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1등급 인문 4.3%.. 3월 6.3%에서 감소

[베리타스알파=권수진 기자] 전국진학지도협의회(이하 전진협)가 자체적으로 문제를 출제해 실시한 4월 연합모의평가에서 표본을 분석한 결과, 앞서 3월 실시한 자체평가보다 수학 1등급의 자연계 쏠림 현상이 심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수학 1등급 인원에서 인문계가 차지하는 비율은 4.3%에 불과했다. 3월 6.3%에서 더 축소됐다. 통상 인문계열 학생이 선택하는 ‘확률과통계’를 선택한 인원이 1등급 116명 중 5명에 그쳤다. 미적분과 기하를 선택한 경우는 각 105명, 6명으로 합산 111명, 95.7%에 달했다. 2등급으로 범위를 넓혀도 1~2등급 누적 기준, 인문계가 6%, 자연계가 94%로 격차가 컸다.

게다가 이번 4월 자체평가에서는 3월과 달리 재학생 뿐만 아니라 재수생도 표본에 포함됐다. 고3 재학생으로 범위를 좁히면 인문계 학생이 1등급을 받은 비율은 2.6%에 그쳤다. 재수생들까지 합류하면 인문계 학생들이 1등급을 받기란 더욱 ‘하늘의 별따기’가 될 수 있다는 불안감이 증폭되는 이유다.

이번 분석결과는 전진협이 자체적으로 문제를 출제해 실시한 모의평가다. 총 2780명의 표본 중에서 재수생에 해당하는 표본이 584명(21%)이고, 재학생 표본은 2196명(79%)이었다. 지역별로 보면 수도권(서울 인천 경기)에 해당하는 표본은 107명(4.1%)이었다. 

전국진학지도협의회가 자체적으로 문제를 출제해 실시한 4월 연합모의평가에서 수학1등급을 받은 학생 가운데 고3 인문 재학생의 비율은 2.6%에 불과했다. /사진=베리타스알파DB
전국진학지도협의회가 자체적으로 문제를 출제해 실시한 4월 연합모의평가에서 수학1등급을 받은 학생 가운데 고3 인문 재학생의 비율은 2.6%에 불과했다. /사진=베리타스알파DB

 

<1~2등급 인원 중 인문 6% 불과>
전체 표본 2780명 중 확률과통계를 응시한 인원은 909명(32.7%), 미적분을 응시한 인원은 1573명(56.58%), 기하를 응시한 인원은 298명(10.72%)이었다. 통상 인문계열 학생은 확률과통계, 자연계열 학생은 미적분 또는 기하를 응시한다. 대학들이 자연계열 모집단위에 지원하기 위한 조건으로 미적분 또는 기하를 응시할 것을 요구하는 경우가 많다.

1등급에서 확률과통계 응시학생과 미적분 또는 기하 응시생을 구분하면 인문계열의 불리함은 극명하게 드러난다. 1등급 인원은 2780명의 4%인 116명이다. 이 중 확률과통계를 선택한 학생은 5명으로 4.3%다. 반면 미적분을 선택한 학생은 105명으로 90.5%, 기하를 선택한 학생은 6명으로 5.2%, 총 95.7%를 차지했다. 1등급 학생의 대부분은 미적분/기하를 응시한 경우였던 셈이다.

수능최저 판단 기준으로 자주 활용되는 2등급까지 범위를 넓혀봐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다. 1~2등급 인원 302명 중에서 확률과통계를 응시한 인원은 18명으로 6%를 차지했다. 

4월 자체평가에서는 재수생 표본도 있었다. 수학 1등급 전체 인원 중에서 확률과통계를 응시한 고3 재학생으로 한정해 보면 2.6%로 더 미미해졌다. 재수생은 1.7%였다. 그만큼 인문계열 고3 재학생이 1등급을 받기 어려웠다는 의미다. 미적분의 경우 재학생이 42.4%, 재수생이 48.3%였고, 기하는 재학생이 2.6%, 재수생이 2.6%를 차지했다.

