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증원 타격’ 선호도 하락 전망 뒤엎고 경쟁률 상승
[베리타스알파=조혜연 기자] 올해 영재학교 경쟁률이 예상을 뒤집고 상승했다. 한국영재를 제외한 전국 7개 영재학교의 올해 경쟁률(이하 정원내 기준)은 5.96대1(모집 669명/지원 3985명)로 지난해 5.86대1(669명/3918명)보다 지원자가 67명 증가하며 상승했다. 올해 영재학교의 경쟁률은 당초 의대증원의 영향으로 하락할 것이라고 전망됐으나 예상을 뒤엎고 상승한 것이다. 특히 서울과고의 경우 의대열풍이 두드러지는 지역적 특성이 반영돼 이번 신입생 모집에서 직격탄을 맞을 것으로 예상됐지만 오히려 6.18대1로 지난해 5.57대1보다 크게 상승했다. 학교별로 보면 서울과고를 포함한 세종영재 대구과고 광주과고 4개교는 상승, 인천영재 경기과고 대전과고 3개교는 하락하면서 등락이 엇갈렸다.
올해 경쟁률 상승 현상은 영재학교의 경쟁률 하락을 노리고 최상위가 아닌 상위권 중학생까지도 대거 영재학교에 도전한 것이 요인으로 보인다. 다른 6개교보다 3일 뒤에 원서접수를 마감한 서울과고의 경우 앞서 경기과고와 인천영재 등 타 수도권 영재학교의 경쟁률이 하락한 것을 보고 막판 지원이 몰렸을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경기과고는 일반전형이 4.7대1로 지난해 5.42대1보다 하락했고, 인천영재는 7.37대1로 지난해 8.48대1보다 하락했다. 교육 전문가들은 이공계열로 진로가 뚜렷한 경우라면 올해는 영재학교의 메리트가 높아진 상황이라고 봤다. 올해부터 영재학교도 KAIST 등 과기원으로의 조기진학이 가능해진 데다, 서류 블라인드가 강화하면서 교육과정 자체에 차별성을 갖는 영재학교가 대입에서 절대적 우위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 전문가는 “이공계 진학을 노리는 상위권 학생이라면 올해 영재학교 도전은 절호의 기회였을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으론 영재학교에 진학하더라도 의대를 아예 포기하지 않아도 된다는 계산도 깔려 있었을 수 있다. 지난해의 경우 더욱 강력한 의대 진학 제재 방안이 나올 수 있다는 경각심에서 지원을 주저했다면, 최근 들어 영재학교 과고 학생들이 우선 이공특으로 진학, 이후 반수를 통해 의학계열에 도전하는 선택지가 ‘이공계 중도이탈’ 수치를 통해 드러났기 때문이다.
올해 경쟁률 1위는 세종영재가 기록했다. 84명 모집에 632명이 지원하면서 7.52대1이다. 이어 인천영재 7.37대1(75명/553명), 대구과고 6.56대(90명/590명), 서울과고 6.18대1(120명/741명), 광주과고 5.58대1(90명/502명), 경기과고 4.99대1(120명/599명), 대전과고 4.09대1(90명/368명) 순으로 경쟁률이 높다. 광주과고는 전국단위전형과 지역인재전형을 모두 합산, 경기과고는 일반전형과 추천관찰전형을 모두 합산했다.
영재학교 8개교 중 7개교의 원서접수가 모두 마무리된 가운데 한국영재는 유일하게 아직 원서접수를 시작하지 않아 집계에서 제외했다. 한국영재 일반전형의 원서접수 기간은 6월5일부터 12일까지로 7개 영재학교와 달리 독자적으로 입시를 운영하고 있다. 장영실전형은 이미 4월에 원서접수를 끝냈으나 지원현황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원서접수가 끝난 7개 영재학교의 1단계 합격자 발표일은 모두 6월28일이다. 이후 2단계 지필평가는 7월7일에 동시에 실시한다. 지필평가 대비는 각 영재학교가 올해 홈페이지에 공개한 2단계 기출문제를 활용할 수 있다.

<7개교 평균 경쟁률 상승.. ‘피해간 의대증원 타격’>
한국영재를 제외한 영재학교 7개교(경기과고 광주과고 대구과고 대전과고 서울과고 세종영재 인천영재)의 2025학년 경쟁률은 평균 5.96대1(669명/3985)을 기록했다. 동일 기준 지난해 5.86대1(669명/3918명)보다 상승했다. 정원외 경쟁률도 2.82대1(65명/183명)로 지난해 2.57대1(65명/167명)보다 상승했다.
