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 설립 전 단계.. 부속 디지털병원도 추진

[베리타스알파=신현지 기자] 포스텍이 의대 설립 기반 마련을 위해 융합대학원 내 의과학전공 대학원 과정을 설립한다. 의사면허 소지 여부와 관계없이 진학할 수 있는 의과학과 의공학 중심의 대학원 과정으로 포스텍이 추진 중인 의과학전문대학원의 전 단계인 셈이다. 포스텍의 공학 기반의 연구중심 의대 설립을 위한 첫걸음을 내디뎠다는 평가다. 포스텍은 기존 학과와 연계한 학제 간 융합 교육과 연구를 통해 다양한 의료 수요를 맞추고 바이오/헬스산업 육성과 경쟁력을 확보할 방침이다.

포스텍은 19일 의사과학자 양성 출범식을 가지고 융합대학원 소속 의과학전공 대학원 과정 신입생을 2023학년부터 매년 20명씩 모집한다고 밝히며 더불어 의과학전문대학원 설립 계획을 공개했다. 융합대학원 소속 의과학전공 대학원 과정은 의과학전문대학원의 전 단계다. 포스텍은 융합대학원 소속 의과학전공을 기반으로 의과학전문대학원을 개설하고 나아가 의과대학 설립까지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융합대학원 내 의과학전공 대학원은 석사 28학점, 박사 32학점, 석박사통합 60학점으로 일반대학원과 같은 졸업이수요건을 가진 특징이다. 학생들은 복합학위과정을 거치며 의학과 공학을 비롯해 전문인재로 거듭나게 된다. 디지털/과학기술과 바이오/의료기술 기반을 갖춘 포스텍의 경쟁력을 바탕으로 한 결과다. 포스텍의 의과학전공 출범은 의과학전문대학원, 나아가 연구중심 의대로 나아가는 교두보인 셈이다. 업계에서는 대입 전반에 블랙홀로 자리잡은 의대열풍에 맞서지 않고 포스텍의 경쟁력에 기반해 오히려 역으로 활용하는 진일보의 전략으로 보고 있다.

의사과학자 양성 출범식에서 발표된 ‘포스텍 의사과학자 양성 발전계획’ PPT 발표자료를 보면, 설립 예정 중인 의과학전문대학원은 입학 정원 50명, 8년 과정을 목표로 하고 있다. 동시에 부속병원으로 스마트병원 설립을 추진하겠다는 계획이다. 규모는 900병상으로 교육병원 연구병원 스마트병원 지역책임병원의 방향성을 가지고 지역사회 연계 클러스터를 조성하겠다는 목표다.

포스텍의 SCST 융합대학원 홈페이지에 공개된 의과학전공 교수는 11명이다. 의공학부터 생명과학, 로보틱스, 신경공학, 의료영상소재, 면역학, 재생의학, 스마트 의료기기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가 의사과학자 양성을 도울 예정이다.

포스텍은 19일 의사과학자 양성 출범식을 가지고 의과학전공 대학원 과정과 의전원 설립 계획을 공개했다. 융합대학원 내 의과학전공 대학원 과정은 2023학년부터 매년 신입생 20명을 선발하며 이들은 의사과학자로 거듭나게 된다. /사진=포스텍 제공
포스텍은 19일 의사과학자 양성 출범식을 가지고 의과학전공 대학원 과정과 의전원 설립 계획을 공개했다. 융합대학원 내 의과학전공 대학원 과정은 2023학년부터 매년 신입생 20명을 선발하며 이들은 의사과학자로 거듭나게 된다. /사진=포스텍 제공

<의과학전공.. 2023학년 첫 모집 ‘의사면허 없이 진학 가능’>
포스텍은 2020년부터 의전원 형태의 연구중심 의과대학 설립을 꾸준히 준비해오고 있다. 이번 융합대학원 내 의과학전공 대학원 설립이 그 시작이다. 의사과학자 양성과 더불어 일반 의사에서 한 발 더 나아간 융복합적 인재를 양성하고자 한다는 설명이다. 최동순 융합대학원 행정팀장은 “의과학전공을 시작으로 의대와 의과학전문대학원 설립을 단계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정부와 지자체 등 간 절차들이 있기 때문에 구체적으로 정해진 연도는 없으며 연계해서 추진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포스텍의 의사과학자는 연구를 중심으로 하되 임상도 진행하며 발전할 계획이다. 임상 자체를 안 하고는 연구가 어렵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김형함 포스텍 의과학전공 교수는 “포스텍 의과학전문대학원은 대학 4년 과정의 학위를 가져야 한다는 점은 기존 의전원과 동일하지만 의사과학자가 되어 의과학을 연구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고 설명했다.

