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5 ‘합격선 굳건’ 지방 하락 예상
[베리타스알파=신현지 기자] 정부가 2025대입부터 의대 정원을 2000명 늘리겠다고 밝히면서 대입지형 역시 대규모 지각변동이 불가피해 보인다. 당장 올해 진행되는 2025입시부터 정원이 증원되면서 수요자들은 예고된 변화에 주목해야 한다. 교육계는 의대 증원에 따라 △N수생과 사교육 폭증 △합격선 변화 △교육특구 중심 양극화 등에 영향을 줄 것이라고 분석한다. 늘어난 의대 문호에 교육특구를 중심으로 N수와 사교육 수요 증가는 예견된 결과다. 게다가 의대 정원도 늘어나지만 그만큼 자연계 최상위권 N수생 역시 크게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면서 합격선 예측 역시 힘들어졌다.
교육계는 N수생 폭증과 사교육비 폭증은 확실시된 사항이라고 입을 모은다. 의대 증원과 결합해 최대 폭발력을 갖는 정시40%가 유지된 가운데 의대 확대로 입결이 하락할 것을 기대한 수험생까지 합류하면서 역대 최대 N수생을 또 한 번 경신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N수 폭증은 비단 수험생만의 문제가 아니다. 대학원생과 직장인까지 의대 입시에 뛰어들면서 사상 최대의 블랙홀이 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특히 지역인재를 노린 전문반과 의대 특별반 등 사교육 수요가 증가하면서 사교육비 폭증도 예견된 결과라 분석된다.
수요자들이 집중하는 변화 중 하나는 바로 의대 합격선이다. 대규모 증원에 따라 입결 하락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N수생, 심지어 직장인까지 의대 입시에 뛰어드는 배경 중 하나이기도 하다. 전문가들은 지방 의대의 경우 입결 하락이 예상되지만 빅5 의대 등 최상위권 의대의 경우 오히려 합격선이 굳건히 유지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정부가 비수도권 의대를 중심으로 정원을 확대하기로 한 가운데 지방 의대의 경우 정시 등 정량평가 전형의 합격선 하락이 예상된다. 하지만 의대 문호가 열린 만큼 최상위권 N수생 역시 늘어나게 된다. 이때 증원 증가 폭보다 시장 참여자(N수생/직장인 등)가 늘어난다면 상위권 의대 입결엔 변화가 없을 것이라고 분석된다.
장기적으로는 빅5를 노린 교육특구와 지역인재를 노린 지방으로 의대 입시가 이원화할 것으로 보인다. 이미 정시가 40%까지 늘어나면서 사교육을 중심으로 교육특구가 의대 입시에서 뚜렷한 성과를 보이고 있다. 여기에 의대 문호까지 확대되면서 교육특구에서 빅5를 노린 N수 역시 폭증할 것으로 예상된다. 반대로 장기적으로는 지역인재를 노리고 지방으로 이주하는 수요 역시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의대 모집인원의 60% 이상을 지역인재로 충원하겠다고 밝히면서 경쟁률과 입결이 상대적으로 낮은 지역인재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졌기 때문이다. 특히 현재는 고교 3년만 지방에서 거주하면 되지만 2028학년부터는 중고교 6년을 거주해야 지역인재 자격을 충족하게 된다. 일찍이 초등학교 때부터 지방으로 이주하는 경우가 늘어남에 따라 고교 입시와 지방 중학교 전/입학에도 영향을 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지방의대 합격선 하락 예상.. 상위권 의대 ‘영향 미미할 듯’>
교육계는 의대 정원이 확대됨에 따라 지방의대를 중심으로 합격선에 큰 변화가 있을 것이라고 분석한다. 정량평가 방식의 전형에서 합격선이 크게 하락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정량평가 전형인 교과전형과 수능전형의 경우 모집인원 증감에 따라 합격선이 크게 출렁거리는 전형이다. 성적만으로 줄을 세우다 보니 지원자 수나 성적대에 따라 입결도 크게 달라진다. 종로학원에 따르면 대학별 공시(어디가) 기준 2023학년 전국 의대 지원 가능 점수는 정시 70%컷 국수탐 세 과목 평균 기준 95.3점이다. 이때 의대 정원을 2000명 증원하면 합격선이 1.3점 하락한 94점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의대 합격선이 내려가면 현재 일반 대학 자연계 학과 중에서도 일부 학과들은 의대 지원이 가능해진다. 현재 의대 합격선인 95.3점을 가진 대학 내 상위 학과는 SKY 26개 학과, 서성한 3개 학과다. 하지만 의대 증원이 2000명 증원되면 62개(68.1%) 학과가 의대 합격선 안으로 들어오게 된다”고 분석했다. 합격선이 내려가면 그만큼의 하위 학과 역시 의대 지원/합격이 가능해진다는 얘기다.
