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간 학교당 2억원 지원.. 교장공모제도 도입

[베리타스알파=조혜연 기자] 교육부가 올해 ‘자율형 공립고 2.0(이하 자공고2.0)’에 선정된 40개교에 학교당 5년간 매년 2억원을 지원하겠다고 29일 발표했다. 교육과정 교사정원 등에 대한 규제를 자사고와 특목고에 상응하는 수준으로 완화하고 개방형 교장공모제도 도입한다. 과거 일반고와 큰 차이가 없어 실효성이 미미했던 자공고 제도를 한층 업그레이드해 지역 명문고로 양성하겠다는 게 목표다. 이주호 교육부장관은 전날 열린 교육발전특구 결과 발표 브리핑에서 “2009년 도입 당시 자공고가 주목을 받지 못했던 이유 중 하나는 과감하게 규제 개혁을 하지 못했기 때문”이라며 “이번엔 자공고의 규제 개혁과 권한 이양을 통해 더 많은 자율을 부여하고 과감한 혁신이 가능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올해 지정된 자공고2.0 40개교 가운데 눈길을 끄는 고교는 단연 충북 청원고와 파주 운정고다. 우수한 대입실적으로 이미 수요자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데 여기에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까지 힘입어 날개를 달 것이라는 게 교육계 전망이다. 충북 청원고는 가장 최근인 2024학년 대입에서 수시 11명, 정시 5명 등 총 16명이 서울대에 합격했고, 파주 운정고는 수시 6명, 정시 8명 등 총 14명이 서울대에 합격했다. 이외 의대 진학 실적이 두드러지는 대구 포산고와 매년 꾸준히 서울대 합격자를 배출하는 충주고 역시 주목된다. 한 교육전문가는 “국내 교육현실을 고려하면 지역인재 유출을 막기 위해선 지역 내에서도 대입이 충분히 대비될 수 있다는 인식이 자리잡는 것이 기본 전제”라며 “결국 대입실적이 우수한 학교가 강력한 지역 명문고로 부상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올해 추진되는 자공고2.0은 종전의 자율형 공립고와 달리 지자체뿐 아니라 대학 기업 등 지역의 여러 주체와 협약을 체결할 수 있다. 협약기관이 보유한 인적물적 자원을 활용해 인문학 과학 인공지능 등 특성화된 프로그램을 운영하거나, 학교 구성원이 희망하는 진로체험 혹은 각종 심화학습 프로그램 등을 자율적으로 편성할 수 있다. 이번 ‘자공고2.0’ 시범운영 신청 공모에는 총 9개 시도의 40개교가 지정을 희망했으며, 교육부는 선정평가 결과에 따라 금번에 신청한 모든 학교를 자공고2.0으로 지정하고 재정지원과 함께 다양한 특례를 적용할 예정이다.

선정된 자공고2.0은 강원 3개교(상동고 원주고 춘천고), 경기 2개교(군포중앙고 운정고), 경북 5개교(구미고 안동여고 울릉고 포항고 포항여고), 광주 5개교(광주고 광주제일고 상일여고 수완고 전남고), 대구 5개교(강동고 경북여고 군위고 다사고 포산고), 부산 2개교(경남고 부산장안고), 전남 11개교(광양고 나주고 남악고 도초고 매성고 목포고 봉황고 순천고 여수고 영암고 해남고), 충남 3개교(공주고 금산여고 대산고), 충북 4개교(제천제일고 청원고 청주고 충주고) 등 40개교다.

교육부가 올해 자공고2.0에 선정된 40개교에 학교당 5년간 매년 2억원을 지원하겠다고 29일 발표했다. /사진=교육부 제공
교육부가 올해 자공고2.0에 선정된 40개교에 학교당 5년간 매년 2억원을 지원하겠다고 29일 발표했다. /사진=교육부 제공

<자공고2.0 출범.. 한수원 한전 등 지역 기관과 협약>
자공고2.0이 출범한다. 지정된 40개교 가운데 학교별 추진계획에 따라 23개교는 올해 3월부터, 17개교는 9월부터 운영을 시작한다. 자공고2.0은 학교당 5년간 매년 2억원(교육부-교육청 대응투자)을 지원받고, 교육혁신 모델을 적용할 수 있도록 교육과정 자율성 부여 등 특례를 적용받는다. 다양하고 창의적인 교육과정 운영을 위해 교장공모제 실시, 교사 정원의 100%까지 초빙, 교사 추가 배정 허용 등 교육청의 인적 지원도 받을 수 있다. 교육부는 학교와 기관이 협약을 통해 달성하고자 하는 교육혁신 모델을 구현하고, 교육발전특구와도 적극 연계할 수 있도록 희망하는 모든 학교에 전문가 컨설팅을 제공하고, 교육모델 혁신에 걸림돌이 되는 각종 규제완화 수요도 적극 발굴해 제도 개선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자공고2.0의 가장 큰 차별점은 지자체뿐 아니라 대학 기업 법인 등과 협약을 체결해 자유롭게 교육과정을 운영할 수 있다는 점이다. 교사 배치도 자유로워진다. 정원의 100%를 초빙 임용할 수 있고, 교원의 추가배정과 산학겸임교사의 임용 지원도 가능하다. 김연석 책임교육정책실장은 “이번에 선정된 40개교가 교육혁신을 선도하고 지역의 정주여건을 개선해 장기적으로 지역 소멸의 위기를 극복하는 첫 단추가 되기를 기대한다”며 “자율형 공립고가 만드는 공교육의 변화가 현장에 안착되고 확산될 수 있도록 적극 소통하고, 지원도 아끼지 않겠다”고 말했다. 

