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4 의대행 영재학교/과고 54명.. ‘연대 의대’ 영재학교/과고 출신 20.3%

[베리타스알파=조혜연 기자] 이공계 인재 양성을 목표로 막대한 국고 지원을 받는 영재학교와 과고 출신의 의대 진학문제가 여전히 심각한 것으로 드러났다. 강득구(더불어민주) 의원이 교육부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가장 최근인 2024학년 서울대 의대 정시 합격생 39명 가운데 영재학교/과고 출신이 10명으로 합격자의 25%를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학생부 종합평가인 수시에선 합격자가 1명으로 저조했으나, 정량평가 중심의 정시에선 영재학교 과고 출신이 전체 합격자 40명 중 10명이나 되며 강세를 드러낸 것이다. 영재학교 과고 출신 서울대 의대 정시 합격 인원은 2022학년 9명, 2023학년 5명, 2024학년 10명으로 최근 3년래 최다치를 기록했다. 재수나 반수를 통한 정시의 경우 학교 측에서도 별다른 제재를 취할 수 없다는 점에서 영재학교와 과고 출신의 의대 진학 통로로 굳어지는 분위기다. 영재학교와 과고는 재학 중 정시 대비가 어려워 상당수가 재수생일 것으로 추정된다.

최고 선호도를 보이는 빅5 의대 중 성균관대 의대를 제외한 빅4(서울대 연세대(서울) 가톨릭대 울산대)로 범위를 넓혀보면 심각성이 더해진다. 빅4의대 합격생 중 영재학교 과고 출신은 2024학년에만 총 54명이나 됐다. 전체 합격인원 396명의 13.6%를 차지한다. 특히 연대 의대의 경우 전체 합격자 123명 중 20명이 영재학교, 5명이 과고 출신으로 20%를 넘겼다. 연대 의대 신입생 5명 중 1명이 영재학교/과고 출신으로 채워졌단 의미다. 가톨릭대는 95명 중 15명(15.8%), 서울대는 138명 중 11명(8%), 울산대는 40명 중 3명(7.5%)이 영재학교 과고 출신이었다.

올해는 의대 증원과 함께 영재학교 과고 출신의 의대 진학문제도 더욱 심각해질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정부가 정량평가 확대 방침을 이어가는 이상 영재학교 과고 출신에게도 의대 진학의 문호가 넓어진 상황이기 때문이다. 업계에선 “수학과 과학의 비중이 높은 통합형 수능에서는 영재학교와 과고 출신이 최상위권 점수를 획득하기에 유리하다. 수학과 과학 역량을 바탕으로 한 수시 논술전형 역시 유리하다. 사실상 마음만 먹으면 의대 진학이 가능한 구조”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현재 의대 입시 구조에서는 수학과 과학에 우수한 실력을 가진 영재학교 과고 출신의 N수생이 최우선 선발대상에 오를 수밖에 없다고 분석할 수 있다.

더군다나 학교 측의 의대 진학 제재를 피하기 위해 우선 이공계특성화대로 진학, 이후 곧바로 재수나 반수에 돌입해 의대로 재진학하는 ‘꼼수’까지 대두되고 있는 만큼 영재학교 과고 출신의 의대 진학을 막을 수 있는 근본적인 해결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대학에 진학 후 반수하는 사례가 많아지면서 영재학교는 물론 결국 이공특까지 피해가 확대되고 있다는 것이다. 한 대학 관계자는 “이공특이 의대를 향한 징검다리로 활용되는 양상이다. 신입생의 중도이탈이 확대되면 교육 커리큘럼이 제대로 운영되지 않을 뿐 아니라 대학 측의 예산 삭감도 불가피하다. 이공특에 정말 뜻이 있는 다른 학생을 선발하지 못한 기회비용까지 고려하면 피해가 막심한 상황”이라고 호소했다.

이공계 인재 양성을 목표로 막대한 국고 지원을 받는 영재학교와 과고 출신의 의대 진학문제가 여전히 심각한 것으로 드러났다. /사진=서울대 제공
이공계 인재 양성을 목표로 막대한 국고 지원을 받는 영재학교와 과고 출신의 의대 진학문제가 여전히 심각한 것으로 드러났다. /사진=서울대 제공

<2024 ‘영재학교/과고’ 빅4 의대행 54명.. 최근 3년간 117명>
영재학교 과고 출신의 의대 진학 문제가 해결되고 있지 않고 있다. 강득구 의원이 교육부로부터 받은 ‘최근 3년간 의대 합격자 중 영재학교/과고 출신 인원’ 자료에 따르면, 최고 선호도를 가진 빅4 의대(서울대 연대(서울) 가톨릭대 울산대) 합격생 가운데 영재학교 과고 출신이 54명으로 13.6%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빅5 중 답변을 제공하지 않은 성대 의대는 제외한 결과다. 최근 3년간으로 범위를 넓히면 2022학년 64명(16.4%), 2023학년 59명(15.1%)까지 총 117명(15%)이 영재학교 과고 출신이었다. 

가장 최근인 2024학년 기준 영재학교 과고 출신 비율이 가장 높은 곳은 연대(서울) 의예다. 최종 합격생 123명 중 영재학교 출신이 20명, 과고 출신이 5명 총 25명으로 20.3%를 차지한다. 2022학년 33명(영재 23명/과고 10명, 28.4%), 2023학년 31명(24명/7명, 26.5%)에 이어 줄어드는 추세이긴 하나, 그럼에도 여전히 5명 중 1명은 영재학교 과고 출신으로 의대 정원이 채워지고 있는 셈이다. 

