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교육 확대 문 정부 책임’.. ‘정책 뒤집기 불안감에 정시 확대 통합형 수능의 결정타’

 

[베리타스알파=권수진 기자] 2010년 추진한 자사고/외고 입시개편이 사교육비 격차를 확대시켰다는 비판은 사실일까. 23일 각종 언론에서는 ‘사교육비 격차 키운 ’이주호 교육정책‘ 도마에’ ‘이주호 “사교육 없이 외고/국제고 입학” 말했지만.. 사교육비 격차 커졌다’ 등의 제목의 기사를 보도했다. 28일 열리는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의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23일 정의당 정책위원회가 이 후보자가 과거 교과부 제1차관이던 시절 추진한 교육정책을 비판하는 보도자료를 낸 데 따른 기사다.

단순히 수치로만 보면 맞는 얘기지만, 자사고/외고가 사교육 유발 요인이라는 접근자체부터 문제라는 평가가 많다. 자사고/외고 진학을 희망하는 학생이 사교육을 많이 받은 이유는 고입을 겨냥한 것이기보다는 대입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고 봐야 하기 때문이다. 자사고 진학을 위해 사교육을 받는 것이 아니라, 의대 서울대를 비롯한 상위대학 입시를 대비하기 위해 사교육을 한다는 것이다. 자사고/외고 진학을 희망하는 학생들이 기본적으로 학업의지가 강하고 우수한 학습력을 갖춘 학생이라는 점에서 사교육을 통해 이를 뒷받침하려는 수요가 더 강할 수밖에 없어서다.

오히려 사교육을 심화시킨 근본 원인은 이전 문재인 정부 내내 흔들린 대입/고입과 정시 확대 등의 정책 뒤집기에 따른 불안감의 확대에 있음에도 기본적 본질을 무시하고 자사고/외고에 화살을 돌린다는 비판이 나온다. 지난 정권에서는 여러 차례 정책이 바뀌면서 수요자의 불안감이 증폭돼 사교육으로 쏠리는 현상이 나타났다. 변화의 방향 자체는 차치하고서라도 ‘입시정책의 변화’ 자체는 불확실성을 야기해 사교육에 의존하고자 하는 수요가 늘어나게 된다. 특히 정시 확대 이후 사교육 쏠림은 더욱 강화됐다는 것이 사교육비 증가로 증명되고 있다. 여기에다 2022학년부터 도입된 통합형 수능은 사교육 분위기에 더욱 불을 지피고 있는 것으로 전문가들은 평가한다.

자사고/외고가 사교육비 격차를 심화시켰다는 지적은 단순 결과적인 수치로만 해석한 오류라는 지적이다. /사진=베리타스알파DB
자사고/외고가 사교육비 격차를 심화시켰다는 지적은 단순 결과적인 수치로만 해석한 오류라는 지적이다. /사진=베리타스알파DB

<사교육비 격차? 대입 겨냥한 걸로 봐야>
정의당이 23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정부의 사교육비 조사 결과, 외고/국제고에 가고자 하는 중학생은 한 달 사교육비로 58만6000원을, 일반고 희망 중학생은 37만7000원을 지출해 약 20만원 차이가 났다. 사교육 참여율 또한 자사고 희망 학생과 외고/국제고 희망 학생은 각각 88.8%와 87.2%로 일반고 희망 78.6%보다 높았다. 이에 정의당 정책위원회 관계자는 “자사고/외고의 유형이 사교육 유발 요인인데, 입시제도만 손봤다”며 “사교육 없이 스스로 공부하면 자사고/외고 입학한다는 문구가 진심이었는지 묻고 싶다”며 “자사고나 외고에 가려면 사교육비를 더 부담해야 하는 현실, 그 과정에서 ‘부모 찬스’가 작동하는 부분에 대해 이주호 후보자는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2010년 당시 교육과학기술부는 ‘외고 등 고교체제 개편 세부 실행계획’을 발표하며 2011학년 입시부터 외고 국제고 자사고 등에 자기주도학습전형을 도입한다고 밝혔다. 고교 입시 제도를 바꿔 사교육 유발 요인을 없애겠다는 목표였다. 세부 내용은 △자기주도학습전형 도입 △교과지식 묻는 구술면접 금지, 경시대회 및 인증시험 배제 △외고 국제고는 영어 내신만 반영하면서 면접 △고입 사교육 영향평가 △고등학교 유형 단순화 등이다. 당시 교과부는 자료를 통해 “사교육을 받을 필요 없이 입학할 수 있도록 고등학교 입시가 전면 개편된다”며 “자기주도학습과 독서 강화를 통해 중학교의 학습문화를 바꿀 것으로 기대된다”고 설명했다. 자기주도학습전형은 “입시에 있어서 과도한 사교육 유발 요인을 최소화하여 학생과 학부모의 부담을 경감”하기 위해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비판의 골자는 자사고/외고를 지망하는 중학생과 일반고를 지망하는 중학생의 사교육비 격차가 확대됐으므로 자사고/외고가 사교육을 부채질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사교육이 유발된 근본적인 원인은 고입이 아닌 대입에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자사고/외고 진학을 이유로 사교육비가 늘어난 것이라면 문재인 정부 내내 자사고/외고 폐지가 추진되면서 자사고/외고 경쟁률이 하락함에 따라 사교육비가 줄어야 했지만 오히려 사교육비는 늘어났기 때문이다.

