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대선과 헌재판결 ‘변곡점’
[베리타스알파=유다원 기자] 서울 광역자사고 이대부고 중앙고가 자사고 지위를 유지한다. 서울교육청을 상대로 자사고 지정취소 처분을 취소해 달라며 제기한 1심 행정소송에서 1년9개월만에 승소한 것. 전국 자사고로서는 4번째이자, 서울 광역자사고로서는 3번째 본안 판결이다. 앞서 작년 12월 해운대고가 부산교육청을 상대로 낸 1심 행정소송에서 승소하며 각 자사고들이 낸 지정취소 효력정지 가처분에 대한 '첫' 본안 판결을 받은 바 있다. 이어 2월18일 배재고/세화고가, 3월23일 숭문고/신일고가 서울교육청을 상대로 낸 1심에서 원고 승소했다. 서울교육청은 법원 판결문이 송달되는 대로 판결 이유를 면밀히 분석한 후 항소하겠다는 입장이다.
2019년 각 시/도 교육청의 자사고 재지정평가를 통해 지정취소가 이뤄진 곳은 총 10개교다. 서울8개교(경희고 배재고 세화고 숭문고 신일고 이대부고 중앙고 한대부고)와 경기 안산동산고, 부산 해운대고, 전주 상산고다. 이중 교육부의 부동의로 인해 자사고 지위를 유지한 상산고를 제외한 10곳이 재지정평가를 통해 강제로 지정취소됐다. 10개교 모두 지정취소에 불복하며 2019년 8월 지정취소 불복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서울8개교 중에는 경희고/한대부고만이 판결을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다. 오는 28일 오후2시 1심 판결 발표가 예정돼 있다. 안산동산고 역시 6월17일 오전9시50분 1심 선고가 예정돼 있다.
1심에서 승소한 학교들은 당장의 존폐 여부를 두고 한숨 돌렸지만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교육부가 행정소송 결과와 상관없이 2025년 자사고 일반고 일괄전환 정책을 강행하겠다 못박았기 때문이다. 이미 4월부터 일반고 일괄전환, 2025고교학점제 기반 마련 등을 목표로 2022개정교육과정에 대한 논의가 본격화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 교육전문가 역시 "정부는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을 개정하면서까지 자사고 일반고 전환에 대한 의지를 강하게 내비췄다. 현 정권에서 자사고 취소가 철회될 가능성은 없을 것"이라는 의견을 전했다.
2025 자사고의 일반고 전환이 현실화될지는 2022대선이후 뚜껑을 열어봐야 알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시행령 개정의 형식으로 일괄전환을 못박은 상태여서 정권의 판단에 따라 얼마든지 조정 가능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자사고 외고 국제고 등 24개교가 함께 제출한 헌법소원 결과가 변곡점이 될 전망이다. 24개 학교의 학교법인은 자사고의 일반고 전환을 두고 '헌법상 보장된 사립학교 운영의 자유와 기본권을 침해했다"며 작년 5월 헌법소원을 제기한 바 있다.

<이대부고 중앙고 자사고 지위 '유지'.. 서울교육청 항소 예고>
이대부고 중앙고가 서울교육청을 상대로 낸 자사고 지정취소 처분 취소 승소에서 14일 승소했다. 서울 자사고로서는 3번째 원고 승소다. 이에 따라 현재 진행 중인 경희고 한대부고의 행정소송 역시 탄력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소송은 2019년 7월 서울교육청이 경희고 세화고 숭문고 배재고 신일고 중앙고 이대부고 한대부고 8개교에 대해 내린 지정취소 처분에 대한 반발로 이뤄졌다. 자사고 재지정평가 기준 변경이 절차적으로 문제가 있었다는 주장이다. 휘문고 역시 작년 7월 서울교육청을 통해 자사고 지정취소 처분을 받았지만, 재지정평가가 아닌 학교 내의 회계부정으로 인해 지정취소 처분이 내려진 것으로 알려졌다. 휘문고는 작년 8월 자사고 지정취소 처분에 대한 행정소송과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냈으며, 9월3일 가처분신청이 인용됨에 따라 자사고 지위를 유지한 채 2021신입생을 모집했다.
