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행 막는 대책 나와야'.. 대학선택 '사회적 명성과 인지도' 40.4%

[베리타스알파=강태연 기자] 영재학교를 졸업하고 대학에 진학한 학생 5명 가운데 1명은 의대로 진학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한국교육개발원이 21일 공개한 ‘영재학교 졸업생의 대학진학과 그 후’ 보고서에 의하면 337명(대학교1~4학년)의 영재학교 졸업생 중 65명(19.3%)이 의학계열에 진학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대학을 선택 시에는 ‘희망전공 유무/특성화된 프로그램’ 또는 ‘우수한 교수진’ 보다는 ‘사회적 명성과 인지도’를 1순위로 고려했다는 경우가 136명(40.4%)으로 가장 많았다. 영재학교 학생들의 의대행은 매년 대입결과 자료가 공개되면 문제로 지적되는 부분이다. 국가의 풍부한 재정지원, 교육과정 편성권한, ‘특차’ 성경의 선발권 등 이공계열 인재를 육성하기 위해 우수한 학생들을 선발하고 교육하지만 국내에서 사회/경제적 지위가 높은 대학과 의학계열로 진로를 설정한다는 것이다. 물론 영재학교 입학 후 진로가 변경될 가능성도 있지만, 일정 학생만을 선발해 교육/지원한다는 점에서 영재학교 졸업 이후 의대진학은 다른 학생의 기회를 박탈한 것과 다르지 않다. 실제로 보고서에 따르면 전공 선택을 결정한 시기가 고1,2학년이 139명(41.2%), 고3 대학입학 직전의 경우 105명(31.2%)이라는 점에서 자신의 진로선택이 영재학교에서 이뤄지는 경우가 더 많은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전문가들은 영재학교에서도 매년 의대진학 희망자의 입학을 거부하고 있지만 효과가 미미하며, 각 대학에서 영재학교 학생들의 지원을 막는 방안이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최근 의대 정원확대가 예정되면서 입시판도가 흔들리는 상황에 이공계열 인재의 유출방지에 대한 대책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영재학교들은 자체적으로 의대 진학을 목표로 밝힌 학생들에게 불이익을 부여하고 있다. 의대 진학자들에게 3년간 학교에서 받은 장학금/지원금 등을 회수하거나 졸업식 시상에서 배제하기도 한다. 의대진학에 필요한 추천서를 써주지 않는 것도 의대진학자에게 부여되는 불이익이다. 지난해 12월에는 서울과고에서 재학생이 의학계열 진학시 1인당 1500만원 내외의 교육비와 함께 장학금도 회수하겠다는 방안을 밝혔다. 수상실적에서도 이름을 제거한다는 내용도 담겼다. 한 교육전문가는 “의대진학을 희망하는 인원이 영재학교로 진학하는 것은 전략적으로 맞지 않는 행위다. 영재학교 설립취지와 운영목적에도 어긋나 학교에서도 환영하지 않는 상황이며, 의대입시에서 자체적으로 제약을 받는 상황이 발생한다. 영재학교에서 자체적으로 교육비/장학금 환수, 시상내역 삭제 등을 통해 진학을 막고 있긴 하지만 근본적인 문제해결을 바랄 수는 없다. 영재학교를 다니고 의대를 지원하는 것 자체를 막을 방법은 없기 때문이다. 기본적으로 각 대학들에서 영재학교/과고 학생들이 지원을 막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보고서 내 선수이수제/국제인증교육과정 관련 조사에서는 두 프로그램과 고등교육 프로그램과의 연계성의 제고 필요성을 확인했다. 선수이수제는 대학의 교과목을 고교에서 미리 이수하고, 대학에서 학점으로 인정받을 수 있도록 하는 대표적인 영재교육의 속진교육 프로그램이다. 우수한 고교생들에게 학문적 도전과 성취감을 제공하고, 고교교육과 대학교육과의 차이를 줄이고 교육 연계성을 강화하는 역할을 한다. 선수이수제 또는 국제인증교육과정을 경험한 217명 가운데 프로그램이 ‘학업과 진로 계발’과 ‘관심분야의 집중학습’에 도움이 됐다고 조사됐다. 반면 도움이 되지 않았다고 답변한 29명 중 28명이 ‘대학에서 인정되지 않음’을 원인으로 꼽았다. 현재 5개 이공계특성화대학(KAIST 포스텍 DGIST 지스트대학 UNIST)에서는 선수이수제를 도입했으나, 일부 종합대학에서는 정착되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영재학교를 졸업하고 대학에 진학한 학생 5명 가운데 1명은 의대로 진학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영재학교 학생들의 의대행은 매년 대입결과 자료가 공개되면 문제로 지적되는 부분이다. 국가의 풍부한 재정지원, 교육과정 편성권한, ‘특차’ 성경의 선발권 등 이공계열 인재를 육성하기 위해 우수한 학생들을 선발하고 교육하지만 국내에서 사회/경제적 지위가 높은 대학과 의학계열로 진로를 설정한다는 것이다. /사진=베리타스알파DB
영재학교를 졸업하고 대학에 진학한 학생 5명 가운데 1명은 의대로 진학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영재학교 학생들의 의대행은 매년 대입결과 자료가 공개되면 문제로 지적되는 부분이다. 국가의 풍부한 재정지원, 교육과정 편성권한, ‘특차’ 성경의 선발권 등 이공계열 인재를 육성하기 위해 우수한 학생들을 선발하고 교육하지만 국내에서 사회/경제적 지위가 높은 대학과 의학계열로 진로를 설정한다는 것이다. /사진=베리타스알파DB

