박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종로학원이 13일 공개한 ‘2024학년 수능 문이과 비율 추정 분석 자료’를 보면 2024수능의 이과생 비율은 52%로, 지난해 50%라는 사상 최고 비율을 기록한 데 이어 1년 만에 최고치를 경신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통합수능 실시 이후 ‘이과 쏠림’ 현상이 가속화되는 양상이다. 여기에 의약계열 열풍, 정부의 첨단산업 인재육성 정책 발표 등 취업에서 이과가 유리하다는 인식이 커진 영향도 반영됐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과생이 인문계 학과에 교차지원하는 이른바 ‘이과 침공’도 올해 더 거세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통합수능에서 수학이 결정적인 변별력을 가진 과목이 된 만큼 이과생이 문과에 교차지원할 경우 문과생보다 더욱 유리하다는 학습 효과가 대입 전반에 퍼진 영향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해 서울대 인문/사회계열 합격자 640명 가운데 절반이 넘는 51.6%(330명)가 이과생인 것으로 드러나 충격을 안겼다. 전년 44.4%보다도 7.2%p가 늘어난 규모다. 간호와 자전은 이과생 비율이 100%였고 문과 최고 학부인 경제는 74%, 경영은 67%나 됐다. 입시업계에서는 “이과생이 문과에 교차지원한다면 문과생은 사실상 속수무책”이라고 보고 있다.

통합수능의 부작용은 N수생 확대와 사교육비 폐해로 이어지고 있다. 실제 지난해 2023수능에서 N수생 규모는 31.1%로 2022수능의 29.2%에서 1.9%p 높아졌다. 이는 1997학년(33.9%) 이래 26년 만에 최대 규모다. 재수생 증가의 원인으로는 수학 중심의 통합수능 유불리의 학습 효과와 정시40% 확대가 굳어지면서 재수/반수로 이탈이 일상화된 영향으로 풀이된다. 지난해 총 사교육비도 역대 최대 규모였다. 26조원으로 전년 23조4158억원보다 10.8%p 늘었다. 학생 수는 줄었지만(532만명→528만명) 사교육비는 역대 최고치를 기록한 것이다. 2015년 17조8346억원, 2016년 18조606억원, 2017년 18조6703억원, 2018년 19조4852억원, 2019년 20조9970억원, 2020년 19조3532억원, 2021년 23조4158억원, 2022년 26조원으로 매년 증가세를 기록한다. 

<“50% EBS 연계 체감도 높인다”>
2024수능은 지난해 수능과 동일한 출제방침을 유지한다. 평가원은 “올해 수능은 학생들이 학교교육을 충실히 받고 EBS 연계 교재와 강의로 보완하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수준으로 출제할 계획이다”라고 밝혔다. 2022수능부터 도입된 통합수능이 3년 연속 유지된다. 국어/수학의 공통+선택과목 구조와 영어와 한국사, 제2외/한문 절대평가 등 출제구조는 변함없다. 

국어는 독서 문학과 선택과목인 화법과작문 또는 언어와매체 중에서 총 45문항을 출제한다. 수학은 수학Ⅰ 수학Ⅱ와 선택과목인 확률과통계 미적분 기하 중 하나를 선택해 총 30문항을 출제한다. 영어의 경우 영어Ⅰ 영어Ⅱ에서 총 45문항을 출제한다. 그중 듣기평가는 17문항이며, 시간은 25분 이내다. 출제 방식은 100% 간접연계 방식이다.

EBS 수능 교재 및 강의와 수능 출제의 연계율은 영역/과목별 문항 수 기준으로 50% 수준을 유지하는 점도 지난해와 같다. 다만 교재에 포함된 도표/그림/지문 등 자료를 활용하는 방식으로 연계 체감도를 높여 출제할 방침이다. 앞서 EBS 교재 연계율이 70%에 달하면서 발생했던 의존 문제가 재발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서는 “학생들의 학습 부담을 경감한다는 의미에서 체감 난이도를 조금 맞추는 것”이라며 “연계율을 다시 높이는 것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탐구는 사회와 과학은 17개 과목 중 최대 2개 과목을 선택하고, 직업은 6개 과목 중 최대 2개 과목을 선택할 수 있다. 다만 2개 과목 선택 시 ‘성공적인 직업생활’을 반드시 응시해야 한다. 탐구는 과목당 20문항 출제한다. 한국사는 총 20문항 출제하며 미응시자의 경우 수능 성적 전체를 무효 처리하고 성적통지표를 제공하지 않는다. 제2외/한문은 9개 과목 중 1개 과목을 선택할 수 있고 과목당 30문항을 출제한다.

수능에 앞서 6월 9월 두 차례 모의평가를 실시하는 점은 동일하다. 6월모평은 6월1일 실시하고, 접수는 4월3일부터 13일까지 한다. 9월모평은 9월6일 시행 예정이다. 접수기간은 6월26일부터 7월6일까지다.

평가원은 지난해에 처음 적용된 수능 출제 및 이의심사제도 개선안을 올해도 충실하게 적용해 출제의 안정성 확보와 이의신청 심사에 대한 객관성과 공정성 제고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문제 및 정답에 대한 구체적인 신청 기간 및 절차와 방법 등은 7월3일 ‘세부계획’ 공고 시 발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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