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수 통한 의대 재도전 일상화.. ‘수시 학종 중심 전형 운영 필요’

[베리타스알파=신현지 기자] 최근 대통령실이 직접 ‘의대 쏠림’ 현상에 대해 범부처 해결 방안을 모색하고 있지만 일부 부처의 헛발질에 주무부처인 교육부의 무대책으로 사태 해결이 공전을 거듭하고 있다. 특히 이주호 교육부 장관은 의대 쏠림 현상의 가장 핵심적 원인인 정시40%를 포함한 문재인 정부의 공정성 강화 방안을 고수한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의대 쏠림 해결은 물론이고 반도체 등 첨단인재육성으로 상징되는 교육개혁까지 막아서는 모양새다.  

전문가들은 대체로 교육부의 의대 쏠림 현상에 대한 진단부터 문제가 많다고 본다. 전문가들은 의대 쏠림 현상의 가장 큰 원인은 문 정부가 정시 확대를 포함해 대입지형을 뒤흔든 공정성 강화 방안이라고 본다. 문 정부의 ‘대못’으로 정시는 상위 16개 대학을 중심으로 40%까지 확대됐고 의대 입시 역시 정시 확대의 영향으로 N수생의 폭증이 시작됐다. 여기에 의대의 학부 전환으로 의대 문호가 대폭 확대되고 수학에서 이점을 얻는 통합수능까지 도입, 수학에서 높은 점수를 기록하는 자연계 최상위권의 ‘의대 재도전’에 최적의 조건이 마련됐다. 학생을 넘어서 기존 이공계 인재까지 의대로 이탈하자 정부가 의대 쏠림 대책을 마련하고 나섰지만 정작 교육부는 4년 예고제 뒤에 숨은 모양새다. 최근에는 정순신 변호사 자녀의 ‘학폭’ 논란까지 이어지며 정시의 부작용이 속속 등장하는 와중에도 교육부의 태도는 미온적이라는 비판에 직면한 상태다.  

결국 ‘이공계 블랙홀’ 의대 쏠림 대책은 문 정부의 정시 확대라는 대못부터 뽑지 않는 이상 실효성 논란은 불가피해 보인다. 수시이월까지 포함해 정시 문호가 절반가량 열려 있는 이상 최상위권에서 ‘의대 N수’를 하지 않을 이유가 없기 때문. 한 교육전문가는 “공정성 강화 방안은 ‘공정성’이라는 명칭이 붙었지만 사교육을 확대하고 의대 쏠림을 만드는 입시지형을 뒤튼 불공정의 시작이었다. 사교육을 통한 대입은 일상화가 됐으며 이공계 인재의 N수를 통한 의대 이탈, 인성 검증 없는 대입까지 폐해는 점점 더 커져가고 있다. 의대 쏠림에 즉각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정시40% 대못부터 뽑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의대 쏠림 대책의 일환으로 N수를 양산하는 정시가 아닌, 수시 학종을 통한 선발을 제언한다. 전형구조상 중도이탈률이 적을 뿐 아니라 면접까지 거쳐 의료계에 적합한 인성을 가진 인재를 선발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꾸준한 골칫거리였던 과고/영재학교의 의대 진학 역시 막을 수 있어 보인다. 국가가 과학 분야 인재 양성을 위해 재정적으로 전폭 지원함에도 과고/영재학교의 의대 이탈 인원은 꾸준히 증가했다. 최대 사교육 유발 전형을 통과하면서 몸에 배인 사교육 관성이 의대 진학으로 확장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상대적으로 학생부에서 의대에 대한 진학 의지를 드러내기 힘든 고교 구조상 학종을 통한 선발은 이공계 인재들의 의대 이탈에 제동을 걸 수 있는 셈이다.