자사고/외고/국제고가 2025년 일제히 일반고로 전환된다는 방침이 2019년 확정되자, 고입 경쟁률은 2020학년에서 2021학년으로 넘어가며 크게 떨어졌다. 다만, 2022학년의 경우 대선을 앞두고 재지정 평가 등의 불확실성이나 일괄 폐지 철회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분위기가 영향을 미치면서 소폭 상승한 경우도 있다. 외고 경쟁률은 2020학년 1.37대1(모집 5867명/지원 8034명), 2021학년 1.04대1(5837명/6090명), 2022학년 0.98대1(5791명/5651명) 순으로 지원자가 계속해서 줄어들면서 경쟁률도 떨어졌다. 자사고의 경우 서울 광역단위 자사고는 2020학년 1대1(7573명/7586명)에서 2021학년 0.93대1(7400명/6873명)로 하락했다가 2022학년 1.1대1(6625명/7255명)로 반등했다. 비서울 광역단위 자사고는 2020학년 0.96대1(2576명/2462명), 2021학년 0.99대1(2496명/2489명), 2022학년 1.06대1(2146명/2285명) 순으로 소폭 상승했다. 전국단위 자사고는 2020학년 1.58대1(2659명/4191명)에서 2021학년 1.48대1(2607명/3858명)로 하락했다가 2022학년 1.58대1(2562명/4050명)로 상승했다.

하지만 같은 기간 사교육비는 계속해서 늘어났다. 올해 3월 발표된 ‘2021년 초중고 사교육비 조사 결과’에 따르면 초중고 모두 사교육비 지출이 증가했다. 고등학생의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는 41만9000원으로 전년보다 2만3000원(6%) 증가했다. 중학생 사교육비는 39만2000원으로 전년보다 5만원(14.6%) 증가했다. 특히 초등학생의 사교육비 증가세가 두드러졌다. 32만8000원으로 전년보다 9만3000원(39.4%) 증가했다. 한 해 앞선 2020년 초중고 사교육비 조사 결과의 경우 코로나19 영향으로 조사기간이 축소되면서 명확한 비교가 어려웠다. 1년 기준에서 6개월(3~5월, 7~9월)로 줄였는데, 조사기간이었던 3월과 8월이 방학이거나 사교육기관의 셧다운이 겹쳤던 기간이라는 점에서 판단이 불가능한 상황이었다. 코로나19 상황에 돌입하기 직전인 2019년 조사까지는 7년 연속 증가세를 이어 가기도 했다. 2007년부터 지속적으로 감소하는 추세였던 사교육 참여율은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2017년부터 3년 연속 증가세 끝에 사상 최대치를 경신했다.  

사교육비가 사상 최대치를 매년 경신해온 것은 고입 대비를 위해서라기보단 정시 확대 정책의 영향이 컸던 것으로 분석된다. 정시는 반복 학습이 유리한 특성상 사교육을 적극 활용할 수 있는 경제력을 갖춘 고소득군 수험생에게 유리한 경향이 있다. 과거에는 저소득층 학생들이 정시를 통해 ‘개천에서 용 나는’ 식이 가능했지만 수능이 거듭될수록 점차 기형적인 문제의 출제, 킬러 문항 등으로 인해 고액 사교육의 영향력이 더 두드러지고 있는 상황이다. 

