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묵의 봄' '멋진 신세계' 톱3..단과대별 톱3도 공개

[베리타스알파=권수진 기자] 2021학년 서울대 지원자가 가장 많이 읽은 책은 ‘왜 세계의 절반은 굶주리는가’(쟝 지글러)인 것으로 나타났다. 2020학년에 이어 2년연속 1위다. ‘서울대 지원자들이 가장 많이 읽은 책’ 코너는 격년으로 발행되어왔지만 올해는 지난해 2019~2020학년 순위에 이어 1년만에 2021학년 통계를 공개했다. 

서울대는 자소서 3번문항을 독서문항으로 활용하는 특징이다. 고교 재학기간(또는 최근 3년간) 읽었던 책 중 자신에게 가장 큰 영향을 준 책 2권을 선정하고 그 이유를 기술하도록 한 문항이다. 독서문항은 2014학년 수시에서 자소서 3번문항에 도입된 이후 2015학년부터 4번문항으로 바뀌었다가 2022학년 자소서 문항이 축소되면서 3번문항이 됐다. 지난해까지는 책을 3권 이내로 선정하도록 했지만 올해부터는 2권을 선정하는 것으로 바뀌었다. 

도서명 저자/역자 출판사를 차례대로 기입한 후 선정이유를 기술하면 된다. 선정 이유는 각 도서별로 띄어쓰기를 포함해 400자 이내로 작성한다. “단순한 내용 요약이나 감상이 아니라, 읽게 된 계기, 책에 대한 평가, 자신에게 준 영향을 중심으로 기술”하도록 하고 있다.

<‘2년연속 1위’ ‘왜 세계의 절반은 굶주리는가’>
2021학년 수시 지원자들이 가장 많이 읽은 도서는 쟝 지글러의 ‘왜 세계의 절반은 굶주리는가’다. 2014학년~2016학년 1위도서에서 2017학년~2019학년까지 2위도서였다가 2020학년 다시 1위도서 자리를 차지한 이후 2년연속 1위 자리를 지켰다. 

2021학년 톱20을 살펴보면 1위 왜 세계의 절반은 굶주리는가(쟝 지글러), 2위 침묵의 봄(레이첼 카슨), 3위 멋진 신세계(올더스 헉슬리), 4위 미움받을 용기(기시미 이치로, 고가 후미타케), 5위 정의란 무엇인가(마이클 샌델), 6위 이기적 유전자(리처드 도킨스), 7위 사피엔스(유발 하라리), 8위 엔트로피(제레미 리프킨), 9위 1984(조지 오웰), 10위 죽은 시인의 사회(N. H. 클라인바움), 11위 데미안(헤르만 헤세), 12위 팩트풀니스(한스 로슬링, 올라 로슬링, 안나 로슬링 뢴룬드), 13위 페스트(알베르 카뮈), 14위 아픔이 길이 되려면(김승섭), 15위 총균쇠(재레드 다이아몬드), 16위 부분과 전체(베르너 하이젠베르크), 17위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마이클 샌델), 18위 연금술사(파울로 코엘료), 19위 변신(프란츠 카프카), 20위 수레바퀴 아래서(헤르만 헤세) 순이다.

2020학년 톱20과 비교하면 순위의 변동만 있었을 뿐 대부분 그대로 톱20으로 이어진 모습이다. 2020학년 톱20에 없다가 2021학년 톱20에 새롭게 이름을 올린 도서는 ‘팩트풀니스’(한스 로슬링, 올라 로슬링, 안나 로슬링 뢴룬드), ‘페스트’(알베르 카뮈), ‘총균쇠’(재레드 다이아몬드)였다.

단과대학별 지원자들이 가장 많이 읽은 도서 톱3도 공개했다. 인문대학(사피엔스,정의란 무엇인가,데미안) 사회과학대학(정의란 무엇인가,왜 세계의 절반은 굶주리는가,아픔이 길이 되려면) 자연과학대학(이기적 유전자,부분과 전체,침묵의 봄) 간호대학(나는 간호사 사람입니다,페스트,이기적 유전자) 경영대학(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넛지,경영학 콘서트) 공과대학(엔트로피,공학이란 무엇인가,침묵의 봄) 농업생명과학대학(침묵의 봄,왜 세계의 절반은 굶주리는가,이기적 유전자) 미술대학(디자인의 디자인,이것은 미술이 아니다,멋진 신세계) 사범대학(죽은 시인의 사회,에밀,수레바퀴 아래서) 생활과학대학(왜 세계의 절반은 굶주리는가,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이상한 정상가족) 수의과대학(의사와 수의사가 만나다,인수공통 모든 전염병의 열쇠,수의사가 말하는 수의사) 음악대학(하노버에서 온 음악 편지,미움받을 용기,자존감 수업) 의과대학(숨결이 바람 될 때,아내를 모자로 착각한 남자,아픔이 길이 되려면) 자유전공학부(정의란 무엇인가,팩트풀니스,왜 세계의 절반은 굶주리는가) 치의학대학원(치과의사가 말하는 치과의사,입속에서 시작하는 미생물 이야기,치과의사는 입만 진료하지 않는다)이다.