19일 의사과학자 양성 출범식을 통해 공개된 융합대학원 소속 의과학전공 대학원 과정은 의사자격증 또는 이공계학위 소지자를 대상으로 20명을 선발한다. 융합대학원 소속 의과학전공 대학원 과정은 포스텍이 추진 중인 의과학전문대학원 설립의 전 단계로 보면 된다. 융합대학원 내 의과학전공 대학원은 석사 28학점, 박사 32학점, 석박사통합 60학점으로 일반대학원과 같은 졸업이수요건을 가진 특징이다. 확정된 전형방법과 일정을 담은 모집요강은 7월 중순 이전에 공개될 예정이다. 최 팀장은 “7월과 9월에 의과학전공을 비롯한 융합대학원 입시설명회를 계획 중에 있다. 현재는 커리큘럼을 검토하고 있는 단계”라고 설명했다.

포스텍의 연구중심 의과대학 설립은 작년 7월26일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된 ‘포스텍 의과학 전 분야 교수 초빙 공고’를 통해 알려졌다. 포스텍은 지난해 급속한 초고령 사회화,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대비하기 위해 방사광가속기, 세포막단백질연구소 등 우수한 바이오 분야 인프라를 기반으로 2023년부터 의과학전공 대학원을 개원하고 다양한 배경을 가진 의사과학자를 양성하겠다고 발표했다.

포스텍은 지자체와 함께 공학 기반의 연구중심 의대 설립에 적극적으로 나서 왔다. 2020년 7월 ‘포항시 의과대학 설립조사 연구용역’을 통해 당위성을 확보했으며 그해 8월엔 ‘포항 의과대학 추진 위원회’를 구성해 정계 학계 의료 경제계 등 각계각층과 함께 추진 체계를 갖춰 나갔다. 2021년 12월8일에는 포항시와 ‘국가 바이오/의료 산업 선도를 위한 의사과학자 양성, 의학교육 혁신 정책세미나’를 통해 연구중심 의과대학 설립 추진을 위한 논의를 펼치는 등 여론 조성에 나섰다.

그 결과로 19일 경상북도, 포항시 등 지자체 및 과학/의료계 인사들과 함께 의사과학자 양성 출범식을 가지고 2023학년부터 신입생을 모집하는 의과학전공 대학원을 공개했다. 의과학전공은 융합대학원 내에 설치된다. 의사면허 소지 여부와 관계없이 진학할 수 있는 의과학과 의공학 중심의 대학원 과정이다. 이 과정은 포스텍이 목표로 하고 있는 공학 기반의 연구중심 의대 설립을 위한 첫 단계다. 기존 학과와 연계한 학제 간 융합 교육과 연구를 통해 다양한 의료 수요를 충족하며 바이오/헬스산업의 육성과 경쟁력을 확보하겠다는 목표다.

- 의과학전문대학원 인원 50명 8년 과정.. 포스텍 부속 디지털병원 설립
포스텍의 연구중심 의과대학 설립을 위한 용역 자료를 보면, 포스텍은 의과학전문대학원 신입생 50명을 선발, 8년간의 교육과정을 거친다. 포스텍은 2020년 말 의대 설립 방안에 대한 용역을 의뢰했다. 그 결과로 이달 10일 ‘포스텍 연구 중심 의과대학 설립 실행 전략 용역 중간보고회’에서 구체적인 계획이 공개됐다. 정원 50명 규모의 의학전문대학원 의사과학자 복합학위과정을 8년 운영하는 것이 핵심이다. 출범식 당일인 19일 베리타스알파가 취재한 바에 의하면 의과학전공의 한 교수도 의전원 50명을 선발, 8년 교육과정을 거친다고 설명해 모집인원과 교육과정은 확정 사항인 셈이다.

