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종 수험생 불안 가중'.. 고교 대학 코로나에 졸속강행 부담까지

[베리타스알파=권수진 기자] 올해 서류 블라인드 시행을 앞두고 재수생에 대해서는 대학이 학생부를 블라인드처리하도록 하면서, 대학은 가뜩이나 코로나19로 업무가 가중된 상황에서 추가적인 업무 부담에다 오류 발생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앞서 고3의 경우 각 고교에 학생부 블라인드 작업을 지시해 고교 현장의 업무 가중 역시 우려되는 상황이다. 그나마 고교의 경우 한 고교 단위지만, 대학의 경우 전국 수험생 대상이라 블라인드 작업의 규모가 더 크다는 점에서 우려를 더 키운다. 수험생 입장에서는 평가주체인 대학이 직접 진행하는 블라인드 작업을 신뢰할 수 있겠느냐는 의구심에 전형과정 자체의 불안정성에 불안감이 커지는 상황이다.  

대학은 아무리 내부적으로 자동화할 수 있는 블라인드 프로그램을 갖추고 있다고 하더라도 100% 신뢰가 어려운 만큼 전수조사는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블라인드 프로그램의 보유 여부와는 관계없이 일일이 확인하는 작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한 사립대 입학팀장은 “프로그램으로 처리하기가 상당히 어려울 것이다. 작년에 미리 블라인드 작업을 해봤는데 그때도 수작업할 수밖에 없었다. 자동화가 가능하다하더라도 어차피 전수검사가 필요하다. 전수검사를 해야한다면 처음부터 수작업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고 말했다.  

입시에서는 단 한건의 오류도 허용할 수 없기 때문에, 시스템이 갖추어진 정시에서조차 전수조사가 진행될 정도로 철저하게 진행된다. 한 대학 입학팀장은 “입시에서는 어떤 것을 도입하더라도 전수조사해야 한다. 정시의 경우에도 외부업체에 사정프로그램을 돌리고, 내부에서 교수가 각각 다른 프로그램으로 두 명이 따로 돌리고, 입학처 직원 세 명이 다 다른 방법으로 돌려서 총 여섯 가지 실시한 결과가 일치해야 합격자 발표를 한다. 학생부 블라인드 역시 아무리 자동화가 된다고 하도 전수조사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대학들은 서류 블라인드를 한해만이라도 미뤘으면 좋겠다는 입장이다. 올해는 특히 코로나19로 인해 예상치못한 추가적인 업무가 발생한 상황이다. 한 대학 입학팀장은 “이미 진행한 재외국민전형의 경우 전형 과정에서 한 개 건물만 사용하고 수험생이 200명도 넘지 않았는데 고사실에 수험생들을 들이는 데 많은 시간이 소요됐다. 학종 면접이면 몇 쳔명 단위인데 건물이 많아질수록 인력 소요가 더 많아진다. 코로나 방역 상황도 이러한데 서류 블라인드까지 업무가 가중되는 것은 대학입장에서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코로나19로 인한 돌발상황에다 서류 블라인드의 도입으로 대학과 고교 모두 업무 가중을 호소하고 있다. /사진=베리타스알파DB
코로나19로 인한 돌발상황에다 서류 블라인드의 도입으로 대학과 고교 모두 업무 가중을 호소하고 있다. /사진=베리타스알파DB

 

<대학 블라인드 작업.. 수작업 불가피>
서류 블라인드는 지난해 발표한 ‘대입제도 공정성 강화 방안’에 담긴 내용으로, 대학에 전송하는 자료에서 출신고교 정보를 제외해 블라인드 평가를 대입 전 과정으로 확대한다는 것이다. 기존 면접에서만 진행하던 블라인드 평가를 서류까지 확대하도록 했다. 여기에 고교프로파일까지 폐지하면서 고교정보의 평가반영을 전면 차단하기로 했다. 