<재학생이 말하는 독서법>
독서가 필요한 이유는 무엇일까. 사회복지학과 재학생J는 “혼자 책을 읽고 생각했던 시간이 나를 성장시켰다”고 설명한다. 고교 교실이라는 한정된 공간에 있어야 하는 상황에서 다양한 간접 경험을 제공했기 때문이다. “종 차별주의와 동물 착취에 관한 책을 읽으면서 인간 중심적 사고를 반성했고, 정의 이론을 다루는 철학책을 읽으면서 인권을 바라보는 경제적 관점, 사회적 관점, 문화적 관점에 대한 새로운 시야를 얻었다. 가족주의를 다루는 책을 읽으면서 가족의 기능에 대한 성찰을 할 수 있었고, 다양한 여성주의 관련 책을 읽으며 ‘교차성 이론’을 배우고 여성주의의 확장 가능성과 연대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었다”는 설명이다.

책을 읽고 타인과 의견을 나누는 활동을 통해 스스로 가지고 있던 세계관이 무너지고, 재구성되고 확장되는 경험도 가능하다. 사회복지학과 재학생J는 “‘독서 프로젝트’ 활동의 일환으로 ‘동물과 인간이 공존해야 하는 합당한 이유들’이라는 책을 읽고 다른 친구와 토론을 했다. 같은 책을 읽고도 나는 인문학적 관점에서, 친구는 과학적 관점에서 상이한 주장을 펼쳤다. 이 활동 외에도 여러 독서 토론을 하면서 다양한 사람의 다양한 시각을 접한 것이 사회를 보는 새로운 눈을 얻는데 큰 도움이 되었다”고 설명했다.

이를 통해 얻은 새로운 시각은 고교생활 전반에 도움이 된다. 발표를 하거나 보고서를 쓸 때 책을 참고해 더 다양하고 풍부한 논의도 할 수 있다. 책을 읽으며 대학 공부를 상상하고 동기 부여를 받을 수도 있다는 조언이다.

본인이 자세하게 알고 싶은 분야를 공부할 때 양질의 정확한 정보를 얻기 위한 가장 용이한 경로가 출판물이라는 점에서 독서의 중요성은 더욱 강조된다. 정치외교학부 재학생K는 “서울대 학생부종합전형 안내 책자에도 나와 있듯이, 독서는 모든 학문의 시작”이라며 “입시에서 좋은 결과를 얻고 싶다면 독서는 습관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독서를 통한 정보 획득뿐 아니라 다양한 글을 읽는 과정에서 어휘력, 문장력 등도 자연스럽게 늘 수 있고, 책이 제시하는 여러 논쟁거리들에 대해 생각해보는 사이 사고력 증진까지 기대할 수 있는 설명이다. 

인문계열 재학생K 역시 공부를 하다가 잘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이 있으면 도서관의 해당 분야 섹터에 가서 책을 빌려왔다고 말한다. 꼭 높은 수준의 전문 도서를 읽어야 한다는 부담을 가질 필요는 없다. 장벽이 낮고 이해하기 쉬운 다양한 책을 읽으면서 공부하다보면 본인이 특히 흥미를 느끼는 부분도 생기게 된다. 이 경우 조금 더 심화된 내용의 책을 찾아 읽으면서 지식을 쌓아나갈 수 있다. 심화된 내용의 책을 읽다 보면 사회교과 영역이 뚜렷하게 나뉘는 것이 아니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각 과목을 더 효과적으로 깊이있게 공부할 수 있다. 

본인이 결정한 진로를 이뤄나가는 첫 단추가 되기도 한다. 정치외교학부 재학생K는 “어떠한 학문이든 독서가 그 근본이 된다고 생각해 정치학 분야의 여러 고전을 읽었고, 단순히 정치학 분야에만 한정된 것이 아니라 사회과학, 자연과학 등 분야를 막론하지 않는 독서를 계속해 나갔다”고 설명했다. 여기서 더 나아가 뉴스와 신문보기를 생활화했고, 단순히 보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이를 주제로 친구들과 토론하고 글쓰기를 해보는 등 여러 활동을 이어나갔다. 

<‘예비 서울대생에게 독서는 기본’>
서울대는 2022학년 학생부종합전형 안내서를 통해 ‘예비 서울대 학생이라면 독서는 기본’이라고 설명한다. 독서는 모든 공부의 기초가 되며, 대학생활의 기본 소양이라는 설명이다. 어떤 책을 읽어야 할지는 자유롭게 선택하면 된다. 더 알고 싶은 분야의 전문서적을 찾아 읽을 수도 있고, 단순 호기심으로 책을 집어들 수도 있다. 책을 읽다가 생긴 궁금증으로 또 다른 책을 선택하기도 한다. 

자소서 독서문항에도 ‘자기 생각’을 담아야 한다. 독서항목은 지원자의 독서 경험을 통해 지원자의 생각을 보여주는 ‘자소서 안의 또다른 자소서’라는 설명이다. 책의 줄거리 요약이나 내용 소개는 의미가 없다. 본인에게 의미 있는 영향을 주었던 책을 선정해 그 책이 본인에게 어떤 영향을 주었고 어떤 생각을 하게 했는지, 자신에게 어떤 변화를 주었는지 등의 내용을 담도록 한다. 도서 선정은 지원 모집단위와 관련성이 없어도 된다. 분야를 막론하고 현재의 자신에게 가장 큰 의미가 있었다고 생각되는 책을 선정해 경험과 생각을 담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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