정부가 극심한 ‘의대 쏠림’ 현상을 개선하는 방안을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반도체 등 첨단기술 산업현장에 인력이 부족한 상황에서 이공계 인재가 의료계로만 몰리고 있기 때문이다. 각종 의대 쏠림 대책이 나오고 있지만 교육계 전문가들은 의대 쏠림의 시작인 정시 확대부터 손봐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사진=베리타스알파DB
정부가 극심한 ‘의대 쏠림’ 현상을 개선하는 방안을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반도체 등 첨단기술 산업현장에 인력이 부족한 상황에서 이공계 인재가 의료계로만 몰리고 있기 때문이다. 각종 의대 쏠림 대책이 나오고 있지만 교육계 전문가들은 의대 쏠림의 시작인 정시 확대부터 손봐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사진=베리타스알파DB

 

<’의대 열풍’ 근본적 원인 ‘정시 확대’.. N수, 의대 재도전 양산>
의대 열풍에 대응하기 위해선 근본적인 원인 분석이 필수다. 경제난 속 취업의 안정성을 가진 직업 선호로 정년 없는 의사를 택하는 사람은 늘어났다. 여기에 정시40%가 도입되며 수시이월과 합하면 사실상 정시는 절반 규모까지 확대됐다. 의대의 학부 전환으로 인해 의대 문호 역시 확대됐다. 이때 수학에서 이점을 얻는 통합수능까지 도입, 의대 진학을 위한 N수 일상화를 만들었다. 반복학습이 유리한 수능 구조상 정시는 재수생에게 유리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여기에 통합수능에서의 수학 표점 이점까지 겹쳐져 수학에 자신있는 자연계 최상위권이라면 너도나도 ‘의대 재도전’에 돌입하는 셈이다. 결국 2023수능에선 재수생 비율이 31.1%까지 확대됐다. 게다가 최고 선호 모집단위인 의약계열에 입학하고도 다시 의대 진학을 위해 반수/재수를 택하는 학생 역시 늘어났다. 대학알리미의 의치한수 공시자료를 분석한 결과, 2020~2022년 의치한수 중도탈락자는 총 1196명이나 된다. 특히 최근 3년새 급증하고 있다. 2020년 357명, 2021년 382명, 2022년 457명의 추이다. 최초 합격자의 이탈로 인한 정시 충원율 역시 2022학년 42.5%에서 2023학년 44.1%까지 증가했다. 의약계열에 합격하고도 의대 진학을 위해 이탈하는 것이다.

결국 의대 정시 합격자 중 N수생의 비율은 78.7%까지 늘어났다.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민형배 의원이 교육부를 통해 확보한 ‘2020~2022학년도 의대 정시 합격자 현황’을 보면, N수생 비율은 78.7%였다. 자료를 제출한 18개교 기준 전체 합격생 1879명 가운데 N수생이 1478명, 재학생은 380명(20.2%)에 그쳤다. 정시로 의대에 합격한 학생 10명 중 8명이 N수생인 것이다.

- 윤 정부 반도체 인재 양성 해결책 ‘정시40% 타개뿐’.. 이주호 ‘정시40% 유지 기조’ 대립
반도체와 이공계 처우를 개선하고 사회적 인식을 바꾸는 것은 오랜 시간이 걸린다. 반면 의대 쏠림의 근본적인 원인인 정시 확대는 충분히 개선해 볼 수 있는 고려 요소다. 하지만 이주호 교육부 장관은 입시 안정성을 빌미로 ‘정시40% 고수’를 밝혀 당장 반도체 인재 양성에 무게를 싣는 대통령실과의 마찰도 불가피해 보인다. 반도체 인재 양성의 최대 위협인 의대 열풍의 근본적인 원인이 정시 확대이기 때문이다.