학교별로 보면 세종영재 대구과고 서울과고 광주과고 4개교는 상승, 인천영재 경기과고 대전과고 3개교는 하락했다. 올해 영재학교의 경쟁률은 상승요인과 하락요인이 혼재했다. 하락요인으로는 가장 먼저 의대증원이 꼽힌다. 대규모 의대증원이 확정되면서 의대열풍이 더욱 극대화하고 있는 상황에서 수학과 과학 최상위권을 차지하는 중학생 사이에 의대가 최고 선호도를 가지게 되어 영재학교의 인기가 하락했다고 분석된다. 현재 전국 8개 영재학교는 이공계 인재 양성의 설립 취지를 살리기 위해 의대 진학을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있다. 의학계열에 지원만 해도 징계나 졸업 유예, 교육비/장학금 전액 환수 등의 조치를 취하고 있어 일반고와 자사고 등에 비해 의대 진학이 조건적으로 불리하다.
다만 이공계열로 진로가 뚜렷한 경우라면 영재학교의 메리트는 여전히 크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대입에서 서류 평가영역이 축소될수록 일반고보다는 학생부 교육과정 자체가 특화된 영재학교가 계속해서 유리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더군다나 2028대입개편 이후 내신의 영향력이 줄어들면 학생부의 정성평가 영역이 중요해지는 만큼 영재학교의 이점이 더욱 부각될 수 있다. 영재학교의 조기진학이 허용된다는 점도 매력적인 포인트가 된다. 올해는 한국영재만 조기진학이 가능하지만 내년부터 타 영재학교로도 조기진학 허용범위를 확대할 것을 시사했기 때문이다. 최근 KAIST가 영재학교의 조기진학 허용에 맞춰 7년 만에 박사학위를 취득할 수 있는 속진교육 프로그램을 도입하는 등 이공계 인재 양성 트랙도 활성화되는 추세다.
<‘최고’ 세종영재 7.52대1.. 인천영재 대구과고 톱3>
7개 영재학교 중 올해 최고 경쟁률은 세종영재가 기록했다. 세종영재의 경쟁률은 최근 3년간 상승하고 있는 추세다. 2023학년 7.25대1(84명/609명), 2024학년 7.37대1(84명/619명), 2025학년 7.52대1(84명/632명)이다. 반면 정원외 사회통합전형의 경우 등락을 반복하고 있다. 2023학년 3대1(4명/12명), 2024학년 6.5대1(4명/26명), 2025학년 4대1(4명/16명)의 추이다.
2위는 인천영재다. 올해 인천영재의 경쟁률은 7.37대1(75명/553명)로 지난해 8.48대1(75명/636명)보다 하락했다. 올해 인천영재는 지역인재 선발의 성적 기준을 상향조정하면서 지원자가 다소 감소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엔 2단계 평가 결과 150명 이내에 들면 지역인재 선발 자격이 주어졌으나, 올해는 112등 이내로 기준이 올랐다. 정원외 경쟁률 역시 하락했다. 4.88대1(8명/39명)로 지난해 6대1(8명/48명)보다 하락했다.
이어 대구과고의 경쟁률이 6.56대1(90명/590명)이다. 지난해보다 지원자가 100명 이상 증가하면서 상승폭이 크다. 지난해엔 동일인원 모집에 482명이 지원하면서 5.36대1을 기록했다. 대구과고의 경쟁률은 중복지원이 금지된 이후 계속해서 등락을 반복하며 아직 정상화과정을 찾아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2022학년 5.09대1(90명/458명), 2023학년 7.89대1(90명/710명), 2024학년 5.36대1(90명/482명), 2025학년 6.56대1(90명/590명)의 추이다. 정원외 경쟁률은 올해 3.44대1(9명/31명)로 지난해 2.22대1(9명/20명)보다 상승했다.
4위는 서울과고다. 서울과고는 6.18대1(120명/741명)을 기록했다. 지난해 5.57대1(120명/668명)보다 다소 큰 폭으로 경쟁률이 상승했다. 서울과고는 올해 타 영재학교보다 원서접수를 늦게 마감하면서 막판 지원자가 몰린 것으로 보인다. 6개 영재학교의 마감일은 24일, 서울과고의 마감일은 27일로 차이가 있었다. 서울과고의 경쟁률은 2022학년 6.01대1(120명/721명), 2023학년 6.89대1(120명/827명), 2024학년 5.57대1(120명/668명) 등 지난해 하락했다가 올해 상승했다. 정원외 경쟁률은 1.42대1(12명/17명)로 지난해 1.5대1(12명/18명)과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다.
광주과고가 그 다음으로 경쟁률이 높다. 전국단위전형이 6.8대1(45명/306명), 지역인재전형이 4.36대1(45명/196명)로 합산 5.58대1(90명/502명)이다. 전국과 지역인재 모두 지난해보다 상승했다. 지난해 전국단위는 5.82대1(45명/262명), 지역인재는 4.07대1(45명/183명)이었다. 정원외 선발 대상자도 포함된 수치다. 추가 선발의 기회를 갖게 되는 정원외 대상자는 올해 3명이 더 늘었다. 지난해엔 18명, 올해는 21명이 지원했다. 각 2대1 2.33대1 수준이다.