다만 의대 정원 확대로 N수생들이 폭증하게 되면 최상위권 N수생 역시 늘어나 되레 입결 하락이 크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특히 빅5의대 등 최상위권 의대의 경우 입결이 굳건할 것이라는 분석이 제시된다. 한 대형학원 팀장 이씨는 “의대 증원이 서울 외 지역에서 더 많이 이뤄질 텐데 그럼 의대 안에서도 내부 서열이 공고화될 것 같다. 학생들의 수요와 가치가 높은 수도권 의대의 경우 입결이 탄탄해지고 지방의대의 입결은 하락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김한은 가톨릭대 사정관은 “의대 정원 확대에 따른 입결 하락은 교과전형과 수능전형에서의 체감이 될 것인데 정원 증가가 얼마나 되느냐에 따라서 미미할 수도 있다”며 “특히 정원 증가 폭보다 N수생 폭증 등 시장 참여자가 훨씬 늘어난다면 의대 합격선이 크게 하락하지 않을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지방의대의 입결이 낮아지면서 상대적으로 서울대 공대가 더 탄탄해질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 팀장은 “현재는 의대 입결이 높고, 공대 입결이 낮기 때문에 공대를 지망하던 학생도 성적이 높게 나오면 점수를 남기기 싫어하면서 의대를 생각해보고 진학하게 된다. 다만 지방의대의 입결이 낮아지면 상대적으로 이공계열, 특히 서울대 이공계열이 탄탄해지는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도 “대신 서울대 외의 대학의 이공계열은 무조건 하락할 것으로 예상된다. 가치에서 살아남는 건 최상위대학 하나 정도일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예고된 N수 폭증.. ‘장기 수험생 넘어 직장인까지 합류 예상’>
실제로 교육계는 의대 정원 확대로 인해 N수생은 물론 직장인까지 의대 입시에 뛰어들 것이라고 분석한다. 이 팀장은 “수시N수생이든 정시N수생이든 N수생이 상당히 늘어날 것은 확정적이다”며 “장기적으로는 N수생이 원하던 의대 정원을 늘려줌으로써, 적체를 해소하는 영향도 있다”고 분석했다. 종로 임 대표는 “의대 모집인원이 늘어날 경우 그 규모에 따라 의대 지원권에서 다소 거리가 있었던 학과도 의대 관심권으로 대거 들어올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했으며 이만기 유웨이 교육평가연구소장은 “이번 의대 증원을 적용 받는 예비 고3의 경우 문과생 중에서도 남은 시간에 미적분을 공부해 의대로 지원하려는 케이스가 나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특히 의대 확대와 결합해 최대 폭발력을 갖는 정시40%가 유지되면서 N수생 확대는 예고된 결과다. 정시 확대 기조가 유지되면서 N수생은 나날이 사상 최대를 기록하고 있을 뿐 아니라 올해의 경우 의대 정원 확대로 입결이 하락할 것을 기대한 수험생까지 합류하면서 역대 최대 N수생을 또 한 번 경신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자연계열뿐 아니라 인문계열도 의대열풍에 합류하거나 N수 대열에 합류하는 등 수험생들의 수 싸움도 지금보다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의대 쏠림은 정시40%와 맞물려 N수생 폭증을 만들어냈다. 이미 의약계열 신입생 중 상당수가 ‘늦깎이 신입생’인 것으로 나타났다. 종로학원이 한국교육개발원 교육통계를 분석한 결과 2023학년 의약계열 신입생 중 만 25세 이상은 796명이다. 8년 전인 2015학년의 219명보다 4배 증가한 수치다. 한 교육관계자는 “의대확대가 발표되면 직장인, 대학생 이탈은 불 보듯 뻔한 결과 아니겠나”며 “가장 큰 문제는 의대 증원 발표가 이뤄질 것이라는 확실한 상황에서도 교육부가 내놓은 재수생 쏠림 대책은 전무하다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대입 현장에서도 직장인들의 의대 재도전을 가장 우려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한 입학사정관은 “1점대 극 초반으로 입시를 마무리했던 전국의 수많은 직장인들도 의대 입시에 참여하게 되지 않을까 걱정이다. 이렇게 되면 현 고3들이 억울한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학생 수가 많았던 시절에 1등급을 받는 것과 지금 학교 내 학생 수가 많이 줄어든 상황에서 1등급(4%) 받는 것은 체감이 다르기 때문이다”라며 “따라서 개인적인 견해로는 교과전형은 어느 정도 졸업연도 제한이 필요하지 않나 생각도 든다. 물론 수능최저가 있으면 N수생이 꼭 유리한 것만은 아니긴 하지만 1.00의 내신으로 졸업하는 학생은 평생 그 내신을 써먹을 수 있기 때문에 너무 과도한 혜택이 될 수 있다고 생각된다”고 우려했다.