‘이공계 블랙홀’ 의대의 영향력은 이번 대입에서도 여실히 드러났다. 2023정시 추가합격 현황을 살펴보면 연대 일반전형 컴퓨터과학과와 첨단융복합학과특별전형 시스템반도체공학과의 충원율이 100%를 넘어섰다. 최초합격한 인원 전체가 이탈한 셈이다. 종로학원 임성호 대표는 “자연계 최상위권에서 의대나 서울대 컴공 등 선호도 높은 모집단위에 합격해 이탈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더 큰 문제는 사교육에 익숙한 과고/영재학교 학생들 역시 의대로 눈을 돌리고 있다는 것이다. 국가가 과학 분야 인재 양성을 위해 재정적으로 전폭 지원함에도 취지와 다른 의대 진학 문제는 계속되어 왔다. 고교 활동을 살피는 수시 학종과 달리 정시 수능전형을 통해 과고/영재학교 출신의 의대 진학은 어렵지 않다. 최대 사교육 유발 전형을 통과하면서 몸에 배인 사교육 관성이 의대 진학으로 확장되기 때문이다. 한 교육전문가는 “우선 정시 확대부터 깬 이후 과고/영재학교의 의대 진학을 막는 등의 조치가 이뤄져야 한다. 교육부가 아무리 의대 진학을 막는다고 해도 결국 수시 전형이 구성돼 있지 않다면 무의미하다. 대학 규제 역시 정시가 작아야 말이 된다”고 제언했다.

이공계 인재가 의대로 계속 눈을 돌리는 이상 ‘이공계 블랙홀’ 의대는 윤 정부의 반도체 인재 양성의 주된 걸림돌이다. 반도체 인재 양성을 추진하기 위해서는 ‘정시40%’ 타개가 불가피하다. 정시가 대입 절반을 차지하는 이상 의대 열풍은 계속될 전망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주호 교육부 장관은 4년 예고제를 명분으로 정시40% 기조를 유지할 것으로 밝혔다. 윤 정부의 반도체 인재 양성과 전면 대립하는 대입제도를 유지하겠다는 셈이다.

- 의대 쏠림 대책 ’수능 아닌 학종’.. 인성 검증 ‘다중미니면접’
전문가들은 의대 열풍을 막을 방법은 수시, 그것도 학종에 있다고 입을 모은다. 성적에 맞춰 진로고민 없이 대학에 진학하는 경향이 있는 정시 수능전형보다는 면접을 통한 최소한의 인성 확인이 가능한 학종이 의료 인재 양성에 더욱 적합한 전형이기 때문이다. 정시의 경우 전문직인 의사 양성 과정에서 최소한의 인성평가조차 이뤄지지 않는다는 지적이 이어져 왔다. 특히 최근 논란이 된 정순신 변호사 아들의 서울대행 역시 정시의 허점을 명확히 드러낸다.

현행 대입 체제에서 학생부 정성평가를 진행하는 학종을 제외하면 ‘학폭’을 반영할 수 있는 전형은 ‘제로’다. 게다가 2019년 11월 발표한 ‘대입제도 공정성 강화 방안’ 탓에 정시는 40%까지 늘어났고 수시조차 교과전형이 늘어나면서 정량평가 중심의 대입 체제로 바뀌었다. 학폭을 막을 수 있는 유일한 전형인 학종은 학생부 기재가 제한되고 자기소개서마저 폐지되면서 입지가 줄어든 상태다. ‘대입 공정성 강화 방안이 학폭 가해자를 서울대 보낸 주범’이라는 지적까지 나오는 배경이다. 이에 교육부는 학폭 처분의 정시 반영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미봉책 말고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이번 사태는 결국 정시 확대 등 정량평가 중심의 대입 체제 부작용이라는 점에서 대입 공정성 강화 방안 폐기가 정답이라는 입장이다.

