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일괄폐지 ‘여진’ 지속.. 전문가들 ‘8학군 복귀로 또다른 서열화’

[베리타스알파=유다원 기자] 서울교육청이 배재고 세화고에 대한 자사고 지정취소 위법판결에 항소하겠다고 15일 밝혔다. '2019년 자사고 운영성과 평가는 예측 가능성을 충분히 보장한 적법한 평가였다'는 것. 앞서 2월18일 서울행정법원은 신설된 교육청 재량지표와 강화된 감사/지적사례 기준을 2018년 말에야 공표, 자사고들이 예측하기 어려웠다는 이유로 서울교육청의 자사고 지정취소 처분을 취소해달라는 두 학교의 손을 들어줬다. 늦게 공표한 기준을 2015년부터 2019년까지의 운영성과 평가에 소급 적용한 것은 재량권 일탈/남용이라는 이유에서다. 

조희연 서울교육청 교육감은 "교육감으로서 지정 목적 달성이 불가능한 자사고를 일반고로 전환해 고교 교육을 정상화하는데 최선을 다하겠다"며 항소 취지를 밝혔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자사고 일반고 일괄전환이 공교육을 위한 방안이라는 생각 자체에 문제가 있다고 설명한다. 정부가 자사고 외고 국제고를 '고교서열화의 주범'으로 몰아가고 있다는 지적이다. 한 전문가는 "특목자사고를 폐지한다면 결국 교육특구가 강화하는 강남8학군 시절로 되돌려 또다른 서열화를 만들 뿐"이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서울교육청이 세화고 배재고에 대한 자사고 지정취소 위법판결에 항소하겠다고 15일 밝혔다. 사진은 세화고 전경. /사진=베리타스알파DB

<서울교육청 '재지정평가 문제없다'.. '정작 평가대상 자사고들 세부 점수는 미공개'>
서울교육청은 교육청 재량 지표는 자사고의 지정목적 달성 가능 여부를 판단하기에 적합한 지표였다는 입장이다. 2019년 교육청 재량지표는 ▲학생참여/자치문화 활성화 ▲안전교육 내실화/학교폭력예방 근절 노력 ▲학부모 학교교육 참여 확대/지역사회와의 협력 ▲학교업무정상화와 참여/소통/협력의 학교문화 조성 4개항목이다. 서울교육청에 의하면 4개 항목은 '2015년 자사고 운영성과 평가계획, 주요업무계획, 학교평가 가이드북을 통해 강조해 온 교육청 역점 사업이 반영된 것'이다. 

법원이 지적한 감사 등 지적사례 감점 확대 역시 '2013년 전국 자사고, 외고, 국제고 입학전형 감사 이후 사학의 공공성과 책무성을 강화하기 위한 초/중등교육법시행령 개정 취지를 반영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사학 운영에 대한 사회적 기대 수준을 고려했을 때 과도한 수준이 아니며, 감사 등 지적사례가 다수 발생했다는 사실 자체가 학교 운영이 부실/방만하게 됐음을 반증한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정작 평가대상인 자사고들의 세부 점수는 공개하지 않은 상태"라며 공정 평가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서울교육청의 입장대로 투명한 평가가 이뤄졌다면 평가결과를 일반에 공개함으로써 불필요한 비난을 피해가면 되지 않냐는 입장이다. 서울교육청 관계자에 의하면 배재고와 세화고를 비롯한 대부분의 지정취소 고교들이 60점에서 70점 사이의 점수를 받았다는 설명이다. 각 학교에는 총점, 영역별 점수, 미흡한 부분에 대한 평가위원의 의견을 전달했다. 다만 지표별 세부점수는 알리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2025 특목자사고 일괄폐지.. 교육전문가들 '또 다른 서열화 야기할 뿐'>
조희연 서울교육청 교육감은 "교육감으로서 지정 목적 달성이 불가능한 자사고를 일반고로 전환해 고교 교육을 정상화하는데 최선을 다하겠다"며 항소 취지를 밝혔다. 하지만 자사고를 일반고로 전환하는 게 정말 공교육을 위해 적합한 방안일까. 전문가들은 정부가 자사고 외고 국제고를 '고교서열화의 주범'으로 몰아가고 있다고 지적한다. 특목자사고를 폐지한다면 결국 교육특구가 강화하는 강남8학군 시절로 되돌려 또다른 서열화를 만들 뿐이라는 지적이다. 

외고 국제고 전국자사고 등은 대부분 비강남권이나 지방에 설립돼 있는 특징이다. 평준화 시절 강남8학군을 중심으로 한 사교육이 급성장함에 따라 이를 보완하기 위한 조치였다고 풀이된다. 결국 특목자사고 폐지를 통해 고교평준화 시절로 돌아간다는 점은 공교육을 강화하기 보다는 교육특구 중심의 사교육에 무게를 싣는 비상시적인 결과를 자아낼 것이라는 우려가 높아질 수밖에 없다. 한 교육전문가는 "자사고 외고 국제고가 사라져도 지금처럼 일반고의 경쟁력이 떨어지고 정시확대로 사교육이 늘어난다면 교육특구 중심의 과거로 회귀하는 또다른 서열화가 불가피하다"고 지적했다. 

공교육의 수월성이 약해질수록 수월성 교육에 갈증을 느낀 학생들이 사교육으로 눈을 돌리는 것은 너무 당연한 이치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의 한 관계자는 "학생마다 다른 소질이나 적성에 맞춰 다양하고 심화된 교육기회를 제공하지 않는 것이 오히려 교육 불평등이다"는 지적이다. 고소득계층의 우수학생들을 중심으로 해외유학을 고려할 가능성도 크다.. 한 전문가는 "고소득계층의 해외유학 수요를 흡수해왔던 전국단위 자사고들이 무력화된다면 국내에서도 충분히 우수한 역량을 펼칠 수 있는 인재의 해외유출을 막지 못할 것"이라는 의견을 전했다. 

전국단위 자사고 관계자 역시 “과거 외고 과고가 사교육 유발을 했다는 비판은 이해가 가지만 내신중심의 자기주도학습전형으로 바뀐 이후에도 사교육을 유발한다는 비판은 온당치 않다"는 생각을 전해왔다. 특목자사고 입시에 지필평가나 교과지식 질문이 금지됐기 때문이다. 대다수의 학교가 학종 체제를 위해 다양한 방과후 수업을 운영하거나, 일부 전국자사고 등은 아예 기숙체제로 운영된다는 점에서 사교육에 노출될 가능성 역시 크지 않다.

<24개교 합동 헌법소원 제출.. '2라운드 법정 공방 예고'>
한편 자사고 외고 국제고 등 24개교가 함께 제출한 헌법소원 결과가 새로운 변곡점이 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24개 학교의 학교법인은 자사고의 일반고 전환을 두고 '헌법상 보장된 사립학교 운영의 자유와 기본권을 침해한다'며 작년 5월 헌법소원을 제기, 2라운드 법정 공방이 예고된 상태다. 서울자사고교장연합회에 의하면 헌법소원은 2025년까지 길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배재고 세화고 사례처럼 다른 학교들 역시 효력정지 취소처분 소송에서 승소한다 할지라도 자사고가 일반고로 일괄전환되는 2025년까지 자사고 지위를 '유지'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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