한국교육개발원이 공개한 보고서에는 진로선택과정과 선수이수제/국제인증교육과정에 대한 설문조사 결과가 담겼다. 진로선택과정에서는 대학선택 순위, 전공선택 시기, 전공선택 시 고려사항, 전공선택에 영향을 준 인물 등을 질문했다. 선수이수제/국제인증교육과정에서는 경험 유무에 따른 효과를 조사했다. 조사는 대학에 재학중인 337명의 영재학교 졸업생을 대상으로 이뤄졌다. 대학교1학년이 조사 대상의 약 57%로 구성돼, 비교적 최근 영재학교를 졸업한 학생들을 대상으로 삼은 셈이다. 2학년 24%, 3학년 13%, 4학년 6% 순이다.

- 진로선택 과정.. 대학선택 고려사항 1순위 ‘사회적 명성과 인지도’ 40.4%, 의학계열 19.3%
대학 선택 시 고려사항에 대해서는 3순위까지 선택하도록했다. 1순위로는 ‘사회적 명성과 인지도’ 비중이 136명(40.4%)으로 가장 컸다. 이어 ‘교육비 및 장학금 혜택’ 45명(13.4%), ‘우수한 교수진’ 42명(12.55), 희망전공의 유무 및 특성화된 프로그램‘ 39명(11.6%) 등이다. 2순위 선택에서는 ’우수한 교수진‘ 62명(19.0%)으로 가장 많았다. ’사회적 명성과 인지도‘ 58%(17.7%)’, ‘교육비 및 장학금 혜택’ 45명(13.8%), ‘높은 취업 성과’ 36명(11.0%) 등이다. 3순위로는 ‘우수한 교수진’이 46명(14.8%)로 가장 비중이 컸고, ‘사회적 명성과 인지도’ 45명(14.5%)로 비슷한 수준이었다. 이어 ‘교육비 및 장학금 혜택’ 41명(13.2%), ‘캠퍼스/학교 시설’ 37명(11.9%), ‘희망전공의 유무 및 특성화된 프로그램’ 32명(10.3%) 순으로 비중이 높았다.

응답자들의 주전공에서는 공학계열이 159명(47.2%)으로 가장 많았다. 다음으로는 73명(21.7%)인 자연계열이다. 이어 의학계열 65명(19.3%), 기타(무계열/무전공 포함), 교육(사범)계열 0.3% 순이다. 5명 가운데 1명 꼴로 의학계열로 진학한 셈이다. 의대에 진학하더라도 생명과학 등의 발전에 기여할 수 있다는 의대진학을 부정적으로 바라보지 않는 시선도 있지만, 기초의학을 선택하는 인원은 ‘천연기념물’이라는 평가를 받을 정도로 수가 적다. 한 교육전문가는 “의대에 진학하더라도 과학발전에 기여할 수 있다는 말은 궤변에 불과하다. 2016년 서울대 의대 의료관리학교실의 이진석 교수팀이 2013년 전국 의대/의전원 학생 1만2709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기초의학 선택 희망자는 겨우 2%에 불과했다. 기초의학 학과 중 병리과는 0.8%, 기초의학계열은 0.7%, 예방의학은 0.4%로 매우 낮았다. 대부분 임상의를 희망하는 상황에서 과학발전 기여를 논할 수는 없는 노릇”이라고 말했다.