대입 전형자료 생성/전송 시 일괄 자동 블라인드 처리되는 항목은 인적/학적사항(학생 성명, 주민번호, 학교명) 수상(수여기관), 봉사(주관기관/장소)다. 반면 자동 블라인드 처리 되지 않아, 일일이 검토해야 할 항목은 △수상경력의 수상명 △창의적체험활동의 특기사항(프로그램명, 동아리명, 봉사활동 등) △교과학습발달상황의 과목별/개인별 세부능력 및 특기사항 △행동특성 및 종합의견 등이다. 

현재 고3 재학생의 학생부에 대해서는 지난달 교육부의 공문에 따라 각 고교가 일일이 수작업으로 수정을 진행하고 있는 가운데, 재수생에 대한 블라인드 처리 방식은 각 대학이 알아서 하도록 하면서 형평성에도 어긋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대해 교육부 관계자는 “형평성을 위해 고교에서 블라인드 처리하는 항목을 그대로 가고, 대학마다 처리하는 부분이 다를 수 있는 것도 어떻게 일치해 나갈 것인지 논의해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블라인드 작업을 미리 진행해 본 한 대학 입학팀장은 프로그램을 돌리고도 수작업을 할 수 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더군다나 아무리 자동화가 가능하다 하더라도 한 건의 오류도 허용할 수 없는 만큼 전수조사는 불가피하다고 보고 있다. 한 건의 오류라도 발생할 경우 비난의 화살은 대학으로 향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한 지원자가 최대 6개대학에 지원할 경우, 한 학생의 학생부를 6개대학이 각자 모두 블라인드 작업해야 한다는 비효율적인 문제도 발생한다. 전체적으로 봤을 때 인력 낭비인 셈이다. 한 교육 전문가는 “금전적인 손실에다 인력 낭비까지, 당장 올해 도입하기 위해 고교나 대학이 감수해야 할 고충이 만만치 않고, 거기에다 정확한 100% 신뢰도까지 담보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봤다. 

교육부는 각 대학이 보유하고 있는 블라인드 프로그램을 활용하고 그렇지 못한 대학에 대해서는 교육부가 지원방안을 마련해 처리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고교기여대학지원사업의 확산을 통해 일부 대학은 시스템을 구비하고 있고, 그렇지 못한 대학은 수기로 작업해야 하는데 이 작업이 많이 걸릴 수 있어서 세부적으로 어려움 겪는 것을 지원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나갈 예정”이라며 “대학이 학생부를 받아 작업하는 10월초가 되기 전까지 확정하고 지원방식까지 안내할 것”이라고 말했다. 

<고3 재학생은 각 고교가 수작업 수정 진행>
교육부는 현재 고3 재학생을 대상으로 1,2학년 서술형 항목 등 기재내용을 9월11일까지 정정하도록 고교에 공문을 보내놓은 상태다. 각 고교는 자동 블라인드 처리가 되지 않는 항목을 정정해야 한다. 학교정보를 유추할 수 있는 학교명(재단명) 별칭 등은 ‘교내’ 또는 ‘OO’으로 정정해야 한다. 예를 들어 수상명이 ‘백두산외고 토론대회’인 경우 ‘교내/OO고 토론대회’로 정정하는 식이다. 재학 학교명뿐만 아니라 학교명의 일부를 활용한 별칭 및 타 학교명도 정정해야 한다. 

예시를 좀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수상경력(수상명)의 경우 ‘백두산외고토론한마당’은 ‘교내 토론한마당’으로, ‘백두산 공로상(백두산 진행요원)’은 ‘OO공로상(OO 진행요원)’등으로 정정한다.

교과목 세부능력 및 특기사항의 경우 ‘백두산외고 교육환경을 개선하기 위한 아이디어를 논리적으로 제시할 수..(생략)’의 경우 ‘교내 교육 환경을 개선하기 위한 아이디어를 논리적으로 제시할 수..(생략)’의 식이다.

창의적 체험활동상황의 경우 ‘백두산 스포츠한마당에서 단체 줄넘기, 이어달리기’는 ‘교내 스포츠한마당에서 단체 줄넘기, 이어달리기’로 수정한다. ‘백두산외고 총학생회 간부학생 수련회’는 ‘교내 총학생회 간부학생 수련회’로 바꾼다. 