지정취소 고교들은 그간 법정에서 서울교육청이 변경한 자사고 재지정 평가 기준에 문제가 있다고 주장해왔다. 전문가들 또한 평가대상인 자사고들의 세부 점수가 공개되지 않은 것에 대해 의문을 제기해왔다. 서울교육청 관계자에 의하면 재지정평가 커트라인 점수는 70점으로, 대부분의 지정취소 고교들이 60점에서 70점 사이의 점수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각 학교에 총점, 영역별 점수, 미흡한 부분에 대한 평가위원들의 의견 역시 충분히 전달했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지표별 세부점수를 공개하지 않아 학교별 보완점을 전달하기에는 불충분했다는 게 대다수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서울교육청은 앞서 세화고/배재고와 숭문고/신일고 판결 결과에 대해서도 ‘자사고 재지정 평가’는 적법했다며 항소한 바 있다. 행정처분 과정에서 아무런 법률적/행정적 문제가 없었다는 것. 14일 진행된 이대부고 중앙고 판결에 대해서도 항소하겠다는 입장이다. 조희연 서울교육감은 14일 입장문을 통해 “법원 판결문이 송달되는 대로 판결 이유를 면밀히 분석한 후 항소할 계획이다”라고 밝혔다.
<’시한부 자사고’.. 2022대선 ‘새로운 변곡점’>
1심에서 승소한 고교들은 당장 한숨을 돌렸지만, 여전히 ‘시한부’ 상태에 불과하다. 교육부가 행정소송 결과와 관계없이 2025 자사고 일반고 일괄전환 정책을 진행한다고 못 박았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자사고 외고 국제고 등 24개교가 함께 제출한 헌법소원 결과가 중요 변곡점이 될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24개 학교의 학교법인은 자사고의 일반고 전환을 두고 작년 5월 헌법소원을 제기했다. 헌법상 보장된 사립학교 운영의 자유와 기본권을 침해한다는 이유다. 하지만 서울자사고 교장연합회는 헌법소원이 최대 2025년까지 길어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남은 학교들 역시 효력정지 취소처분 소송에서 승소한다 할지라도 2025년까지 자사고 지위를 ‘유지’하는데 그칠 수밖에 없다는 의미다.
자사고 지정취소 여부는 2022 대선결과에 따라 가닥이 잡힐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당장 내년 5월 정권교체가 일어나는 상황에서 차기 정권이 현 정권의 정책기조를 그대로 이어받는다는 보장이 없기 때문이다. 추후 정권의 판단에 따라 얼마든지 조정가능하다는 게 일반적인 시각이다. 한 교육전문가 역시 “정권이 교체될 때마다 전 정권을 뒤집겠다는 명목으로 정책 뒤집기가 비일비재하게 이뤄진다. 사실상 명령에 가까웠던 자사고 일반고 일괄전환 정책 역시 차기 정권 들어 뒤바낄 가능성이 높다’는 의견을 전했다. 또 다른 업계 전문가는 “한 개인의 입맛대로 교육정책을 뒤바꿀 때 생길 수 있는 가장 큰 문제점은, 애꿎은 수요자들만 혼란이 가중된다는 점이다”라며 우려의 목소리를 전했다.
<'혈세지출 논란'.. 서울교육청 자사고 행정소송 1건당 3000만원>
자사고 재지정평가 소송은 과도한 혈세지출에 대한 논란으로 이어졌다. 3월24일 서울교육청이 곽상도(국민) 의원실에 제출한 ‘행정 소송 현황’ 자료에 따르면, 서울교육청은 2019년 자사고 재지정평가와 관련해 총 1억2000만원의 소송비용을 지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4건의 행정소송을 진행, 각각 3000만원씩 지출했다는 설명이다.
지정취소 관련 소송비용은 서울교육청이 진행한 다른 행정소송과 비교해도 상당히 높은 수준의 지출비용을 보여 논란을 키우고 있다. 해임처분취소, 직위해제처분취소 등 타 소송들은 통상 275만원에서 500만원 사이의 소송비용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특목자사고 지정취소가 조희연 서울교육감의 주된 공약사항이라는 점을 감안, ‘정치적인 이슈를 소송으로 부풀려 행정력을 낭비한다’는 비판이 나올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현재까지 진행된 3건의 소송결과에 대해 항소하겠다고 밝히며 추가적인 소송비용이 지출될 전망이다. 한 교육전문가는 “자사고 재판에서 1심 패소했음에도 불구하고 항소를 진행한다는 것은 정치적인 퍼포먼스로 비춰지지 않는다”며, “개인의 이익을 위해 세금과 행정력을 낭비하는 행위를 멈춰야 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