전공을 결정한 시기로는 고1,2학년이 139명(41.2%)으로 가장 많았다. 다음으로는 105명(31.2%)이 선택한 ‘고3 대학입학 직전’이다. 337명 중 244명(72.4%)은 영재학교 입학 후 진로에 대한 선택을 한다는 것이다. ‘중학교 시기’ 45명(13.4%), ‘초등학교 혹은 그 이전’은 21명(6.2%)인 것과 비교해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한 교육전문가는 “영재학교 진학 후 의학계열을 지원하려는 학생/학부모의 인식이 개선될 필요가 있다. 간혹 의대진학에 대한 진로가 고교 도중 결정될 수 있고 직업선택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주장하는 학생/학부모들의 의견이 있지만, 이기적인 행동이라고 밖에는 볼 수가 없다. 진로에 대한 진로에 대한 확신이 없는 상황에서 ‘과학인재 양성’이라는 목적을 위해 국가에서 지원하는 영재학교를 진학한 것이 문제이기도 하고, 이공계열 진학 이후 의학계열 진학을 노릴 수 있기 때문이다. 애초에 과학인재 양성을 목적으로 하는 과고/영재학교에 진로가 뚜렷하지 않은 상태로 진학해 대입 시 의대로 지원서를 넣는다는 것은, 진정으로 이공계열 진학을 꿈꾸는 다른 학생들의 기회를 박탈하는 것”이라며 지적했다.

전공을 선택 시 가장 중요하게 고려한 사항에서는 ‘흥미와 적성’이 239명(70.9%)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사회적 성공이나 인기 분야’ 22명(6.5%), ‘높은 취업 성과’와 ‘합격가능성’이 각 21명(6.1%), ‘사회기여도’ 13명(3.9%), ‘주변(부모님/선생님/친구/지인 등)의 권유’ 12명(3.6%), ‘특성화된 교육프로그램’ 5명(1.5%), ‘교육비 및 장학금 혜택’이 2명(0.6%), 기타 2명(0.6%)이다. 

전공 선택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경우는 ‘학부모’의 영향력이 눈에 띈다. 조사는 3순위까지 이뤄졌고, 1순위로는 ‘학생 본인’이라는 응답이 225명(66.8%)으로 가장 많았고, ‘어머니’ 42명(12.5%), ‘교사’ 33명(9.8%), ‘아버지’ 30명(8.9%), ‘친구’와 ‘기타’ 각 2명(0.6%), ‘형제/자매’ ‘친/인척’ ‘선배’는 각 1명(0.3%)이다. 1순위로는 본인의 선택이 가장 중요했다고는 하지만 2순위부터는 부모의 영향이 적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2순위에서는 ‘어머니’가 82명(30.7%)으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이어 ‘교사’ 54명(20.2%), ‘아버지’ 40명(15.0%), ‘친구’ 34명(12.7%), ‘학생 본인’이 29명(10.9%) 등이다. 3순위에서도 ‘어머니’가 45명(20.7%)으로 가장 많았다. ‘교사 40명(18.4%), ’친구‘ 35명(16.1%), '아버지’ 31명(14.3%), ‘학생 본인’이 27명(12.4%), 선배 19명(8.8%) 등이다. 기타의견으로는 교수/선배 학자(4명), 인턴십 등(2명), 졸업 후 취직 희망 기업의 관계자 등이 있다.

재학중인 대학이 어느 정도 희망했던 대학인지에 대한 질문에는 1순위로 희망한 대학이었다는 응답이 211명(62.6%)으로 가장 많았다. 2순위는 75명(22.3%), 3순위이하는 51명(15.1%)이다.

- 선수이수제(AP)/국제인증교육과정(IB).. 고교-대학 연계성 제고
선수이수제/국제인증교육과정 관련 조사에서는 두 프로그램과 고등교육 프로그램과의 연계성의 제고 필요성을 확인했다. 선수이수제 혹은 국제인증교육과정을 수강한 경험이 있다고 답변한 217명을 대상으로 선수이수제나 국제인증과정에 대학에 와서 본인에게 어떤 도움이 됐는지에 대해 3순위까지 조사한 결과, ‘학업과 진로 계발’이 151명(36.7%)으로 가장 많았다. 다음으로는 ‘관심분야의 집중학습’이 138명(33.5%)으로 선수이수제를 통한 효과를 봤다고 할 수 있다. 반면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응답은 29명(7.0%)이었다.

선수이수제가 도움이 되지 않았다는 29명 중 28명은 이유를 연계성을 꼽았다. 대학에서 인정되지 않는다는 이유다. 실제로 5개 이공계특성화대학(KAIST 포스텍 DGIST 지스트대학 UNIST)에서는 선수이수제를 도입했으나, 일부 종합대학에서는 정착되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도움이 되지 않는 사유로는 대학 공부에 도움이 되지 않았다는 의견은 4명이다. 너무 어려워서 선행학습이 많이 필요하다, 대학에서 배우는 것과 다르다, 현재 전공과 무관하다 등의 응답은 각 1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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