이번 자공고2.0와 손을 잡는 기관은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 한국전력(한전) 한국에너지공대(켄텍) 등이다. 부산장안고는 한수원 고리본부와 협력해 과학중점 특화형 교육모델과 과학기술 인재양성 맞춤형 프로그램을 도입한다. 세부적으로 원자력 관련 과학중점 교육과정을 운영하고, 교원-전문 연구인력 협업을 통해 과학 분야 학교장 개설과목을 신규로 개발하겠다고 밝혔다. 전공 특화형 과학 중점 동아리 10개 이상, 국내외 과학 분야 유수 전문가 특강 등도 추진할 계획이다. 결과적으로는 일광신도시를 비롯한 인근 지역의 교육 여건을 개선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나주고 봉황고 매성고는 한전을 비롯한 나주혁신도시 입주기관, 켄텍 등 지역대학과 협력해 지역특화형 공동교육과정을 운영할 방침이다. 전력/반도체분야는 한전과 켄텍, 정보보안분야는 한국인터넷진흥원과 동신대, K-콘텐츠/글로벌분야는 나주교육진흥재단과 한국콘텐츠진흥원 등과 손을 잡는다. 세부적으로 나주고는 3개 고교의 공동교육과정 개발 거점고 역할을 한다. 전력/반도체의 특화교육과정을 개발하고, 토론중심교육 AI디지털교육을 통해 수업 개선도 추진한다. 매성고는 정보보안 특화과정을 개발하고 현장실습-진로체험-산학연계로 이어지는 실무형 과목을 신설한다. 봉황고는 K-콘텐츠 특화과목 개발과 함께 IB연계형 교육과정, 해외 고교/대학과의 문화교류 수업 등 글로벌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공주고는 역사/문화도시인 공주시의 특성을 반영해 인문문화예술 교육과정과 역사문화 교류 프로그램 개발에 주력할 예정이다. 경북 안동여고는 글로컬대학30에 선정된 국립안동대와 연계해 인문학/바이오 관련 지역 인재육성 프로그램을 운영하겠다고 밝혔다. 지역 내 바이오 산업단지 의약 연구소와도 연계해 전문인력을 고교 교수인력(산학겸임교사, 강사)으로 초빙, 바이오 제약 교과 및 교육과정을 개발/운영하고, 인턴십 프로그램, 산업체-고교 협력 공동 연구 프로젝트를 추진한다. 포항고와 포항여고는 포스텍을 비롯 지역 연구기관과 협업해 STEAM/첨단과학 프로그램을 운영, 글로벌 창의융합인재를 육성한다는 계획이다. 

<기존 자공고 18개교도 유지>
자공고는 공립고이면서 교과운영의 자율성을 보장받는 학교 유형으로 2009년 도입됐다. 서울의 경우 교육소외 지역 학교들의 육성차원이었지만, 지방의 경우 과거 명문고들이 대거 선정됐다. 재단의 전입금을 기반으로 운영되는 자사고와 달리 국가가 예산을 지원한다는 차이다. 청원고와 충남고처럼 뚜렷한 대입실적을 내며 지역 명문고의 역할을 하는 자공고도 일부 있었지만 대부분 일반고와 크게 다르지 않아 수요자들 사이에서는 자공고에 대한 의미가 퇴색됐던 것이 사실이다.

지난해까지 운영됐던 34개 자공고 중 올해 2.0으로 선정되지 않은 18개교도 일반 자공고 유형을 유지한다. 다만 자공고2.0에 비해 자율성의 범위는 좁다. 일반 자공고는 경북 10개교(경산고 봉화고 북삼고 상주여고 안동고 영주제일고 울진고 율곡고 인동고 점촌고), 대전 5개교(대전고 대전노은고 대전송촌고 대전여고 충남고), 부산 2개교(부산남고 사상고), 세종 1개교(한솔고)가 해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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