입학한 학생은 MD(2년)+PhD(4년)+MD(2년) 등 8년 과정을 마치고 의학박사와 공학박사 학위를 동시에 취득한다. 포스텍 의과학전공 박성민 교수에 의하면 ‘MD’는 ‘Medical Doctor’의 약자로 통상 아는 일반 의사에 대입해 볼 수 있다. ‘PhD’는 의학박사를 일컫는다. 박 교수는 “의사도 교수가 되려면 PhD 학위를 받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포스텍은 8년 과정을 마친 졸업생이 병원을 개원하지 않고 과학 분야에 남도록 하는 안전장치도 마련하기로 했다. 졸업 후 2년은 포항 가속기연구소, 안동 경북바이오산업연구원 등에서 의무적으로 근무하고 나머지 3년은 벤처창업자금을 지원해 창업을 유도하는 방안도 제시됐다. 이번 용역에서는 900병상 규모의 포스텍 부속 디지털병원을 국비가 아닌 민간자본으로 설립하는 방안도 제시됐다.

코로나19로 의사과학자에 대한 필요성이 대두되며 포스텍의 의전원 설립은 더 눈에 띈다. 의사과학자는 기초과학과 공학을 기반으로 의학지식을 갖추어 과학 혹은 공학과 의학의 융합 분야를 중심으로 연구를 수행하는 의사를 의미한다. 노벨생리의학상 수상자의 절반이 의사과학자일 뿐 아니라, 코로나19 백신 개발 등 의학 관련 연구도 의사과학자들이 주도하고 있다. 

포스텍 김무환 총장은 “초고령사회로의 급속한 진입, 코로나19 이후 새로운 바이러스라는 인류 공통의 도전이 우리 앞에 놓여 있다”며 “그 해법은 과학과 공학, 의학을 종합적으로 이해하는 의사과학자가 11만여 의사들과 함께 만들어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포스텍이야말로 혁신적인 의학교육을 통해 인류의 건강한 삶을 선도할 의사과학자를 양성할 수 있는 단단한 기반을 갖추고 있다. 인류의 미래에 필요한 의사과학자 양성으로 국가와 인류 발전에 기여하겠다”고 강조했다.

- 이공계 인재 유인요인 될까.. ‘의대열풍 역이용한 포스텍 방식의 묘수 풀이’
포스텍의 의과학전공 모집과 의대 설립 추진은 이공계 인재의 눈길을 돌리는 해결책으로 작용할 수 있다. 해마다 영재학교/과고 출신의 의학계열 진학문제는 꾸준히 제기돼 왔다. 이공계 인재 양성을 목표로 국비를 지원함에도 불구하고 재수 등을 통해 의대 진학을 꾀하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교육부 차원에서 의대 진학 제재를 강화하는 방안을 내놓기도 했지만, 이미 선행되고 있던 방안이 대부분이라는 점에서 실효성 논란이 일었다. ‘장학금 회수’ ‘추천서 작성 금지’ 등의 조치를 행했음에도 불구하고, 영재학교 출신의 의학계열 진학률이 갈수록 증가했다. 하지만 포스텍의 의대 설립이 확정될 경우 이공계 인재 중 의학계열에 관심 있는 학생들이 포스텍을 택하는 긍정적인 효과를 기대해 볼 수 있다. 이공계 인재 유출을 막는 것은 물론, 4차 산업 시대에 걸맞은 융복합적 의학 인재를 양성할 수 있다는 기대도 함께한다. 업계 한 전문가는 “포스텍의 의과학전문대학원 출범은 포스텍 나름의 의대열풍에 진일보한 대응책으로 보인다. 이공계 인재 전반에 불어닥친 의대열풍에 맞서기보다 의대열풍을 오히려 적극 활용하면서 포스텍 경쟁력을 기반으로 융합의대의 모습으로 이공계 인재들을 유인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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