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5 VS 지방 양극화 심화할 듯’
[베리타스알파=신현지 기자] 예비 고3 학생이 치르는 2025대입부터 의대 모집인원이 2000명 증원되는 가운데 수요자들의 관심사는 단연 합격선이다. 정원이 크게 늘어나면서 합격선 하락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SKY를 제치고 최상위 모집단위가 된 의대의 합격선은 모두 하락하는 게 아니라 빅5와 지방으로 양극화가 뚜렷해질 것이라고 분석한다. 39개 전국 의대에서도 빅5의 입결은 오히려 상향조정되고 지역인재 60%를 안아야 하는 지방 의대를 중심으로 합격선 하락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의대 모집인원이 5058명까지 확대되면 SKY(서울대 고려대 연세대) 모집인원 4841명의 78.5%가 의대 합격권으로 들어오게 된다. 종로학원이 2023학년 국수탐 백분위 70%컷을 기준으로 분석한 결과 현재 SKY 모집인원 4841명 중 의대 합격권은 2200명(45.4%)이다. 의대 2000명 증원 시 합격 가능권은 3802명(78.5%)까지 확대된다. 점수로 살펴보면 국수탐 합산점수(300점 만점) 기준 현재 합격권은 285.9점이지만 의대 증원에 따라 합격선은 281.4점으로 무려 4.5점 낮아지게 된다.
지방 의대의 경우 모집인원이 크게 확대될 뿐 아니라 지역인재전형까지 규모를 키우면서 합격선 하락이 불가피하다. 지역인재의 경우 해당 지역 출신 학생만을 대상으로 모집하면서 지원자 폭이 작을 뿐 아니라 합격선 역시 일반전형과 비교해 낮게 나타나는 특징이 있다. 정부가 ‘비수도권 중심 정원 배분’ ‘의대 지역인재 60% 확대’를 발표한 이상 지방 의대를 중심으로 합격선 하락이 예상된다. 하지만 수도권 최상위 의대는 상황이 다르다. 합격선 하락을 노린 자연계 최상위권 N수생이 합류하면서 입결이 더 탄탄해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합격선 하락을 노리고 1등급대로 입시를 마무리한 직장인부터 장기N수생까지 합류하면서 되레 합격선이 흔들리지 않고 굳건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특히 지방 의대의 합격선 하락은 치한수약 등 의약계열 전반으로 번질 가능성이 크다. 압도적인 최상위권을 유지하던 의대가 SKY 자연계열을 넘어선 규모까지 확대되면서 다른 의약계열의 합격선이 어디까지 내려올 것인지에 대한 분석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특히 약대가 가장 큰 타격을 입을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약대 역시 지역인재 규모가 클 뿐 아니라 지방 약대를 노린 지방 최상위권 수험생들이 의대로 옮겨가면서 자연스레 합격선 하락으로 이어진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지역인재 조건을 충족했다면 약대 대신 60%까지 확대된 의대 지역인재를 노릴 것이라 예상된다.

<의대 합격선 “국수탐 70%컷 기준 4.5점 하락”.. 모집인원 대폭 증가 영향>
의대 정원이 2000명 증원됨에 따라 국수탐 백분위 70%컷 기준 합격선은 4.5점 낮아진다는 분석이 나왔다. 종로학원은 2023학년 어디가 70%컷 기준 정시 합격선이 기존 285.9점에서 281.4점까지 하락할 것이라고 6일 추정치를 발표했다. 2023학년 기준 SKY 모집인원은 4841명, 현재 합격권은 45.4%인 2200명이다. 이때 의대 모집인원이 2000명 증원되면 3802명(78.5%)이 의대 가능권으로 들어올 것이라 분석된다.
2023학년 기준 SKY 자연계 학과(의약계열 제외)는 서울대 34개, 연대 27개, 고대 30개 학과로 총 91개다. 이 중 현재 의대 지원이 가능한 학과는 26개(28.6%)다. 서울대 12개, 고대 11개 학과, 연대 3개 순이다. 이때 의대가 2000명 증원 시 의대 지원 가능 학과는 62개(68.1%)까지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합격선 하락 예상엔 의대 정원이 대규모로 확대된 영향이 크다. 현재 SKY 자연계열 모집인원은 의약계열을 제외하면 4882명이다. 서울대 1775명, 고대 1855명, 연대 1252명이다. 이때 SKY 자연계의 41%에 해당하는 2000명이 증원되는 셈이다. 이공계특성화대와 비교해봐도 큰 규모다. 2025전형계획 기준 6개 이공특(KAIST 포스텍 GIST DGIST UNIST 한국에너지공대)는 2190명을 모집한다. 이들이 의대로 방향을 선회할 가능성도 염두에 둬야 하는 셈이다.
