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대와 협력 트랙 2023학년 2학기 개시.. 2024년 1학기부터 50명 선발
[베리타스알파=신현지 기자] UNIST가 공학적 관점에서 기술혁신을 주도할 의과학자 양성을 위해 의과학대학원(이하 의과학원)을 설립한다. 의료산업을 혁신하고 국가경쟁력 강화에 기여한다는 목표다. UNIST는 의과학원을 개설해 기존 임상 분야에 한정된 의과학자가 아닌 ‘공학 기반 의사과학자’ 교육 모델을 확립한다. 의과학자 양성에는 공학 자연과학 등 10개 분야/전공이 참여한다. 특히 같은 이공계특성화대로서 의사과학자 양성에 힘을 쏟고 있는 KAIST 포스텍과는 달리 국내 최고 경쟁력을 갖춘 서울아산병원의 울산대 의대와 함께한다는 점이 눈에 띈다. UNIST는 2023학년 2학기부터 울산대 의대 학부생과 석박사과정을 대상으로 교육을 진행한다. 의사 출신 원생은 2024년 1학기부터 매년 50명을 선발할 계획이다. 업계에서는 대입 전반에 블랙홀로 자리잡은 의대열풍에 맞서지 않고 UNIST의 경쟁력에 기반해 오히려 역으로 활용하는 진일보의 전략으로 보고 있다.
UNIST는 11일 울산대와 ‘의과학자 양성을 위한 학술교류 협정’을 맺고 한국형 의과학자 교육 프로그램을 개설한다고 밝혔다. 양 대학은 국내 최초의 예과-본과-대학원의 전주기적 의과학 교육인 ‘한국형 HST(Health Science and Technology) 프로그램’을 완성했다. HST는 미국 MIT와 하버드의대가 과학과 기술을 접목해 의과학자를 공동으로 양성하는 프로그램이다. 2023학년 2학기부터 울산의대 학부생과 석박사과정을 대상으로 전공기초교육을 하는 MD(Medical Doctor, 의사과학자) HST 트랙과 UNIST 학부생을 대상으로 해부학 등 임상중심교육을 하는 ME(Medical Engineering, 의공학자) HST 트랙을 운영한다. 이에 따라 2023학년 2학기 울산대 의예과 1학년 40명은 UNIST 학생과 함께 메디컬AI 재생재활공학 게놈공학 등 기초 교과목을 이수할 예정이다.
의과학자 양성에는 울산대 협력병원으로 국내 최고 경쟁력을 갖춘 서울아산병원이 함께한다. 서울아산병원은 뉴스위크 세계병원 순위에서 4년째 국내 1위를 지켜오고 있는 국내 최고 병원으로서 바이오메디컬 분야 연구 인프라를 제공한다. 이로써 ‘대학-특성화대-협력병원’으로 체계화한 국내 의학 분야 교육/연구의 새로운 모델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이번 프로그램을 제안한 김승후 울산의대 학장은 “의대 졸업생들이 병원으로만 진출하지 않고 의과학자의 길을 모색할 수 있도록 학부과정에서부터 연구와 의료기기의 중요성을 경험하는 기회가 있어야 한다는 인식에서 출발했다”고 전했다. 프로그램을 함께 설계한 정웅규 UNIST 바이오메디칼학과장은 “각각 이론-임상 통합교육과 의공학융합교육으로 특화된 같은 지역의 대학이 시행착오를 보완해 최적의 의과학자 교육 프로그램을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울산대와 HST 프로그램.. 2023학년 2학기 예과 40명 교육>
UNIST 앞서 2024학년 개교를 목표로 의과학원 설립에 속도를 내왔다. 울산대와의 협력을 통해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교육을 진행해 예정보다 빠른 일정이다. UNIST는 의과학원을 운영하거나 추진하고 있는 타 과기원과 달리 협력의대가 있다는 점에서 관심이 집중된다. 울산대 의대와 HST(Health Science & Technology) 프로그램을 운영해 공학 기반 의과학원 교육모델을 완성한다. HST는 미국 하버드대와 MIT가 공동 운영하는 학제 간 의과학 인력 양성 프로그램이다. MD(Medical Doctor) 트랙과 ME(Medical Engineering) 트랙을 접목해 다학제 융합을 이끌 예정이다. MD HST는 의대 학부생 전공기초 교육(18학점)과, 단기 석사, 4년제 석박통합 프로그램이며 ME HST는 UNIST 학부생의 울산의대 수업 참여, 병원 인프라 활용 교차 수업으로 ‘실무형 의과학자’ 양성을 추진한다.