<자연계열 학생 높은 등급 선점 가능성 높아>
전국 의학계열 지망생 대부분이 미적분을 선택할 것으로 예상되고, 지난해 수(가)를 선택했던 자연계열 상위권 재수생 역시 대부분 미적분을 선택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인문계열 재학생이 1등급을 받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전진협 관계자는 “의예과 3030명, 치의예과 641명, 한의예과 757명, 수의예과 525명, 약학과 1823명 등 총 6776명의 전국 의학계열 지망생 대부분 미적분을 선택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수능 응시인원을 40만명 정도로 예상하면 1만6000등까지 1등급이다. 확률과 통계선택 집단의 최고점 학생이 1등급을 받기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교육현장에서는 통합형 수능이 거론될 때부터 이미 예상했던 결과였다는 반응이 지배적이다. 한 교육전문가는 “수학 시험에서 인문/자연 모집단위 구분이 없어짐에 따라 자연계 학생들이 수학에서 높은 등급을 선점하는 것은 불보듯 뻔한 결과”라며, “점수보정 체계는 수학에서 상대적으로 어려운 미적분/기하를 응시한 학생들에게 공통과목 역시 더 높은 점수를 부여하기 때문에 인문계 학생들은 공통/선택과목 모두 낮은 점수를 받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설명했다. 

여기에다 미적분/기하 선택자 중 하위권 학생들이 6월모평 이후 확통으로 전환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또 다른 교육관계자는 “자연계 하위권 학생들이 확통으로 유입될 경우 인문계 학생들의 수학 등급하락은 더욱 심화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미적분/기하에서 성적이 낮더라도 수학 선택과목 중 가장 난이도가 낮다고 평가되는 확통에서는 인문계 학생들보다 훨씬 우세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점수보정체계 실효성 논란 커져>
올해 첫 통합형 수능으로 치르게 되면서 새롭게 점수 보정체계도 도입됐다. 점수보정 체계는 학습분량이 많고 난이도가 상대적으로 높다고 여겨지는 선택과목을 응시한 수험생 집단의 공통과목 점수가 평균적으로 높을 경우, 선택과목 점수 역시 다른 선택과목을 응시한 수험생들에 비해 상향 조정되는 구조를 말한다. 상대적으로 어려운 과목을 선택한 학생들의 불이익을 없애겠다는 취지로 도입됐다. 평가원 측은 1999학년부터 2004학년까지 탐구영역이 필수과목과 공통과목으로 구분돼 있었으며, 2005학년부터 2011학년까지는 수학(가)형에 공통/선택과목 구도가 있었기 때문에 비교적 오랜 기간 검증이 이뤄졌다는 설명이다.

일각에서는 같은 계열 학생들끼리 경쟁하기 때문에 계열간 유불리가 문제가 될 게 없다고 말하기도 하지만 이는 수능최저 충족 문제나 선택과목 지정이 없는 모집단위에 지원하는 경우를 고려하지 않은 얘기다. 인문/자연 구분이 없거나, 교차지원이 가능한 모집단위에서는 인문계열 학생이 자연계열 학생에 비해 불리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넓어지는 의약학계열 문호가 오히려 인문계에는 악재로 작용한다는 우려도 나온다. 자연계 최상위권 학생들의 경쟁을 더욱 심화시키면서 인문계 최상위권의 입지를 흔들 수 있다는 점 때문이다. 대성 이영덕 소장은 “미적분/기하를 선택한 자연계 최상위권 학생들의 수학 등급경쟁이 심화될 것”이라며, “그러다 보면 자연히 미적분/기하 응시생들의 공통과목 평균점이 높아질 확률이 높다. 이 경우 점수보정 체계에 따라 선택과목에서도 확통 응시자들보다 높은 점수를 받을 가능성이 매우 높아진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인문/자연 구분이 없는 의학계열에 지원하려던 인문계 최상위권 학생들도 상대적으로 자연계열 학생 대비 불리함이 커지면서 합격 가능성을 점치기가 더 어려워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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