결국 의대 증원에 따라 의대 지원 가능한 일반 학과의 범위가 크게 늘어나고 의대 지원권에서 다소 거리가 있었던 학과도 의대 관심권 학과로 대거 들어올 것으로 예상된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다만 합격 점수, 지원 가능권의 범위는 변수가 상당히 많다는 점을 유의해야 한다. 수시 정시 모집인원, 지역인재 전형방법 등 여러 복합적인 변수들이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라며 “수험생 입장에서 단순화시켜 ‘의대 들어가기가 매우 쉬워질 수 있다’라는 섣부른 예측은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전했다.
<수도권 vs 지방 양극화 예상.. 지방 의대 입결 하락 불가피>
전문가들은 빅5 중심 수도권 의대와 지방 의대의 입결 격차가 커질 것이라고 분석한다. 증원분이 지역별로 차이가 있겠지만 정부가 ‘비수도권 의대 중심 증원’과 ‘의대 지역인재 확대’를 발표했기 때문이다. 정원이 늘어나게 되면 정량평가 방식의 교과전형과 수능전형의 경우 합격선이 크게 출렁인다. 성적만으로 줄을 세우다 보니 지원자 수나 성적대에 따라 입결도 크게 달라질 수밖에 없다.
전국 39개 의대 3018명 중 지역인재 확대 대상인 지방권 의대는 27개교로 전체 의대의 67%(2023명)를 차지한다. 정부가 현재 52.8%(1068명)인 지역인재를 60%까지 확대하면 146명 증가한 1214명까지 확대될 것으로 추정된다. 의대 정원이 2000명 증가하고 지역인재 60%까지 적용되면 추가로 804명이 지역인재로 배분되면서 2025학년에는 의대 지역인재 인원이 2018명까지 확대된다고 분석할 수 있다.
때문에 지방 의대의 경우 합격선 하락이 불가피하다. 모집인원이 증가할 뿐 아니라 상대적으로 입결이 낮은 지역인재까지 늘어나면서 합격선 하락으로 이어지는 셈이다. 종로 임 대표는 “의대 모집인원 확대, 지역인재 의무 선발 등으로 지역, 학교 간 합격점수 격차도 커질 수 있는 상황이고, 합격선도 현재보다 매우 떨어지는 이례적 상황도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예컨대 3등급 내외대도 수시 교과전형, 정시 수능전형에서 합격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고 전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N수생 규모에 집중해야 한다고 전한다. 최상위권 N수생이 크게 늘어나면 최상위권 의대의 경우 되레 합격선이 더 공고해질 것이라고 분석한다. 김한은 가톨릭대 입학사정관은 “의대 정원 확대에 따른 입결 하락은 교과전형과 수능전형에서의 체감이 될 것인데 정원 증가가 얼마나 되느냐에 따라서 미미할 수도 있다”며 “특히 정원 증가 폭보다 N수생 폭증 등 시장 참여자가 훨씬 늘어난다면 의대 합격선이 크게 하락하지 않을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대치동 한 대형학원 관계자 역시 “의대 증원이 서울 외 지역에서 더 많이 이뤄질 텐데 그럼 의대 안에서도 내부 서열이 공고화될 것 같다. 학생들의 수요와 가치가 높은 수도권 의대의 경우 입결이 탄탄해지고 지방의대의 입결은 하락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치한수 입결 하락 예상.. ‘의대 지역인재 확대’ 지방 약대 타격>
의대 증원으로 우수 인재가 의대로 쏠리게 되면 치한수 입시에서의 혼란도 예상된다. 최상위권 의대에서부터 내려오는 연쇄적인 합격선 하락이 의약계열까지 내려오며 대대적인 지각변동이 예고된 상황이다. 이만기 유웨이 교육평가연구소장은 “만약 수도권 의대가 증원되면 수도권 치대 약대 한의대 지원자들이 의대로 빠지고 그 자리를 SKY 자연계 지원자들이 채울 것으로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의약계열 중에서도 약대가 가장 큰 타격을 받을 것이라 분석된다. 약대의 경우 의대만큼 지역인재선발 규모가 클 뿐 아니라 모집인원 자체도 치대 한의대와 비교해 크기 때문이다. 그만큼 의대로 이탈하는 상위권 수험생 역시 많게 마련이다. 특히 의대 증원은 지방 약대를 노린 수험생에게 가장 매력적인 선지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이미 의대 지역인재 규모가 확대되고 입결 하락까지 예고된 상황. 지방에서 거주하면서 지역인재 조건을 취득했을 때, 지방 의대 입결이 낮아지게 되면 약대가 아닌 의대 지역인재를 노려볼 수 있기 때문이다. 종로 임 대표는 “치대 한의대는 인원이 많지 않지만 약대는 어디로든 옮겨갈 것이다. 특히 지방 약대가 제일 솔깃할 것이다. 의대만큼 성적이 안 되는 학생들도 재도전해 볼 수 있는 기회가 온 셈이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