여기에 상황을 더 악화시킨 것은 2022학년부터 도입된 통합형 수능이다. 선택과목에 따른 문이과 유불리가 발생하면서 문과생이 수능최저 충족 문제를 겪은 데다 이과생의 ‘문과 침공’이 전면적으로 대두됐기 때문이다. 한 교육 전문가는 “통합형 수능 대비를 위해 초등학생 때부터 수학 사교육을 받아야 한다는 사인을 현장에 준 것이나 마찬가지”라며 “수학이 입시에 미치는 영향이 커지면서 ‘수학 한 줄 세우기’로 대학에 진학하는 셈이라는 인식이 확산되자 초등학생 때부터 수학 사교육을 강화하는 움직임이 있다는 것이 현실이다. 단순히 특목고 가겠다고 수학 사교육을 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전년 입결만 가지고는 입시를 예측하기 어려운 ‘깜깜이 입시’를 치를 수밖에 없었다는 점 역시 사교육 의존도를 키우는 요소다. 예측 불가능한 입시에선 사교육에 대한 의존도가 더 높아질 수밖에 없어서다. 해를 거듭할수록 강화되고 있는 의대 돌풍에다 정시 확대, 통합형 수능이 겹치면서 사교육 분위기는 더욱 고조될 것이라는 예측이 지배적이다. 수능 원서접수 결과 올해 N수생이 31.1%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는 점 역시 이를 뒷받침한다. 

<‘사교육 수요층에 대한 이해 부족’>
사교육 유발의 원인을 자사고/외고에 돌리는 것은 근본적인 원인을 엉뚱하게 짚고 있다는 지적이다. 사교육을 선택하는 수요자층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기본적으로 우수한 학습력을 갖춘 학생이 더욱 성과를 올리기 위해 사교육을 뒷받침 삼는 경우가 많고, 학습력이 떨어지는 경우에는 오히려 사교육으로 성적을 올리는 편보다는 진로의 방향을 예체능 등으로 선회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즉 선행 사교육이 불필요하거나 할 수 없다는 판단에서 사교육을 받지 않는 경우에서 갈릴 수 있다는 의미다.

자사고나 특목고 지원자 풀 자체가 의대 혹은 서울대를 비롯한 상위대학 진학을 겨냥한 ‘수월성 교육’에 대한 수요로 인해 몰린 학생들이기 때문에 사교육에 대한 열망도 더 강한 경향을 띨 수밖에 없다. 일반고에 있었더라도 사교육비를 많이 지출했을 만한 학생들이 한 고교유형에 몰려 있다 보니 고교유형별로 따진 사교육비 수치가 높아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한 교육 전문가는 “의대생들의 초중고 사교육비 지출 현황을 조사해 본다면 사교육비 지출이 엄청날 것이다. 자사고/외고 가는 학생들이 사교육을 많이 받기 때문에 문제가 있다는 논리라면, 같은 이유로 의대도 폐지해야 한다는 얘기인가”라며 지적했다. 또 다른 교육 전문가는 “자사고/외고가 폐지된다면 이들이 결국 일반고 상위권을 형성하게 될 텐데, 그때는 일반고 상위권/하위권을 나눠 일반고 상위권이 사교육비를 더 많이 쓴다는 결론이 나올 것이다”라고 말했다.

자기주도학습전형의 기본은 내신이다. 사교육의 도움을 받지 않고도 충분히 대비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외고/국제고는 1단계 내신 성적+출결, 2단계에서는 1단계 성적+면접으로 선발한다. 서울방식 자사고의 경우 1단계에서 내신 성적과 관계없이 추첨 선발한 후 2단계 면접을 실시한다. 서울 이외 방식 자사고/일반고는 1단계 내신 성적+출결, 2단계 1단계 성적+면접으로 선발한다.

일반고 교육 역량을 어떻게 강화시킬 것인지, 수월성 교육에 대한 수요는 어떻게 할 것인지 뚜렷한 대책 없이 자사고/외고를 폐지할 경우 수요를 만족하지 못한 학생/학부모는 해외 유학으로 눈을 돌리거나 교육특구 일반고로 몰리고 오히려 사교육에 더 몰입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문재인 정부 정책 뒤집기가 유발한 사교육비 문제가 더 심각해’>
오히려 사교육비 문제는 문재인 정부가 정책 뒤집기를 통해 수요자들의 불안감을 자극하면서 극대화했다는 게 일반적 분석이다. 교육정책의 일관성 부족이 불확실성을 키웠고 불안감이 커진 수요자들을 사교육으로 내몰았다는 얘기다. 