UNIST는 2023학년 2학기(9월)부터 울산대 의예과 학생 40명을 대상으로 18학점의 교육을 진행한다. 필수 2과목은 메디컬AI와 메디컬통계이며 선택 5과목은 메디컬이미징 재생재활공학 게놈공학 정밀의학 뇌인지공학이다. 울산대 의학과 학생을 위한 학사/대학원 연계형 교육 과정도 운영한다. 중개연구와 창업교육 중심 실무형 대학원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새로운 의료기술을 병원에 적용/활용하는 현장 연계형 교육을 진행한다. 창업기업과 스마트헬스케어센터 등의 인프라와 빅데이터 이용 분석 연구도 함께한다. UNIST 학생은 울산의대 수업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 ‘의학 아는 과학 공학자’를 양성한다. 의사자격증 보유자를 대상으로는 4년제 석박사통합과정 교육을 제공해 양 대학 교원이 공동 지도, 다학제 교육/연구 프로그램을 완성한다.
<의과학원 설립 이어 의료복합타운 건설>
UNIST는 2023학년 2학기 의과학원을 설립하고 울산의대 학생 교육과 더불어 공학 전공자 중심의 원생도 선발한다. 국가고시를 통해 의사가 배출되는 시기가 1월인 점을 감안해 의사 출신 원생은 2024년 1학기부터 선발할 계획이다. 구체적인 정원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지만 UNIST는 50명 규모의 정원을 모집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후 점진적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UNIST는 앞서 의과학원 설립을 위해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협의도 거쳤다. 내년 예산으로 16억원을 신청했으며 UNIST는 오는 2027년까지 총 332억원을 투입할 예정이다. 의과학자 양성과 더불어 이들이 활동할 연구단 개설도 진행하고 있다. UNIST는 과기부에 스마트헬스케어 연구단과 차세대 항암 연구단, 유전체 활용 연구단, 신약 개발 연구단 등 4개 연구단 구성을 제안했다. 연구단 설립 추정 예산은 500억원이다.
UNIST는 지차체와 단계적 협의를 거쳐 의과학원 설립과 함께 의료복합타운 건설도 준비해왔다. 특히 윤 대통령이 “UNIST에 의과학원을 설립해 세계적 수준의 의료복합타운으로 육성하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한 바 있어 기대를 모은다. 올해 5월3일 대통령직 인수위원회는 ‘울산지역 정책과제 대국민 보고회’에서 UNIST 의과학원 설립과 의료복합타운 조성에 2500억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이공특의 의대 설립.. 이공계 인재 유인 묘수>
현재 의과학원 등을 운영하거나 추진하는 이공계특성화대는 KAIST 포스텍 UNIST의 세 곳이다. KAIST는 이공특 중 가장 이른 2004년에 의과학원을 설치해 의사과학자를 양성하고 있다. 현재는 더 나아가 과학기술의학전문대학원 설립과 부속 병원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포스텍은 2023년 융합대학원 소속 의과학전공 대학원 과정을 설립해 신입생 20명을 모집한다. 의과학전공 대학원 과정의 설립을 교두보로 의과학전문대학원, 더 나아가 의과대학 설립을 목표로 한다. 동시에 부속병원으로 스마트병원 설립을 추진하겠다는 계획이다. 규모는 900병상으로 교육병원 연구병원 스마트병원 지역책임병원의 방향성을 가지고 지역사회 연계 클러스터를 조성하겠다는 목표다.
이공특의 의과학자 양성은 우리나라 바이오 의료 사업의 성장을 위해 새로운 형태의 교육제도가 필요하다는 인식에서 비롯됐다. 의과학자는 진료와 연구를 병행하는 의사과학자와 의료기술을 개발하는 의공학자를 아우르는 개념이다. 치료제 개발 등 기초의학 분야와 의료기기 혁신 등 의공학 분야에서 막중한 역할을 한다. 노벨생리의학상 수상자의 절반이 의사과학자일 뿐 아니라, 코로나19 백신 개발 등 의학 관련 연구도 의사과학자들이 주도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의사들이 연구에 참여하지 않아 ‘연구하는 의사’가 부족한 상황이다. 이공특의 의과학원 운영은 우수한 인력이 의대로 몰리는 상황에서 의대를 졸업한 유능한 자원들이 국가 발전에 기여할 수 있도록 의학 연구에 대한 관심을 유발하고 조기 경험을 하도록 기여할 수 있는 셈이다.
의과학원 설립은 융복합적 의학 인재 양성과 더불어 이공계 인재의 눈길을 돌리는 해결책으로 작용할 수 있다. 해마다 영재학교/과고 출신의 의학계열 진학문제는 꾸준히 제기돼 왔다. 이공계 인재 양성을 목표로 국비를 지원함에도 불구하고 재수 등을 통해 의대 진학을 꾀하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교육부 차원에서 의대 진학 제재를 강화하는 방안을 내놓기도 했지만, 이미 선행되고 있던 방안이 대부분이라는 점에서 실효성 논란이 일었다. ‘장학금 회수’ ‘추천서 작성 금지’ 등의 조치를 행했음에도 불구하고, 영재학교 출신의 의학계열 진학률이 갈수록 증가했다. 하지만 이공특에서 연구하는 의사를 양성하게 된다면 이공계 인재 중 의학계열에 관심 있는 학생들이 이공특을 택하는 긍정적인 효과를 기대해 볼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