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리타스알파=권수진 기자] 의대 입시에서는 다른 모집단위 면접에서는 보기 어려운 독특한 면접 형태가 있습니다. 다중미니면접(MMI, Multiple Mini Interview)으로 불리는 면접입니다. 2008학년 강원대 의전원에서 처음 도입된 다중미니면접은 이름에서 드러나듯이 ‘여러 개로 구성되는 면접’입니다. 보통의 면접이 면접실 1곳에서 진행된다면, 다중미니면접은 소규모 면접이 계속해서 이어지는 구조입니다. 상황에 대처하거나 제시문을 분석하는 식의 유형입니다.

의대가 다중미니면접을 실시하는 이유는 의사의 덕목으로 중요시되는 ‘인성’ 때문입니다. 서울대 의전원이 2013학년 다중미니면접을 시범도입하면서 밝혔던 도입목적이 ‘의사소통 능력과 라포르(Rapport, 의사와 환자의 심리적 신뢰) 형성 능력이 있는 지원자를 선발하고, 공부만 잘하는 지원자를 걸러내기 위한 시도’라는 점을 보면 더 취지가 명확해집니다.

성적 중심만으로 이뤄지는 입시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가 부각된 것은 잇따른 의대생 범죄의 영향도 큽니다. 2011년 의대 동기 성추행 사건, 2017년 집단 성희롱 징계 사건 등이 국민의 공분을 샀습니다. 더군다나 2011년 의대 동기 성추행 사건의 가해자 중 하나는 타 대학 의대에 입학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면서 ‘이대로는 안 된다’는 문제의식이 확대됐습니다. 생명을 다루는 직종임에도 인성검증을 거치지 않고 단순히 성적 순으로 입학시킨 데서 문제가 발생했다는 지적이 이어졌습니다.

다중미니면접은 한 지원자를 여러 개 면접으로 다각도로 오래 관찰하는 것을 통해 인성평가를 보완하고 있습니다. 올해 의대 가운데 울산대 인제대가 2023정시 요강 상 다중미니면접의 활용을 예고하고 있습니다. 울산대의 경우 총 면접 시간은 1인당 30분 내외로, 1실당 10분 내외로 면접을 진행합니다. 인제대 면접 역시 1실당 10분으로 총 30분간 면접을 진행합니다. 

서울대 면접은 1개 면접실로 진행하기 때문에 ‘다중미니면접’이라고 말하긴 어렵지만 20분 내외의 긴 시간동안 면접이 진행되고, 상황 숙지를 위한 시간이 별도 주어진다는 점에서 다중미니면접과 비슷한 유형입니다. 물론 아무리 길어도 한 시간을 넘기지 않는 면접만으로 지원자 인성을 전부 파악할 수 있다고 보긴 어렵겠지만, 적어도 1인당 5~10분도 되지 않는 일반 면접과 비교해선 윤리의식이 부족한 학생을 거르는 안전장치로서 기능할 수 있습니다. 의사가 되려면 의대를 졸업하고도 국가고시에 합격해야 하지만, 95% 이상 합격률로 사실상 의대 입학이 곧 의사자격증 획득으로 이어지는 실정에선 의대 입시에서의 책임감있는 인재 선발이 더욱 중요한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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