학교명을 활용한 명칭 역시 마찬가지다. ‘백두골 축제에서 학생들의 공연을 보고’는 ‘교내 축제에서 학생들의 공연을 보고’ 식으로 고쳐야 한다. 학교 약칭인 ‘BDS 수학축제’는 ‘교내 수학축제’로 바꾼다. 

동아리명도 바꿔야 한다. ‘백두산 태권에어로빅’은 ‘OO태권에어로빅’으로, ‘백두산배드민턴반’은 ‘교내배드민턴반’으로 바꾸는 식이다. 봉사활동도 마찬가지다. ‘백두산외고 환경정화활동’은 ‘OO고 환경정화활동’으로 바꿀 수 있다.

행동특성 및 종합의견에서도 ‘음악에 대한 관심과 조예가 깊고 특히 기타를 잘 다루어 백두산 그룹사운드반의 일원으로’는 ‘음악에 대한 관심과 조예가 깊고 특히 기타를 잘 다루어 교내 그룹사운드반의 일원으로’로 바꾸어야 한다.

바꿀 시 유의할 사항은 학교정보를 익명화하는 'OO'표시를 영어 알파벳 ‘O' 또는 숫자’0'을 활용해야 한다는 점이다. 학교정보를 익명화 할 시 특수문자는 사용해선 안 된다.

절차는 2020학년 담임교사가 정정 요청 공문을 객관적 증빙자료로 활용해 학업성적관리위원회의 심의를 통해 정정하는 식이다. 전출입 학생의 경우 현 소속교 담임교사가 블라인드 처리 요청 공문을 근거로 정정하며, 학업중단자는 학적 회복 시 담임교사가 기 기재된 학생부 내용을 정정한다. 2020학년 현재 졸업생, 휴학, 자퇴, 퇴학 학생의 경우 정정 대상에서 제외한다. 

<블라인드 안 된 학생부도 블라인드 학생부와 동시 제공>
서류 블라인드와 관련해 불거진 논란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원자격 확인을 위해서는 블라인드 되지 않은 ‘원본 학생부’도 대학이 활용해야 한다는 의견에 따라 원본 학생부도 제공하기로 했지만 제공시점에 대한 정확한 지침이 결정되지 않은 상태가 오래 이어졌다. 서류평가 이후 원본 학생부를 제공할 경우 이미 모든 지원자의 서류를 평가한 후, 나중에서야 허수를 가려내야 하는 비효율이 발생하는 데다, 일일이 다시 매칭하는 작업을 진행하려면 물리적인 시간도 부족해 불가능하다는 지적이 제기돼왔다. 교육부와 대학이 물밑작업으로 방안을 모색하는 사이, 정작 평가의 대상이 된 수험생은 구체적인 평가방식이 어떻게 되는지 모른채 손놓고 있어야만 하는 상황이었다. 뒤늦게 원본 학생부 역시 서류평가 전에 제공하는 것으로 방침이 정해지면서 지원자 지원자격을 가려내고 각 서류를 매칭하는 문제를 해결했다. 

원본 학생부의 제공시점은 결정했지만 곧바로 불거진 문제는 학생부 블라인드 작업이다. 각 고교에 일일이 블라인드 수작업을 하도록 지시했기 때문이다. 교육부는 각 고교에 공문을 통해 “고교 정보 블라인드 처리를 위한 학생부 정정을 추진하니 협조해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따라 고3 담임은 일일이 고3재학생의 고1,2 학생부를 확인해 고교명을 가리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교육부가 공문을 보낸 시점이 학생부 작성마감일(9월16일)까지 불과 70일밖에 남지 않은 상황이라는 점에서, 서류 블라인드를 올해 급하게 강행하는 것이 무리라는 지적이 나왔다. 가뜩이나 코로나19로 인해 입시일정이 밀리면서 바빠진 고교현장에 업무부담을 가중시켰다는 비판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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