지난 정부 초입부터 대입/고입이 뒤흔들리며 불안정성이 커졌다. 대입을 둘러싼 혼란은 2017년 2021수능개편부터다. 2015개정교육과정 도입과 연계한 수능 체제를 개편하기 위해 시작했지만 진전 없이 시간만 보냈다. 당초 교육부는 통합사회/통합과학, 제2외국어/한문까지 도입하는 1안과 전 영역 절대평가를 적용하는 2안을 두고 하나를 선택할 예정이었으나 두 안 모두 사교육 축소, 학업부담 감소와는 거리가 멀고 개정교육과정 취지와도 부합하지 않는다는 지적이 빗발쳤다. ‘졸속개편안’이라는 비판에 특정안으로 선택하지 못하고 결국 1년 유예로 물러서기에 이르렀다. 그 결과 2021수능의 당사자인 고3 학생들이 교육과정은 2015개정교육과정을 따르는 반면, 수능 체제는 2009개정교육과정으로 치르게 되는 엇박자를 떠안게 돼 가장 직접적인 피해자로 내몰렸다.

1년 유예된 대입개편 역시 삐걱대긴 마찬가지였다. 공론화 방식을 도입하면서, 교육부 국가교육회의 대입개편특위 공론화위 순으로 ‘폭탄 돌리기’가 이어졌다. 1년 동안 수시 정시로 극명하게 갈린 수요자들의 현장 혼란만 가중시킨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공론화위원회는 네 가지 공론화 의제를 두고 지지도를 조사했으나 뚜렷한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절대 다수가 지지한 안은 없었기 때문이다. 기존 치열한 여론의 양극화를 그대로 반영한 결과를 두고 논의가 원점으로 돌아갔다는 지적으로 이어졌다. 김영란 당시 공론화위원장은 “하나의 대안을 선택하는 것보다는 정확한 시민의 생각을 읽은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다”고 말했지만, 대입 변화에 촉각을 곤두세운 학생/학부모 입장에서는 1년간 시간만 낭비한 것이나 다름없었다.

2022대입개편이 정시 30% 이상 확대의 결론으로 이어지면서 기존 정책과의 엇박자를 야기한 것도 모자라, 2019년 ‘대입제도 공정성 강화 방안’을 통해 서울 소재 16개대(건국대 경희대 고려대 광운대 동국대 서강대 서울시립대 서울대 서울여대 성균관대 숙명여대 숭실대 연세대 중앙대 한국외대 한양대)에 대해 정시를 40% 이상 확대하도록 방침을 정했다.

고입 역시 혼란스럽기는 마찬가지였다. 자사고/외고/국제고의 일반고 전환을 여론 수렴 없이 밀어붙인 사안이 대표적이다. 2017년 12월 교육부는 자사고/외고/국제고를 후기모집으로 전환하는 ‘고입 동시실시’를 추진했다.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을 개정해 2019고입부터 8~11월 전기모집을 실시했던 자사고/외고/국제고를 12월 일반고와 동일한 후기모집 고교로 전환한다는 내용이었다. 교육부는 당시 일반고 이중지원도 금지했다. 후기모집에서 자사고 외고 국제고 일반고 가운데 1곳만 지원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하지만 2018년 6월 전국자사고 법인의 헌법소원과 함께 제기된 초중등교육법시행령의 이중지원금지조항 효력을 정지해달라는 가처분 신청을 헌법재판소가 받아들였다. 고입은 동시실시하지만 일반고와 자사고 등에 모두 지원할 수 있는 것으로 상황이 다시 바뀐 것이다. 2019년 4월 헌재는 고입 동시실시에 대해선 합헌, 자사고와 외고의 일반고 이중지원 금지는 위헌으로 확정했다. 논란은 여기에서 그치지 않았다. 2019년 11월 교육부가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개정을 통해 자사고/외고/국제고를 일괄적으로 일반고로 전환한다는 방침을 발표했기 때문이다. 결국 2025년으로 시기를 못박았지만 현 정부 들어서는 상황이 바뀔 가능성이 높아진 상태다.

정확한 원인 진단 없는 비판은 엉뚱한 타깃으로 화살을 돌림으로써 ‘진짜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게 만든다는 우려가 나온다. 한 교육 전문가는 “자사고/외고를 모든 문제의 원인으로 매도해, 이들 고교만 폐지하면 다 해결될 것처럼 얘기하지만, 근본적으로는 진짜 사교육을 유발하는 것이 무엇인지, 일반고 교육을 강화할 방안은 무엇인지 고민하는 것이 제대로 된 해결책을 마련하는 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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