가톨릭대 의대에는 2024학년 영재학교 13명, 과고 2명으로 총 15명이 합격했다. 전체 합격생 95명의 15.8%를 차지하는 규모다. 가톨릭대 의대는 2022학년 11명(영재 7명/과고 4명, 11.3%), 2023학년(13명/1명, 14.6%)에 이어 최근 영재학교/과고 출신의 비중이 계속해서 늘고 있다. 정시 수능전형과 함께 영재학교 과고 출신의 최대 의대 진학 통로로 활용되는 수시 논술전형 모집인원이 19명으로 가장 큰 영향이다.

서울대 의대는 2024학년 합격자 138명 중 영재학교 과고 출신이 합산 11명으로 8%에 달했다. 2022학년 14명(10.1%)에서 정시 지균 신설, 정시 교과 반영 등의 변화가 있던 2023학년엔 9명(6.5%)으로 일시적으로 줄었으나, 2024학년에는 11명(8%)으로 다시 확대됐다. 그중 수시 합격생이 1명, 정시 합격생이 10명으로 정시 중심의 합격이 두드러졌다. 

울산대 의대는 2024학년 기준 영재학교 출신이 1명, 과고 출신이 2명으로 3명에 그쳤다. 전체 합격생 40명의 7.5%에 해당하며, 빅4 중 가장 적다. 울산대 의대의 경우 논술전형의 폐지와 함께 영재학교 과고 출신의 비중이 줄어든 것으로 보인다. 수학 과학의 심화 역량을 바탕으로 하는 논술전형의 경우 영재학교와 과고 출신들에게 유리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정원의 30%를 논술전형으로 선발하던 2022학년 6명(15%)이던 영재학교 과고 출신은 논술 모집인원을 절반으로 감축한 2023학년 5명(12.8%)으로 소폭 감소했고, 아예 폐지한 2024학년에는 3명(7.5%)으로 다시 줄었다. 

<‘영재학교/과고 출신’ 2024서울대 의대 정시 합격자 10명.. 수시 1명>
실제 영재학교 과고 출신의 최상위 의대 진학은 정시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2024학년 서울대에 합격한 영재학교 과고 출신 11명의 입학전형을 살펴보면 수시가 1명, 정시가 10명으로 정시가 압도적으로 많았다. 정원 내외 합산 정시 선발인원 39명 중 영재학교 과고 출신이 10명으로 25%를 차지한다. 최근 3년간 추세를 살펴봐도 2022학년에는 수시 5명, 정시 9명 등 총 14명, 2023학년에는 수시 4명, 정시 5명 등 총 9명으로 매년 정시에서 영재학교 과고의 합격이 두드러졌다. 

서울대 의대의 경우 2023~2024학년엔 수시에서 95명, 정시에서 40명가량을 선발했다. 수시 선발 비중이 70%, 정시가 30%로 수시의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지만 영재학교 과고 출신의 비중은 반대가 되는 모습이다. 2022학년엔 수시에서 105명, 정시에서 30명을 선발했다. 수시 80%, 정시 20% 수준이었다. 

영재학교 과고 출신의 의대 ‘정시’ 진학인원은 N수생일 가능성이 높다. 연구활동을 중심으로 진행되는 영재학교 과고 교육 특성상 재학생의 정시 대비는 어렵기 때문이다. 실제 강 의원이 교육부로 받은 ‘영재학교 의약계열 진학현황’ 자료를 살펴보면, 재학생의 경우 의약계열 진학 역시 수시를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다. 2024학년 전국 8개 영재학교의 의약계열 진학자 58명 가운데 수시가 50명, 정시가 8명이었다. 의대 외 약대 치대 한의대까지 포함한 수치다. 

영재학교 과고 재학생 사이에서는 의대 진학을 위해선 학교와 마찰을 빚을 수 있는 수시보다 졸업 후 학교 통제를 벗어나 N수에 도전하는 편이 낫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영재학교와 과고가 의약계열 진학 희망자에게 교육비 및 장학금 환수, 진로진학지도 미실시 등 페널티를 부여하는 만큼 이를 피하기 위해 졸업 후 반수나 재수를 통해 정시로 진학하고 있다는 것이다. 서울대 의대 수시 합격인원이 2022학년 5명, 2023학년 4명, 2024학년 1명으로 계속 줄었다는 점에서 재학생의 의대 진학 제재는 효과가 있었다고 볼 수 있지만,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데는 한계가 있던 셈이다.

<‘의대 2000명 증원’ 영재학교/과고 의대 이탈 늘어나나.. 정부 차원 제재조치 ‘시급’>
문제는 당장 올해부터 의대의 2000명 증원이 확정되면서 영재학교/과고의 의대 이탈이 더욱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올해 역시 수학과 과학에 유리한 통합수능 체제는 물론, 40%까지 확대된 정시 비율도 그대로 유지되는 만큼 영재학교 과고 출신이 사실상 마음만 먹으면 의대 진학이 가능한 구조라는 것이다. 이미 올해는 이공계 대학생부터 이탈이 심화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대는 물론 이공특에서는 3월 개강 첫 주부터 휴학 또는 자퇴를 잇달아 신청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영재학교/과고 출신의 의대 진학을 막을 수 있는 근본적인 해결책은 이공계의 처우를 개선하고 사회적인 인식을 바꾸는 것이지만, 단기적으로는 의대를 향한 무한N수 도전을 막을 수 있는 대책이 필요하다는 데 전문가들의 의견이 모인다. 최상위 이공계 인재들이 의대 진학을 목표로 다년간 수능 준비에만 전념하는 것은 분명한 사회적 손실일 뿐 아니라, 첨단 인재 양성을 위해 막대하게 투자되는 국가 지원금 역시 낭비된다는 것이다. 한 교육전문가는 “영재학교/과고의 의대 진학 문제를 학교 대책에 미뤄두고 더 이상 방치할 상태가 아니다. 대입제도 개편과 함께 의대 측의 제재조치까지 선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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