특히 중도이탈률 역시 높아질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당장 올해 3월부터 대학 내 분위기가 술렁거릴 것이라고 분석한다. 의대 정원이 2000명 증원될 것으로 확정된 가운데 24학번 신입생들 중에서도 의대 재도전에 뛰어드는 학생이 상당수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유웨이 이 소장은 “주요 최상위권 대학들의 중도이탈률이 급격히 상승할 수 있다. 특히 주요 최상위권 대학들의 반도체 관련 학과 등 인기가 있는 채용 조건형 계약학과들이 영향을 받을 수 있다. 물론 KAIST 등 과기원들도 영향을 받을 것이다. 학업을 중단하고 수능을 준비하는 중도이탈자가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라고 분석했다.
<대입 넘은 영향력 ‘지방 유학 등 고교 입시에도 영향’.. 사교육 폭증 등 사회적 문제까지>
의대 정원 확대가 대입 전반에 큰 영향력을 행사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대입을 넘은 여러 사회적 변화 역시 따를 것으로 보인다. 먼저 의대 증원은 대입을 넘어 고교 입시와 중학교 전/입학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여러 교육전문가들은 의대정원이 입시에 미칠 영향력에 대해 ‘지방 이사 증가’를 꼽았다. 유웨이 이 소장은 “지역인재전형이 증가한다고 하면 일찍이 초등학교 때부터 지방으로 이주하는 사람이 늘 수 있다. 2027학년까지는 고교만 해당 지역에서 나오면 되지만 2028학년부터는 고교뿐 아니라 중학교도 수도권 이외의 지역에서 나와야 지역인재 응시가 가능하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종로 임 대표 역시 “합격 확률상으로 지방의대 지역인재가 매우 유리한 만큼, 이를 노리고 중학교 때부터 지역으로 이동하는 학생이 생길지도 관심”이라고 전했다. 이 팀장은 “현재 지역인재로 선발하는 인원이 많아질 가능성이 높은데 2028학년부터는 중고교 6년을 지방에서 나와야 지역인재 자격을 충족하기 때문에 해당 조건 충족을 위해 이사하는 수요가 늘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했다.
예고된 부정적인 변화는 역시 사교육 폭증이다. 교육당국이 깜깜이 입시를 고집하며 커진 사교육 수요에 의대/첨단학과/무전공 등 가치판단이 어려운 상황까지 겹쳐 사교육비 폭증은 예고됐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수험생 입장에서는 합격선이 출렁거릴 것으로 예상되는 의대에 지원할 것인지, 취업이 보장된 반도체학과에 지원할 것인지, 또는 SKY 공대를 고민할 것인지 헷갈리게 마련이다. 이때 균질한 데이터를 가진 사교육에 기대는 수험생 역시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유웨이 이 소장은 “의대 정원의 증가는 학령인구 감소와 정부의 각종 조치로 위축되었던 사교육 시장에 긍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 물론 의대 정원 증가가 이미 예상되어 사교육 시장에 먼저 반영된 것도 있지만 사교육 시장으로 보면 반수생들이 증가하면서 재수종합반을 중심으로 반수생을 위한 의대 특별반이 추가로 개설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종로 임 대표는 “지역인재를 겨냥한 지방 의대 전문관(입시학원)이 나올 수도 있다”고 전했다.
특히 고교 자퇴가 증가할 가능성도 있다. 그간 지방 의대가 지역인재를 수시 학종과 교과전형으로 주로 선발해 왔다는 점을 감안하면 고교 내신 경쟁이 더 치열해질 수 있다. 이때 고교 초반에 내신 경쟁에서 뒤처진 학생이 자퇴 후 검정고시를 노리는 등 중도이탈자가 늘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같은 고교 자퇴는 정시확대 기조가 유지되면서 더 심화할 것으로 보인다. 고교 내신 경쟁력이 강화된 가운데 빠른 자퇴 후 수능 올인을 택하면 되기 때문이다. 실제로 ‘2023 교육통계 분석자료집’에 따르면 2022학년 고교생의 학업중단율은 1.9%로, 전년 대비 0.4%p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 교육전문가는 “정시 확대, 수시 비교과 축소 등 현재 대입 체제는 공교육의 이탈을 부추기고 있다. 저학년 내신이 좋지 않을 경우 아예 검정고시의 통로로 사교육으로 정시 준비를 하는 게 더 효과적이라고 판단할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학령인구 감소로 위축이 불가피한 공교육 입장에서는 엎친 데 덮친 격이다. 특히 2028대입개편 이후 내신 영향력이 강화되면 검정고시생은 더욱 폭증할 것으로 전망된다. 결국 공교육이 무너지는 결과를 낳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