학종과 달리 면접을 실시하는 정시 전형은 극히 드물다. 정시 확대로 인해 의대 인성평가의 ‘최선의 대안’으로 평가받는 다중미니면접과 일반 면접은 축소됐다. 한 교육전문가는 “정시 중심 의대 문호가 확대된다는 것은 ‘수능 성적 줄 세우기’만으로 의대 신입생을 선발하는 것”이라며 “의대에 진학하면 자격증을 취득하기까지 의사로서의 인적성을 평가할 실질적인 기회가 없다. 일회적인 평가만으로는 분명 한계가 있기에 입학전형에서의 인적성평가 도입은 전문직 양성 과정 개선의 최소조건으로 받아들여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학종은 진로와 적성을 고려한 정성평가가 이루어진다는 점에서 학생들의 대학 진학 후 만족도는 높으며 이탈률은 적다. 특히 학종 중심으로 선발하는 이공계특성화대의 중도탈락률은 SKY 자연계와 비교해보면 절반가량 낮다. 2021학년(2022년 공시 기준) 이공특과 ‘같은 무대’에 있는 SKY 자연계 중도탈락률은 4.2%, 이공특은 2.5%에 그쳤다. 최근 가톨릭대 국민대 세종대 서울과기대 인하대 5개교의 연구에 따르면 학종으로 입학한 학생의 제적률과 전과율이 가장 낮았다. 서울대 입학본부 관계자 역시 “교육과정에서 열심히 한 학생이 실제로 대학에 입학한 후에도 퍼포먼스가 좋다”고 전했다.

- ‘영재학교 조기졸업’ ’의대 정원 확대’ ‘지역인재 확대’ 의대 쏠림 대책?.. 실효성 ‘제로’
의대 쏠림과 지방 의료 인재 부족, 의료 인재의 수도권 이탈 등 의대 이슈가 계속되자 대책 역시 논의되고 있다. 과기부의 과학영재 발굴육성전략 발표와 더불어 꾸준히 논의되고 있는 의대 증원과 지역인재전형 확대 등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대입제도에서 변화가 있지 않는 이상 본질적인 해결은 어렵다고 조언한다.

최근 과기부는 영재학교 2개교 신설과 영재학교 2년제 조기졸업제도 도입을 골자로 하는 과학영재 발굴육성전략을 발표했다. 전문가들은 영재학교 추가 신설과 조기졸업도입이 입시 난맥상을 보여 온 영재학교의 사기를 올려주는 대책일 뿐 의대 쏠림으로 집중된 과학인재들의 ‘탈 이공계’ 현상을 완화하기는커녕 오히려 부추길 가능성이 높다고 말한다. 한 전문가는 “영재학교를 확대하거나 과기원 조기 진학으로 붙들어 두는 것은 한계가 있다. 의대 열풍 대책의 일환으로 나온 듯한 영재학교 확대나 조기졸업 허용은 오히려 영재학교의 의대 열풍을 가속화하는 계기가 될 우려가 크다. 지역별 나눠먹기 식으로 접근하는 영재학교 확대보다는 설립취지에 맞는 운영을 위해 근본적인 해결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공계 블랙홀’이 된 의대지만 여전히 의료계 현장 인력은 부족한 현실이다. 고되다는 인식이 강한 필수의료 과목보다는 결국 ‘돈벌이’가 되는 피부과 성형외과 안과를 택하는 의대생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의대 정원 확대’가 지역 의료 인재 부족과 현장인력 부족을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이 아니라는 방증이다. 특히 문재인 정부 때 의료 수가를 올리면서 다른 직종보다 소득수준이 양호한 의사 직종의 ‘돈벌이’는 더욱 좋아졌고, 의대 쏠림은 더욱 심화했다. 되려 의대 정원 확대가 블랙홀처럼 이공계 인재를 더 빨아들일 가능성이 높다.

지역 의료 인재 보존을 위한 ‘지역인재전형’ 확대 역시 ‘수도권 쏠림’으로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된다. 지난 3년간 의대 중도이탈률을 살펴보면 중도탈락자 중 74%가 지방의대 출신이었다. 지방권 의대 합격 후 재수/반수를 통해 다시 서울/수도권 의대로 이동하는 것이다. 지역인재의 가장 큰 문제점은 본래 목적인 졸업 후 지역에 정착하는 선순환 구조 실현까지 이어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지방 의대를 졸업하고도 인프라가 좋은 ‘빅5’ 병원 취업을 위해 수도권으로 이동하거나 수도권 개업을 위해 이탈하는 등 지역 의료 인재 유지는 어려운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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