경기과고가 6위다. 일반전형이 4.7대1(110명/517명), 특기자 성격의 추천관찰전형이 8.2대1로 합산 4.99대1(120명/599명)이다. SW/AI 분야 특기자를 선발하는 추천관찰의 경쟁률은 첫 모집에서 8대1을 넘긴 높은 경쟁률을 기록했으나, 일반전형의 지원자가 대폭 줄면서 최종 경쟁률 하락을 견인했다. 모집인원이 120명에서 110명 내외로 10명 줄어든 영향도 있지만 수도권 지역 특성 상 의대증원의 직격탄을 맞은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일반전형의 경쟁률은 120명 모집에 650명이 지원, 5.42대1이었다. 정원외는 2.58대1(12명/31명)로 지난해 1.83대1(12명/22명)보다 상승했다.
대전과고의 경쟁률이 7개교 가운데 가장 낮다. 4.09대1(90명/368명)로 지난해 4.64대1(90명/418명)보다 하락했다. 올해는 대전과고가 3단계 영재성다면평가에서 SW/AI 관련 평가과제를 신설하는 변화가 있는데, 이에 따라 해당 분야로 지원자 풀이 좁혀진 것으로 보인다.
<영재성검사 내달 7일.. 2024기출문제 참고 가능>
2단계 영재성검사 일정은 7월7일로 7개교가 통일했다. 한국영재만 7월14일에 별도로 실시한다. 영재학교의 지난해 기출문제는 각 홈페이지에 공개됐다. 교육부가 2020년 발표한 ‘영재학교/과학고 입학전형 개선방안’에 따른 조치다. 교육과정 범위 문제 출제 방지를 위해 정답 개방성이 높은 ‘열린 문제’ 위주로 출제되고 있다.
지난해 경기과고의 2단계 영재성검사는 유형Ⅰ과 Ⅱ로 나뉘어 출제됐다. 유형Ⅰ으로 단답/서술형 중심으로 20문제가 출제됐고, 유형Ⅱ로 정답 개방성이 높은 ‘열린 문제’를 중심으로 한 4문제가 출제됐다. 지원자의 논리성 독창성 등을 복합적으로 평가한 문제다.
지난해 서울과고의 2단계 전형은 총 3교시로 나눠 실시됐다. 1교시엔 영재성/사고력검사, 2~3교시엔 창의성문제해결력검사를 진행했다. 영재성/사고력검사는 전체 24문제로 국어 수학 사회 과학 등이 융합적으로 출제됐다. 창의성문제해결력검사는 수학과 과학 문제로 2교시엔 8문제, 3교시엔 4문제로 구성됐다. 문제에 따라 소문항 여러 개로 구성됐다.
대구과고 광주과고 대전과고 세종영재 인천영재 5개교는 2단계 문제를 공동출제해 기출문제가 상당부분 일치한다. 지난해 세종영재의 2단계 영재성평가는 수학 과학 두 개 영역으로 진행됐다. 시험시간은 영역당 100분이 주어졌으며 수학 역량평가는 7문항, 과학 역량평가는 10문항이 출제됐다. 배점은 문항에 따라 다르다. 수학은 주어진 명제를 충족할 수 있는 값을 모두 찾아내고, 그 과정을 설명하도록 하는 문항이 주를 이뤘다. 과학의 경우 문항마다 실험 상황을 제시하고 실험 방법, 통제해야 하는 변인, 예상되는 실험 결과, 정확하지 않은 실험 결과에 대한 반박, 이를 증명할 수 있는 추가 실험 방법 등을 물었다. 고도의 사고력이 필요한 문항으로 구성됐다.
인천영재는 1교시 수학 6문항, 2교시 과학 9문항을 출제했다. 검사시간은 각 100분이 주어졌다. 광주과고는 1교시 수학 8문항, 2교시 과학 10문항을 출제했다. 마찬가지로 검사시간은 영역당 100분이 주어졌다. 대전과고는 1교시 수학 7문항, 2교시 과학 9문항을 출제했다. 대구과고는 두 개 영역으로 나눠 영역Ⅰ은 수학 7문항이 출제됐고, 영역Ⅱ는 과학 10문항이 출제됐다.
영재학교의 입학전형 영향평가는 3년 차에 접어들었지만 올해 역시 실효성이 없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특히 이미 10년 넘게 시행하면서 업그레이드되어온 대학의 영향평가보고서와 비교하면 갈 길이 멀다는 평가다. 상위대학의 영향평가보고서를 보면, 수시 모집요강 2개월 전부터 전년 대학별 고사 기출문항을 100% 공개하는 것은 물론, 문항분석 출제의도 모범답안까지 일목요연하게 정리해 투명하게 제공한다. 수험생 입장에선 시험 대비를 위한 가장 정확한 자료인 셈이다. 하지만 영재학교의 경우 단순 문제지만 공개해 여전히 미흡함을 드러내고 있다. 문항분석과 모범답안, 출제 가이드라인 등의 자료가 전혀 포함되지 않아 수요자 사이에선 ‘문제지 들고 학원으로 찾아가야 한다’는 소리가 나온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